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9. Y1 vs 담언 (69/95)



〈 69화 〉69. Y1 vs 담언

[LCK 최초 여성 프로게이머의 반란]
[SKT Y1 윤세나, 첫 단독 POG]
[유니폼으로도 감출 수 없는 몸매, Y1 윤세나!]
[LCK 첫 단독 POG는 Y1 윤세나 선수]
[Y1 윤세나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 당찬 포부 밝혀.]
[LCK에 강림한 여신 윤세나. 그녀는 누구인가?]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을 보며 난 헛웃음을 지었다.


"깔 땐 언제고. 하여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기사 내용이나 댓글을 보며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자유분방한 인터뷰가 화제가 돼서 업로드를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굉장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뭔가 노골적으로 띄워주는 반응인데?'

언론이라는 게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휙휙 바뀐다고 하지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롬드컵 우승을 한 담언을 상대로 내가 좋은 활약을 펼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까던 놈들이 하루아침에 얼굴을 싹 바꾼다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이제 겨우 두 경기에 출전한 신예에 불과한 나를 냉정하게 보자면 더 두고 봐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마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태도가 돌변했을까?

'새로운 언론의 전략인가?'

내게 날개를 달아준 다음에 야무지게 꺾을 생각인지 모르겠다. 원래 언론에서 잘하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나를 있는 힘껏 밀어주다가  하나 건수 잡으면 순식간에 추락시키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걸 원하니까.


누군가의 안녕보다 누군가의 추락에 더 관심이 많은  인간이 가진 속성이라면 속성이니까.


'뭐, 내 날개 내가 꽉 쥐고 있으면 그만이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대다수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내가 잘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팀에서 가장 먼저 방출될 후보로 뽑기도 했고 얼굴 마담이라느니 마스코트로 영입했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은 그런 말들이 쏙 들어갔지만 내가 조금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면 신나게 물어 뜯을 준비가 돼 있으실 거다.

'미안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을 것 같네.'

난 피식 웃으며  능력을 살폈다.

게임[S급]

S급 게임 능력을 얻습니다.


-모든 종류의 게임에 S급 능력을 발휘합니다.

음악[A급]

A급 음악 능력을 얻습니다.


-음악 능력의 적용은 춤, 가창력, 작사, 작곡, 악기로 한정합니다.


무도[B급]

B급 무도 능력을 얻습니다.


-무도 능력은 태권도, 유도, 유술, 검도로 한정합니다.


퀘스트를 통해 얻은 능력은 게임, 음악, 무도  개였고 사용하지 않은 쿠폰은 C급, D급, F급 세 개나 됐다.

아직 딱히 사용할 곳이 없기도 하고 너무 바쁘기도 해서 사용할 생각을 미처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퀘스트를 받은 게 언제였지?'

마스터 티어를 달성하라는 퀘스트를 끝내고 보상으로 받은 F급 쿠폰을 받았는데 그게 마지막 퀘스트였단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퀘스트를 안 주지?'


난 이게 어쩌면 보상의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했다.

 버스 안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일단 세 개의 쿠폰을 놔두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다른 능력이 필요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뭐, 당장은 사실 필요한 것도 없고.'

난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사실 게임 능력 하나만 가지고도 먹고사는 데 있어서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급한 마음은 없었다.

"그나저나 이 언니는 동생이 이겼는데 전화 한 번을 안 하네."

 핸드폰을 꺼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을 한참 듣고 나서야 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 세나야.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오늘 승리 축하해! 엄청 강한 팀이라면서? 담언인가?]
"고마워. 응, 맞아. 작년에 전 세계에서 1등한 팀이야."
[그래? 와! 대단하네! 우리 세나 장하다! 인터뷰하는 것도 잘 봤어. POG도 축하해!]
"고마워. 그나저나 언니 요즘에 나한테 소홀한 것 같다?"
[응? 내가?]
"어. 아무리 남자가 좋다고 해도 그렇지. 그건  아니지 않냐?"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라니.]
"내가 봤을 때 언니 김주원 대표님이랑 깨가 쏟아져서 그러는 것 같은데. 우리 가훈 알지? 가족이 먼저다."
[아, 알지. 알지. 그럼.]
"그래, 난 언니가 또 잊었나 싶어서. 내가 집에 없다고 대표님 집에 들이고 그러는 거 아니지?"
[어후, 야! 무슨 소리야! 내가 미쳤니?]
"그렇지? 그런 거 아니지?"
[아니지.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끊어!]
"알았어, 알았어. 나 없다고 울지 말고 잘 지내."
[그래, 알았어. 잘 쉬고. 오늘 수고 많았어.]
"언니도!"


