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72. Y1 vs 담언 (72/95)



〈 72화 〉72. Y1 vs 담언

계약과 동시에 내가 SN에 요청한 것은 내 음악 너튜브였고, 매니저님은  제안에 나쁘지 않다며 좋아했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음악적인 부분이라면 SN에서 지원을 마다할 이유도 없고요."

 생각도 매니저님과 같았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SN에선 뭐라도 내가 하나 해줬으면 하는 게 그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럼 세부적인 계획서 하나를 만들어서 보여드릴게요. 중간에 추가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문자 주세요."
"알겠어요."

난 고개를 끄덕였고, 차유라 매니저님과 첫 미팅 아닌 미팅과 함께 처음 계획한 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거의 한 시간 가량 거의 회의처럼 의견을 주고 받았고 어느 정도 내 너튜브의 윤곽이 나왔다.


차유라 매니저님은 흡족한 표정으로 정리한 노트를 빠르게 읽어봤고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 내가 사인한 계약서와 함께 가지런히 넣었다.

"그럼 이제  것 같네요."


난 매니저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회사로 들어가 볼게요. 이 서류도 제출해야 하고 계획서도 바로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어차피 팀이야 바로 만들어질 테니까 조만간 빠르게 미팅 잡을게요. 쉬는 날이 경기 끝나는 다음 날이라고 하셨죠?"
"네."

차유라 매니저님은 꼼꼼하게  일정을 체크했는데 전체적인 시즌은 물론이고 내가 만약 성적이 좋으면 출전할지도 모를 국제 대회의 일정까지도 세세하게 파악했다.

"진짜 제 팬 맞으시네요? 일정들을 아주 줄줄이 꿰고 계세요."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이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말한다.

"에에? 그럼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아셨어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어,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저 그런 거 할줄 모르거든요. 진짜로 윤세나 씨 팬디에요. LOM을 즐기는 유저기도 하고요. 잘은 못하지만."
"아, 그래요?"


게임도 한다는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게임까지 하신다면 말 다했지 뭐.

"조만간 연락 드릴게요."


차유라 매니저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함께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이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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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Y1 파죽지세! Y1의 연승을 저지할 팀은?]
[여신의 재림! LCK 유일한 여성 프로게이머 윤세나!]
[어차피 우승은 SKY, 팀명처럼 하늘에 있을 것.]
[윤세나 또다시 POG! 모든 기록이 여자 최초!]
[페이크 SKY Y1의 연승 행진은 윤세나의 오더 덕분.]
[눈부신 윤세나 선수의 미모, POG 인터뷰 영상!]
[LCK는 윤세나 앓이 중. LOM 윤세나 신드롬 강타!]


"이건... 좀 오버인 것 같은데."


난 볼을 긁적이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요즘 우리 팀의 기세는 굉장했다. 12전 전승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기록은 감독님, 코치진은 물론이고 선수들마저 생각하지도 못한 기록이었다. 여전히 담언이 2위로 바짝 추격하고 있고 젠지 또한 3위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형국이긴 했지만...

'왜 이렇게 자신이 없냐. 질 자신이.'


요즘 우리 팀이 하는 거 보면 사실 다들 말도 안 되게 잘했다. 특히나 초반부터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받은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이 엄청났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부에서도 은근한 경쟁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초반에도 어느 정도는 그러한  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정말 심했다.

"아아! 이게 왜 죽냐고!"


책상을 때리며 소리를 지르는 찬동이 때문에 다들 화들짝 놀랐지만 사실 저러는 모습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최근 찬동이가 부진해서 우재에게 탑 라인을 계속 내주고 있었다. 자신보다 어린 우재에게 자신의 포지션을 뺏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그걸 왜 들어가냐! 아.. 진짜."

이번엔 켜즈, 우찬 오빠. 최근에 우찬 오빠 역시 앨림이와 오너원, 헌준이에 밀려서 경기를 못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다른 때와는 달리 연습에 굉장히 열정적인 모습이었는데... 아쉽지만 프로의 세계는 정말 냉정했다.

저렇게 열심히 해도 경기에서 보여주는  없으면 나오지 못했다.

'정글들은 진짜 치열하네.'

팀에서 가장 많은 선수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정글의 출전 경쟁은 치열했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도 견제하는 모습이 내가 보기엔 좋았다.

확실히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평소엔 웃고 넘어가거나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분노를 표한다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피드백 시간에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거나.

