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1. Y1 vs 담언 (71/95)



〈 71화 〉71. Y1 vs 담언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하긴 했지만 어쨌든 계약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는 싶었기 때문에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엄청 심심하기도 하고.'

 우리 동네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말씀을 드렸고 차유라 매니저님은 내 말에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하셨다.

덕분에 난 느긋하게 집에서 나갈 준비를 했는데 이왕에그래도 만나는 거 좋은 모습을 만나는  좋을 것 같아서 가볍게 꾸미고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아, 오셨나?"

방금 전화번호를 등록한 차유라 매니저님의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떴다.


"여보세요?"
[아, 네. 저 그 말씀 하신 카페에 한 5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금방 나갈게요."
[천천히 나오셔도 돼요. 길이  막혀서 조금  늦게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네. 그럼 천천히 나가겠습니다."

난 차유라 매니저님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 느긋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천천히 동네 카페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늘 걷던 길이 새롭게 느껴졌다. 난 골목길을 충분히 구경하며 카페에 도착해 두리번거렸다.


'아직 안 오셨나?'


한참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아 일단은 자리에 앉았다. 아무것도 안 시키고 자리에 앉아 있기가 조금 그래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괜히 밖을 쳐다보며 핸드폰을 켰다.


난 간단하게 카페에 도착했나는 문자를 매니저님께 하려다가 그냥 전화를 걸었다.

[아, 벌써 도착하셨어요?]
"네. 어디쯤 오고 계시나요?"
[저 거의  왔습니다. 2분? 3분 정도 걸릴  같아요. 늦어서 죄송해요. 금방 가겠습니다.]
"아니에요, 천천히 오세요. 목이 말라서 미리 주문을 좀 하고 싶은데 혹시 뭐 마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아, 제가 사겠습니다.]
"다음에 저보다 먼저 나오시면 사주시고요. 이번엔 제가 쏠게요. 목말라서요."

난 내가 지금 매우 목말라서 미리 주문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느낌을 팍팍 풍기자 매니저님은 어쩔  없다는 듯 말했다.


[저 그럼 아메리카노 한 잔만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천천히 오세요."
[아니에요. 빨리 가겠습니다.]


천천히 오라니까 참. 난 전화를 끊고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곤 진동벨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 구경도  하고 내 너튜브도 좀 보고 하니까 누군가 내가 있는 곳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아, 맞다. 안녕하세요."


내 얼굴을 확인한 여자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귀여운 인상의 단발머리를 가지신 분이었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안녕하세요. 차유라 매니저님이신가요?"
"네. 차유라 매니저라고 합니다."

차유라 매니저님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부드럽게 잡고 흔들었다.

"윤세나라고 해요."
"당연히 알죠. 윤세나 선수."


내 얼굴을 보고 내가 윤세나라는 걸 이미 알고 확신했기 때문에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  같았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차유라 매니저님은 마치 내 팬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빛내며 말한다.


"봤거든요. 오디션 영상. 원래라면 제가 오는 게 아니라 캐스팅, 계약 담당 부서에서 오는 게 맞는데 제가 너무 팬이어서 가고 싶다고 난리를 피웠어요."

마치  잘했죠?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차유라 매니저님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성공하셨나 보네요."
"그래서 여기 있겠죠?"


세상 기쁜 표정으로  바라보던 차유라 매니저님은 손을 살짝 모으고는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정말 어쩜 이렇게 예뻐요? 머릿결도 너무 좋고 어머, 어머. 얼굴 작은 것 좀 봐. 세상에... 피부는  왜 이렇게 좋아? 세상에! 세상에! 몸매는  왜 이렇게 좋아요? 따로 운동하시는 거 있으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랩이라도 배우셨는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에 난 그저 미소를 지었다.

위이이이잉!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진동벨이 울렸고 그 소리에 매니저님은 잽싸게 손을 뻗어 진동벨을 들고 말했다.


"커피 사주셨는데 서빙은 제가 해야죠."


한쪽 눈을 찡긋하시더니 내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쌩하고 커피를 받으러 간다.

뭔가 페이스에 말린 느낌이야.  커피를 받으면서도 동네 단골처럼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매니저님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런 분이 내 매니저를 맡으면 심심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차유라 매니저님은 나와 마주 보며 앉아서 서류를 차근차근 꺼내기 시작한다.


"제가 만나자고 하신 이유는 알고 계시죠?"
"네. 뭐, 대충은요."

SN이 나와 계약을 하고 싶어 한다는  알고 있었다. 다만 걸림돌이 되는 건 내가 프로게이머라는 것과 SKY Y1의 선수라는 점이었다.

어쨌든 난 SKY라는 회사에 속한 프로게이머고 소속된 선수로서 LOM이라는 게임에 집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SKY와 SN에선 서로 합의한 내용이고요. 윤세나 선수만 사인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해요. 충분히 시간 들여서 읽어 보시고 설명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제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차유라 매니저님은 내게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계약서에요."

난 매니저님께 계약서를 받고 천천히 읽어봤다.  읽은 후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모습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벌써  읽으셨어요? 그냥  넘기시는  같던데."
"다 읽었습니다."

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차유라 매니저님을 보며 물었다.

"질문을 하셔도 좋다고 했죠?"
"네."


차유라 매니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 쳐다보신다.


"SN에서 이렇게 불리한 계약을 저한테 제시하는 이유가 뭔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저한테 너무 유리한 계약인데요. 그것도 매우 일방적으로."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계약 내용을 보고 솔직히  놀랐어요."

계약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계약 기간은 내가 프로게이머로서 선수 활동을 할 때까지만.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나는 Y1의 일정에 방해 받지 않는 선에서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것도 내가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됐다.