난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수상해."


이거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과도할 정도의 반응이었어. 난 핸드폰을 지긋이 노려봤다.

#


난 숙소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급습이었는데 내가 오늘 집에 온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경기가 끝나는 다음날이 휴일이라는 건 언니도 몰랐기 때문이다.

"좋아, 급습이다."

난 집에 도착해 순식간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꺄악!"
"커헉!"

전광석화처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누워 있는 언니와 누군가 밀어서 떨어뜨린 것 같은 김주원 대표님을 볼 수 있었다.

언니는 놀란 눈으로 황급히 흐트러진 옷을 만졌고 김주원 대표님은 나를 보더니 내 날카로운 눈빛을 피하며 헛기침을 연신 해댄다.

잔뜩 붉어진 언니의 얼굴과 방금 일어난 상황을 봤을 때 둘이  하려고 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결혼 전에 조카가 먼저 생기는 건가."

내 말에 언니가 얼굴을 확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응, 언니가 아는 소리."

 사레가 걸린 김주원 대표님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대표님, 우리 언니 이제 스물세 살인 거 아시죠?"

많은 내용이 함축된 한 마디와 내 서늘한 눈빛에 목이 빠져라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원 대표님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미소를 지었다.


올해 서른세 살이시니까 급한  알겠지만 지킬 건 지키셔야지. 아버지, 어머니한테 또 무슨 험한 일을 당하려고 이러는지 원.

"좀 괜찮으세요? 우리 집안이 딸만 넷이라 많이 엄해요. 굉장히 또 보수적이시고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아, 예. 하하."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알아 먹은  같아서 안심하고 난 내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나 배고파! 밥 줘!"

내 말에 언니가 허둥지둥 부엌에 들어가며 말한다.

"아, 그래. 언니가 밥 해줄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언니 약점을 잡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공부하라고 비싼 돈 들여서 잡아준 집에서 남자를 데리고  것만으로도 내가 봤을 때 처형인데.

크흠, 흠. 소파 위에서 말이야. 어. 말이야. 어. 그. 어.
참. 세상 말세구먼 말세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방 안에 들어와 가방 하나에 속옷 몇 벌과 옷가지 몇 벌은 챙겨 넣었다.

"여기 올 때마다 몇 개씩 챙겨 가야겠다."

애초에 숙소에 갈 때 많이 챙겨간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었다. 사기엔  돈 아깝고 그렇다고 왕창 들고 가자니 손에 한계가 있고.


"그나저나 이거 영 마음에 안 드네."

방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난 청소를 시작했다. 언니가 내가 없는 동안에 어느 정도 해준 것 같기는 했지만  깨끗하게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곳곳에 먼지가 조금씩 있는 모습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내가 한번씩 올지도 모르는데 방 청소도 안 해주고...

"방 청소 해준다더니..."

남자에 아주 홀라당 넘어가서 동생 방 청소고 뭐고 할 시간이나 있겠어? 난 방문을 째려보며 김주원 대표님 욕을 잠시 하고는 심호흡을 했다.

"후우, 릴렉스. 릴렉스."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방 청소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언니 목소리가 들렸다.


"세나야, 밥 먹어!"
"알았어!"


나도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곤 거실로 나갔는데 김주원 대표님은 소파에서 일어나 굉장히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를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난 흘끗 거실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있을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예."


김주원 대표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귀는 건가? 아니면 아직  타는 단계인 건가? 하여간 이거나 저거나 썩 바람직한 상황은 아닌  같은데.