특히 선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스크림에서 잘 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라던가 스스로 개인 연습 시간을 더 늘린다던가 하는 긍정적인 모습들이 많이 나타났다.

'내가 제일 복받았네.'

나야 1군에 등록된 서포터가 나 혼자였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어차피 경기에 나가야 했다. 물론, 시즌이 끝나면 팀에서 방출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경기에 나가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었다. 스트레스? 부담? 그런 게 있다면 아마 내가 메인 오더라는 거. 그거 하나라고 할까?


어쨌든 경기에 출전해 내 오더에 따라 팀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패배를 해도  무조건 내 책임이라고 돌렸다.


설령 그게 잘못된 오더를 해서가 아니라 팀원들의 실수로 경기에서 패배했다고 해도 난 모든 걸 다  책임으로 돌렸다.


'그 실수마저도 어쨌든 내 오더에 따르려다 생기는 거니까.'

하여간  명백하게 그 선수의 잘못이 아니라면 크게 지적하지 않았다. 좀 심하다 싶은  바로 쌍욕을 박아가며 뭐라고 했지만... 그게 형이든 동생이든 상관없이.

하여간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내가 팀에서 플레잉코치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누나, 저 잠시만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게 다가온 헌준이가 내민 핸드폰을 바라봤다. 랭크 게임을 하면 간혹 이렇게 헌준이, 민영이, 우재, 준현이가 찾아왔다.


"응."


난 대답을 하고 게임을 하면서 헌준이가 플레이한 영상을 쳐다봤다. 탑에 갱을 가는 헌준이의 니댤리가 보였다.


결과는 서로 1킬씩 교환하는 구도였다.

"이거 무리였어요?"
"아니, 괜찮았는데? 이동속도가 320이면 여기까지 이동하는 게 7초 정도 걸리거든? 그런데 네가 여기서 봐. 살짝 뒷무빙 했지? 그리고 누나가 갱 갈 때 뭐라고 했어?"
"뒷무빙 할 거면 가지 말라고요."
"근데 왜 갔어, 이 멍청아."

 때마침 잡힌 집 타임을 이용해 준헌이의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말했다.

"자 봐라, 지금 여기서 보면 네가 1초? 1.5초? 이 정도만 네가 먼저 도착했어도 전혀 다른 구도가 나왔을 것 같지?"

 말에 준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여기서 네가 뒷무빙 하느라 얼마냐? 0.3초? 0.4초?  정도 먹었네? 맞지?"
"네."
"그리고 탑 갱 갈  여기서 왜 돌아가냐 멍청아. 탑 상황 봤으면 안 걸리고 가는 것보다 걸려도 빠르게 합류하는 게 더 좋은 상황이었잖아. 얘들이 네 위치 보고 그냥 뺄 수도 있었겠지. 그럼  안 죽을 수 있었잖아.
이것도 아직 안 먹었고. 넌 전혀 손해 볼  없잖아. 근데 얜 손해잖아. 이거 먹고 올라왔으니까  무조건 집 가야 하는 상황이잖아. 이거 여기 와드로 이거 먹는 거 봤을 거 아니야."
"아, 봤는데. 그거까진 생각 못했어요."


내 말에 준헌이가 입술을 깨문다. 자신의 플레이가 아쉬운지 한숨을 내쉬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런 모습이 예뻐 보여 작게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자, 그리고 너 이동할 때 레코드 라인 밟으면서 가라고 했지?"
"아... 네."
"근데 보면 지금 그냥 올라가지?  여기서 벽에 딱  붙어서 가잖아. 네가 처음엔 중간쯤 찍었다가 우리 포탑 쪽 찍으니까 이렇게 가잖아."


난 깎아 먹은 시간을 대충 가늠하곤 말했다.

"그거 두 가지만 잘했어도 거의 비슷하게 도착 했을 걸? 아니면 네가 0.2~3초 더 빨리 도착했거나.  믿겠으면 네가 한  해봐."
"아, 전 믿어요."

난 그렇게 말하며 민영이를 째려봤다. 민영이가 나한테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내 말이 틀렸다고 우겨서 몇 번이나 실험한 적이 있었다.

자기는 절대로 못 이긴다는 걸 나는 똑같은 상황에서 이겨 보인다거나 상성이 불리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걸 플레이 방식의 변화로 압도는 못해도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거나.


뭐 그렇게 몇  보여주니 지금은 잠잠해지긴 했지만 간혹 발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요즘엔 안 그랬잖아요."