게다가 처음 계약하는 신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내게 좋은 조건이었다. 7:3이면 완전 나한테 좋은 거 아닌가?

'아닌가?'

내가 활동을 그렇게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제한적일 거라고 봤다. 그러니 나한테 들어가는 비용도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음... SN 소속 매니저라기 보다 팬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그 좋은 끼를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이쪽에서 일하는 거 재미있거든요. 연예인도 많이  수 있고."


흠, 확실히 여자 아이돌이나 예쁜 여배우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다.


'그건 좀 장점이긴 하지.'


내가 언제 그런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겠어. 확실히 차유라 매니저님이 맞는 말이긴 하다. 근데 이상하게 너무 나한테 유리한 조건이라서 믿음이 가지 않았다.

'SN이... 설마 나한테 사기 치겠어?'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형 기획사인데. 그런 기획사가 나를 가지고  사기를 칠 일은 없을 것 같고...


'내가 오디션을 그렇게 잘 봤나?'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내가 스스로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순 없었기 때문에 잘 봐도 얼마나 잘 봤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차유라 매니저님이 하는 말이나 이진욱 매니저님이 하는 말이나 이만수 대표님께서 나한테 하셨던 말들을 보면 확실히 대단한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A급이 대단하긴  모양이구나.'


음악[A급]


A급 음악 능력을 얻습니다.

-음악 능력의 적용은 춤, 가창력, 작사, 작곡, 악기로 한정합니다.


내가 가진 능력은 음악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에 사실 다른 것들. 그러니까 뭐 연기라던가 화보 촬영이라던가 이런 부분들은 사실 볼 게 없을 거다.

태어나서 연기를 또는 화보 촬영을... 아, 화보는 그래도 경험이 있구나. 하여간에... 음악적인 능력이야 뛰어나지만 다른 부분들은 부족해서 사실 걱정스럽긴 했다.


'그렇다고 겁이 나서 시작도 안 해보는 건 좀 아쉽고.'


하다가 보면 늘지 않겠어? 다른 것도? 그리고 뭐  힘들 것 같으면 능력을 사용해도 되는 거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디에 사인하면 되나요? 아, 그리고 조건도 있는데. 조건을 달아도 되나요?"

내 물음에 차유라 매니저님이 고개를 갸웃하신다.


"조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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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N에 건 조건은 내 매니저가 차유라 매니저님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만수 대표님은 내가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바로 전해 들었는지 곧바로 내게 전화를 거셨다.

몇 분 간단하게 통화를 했고, 이미 내 전담 팀이 꾸려져 있고 경기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내게 가능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주십사 하셨다.


"그러게 왜 계약서를 그렇게 저한테 좋게 하셨어요. 세 번 이상은 거절할 수 없음. 뭐 이런 거라도 넣으시지. 제가 계약 끝날 때까지 SN에서 요구하는 스케줄 한 개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나한테 정말 유리한 계약서였다. 내가 하기 싫은 건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아도 좋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적으로 SN에서는 지원해야 하는 구조였다.


[하하하. 저흰 인성도 봅니다. 윤세나 양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계약을 한 겁니다. 그리고 전 제 눈을 믿는 편이거든요. 몇  활동하지 않으셔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나에 대해서 뭘 봤는지 도무지  수 없지만 이만수 대표님은 시종일관 저런 자세였다.


나에게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생각에 추호도 변함이 없으셨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을 나와 맺으셨겠지.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세요.'

난 속으로 그렇게 말하곤 이만수 대표님과 대화를 마무리했다.

 스케줄은 뭐 그래도 예의상 성실하게 소화해줄 의향은 있었다. 이만수 대표님이 나를 이용하듯 나도 SN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뭐 상관없다.

그래서 통화를 하면서도 당당히 요구했던 부분이고.

"뭐, 아직 100% 확정된  아니겠지만 다이렉트로 질렀으니까 거의 100%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차유라 매니저님 지금 어차피 놀고 계시다면서요."
"아니,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저도 이제 좀 연차가 쌓이면서 관리하는 그런..."
"그래서 싫어요? 제 팬이라는 것도 다 거짓말이네."


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더니 매니저님은 양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제가 언제 싫다고 했나요?"
"하고 싶다고도 아직 안 하셨는데요."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저야 당연히 환영이죠. 일도 적을 것 같은... 아...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난 미소를 지으며 차유라 매니저님에게 말했다.

"네,  들은 거로 할게요. 일 많이 하시게  테니까."

내 환한 미소에 차유라 매니저님은 흠칫 몸을 떨며 굉장히 경계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난 그런 매니저님을 보며 웃고는 말했다.


"SN의 지원을 받아서 제 너튜브를  키워볼까 합니다. 지금은 주로 게임을 하면서 소통하는 위주의 방송을 하고 있거든요."
"아, 네. 잠시만요."

매니저님은 직감적으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수첩 하나를 꺼내 적으신다.


"음악 채널도 하나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춤을 춘다거나 노래를 한다거나. 아니면 제가 작사, 작곡한 곡을 직접 노래를 한다거나. 아니면 SN 가수에게 주는 것도 좋을  같아요. 물론, SN이 좋다고 하면. 그리고 악기를 가르쳐 주는 영상도 좋을 것 같고 제가 직접 다루는 영상을 찍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적던 매니저님이 고개를 들더니 날 쳐다본다.

"춤도 추실 수 있어요?"
"네, 뭐... 어느 정도는?"
"노래야 그렇다고 치고 작사, 작곡도 하세요?"
"네."
"악기도... 다루실 줄 안다고요?"


그녀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떤 악기요?"
"어... 웬만한 악기들은  다룰  있어요."
"피아노, 기타 같은 거요?"
"네. 아마 드럼도 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내 말에 차유라 매니저님이 입을 쩍 벌리며 말한다.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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