소설리스트

〈 73화 〉73. 한국대 소냐 (73/95)



〈 73화 〉73. 한국대 소냐

경기가 있고 다음날 나는 차유라 매니저님과 SN의 지원을 받아 착실하게 음악 너튜브를 개설했고, 나를 전담하는 팀과 미팅도 가졌다.

하여간 그렇게 새롭게 생긴 내 음악 너튜브 채널의 이름은 다양한 후보군이 있었지만 한국대 여신을 패러디한 한국대 소냐가  채널명이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LOM 유저들이 많고 LOM 세계관에서 소냐는 음악과 깊은 연관이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낸 게 차유라 매니저님이라고 했지?'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차유라 매니저님이라고 했다. SN 관계자들은 처음에 한국대 소냐라는 말에 의아해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렇겠지.'

소냐라는  잘 몰랐을 테니까. 물론, 내 전담  중에서 LOM을 즐기는 사람도 있어서 한국대 소냐라고 말했을 때 '그거다!' 라며 손뼉을 짝! 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처음엔 그게 뭐냐고 의아해했던 팀들도 소냐에 대한 설명과 소냐의 일러스트를 보여주자 내 이미지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나쁘지 않다고 했단다.

하여간, 오늘 역시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휴식을 취하는 날을 이용해 너튜브 촬영을 하기 위해서 SN에 온 상태였다.

"많이 떨리시죠?"


차유라 매니저님의 말에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내 대답에 의외라는 표정으로 차유라 매니저님이 날 바라본다.

"자신이 있으면 원래 떨리지 않는 법이죠."
"오..."
"이야, 대단한 자신감인데요?"


내 말에 오늘 촬영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감탄을 하며  마디씩 했고 차유라 매니저님도 자신만만한 내 태도에 웃더니 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라 보기 좋네요."

SN에 오고  생각은 확신이 들었다. 나를 위한 준비가 정말 완벽했고 다른   필요 없이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나는 어차피 잘할 거니까 이건 잘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 그저 기대만  뿐. 벌써부터 반응이 기대가 돼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절대 평범한 반응은 아닐 것이다. 내가 작곡한 곡으로 내가 기타를 치면서 라이브로 부른다.

별거 아닌 구성이지만 다른 게 하나 있다면 녹화가 아니라 라이브 영상으로 찍고 그 영상을 바로 올린다는 게 중요했다.


SN에서는 이때를 기다려 언론에도 나와의 계약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난리 나겠네.'


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어쿠스틱 기타를 조율하고 목을 가볍게 풀었다.


"윤세나  준비  됐으면 들어가 볼게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난 고개를 꾸벅 숙이곤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이크와 헤드셋, 수 십대의 카메라 그리고 조명.


뭔가 착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밀실의 느낌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럴 걸 미리 예상했는지 차유라 매니저님이 적응하라고 몇 번을 데리고 와주셨다.


'적응이 되네.'


확실히 처음 왔을 때보다는 적응이 됐다. 그때와 똑같은 환경을 최대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게 보였다.


녹음을 하러 왔을 때가 아니라 그냥 적응을 위해 들렸을 때 그리고 연습을 하기 위해 왔을 때와 거의 흡사한 환경이었다.


"좋은데요?"

난 미소를 머금고 말했고, 그런 내 미소에 녹음실 밖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미소를 지었다.


 조심스레 헤드셋을 끼고 기타를 다시 한번 조율한 다음 차분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준비되면 언제라도 얘기해 줘요."

갑자기 헤드셋에서 사람 말소리가 나와 살짝 놀랐지만 밖에서 내게 한 말이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준비됐어요."
"좋아요. 그럼 한번 가볼게요."


내가 직접 작곡한 멜로디가 헤드셋에서 흘러나왔고 난 가볍게 기타 연주를 하며 천천히 음악에 집중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순식간에 변한 내 표정에 밖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놀란 얼굴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게 보였다.

풋풋한 첫사랑의 내용이 담긴 노래였는데 순전히 대중적으로 잘 먹히는 노래와 멜로디를 뽑아서 만든 곡이었다.

'실패할 가능성이 0%라는 거지.'