민영이가 내 시선에 쭈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젠가는 자기 말이 옳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기세등등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도 안 된다고 바락바락 대들던 때가 그래도 재미있었는데. 밟아주는 재미도 있고."


내 말에 민영이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입술만 삐죽인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작게 웃음을 터뜨리곤 준헌이를 쳐다봤다.

"더 물어볼 거 남았어?"
"여기선 1대 1교환하는 게 좋았어요? 아니면 그냥 빼는 게 좋았어요?"
"내 생각엔 그냥 전령 먹은 게 더 좋았던 것 같아. 탑, 정글 다 빈사에 스펠도 없고 미드 주도권은 우리한테 있지, 거기다가 서포터는 쒠이잖아. 나였으면 이거 try했어."

내 말에 헌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을 내밀었고 헌준이는 자기 주머니에서 땅콩사탕 하나를 꺼낸다.

"오, 땅콩사탕 좋아."

난 헌준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열심히 해. 궁금한 거 있으면 또 물어보고."
"감사합니다. 누나."


헌준이는 고개를 꾸벅 숙이곤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갔고, 그걸 보던 민영이가 날 쳐다보며 말한다.


"누나 그거 성희롱이에요."

민영이의 말에 난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이며 가까이 오라고 했다.

"저 게임 중인데..."
"쓰읍!"


방울뱀 소리를 내며 눈을 매섭게 뜨자 민영이가 움찔하며 내 눈치를 본다. 난 다시 한번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을 까닥였고 민영이는 마지못해서 내 옆으로 몸만 다가온다.


난 민영이의 귀를 붙잡아 당겼다.


"아아아아!"

민영이가 세상 아픈 소리를 내서 주변에서 잠깐 시선이 모이긴 했지만 다들  저러네. 또 뭘 잘못한 거야? 하는 표정만 지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난 씨익 미소를 지으며 민영이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네가 누나 가슴 훔쳐보는 건 성희롱 아니고?"

내 말에 민영이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쳐다본다.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 웃음이 나왔다.

"이것도 아니라고 해봐."

 말에 민영이가 뭐라고 하려다 입을 다문다. LOM에 한정된 얘기였긴 하지만 항상 민영이가 아니라고 우기면 난 그것에 대한 증거나 근거를 직접 보여줬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말에 붉어진 얼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난 그 모습에 웃으며 등을 토닥이며 민영이에게 쭉 몸을 빼고 작게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아. 누나는 다 이해한다. 스무살이면 한창 끌어오를 나이고. 가슴 크고 몸매 좋은 누나들 보면 눈이 가는  당연하지."

난 다시 몸을 바로 하곤 민영이를 보곤 피식 웃어주며
말했다.

"그리고 헌준이는 괜찮다고 했거든요. 난 싫다고 하는 사람한테는 안 해. 그래서 너한테는 안 하잖아. 그리고 넌 진짜 가끔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훔쳐볼  많거든요?"


 말에 민영이가 세상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이 들을까 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난 그런 민영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와 큭큭 거렸다.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져서는 양손을 들며 날 진정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알았어요, 누나. 알았어. 그만. 그만."
"뭘 그만해. 이 자식아! 누나한테 지금 명령하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 누나아."


민영이는 울상을 지으며 날 불렀고  그런 민영이를 보며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나한테 잘못했어. 안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요."

난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울상을 하고 있는 민영이를 보곤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 놀릴게. 조금 더 하면 아주 울겠네. 울겠어. 삐졌냐?"
"아니요."
"에이, 삐졌네."

난 민영이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고, 민영이는 어깨를 빼며 날 째려본다.

"뭐야? 방금 누나 째려본 거야?"

 말에 민영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게임에 집중하는 척을 한다. 난 그런 민영이를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이, 왜 그래. 우리 최다 출전한 영혼의 듀오잖아."
"승률은 진선이 형보다 낮다고 맨날 놀리시잖아요."


얘가 꼬박꼬박 나한테 존대를 하는 거 보니까 삐지긴 엄청 삐진 모양이네. 킥킥. 왜 이렇게 놀리는 게 재미있지?

"그거야 뭐 사실이잖아. 너랑은 54%고 진선 오빠랑은 58%니까."
"경기 숫자가 다르잖아요! 경기 숫자가!"
"에이, 뭐 그렇게 유의미하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

민영이는 내 말에 헛웃음을 짓더니 완전히 고개를 돌리고는 헤드셋을 아주 단단히 쓰고 소리를 왕창 올렸다.


"귀여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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