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68. Y1 vs 담언
나와 민영이는 상대방의 갱 압박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빠르게 라인을 정리한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담언은 빠르게 합류하는 페이크, 상현 오빠가 부담이 됐는지 무리하게 다이브를 시도했고 난 능숙하게 받아냈다.
"이거 내가 다 맞을게. 내가 다 맞을게. 내 뒤에 있어. 내 뒤에."
난 최대한 민영이가 맞지 않도록 벽을 만들었다. 블랙 쉴드를 사용해 민영이에게 향하는 스킬들을 막아주면서 궁과 Q를 적절히 활용해 민영이에게 붙는 상대방을 묶었다.
"이거 나 때린다."
내가 궁을 사용해 방해하자 나를 터뜨릴 생각이었는지 민영이에서 타깃을 나에게 돌린다. 궁을 사용 후 속박이 걸리는걸 막기 위함이었다.
순식간에 들어오는 딜에 난 빠르게 초시계를 사용했다.
띵!
"나 거의 다 도착."
"오케이, 이거 봐도 돼. 우리가 보자."
상현 오빠의 합류 콜에 난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읽고 오더를 내렸다. 이건 우리가 역으로 들어가면 이득을 챙길 수 있다.
혼비백산 다이브 들어왔던 적들이 탑 포탑에서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내 속박이 걸리며 그러지도 못했다.
거기에 막 도착한 상현 오빠가 야지르 궁을 사용해 포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오케이!"
민영이의 사미랴가 2킬을 먹고 상현 오빠의 야지르가 1킬을 먹었다. 난 든든하게 3어시를 챙겼고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거 우리한테 넘어왔다.'
난 방금 탑 교전을 기점으로 경기가 우리에게 확실히 넘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무리하지 않고 운영 싸움을 하면 질 수가 없는 게임이다.
"오브젝트 잘 챙기고 운영하면 되겠다."
다들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문제는 무리하게 상대 진영이 들어가서 짤리는 경우나 오브젝트 한 타에서 실수를 해서 대패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가 질 확률은 없었다.
난 이 부분을 팀원들에게 계속 상기시켰고 우린 무난하게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다.
"나이스!"
"아, 방금 오더 너무 좋았다."
"세나 미쳤는데? 너무 잘하는데?"
경기가 끝나자 내게 다들 한 마디씩 했고 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만 모인 Y1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짜릿한 기분이었다.
"다들 너무 잘해줬어. 진짜 오더 반응이 장난이 아니던데?"
내가 백 번, 천 번 좋은 오더를 해봐야 그 오더에 반응하지 못하거나 수행할 수 없는 실력을 지닌 선수라면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뿐이다.
"세나 네가 재깍재깍 오더를 해주니까 그렇지."
상현 오빠까지... 페이크가 나를 인정해 줬다... 난 찡한 감동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아우, 세나야. 너 진짜 미쳤다. 너무 잘하는데?"
"뭐야, 윤세나! 왜 이렇게 잘해?"
호들갑을 떨며 들어온 감독님과 뱅기 코치님을 보며 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뭐야? 그 자신감!"
뱅기 코치님이 내 제스처를 보곤 웃으며 말했고 감독님은 내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잘했어, 진짜 잘했어. 좀 재수 없지만 오늘은 봐줄게."
장난스러운 말들이 잠시 오가고 승리의 순간을 잠깐 만끽하자 재파 코치님은 단숨에 시선을 자신에게 모은다.
"자, 상대는 담언이다. 잊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야 된다. 아직 우리 이긴 거 아니야."
재파 코치님의 말에 우린 웃음기를 거두고 재파 코치님을 바라봤다. 뱅기 코치님은 앨림에게 붙어 빠르게 몇 가지 피드백을 전달했다.
양중인 감독님은 방금 전 경기에서 몇 번 불안한 플레이를 보였던 찬동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를 하셨다.
"찬동아, 캰이라고 해서 쫄 거 없어. 넌 칸느잖아."
"네네. 아, 초반까지 괜찮았는데."
"너 잘했어. 너 진짜 잘했어. 네가 버텨줘서 이긴 거야."
"맞아, 찬동아. 너 진짜 잘했어. 뭐 하려고 했으면 오히려 더 힘들어졌을 거야. 답답했을 텐데 잘 참았어."
나도 찬동이를 격려하며 상현 오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상현 오빠 너무 잘해. 진짜로. 오빠랑 같은 팀에 같이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거 진짜 영광인 거 알지?"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상현 오빠가 갑작스러운 내 칭찬 세례에 조금 부끄러운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난 작게 웃으며 말했다.