세상에 있는 모든 노래 중 99%가 사랑, 이별, 그리움에 대한 노래였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끌렸던 멜로디를 표절은 아니고 유사하게 내 방식으로 만들었으니 100% 먹힐 거라고 봤다.

국내는 당연하고, 전 세계에.  이런 생각이 오만하다고 할  있겠지만 내가 나 자신을 아주 냉철하게 평가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음악[A급]의 능력은 충분히  정도 수준이었다.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을 통해 실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춤, 가창력, 작사, 작곡, 악기를 다루는 능력...'


 내가 가진 이 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해 SN의 도움을 봤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SN에는 많았고 난 그들을 찾아가 담백하게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결과는...


'세계에도 충분히 통할 수준.'


모든 면에서 난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보였다. 내가 가진 잠재력에 SN은 무척이나 놀랐고 나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계에도 통할 능력이라니... 처음에는 신인이고 하니까 용기를 주기 위해서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닐까 했지만 그들의 흥분과 진지한 표정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에 나의 부드러운 음색이 얹힌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던 그런 내용의 가사였지만 진부하지 않게 풀었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부분들을 도려내고 다양한 악기들로 채웠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마지막 가사를 입술로 내뱉는다. 순식간에 음악에 빠져 들어가 나도 모르게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어때요?"


내 발랄한 목소리에 다들 깊은 상념에서 깬 표정이다. 음악의 여운을  즐기게 놔두지 왜 묻냐는 원망 섞인 눈빛도 있었고 내 물음에도 여전히 내 곡의 여운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녹음실 밖에서 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라봤지만 확실히  곡에 세차게 휩쓸린 얼굴이었다.

"뭔가 표정들을 보니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양손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너무 좋았어요! 이걸 누가 신인이라고 봐요. 아, 나 눈물 나올 뻔했어."

차유라 매니저님의 말에  미소를 지었고 프로듀싱을 맡으신 분들이나 다른 스태프분들도 역대급이라면서 굉장히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들이셨다.

"이거 진짜 대박 날 것 같은데?"
"초특급 신인의 등장이네요."
"제대로 활동을 못 한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런 우리 팀의 홍보에 달렸죠."
"그나저나 진짜 신인 맞아요?"
"아니,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나오신 겁니까?"
"오랜만에 소름 끼쳤네."

내가 생각해도 노래하는 기계 같았다. 악기의 연주 발음, 발성, 음의 높낮이, 시선 처리, 감정 처리, 음의 끝처리.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이거 이것보다 더 좋은 게 나올  있을까?"
"그래도 한 번에 끝내기엔  아쉽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이거  내가 프로듀싱할 수준이 아닌데."

내가 생각보다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보이자 잠시 소란이 있긴 했지만 난 몇 번  부르고 빠른 시간에 모든 녹음을 끝낼 수 있었다.

"와,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원래 엄청 오래 걸린다고 들었는데."

녹음실 밖으로 나온 내가 해맑게 웃으며 말하자 차유라 매니저님이 웃으며 말한다.

"그거야 평범한 사람인 경우에 그렇죠. 우리 가수님이야 워낙 실력이 뛰어나시니까."


 그렇냐는 표정으로 동의를 표하는 얼굴로 프로듀서님과 다른 스태프님들을 쳐다보는 차유라 매니저님.

그 시선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한다. 차유라 매니저님은 그런 스태프의 반응에 엄청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아주 귀에 걸리셨네.'


난 마무리 작업을 하시는 스태프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서도 여전히 차유라 매니저님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으셨다.

"오늘 스케줄이 이게 다죠?"


내 물음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원래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엄청 빨리 끝났네요. 너튜브 영상이야 편집해서 최종본 통과되면 세나 씨에게 보내줄 거예요. 세나 씨가 OK하면 바로 업로드될 거예요."


그나저나 의외로 이 부분에 있어서 쿨하게 승낙하셨네?

"근데 용케 허락을 하셨네요. 제 자작곡을 그냥 너튜브에 먼저 선공개 한다고 하니까 뭐라고  하세요?"
"뭐라고 하신다기보다 굉장히 파격적이란 생각을 하신 모양이에요. 보통 자기 앨범이 될지도 모르는 곡을 발표하는  자체를 꺼려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해도 보통은 음악 방송이나 아니면 시청률  나오는 예능에서 하지. 근데 너튜브에 올리겠다니. 발상이 재미있다고 하시던데요?"
"그래요?"