김주원 대표님이 구박을 나한테 구박을 받아도 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한 말이 틀린  하나 없거든.

"언니도 참 겁도 없다. 아빠나 엄마였으면 어쩌려고 그래? 차라리 모텔을 가라."

내 말에 언니가 바락 소리를 지른다.

"야! 그런 거 아니야!"

언니의 말에 난 김주원 대표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그런 게 맞는 것 같던데."

김주원 대표님은 내 말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 키도 훤칠하니 크고 능력도 있고. 성격도 뭐...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10살 차이라...'

내가 봤을  큰언니랑, 둘째 언니 선에서 컷 당할  같은데. 언니는 내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힐끗거리며 출입문을 쳐다본다.


"혹시 엄마나 아빠 온다는 말 없었지?"
"말하고 오는 경우보다 서프라이즈 하겠다고 그냥 올라오시는 경우가 더 많잖아. 나도 모르지 뭐."


내 말에 김주원 대표님도 뭔가 조금 불안했던지  걸음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말한다.

"아, 저 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들어가 볼게요."
"네."

 짧고 빠른 단답으로 응수했고 그런  빠른 대답에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하여간 김주원 대표님은  눈치를 살살 보며 언니와 눈인사를 하더니 내게 고개를 90도로 숙인다.

'누가 보면 내가 대표인 줄 알겠네.'


나는 식탁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언니를 쳐다봤다. 언니는 그런 내 시선을 애써 피하려고 했지만 내가 노골적으로 계속 쳐다보자 내게 손수 숟가락을 손에 쥐여준다.

"국 식겠다. 얼른 먹어 봐. 내가 진짜 맛있게 끓였어."
"그렇겠지. 부군께서 드셔야 할 국이었을 테니까."

 말에 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린다. 얼굴에 열이 확확 오르는지 얼굴이 발그레 진다.


손부채질을 하면서 집요하게 쳐다보는 내 시선을 피하는 게 안쓰러워  밥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언니가 차려준 밥은 맛있었는데 이게 원래 나를 위한 밥상이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김주원 대표를 위해 차려준 밥상인 것 같아 씁쓸했다.


"와... 이거 뭐, 진수성찬이네. 나랑 언니랑 둘이 먹을 때랑 너무 차이 나는  아니야? 나 조금 서러워지려고 하네."


언니는 내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감추곤 볼을 긁적인다. 내 눈치를 슬쩍 보면서 미안해하는 표정을 보이니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


"사귀는 거야? 아니면 아직 알아가는 단계?"
"음... 아직은 그냥 알아가는 단계야."
"오호. 한 3년 알아가는 중인가?"


내 말에 언니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에 난 숟가락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소파에서 보니까  3년은 서로 알아간 사이 같던데."


내 말에 언니가 고개를 푹 숙인다. 사귀는 사이여도 좀 그런데 알아가는 단계에서 소파에서 하는 짓이 어째 너무 과하지 않나?

"내가 봤을 때 큰 언니랑 둘째 언니 선에서 정리될 것 같은 느낌인데. 10살 차이는 솔직히 너무 심하잖아."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아니야. 요즘에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잖아."
"철 지난 지가 언제인데 대세라는 거야?"


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연예인 중에 보면 10살 넘게 차이나도 잘 사는 사람 많아."
"그 집안엔 첫째 언니와 둘째 언니가 없고. 우리 아빠와 엄마 같은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네."


 말에 언니도 눈앞이 캄캄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세연 언니가 10살 차이가 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내가 봤을 때 언니들은 100%고 아빠, 엄마도 결사반대할 거라고 봤다.


"안 봐도 고생길이 훤하다."
"네가  도와줘."
"내가 뭘 도와줘. 나도 반대파인데."
"왜?  주원 오빠 괜찮다고 했잖아."
"주원 오빠? 하. 오빠는 무슨 삼촌이지. 언니 저 사람 군대 갔을 때 10살이셨어요. 아시겠어요?"

하.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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