"두 번째 경기도 캐리 부탁할게요. 선배님!"
"솔직히 이번 경기는 네 캐리인 거 같은데."
"누나 2경기 연속 POG 받으시겠는데요?"
구마, 민영이의 말에 난 새초롬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나 좀 잘하긴 한 것 같아. 아, 미안! 재수 없니?"
말하고 나니 동갑 내기들이 무섭게 째려봐서 빠르게 손을 들고 사과를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브리핑과 피드백이 지나가고 2경기가 시작됐다. 2경기 역시 교체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
코치님은 최대한 상대방의 픽에 맞춰서 갈 것은 종용하셨고, 오늘 컨디션이 특히 좋은 내게는 과감한 픽을 골라보라고 하셨다.
"아마, 또 그런 픽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야."
재파 코치님의 말처럼 상대방 바텀 조합은 무난한 조합을 가져갔다.
"카이샤, 얄리스타라."
민영이는 또 다시 샤미라를 뽑았고, 난 잠시 고민했다.
"새라핀 어때?"
양중인 감독님의 말에 난 팔짱을 끼고 고심했다. 상대방 조합이 탑 갱플렝크, 그브 정글, 죠이 미드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갱플 궁이 떨어지면 W로 대응하기도 좋고 우리 조합 이니시가 조금 부족한 것도 보충이 될 것 같은데?
난 고개를 돌려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보며 말했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뽑을까요?"
찬동이가 이번에는 냐르를 가져왔고 앨림이 이번엔 올라프를 가져왔다. 상현 오빠는 한 번 더 야지르를 가져왔다.
"뽑자."
"그래, 뽑자."
감독님과 재파 코치님이 고개를 동시에 끄덕이며 말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난 헐레벌떡 새라핀을 골라 픽했다.
"누나 이거 연습 많이 하지 않았어?"
민영이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예뻐서 많이 했지."
"좋아서가 아니라요?"
"겸사겸사."
난 불신의 눈빛을 보내는 민영이를 보며 손가락 두 개를 위협적으로 들어 보였다.
"승리의 V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용도는 아니지. 눈깔 관리 안 하냐?"
내 말에 믿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꿔 나를 쳐다본다. 난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민영이의 등을 몇 번 두드려줬다.
"신챔이라 못 미더워하는 거 아는데 내가 설마 자신도 없는걸 담언이랑 할 때 뽑았겠냐? 신챔이라 이점도 있는 거 너 알잖아."
내 말에 민영이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이번에 새롭게 나온 챔피언인 만큼 대처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그 점을 노린 것도 있고 내가 신챔이라서 다른 챔피언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연습한 점도 한몫했다.
"좋아, 얘들아. 이기자."
감독님이 크게 손뼉을 치고는 코치님들과 부스 밖으로 나가셨고 담언과의 2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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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에서 처음 나온 새라핀에 상대 바텀 조합은 당황한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새라핀이 굉장히 좋았다.
"와, 이거 진짜 유지력 사기네."
팽팽한 상태에서 교전이 길어지면 무조건 우리가 유리했다. 새라핀의 유지력이 말도 안 되게 좋았기 때문인데 내가 한 템트리 연구가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이거 완전 사기지?"
한타를 하면서도 난 여유롭게 내 챔피언을 자랑할 정도로 시간이 남았다. 궁이 위력적이라 쉽게 들어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어설프게 딜교환을 하기도 애매했다.
"거의 15초 구원인데?"
민영이의 말에 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런 느낌이었다. 강화를 해서 W를 사용하면 말도 안 되게 실드가 붙는 건 물론이고 체력까지 차니 상대방 입장에선 절망적일 거다.
그렇다고 날 물기도 힘들었다. 내 반응 속도가 늦은 편도 아니었고 항상 강화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E, R 연계로 순식간에 몰살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못하죠?"
은근히 딜도 세서 견제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여간 우린 1경기 보다 오히려 더 쉽게 2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는데 새라핀의 사기적인 유지력 덕분에 이긴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
"와! 대박! 세나 누나 단독 POG다."
민영이의 말에 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스크린 화면에 떠 있는 내 사진을 바라봤다.
"대박!"
난 놀란 눈으로 팀원들을 쳐다봤는데 다들 하나같이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줬다.
"괴물 신인!"
"전장의 여신, 가디스! 크으... 멋있다. 멋있어."
팀원들은 스크린에서 나를 수식하는 글자들을 한 번씩 읽으며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하여간 생에 첫 LCK 단독 POG였다.
"윤세나 선수, 단독 인터뷰 준비해 주세요."