의외로  개방적이신 부분이 있네. 하여간 내겐 좋은 일이었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런 게 더 마음에 들었다.

그냥 가볍게 익숙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살짝 손등을 간지럽히는 것처럼 너무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수줍게 인사하는 느낌으로.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전달될지는 모르겠지만 SN 홍보팀에선 일단 굉장히 획기적이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만큼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엔 무척 편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근데 이거 저만 느끼는 거 아니죠?"
"뭘요?"
"SN에서 이상할 정도로 엄청  많이 밀어준다는 느낌 받는 거요."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확실히 저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에요. SN에서 엄청 밀어주고 있다는 건 소속사 사람들 다 알고 있을걸요?"
"하하... 그렇죠?"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상할 정도로 날 밀어주는 느낌을 받았는데 나를 맡은 전담 팀도 그렇고 방금 만난 프로듀서님이나 스태프분들도 보통 분들이 아니셨다.


거기다  일이 정말 내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그냥 착착 준비가 돼서 너무 편했다. 정말  오로지 음악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해야 할까?

소속사라는  원래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걸 당연하게 해내는 소속사는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SN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아마 PJY랑 YZ도 마찬가지겠지? 그곳은 어떨까 조금 궁금해졌지만 고개를 휙휙 저었다.

SN인데 PJY랑 YZ를 궁금해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세나야. 난 스스로 반성을 하곤 SN을 나왔다.


생각보다 일찍 녹음이 끝나 스케줄이 빈 상태였다. 난 차유라 매니저님을 보며 물었다.

"그럼 이제 뭐 하세요?"
"아,  세나 씨 집에 데려다 드리고 회사에 들어가 봐야죠."
"에? 일이 남았어요?"
"저야 당연히 많이 남았죠. 이제 시작인데요?"
"아, 그래요?"


내가 쉬면 매니저도 당연히 쉬는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구나.

"점심 먹을 시간도 없으세요?"

녹음이 빨리 끝났다곤 하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끝났다. 아마 배고프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물음에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금 배고프긴 한데..."
"그럼 점심 먹고 저 데려다주세요. 소속사 가수 잘 먹이는 것도 업무의 연장선 아닙니까?"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내가 자신에게 밥 한 끼 사주려고 한다는 걸 눈치채신 모양이다.


"아이고, 물론이죠. 어디로 모실까요?"
"차유라 매니저님 좋아하는 거로 갑시다."


내 말에 매니저님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과도할 정도로 나를 경호하는 시늉을 하며 차로 이동한다.

난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고, 내가 웃는 모습에 차유라 매니저님도 미소를 지으신다.

그렇게 차에 탄 나는 차유라 매니저님에게 말했다.

"매니저님,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는 아시죠?"


차유라 매니저님은 주차된 차를 능숙하게 빼시며 말했다.


"당연히 알죠. 생년월일도 알거든요. 전 스물여덟이에요. 생각보다 동안이죠?"


차유라 매니저님의 말에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청 동안이시네요!  저랑 비슷한 나이 또래인 줄 알았잖아요."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머, 어머. 그런 아부는 또 어디서 배우셨어요?"
"아부가 아니라 진짠데. 저 아부 같은 거 할 줄 몰라요."


난 뻔뻔스러운 표정을 하며 말했고, 차유라 매니저님은 그런 나를 보며 웃으시더니 말한다.


"어머, 뻔뻔한 거 봐."

난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고 매니저님도 그런 날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근데 계속 차유라 매니저님, 매니저님. 이렇게 부르니까 뭔가 좀 되게 거리감 있지 않아요? 그냥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유라 언니."
"어머! 저야 좋죠! 그럼 저도 세나야, 이렇게 불러도 되나요?"
"저도 좋죠."

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런 것도 연습이 필요해요. 아니, 필요해! 자, 들어와 언니. 편하게 들어와 봐."
"아,  좀 떨리는데."
"괜찮으니까 얼른 들어와."

내 말에 유라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세나야."
"응, 언니."
"꺄악! 윤세나가 나한테 언니래!"


파닥파닥 오도방정을 떨며 좋아하는 유라 언니를 보곤 난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내 찐팬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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