스태프의 말에 난 나도 모르게 꺅! 하는 소리를 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내 모습에 찬동이는 웃으며 말한다.
"야야, 그거 별거 아니야. 그 정도로 호들갑 떨 건 아니라고."
"응, 닥쳐."
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찬동이에게 말했고, 불의에 일격을 당한 찬동이가 입을 벌리곤 날 황당하단 표정으로 쳐다본다.
"근데 누나가 진짜 잘하긴 했어요. 나 진짜 너무 편하게 했어."
"누나가 다 떠서 먹여줬지? 인정이지?"
내 말에 민영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인정, 인정. 누나, 근데 새라핀이 원래 이렇게 좋아?"
"방금 조합에선 괜찮지. 쏘나 상위 호환이라고 할까?"
내 말에 민영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W 인가 그건 진짜 사기던데."
"완전 사기야. 이거 너프할 것 같아."
"신챔이 원래 사기잖아. 암살자 없으면 쓸만해. 유지력이 사기라."
난 즐겁게 민영이와 대화를 나누며 자리를 정리했다. 난 단독 POG 인터뷰를 위해 부스에서 나왔다. 내가 부스에서 나오자 상당히 많은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난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가 Y1의 응원 카드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팬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흔들어줬다.
"이쪽으로 오세요."
난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는데 팬들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었다.
"누나 사랑해요!"
"저보다 나이 많으신 것 같은데?"
내 말에 팬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언니! 저랑 결혼해요!"
"아무리 외로워도 우리 그러지 말아요."
"세나야! 나랑 사귀자!"
"저보다 LOM 티어 높으시면요."
"언니! 왜 똑같은 티만 입어요?"
"큐티 이런 거 하지 말자고요. 창의적인 거 부탁해요."
난 팬분들이랑 농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난 인터뷰를 맡으신 미모의 여성분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가디스 윤세나 선수! 먼저 올 시즌 LCK 최초, LCK 전체에선 최단기간 단독 POG를 받으셨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어... 올 시즌 최초 단독 POG인 건 알았는데 최단기간 단독 POG인 줄은 몰랐네요."
난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벼락처럼 소리친다.
"언니, 너무 예뻐요!"
난 그말에 수줍게 웃으며 손을 휘젓곤 말했다.
"아휴, 알아요."
내 재치 있는 답변에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난 다시 소감을 이어갔다.
"어, 너무 좋고요. 무엇보다 전 시즌 롤드컵 우승 팀인 담언을 상대로 오늘 팀이 승리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네, 너무 축하드립니다. 오늘 승리 소감까지. 오늘 가디스 선수가 픽하신 챔피언들이 요즘 잘 나오지 않은 챔피언이었잖아요. 미리 준비하신 건가요?"
"아, 네. 비밀리에 미리 준비를 했던 픽이고요. 새라핀 같은 경우엔 연습을 좀 많이 했던 챔피언이었어요."
"아, 역시 미리 준비가 됐던 전략이었군요. 1경기에선 모르가냐, 2경기에선 새라핀을 픽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어, 일단 1경기에서 모르가냐는 그랩류 챔피언을 상대로 언제나 좋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노틸러쓰를 가져가기에 픽했고요. 2경기도 조금 고민이 있었는데감독님께서 새라핀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괜찮아 보여서 뽑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두 경기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엄청난 피지컬을 선보인 장면이 굉장히 많았어요. 함께 보시면서 얘기 나눌까요?"
"아, 네."
난 고개를 끄덕였고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1경기 때 번번히 노틸러쓰의 그랩이나 궁, 다른 챔피언들의 위험한 CC기가 날아올 때마다 블랙 쉴드를 거는 내 모습이 나왔다.
"이 장면에서 엄청난 함성이 나왔거든요. 여기 부시에 노틸러쓰가 숨어 있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어떻게 반응하셨나요?"
"아, 네.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고. 그래서 반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헤헤, 감사합니다."
난 귀엽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2경기도 이런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한 타 때마다 뛰어난 포지셔닝을 보여주셨는데요. 이 5인 궁 장면. 어떻게 하신 건가요?"
"아, 새라핀도 궁, 점멸이 되거든요. 예쁘게 모여 있어서 순간적으로 들어간 것 같아요. 그런데 새라핀이 궁 투사체 속도가 늦어서 궁을 쓰고 점멸을 최대한 늦게 쓰는 식으로 사용해야만 반응하기가 어렵거든요."
5인 궁 장면이 다시 화면에 나왔고, 팬분들이 감탄을 내뱉으신다.
뭘 이 정도 가지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