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66. Y1 vs 담언 (66/95)



〈 66화 〉66. Y1 vs 담언

 계정을 만들어 연습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레벨 30을 찍어야 했고, 챔피언의 숫자도 적었다.

 현금의 힘을 빌려 레벨을 빠르게 30까지 찍고 최소 필요한 챔피언들을 갖춘 후에 랭크 게임에 돌입했다.


미드가 아니라 서포터여서 승률이 높진 않았지만 난 착실하게 랭크를 올리고 있었다.


'연습이  되긴 하네.'


낮은 티어에서 게임을 하다 보니까 숙련도는 올라가지만 연습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쉽게 스킬을 허용하고 또 말도 안 되는 싸움이 자주 일어나서 난감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

"어? 이걸  들어가? 원딜아! 왜 그래!  템을 봐라!"


난 답답한 마음에 들리지도 않는 말을  많이도 했다. 그런 내가 웃긴지 주변에서 나를 보고 피식거렸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하... 이걸 내 욕을 한다고?"


난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새어 나왔다. 누가 봐도 들어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혼자 급발진 해서 들어가 놓고 내 탓을 하다니...


난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르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아무리 티어가 낮다고 하지만 이거 정도가 너무 심하잖아.

"그래도 플래티넘인데 원딜 상태가 왜 이러지?"

 말에 진선 오빠가 웃으며 말한다.


"적어도 다이아는 가야 좀 편할걸?"

플래티넘 하위라서 그런가? 상위면 좀 다를까? 오빠 말대로 다이아에 가면 원딜 상태가  괜찮아지려나? 하여간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도 게임에는 집중했다.


"절대 안 질 거야."

이걸   없다. 얼마나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인데.  번 원딜이 던졌다고 해서 질 게임이 아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가 고른 챔피언이 쟈이라였다.

충분히 한 타에서 변수를 만들어낼  있는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봤다.

"그래도 우리 미드랑 정글이 잘 해서 다행이네."


솔직히 미드, 정글만 잘해도 게임이 한결 수월하다.


난 좋은 말로 원딜에게 타이른 뒤 우리 미드와 정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게 시야를 장악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수 있는 최선이었다.


"빼라, 빼. 나 없잖아."

난 위험 핑을 찍으면서 빠르게 아래로 내려왔다. 바텀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는  정글도 인지했는지 내가 시야를 장악하면서 아래로 뛰자 나를 따라서 내려온다.

한번 보자는 핑이 연신 찍혔고  제발 원딜이 먼저 급발진 하지 않게 해달라고 바텀의 신께 기도드렸다.


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우리 원딜은 침착하게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됐다. 이거 됐다. 다 잡을 수 있다."


우리를 보고 황급히 자신의 포탑 쪽으로 도망가는 두 바텀 놈들을 보며 타이밍을 봤다. 두 명이 순간적으로 겹쳐지는 순간 난 점멸을 사용해 E 스킬을 날렸다.


"됐다!"

두 명이 전부 묶였고 난 바로 궁과 W, Q 스킬을 연계했다. 순간적인 폭딜이 들어갔고 정글과 원딜이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림이 나왔다.


"아, 킬 차라리 정글이 다 먹는 게 좋은데."


원딜과 정글이 사이좋게 1킬씩 먹었는데 내가 봤을  원딜은 킬을 먹어도 별로 도움이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초반 단계에서 차라리 정글한테 힘을 더 실어줘서 게임을 터뜨리게 하는 편이 더 승산이 높아 보였는데 아쉽게 됐다.

"아, 뭐 그래도 좋아.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 충분해."


바텀도   풀어줬고  그래도 잘 커버린 우리 정글은 내가 타이트하게 잡아 놓은 시야 주도권을 바탕으로 열심히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전체 채팅으로 상대 정글이 욕설을 뱉을 정도로 상당히 잘했는데 플레이하는 걸 가만히 보니까 플래티넘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잘하는데, 우리 정글? 이거 부 계정인가?"


동선이나 갱 타이밍, 오브젝트 컨트롤 모든 게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척척 맞물려 돌아간다. 플래티넘이  정도 플레이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나중에 게임 끝나고 물어봐야지."

잘하는 정글 유저 하나 열 원딜 안 부럽다더니. 게임은 정말 미끄러지듯이 굴러갔다. 정글 차이라는 말이 우리 팀에서도 상대 팀에서도 나올 정도로 수준급의 플레이를 보여줬고 덕분에 우린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정글 게임 안 하네."


난 웃음을 터뜨리며 계속 보이지 않는 상대방 정글에게 위로를 건네줬다.

[진짜 개 ㅁㅊㄴ이네. ㅅㅇㅋㅍㅅ냐?]
[힘내세요...]


우리 팀이 봐도 안쓰러웠지 상대 정글에게 한 마디씩 위로를 건네는 걸 보니 우리 정글이 지독하긴 했던 모양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우리 정글 형 플래티넘은 아닌 것 같은데. 부 계정이야?]
[ㅇㅇ 원래 그마임.]
[하. 어쩐지. 역시 뭔가 다르더라.]


난 채팅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그마인가? 그마면 이거 무조건 친추해서 듀오 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상대방 정글이 게임을 하지 않아서 서렌을 쳤고 난 게임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와서 상대방 정글에게 슬쩍 친추를 걸었다.

"네가 그마라면 날 알아봤겠지?"

내가  자기가 플레이하기 편하게 판 다 깔아주고 슈퍼 플레이도 몇 번이나 보여줬으니까 내가 현지인이 아니라는 거 알겠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렸다는데 다행스럽게도  친추를 받아줬다.


난 바로 채팅을 보냈다.


[듀오 하실래요?]
[아, 쟈이라님이시구나. 잘하시던데 저야 좋죠. 킹텀은 피할 수 있겠네요. 원래 티어는 어디세요? 부 계정이시죠?]
[아, 네. 저 원래 챌린저요.]


내 말에 채팅이 끊긴다. 설마 안 믿는 건가? 방금 한 판은 충분히 챌린저스러웠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조금 상위 티어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그마 정글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 챌린저요? 지금 서포터 챌린저   없는데...]
[거짓말 아니고 진짜예요.]
[네네. 의심하는  아니에요. 그럼 시작할까요?]
[네!]


난 그마 정글 분과 함께 협곡을 누렸고, 연전연승을 거뒀다.


"야, 이렇게 편한 걸."

팀에 한 명이라도 이상한 사람을 줄이는 듀오가 내가 봤을 때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듀오가 답이다.

어차피 마스터부터는 듀오를 못하기 때문에 다이아까지만 가도 내가 봤을 때 성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하세요?  이제 나가봐야 하는데.]


오후 7시부터는 스크림이 잡혀 있어서 솔로 랭크를  수 없었는데 짧은 시간에 굉장히 점수를 많이 올렸다.

[아, 전 계속 할 거예요. 언제 또 하세요?]
[저 한 12시나 가능한데. 그때까지 하세요?]
[네네.  새벽까지 해요.]
[오, 그럼 그때  같이 해요.]
[네, 알겠습니다.]

난 약속까지 잡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스크림을 준비했다.

#


스크림에서 난 실험적인 서포터 픽을 가져가며 바텀 교전에서 우위를 가져왔다. 그 우위를 바탕으로  한 타에서  이득을 많이 봐서 스크림 경기도 모두 승리를 거둘  있었다.


"확실히 세나가 그런 부류의 챔피언들을 하니까 바텀 주도권을 꽉 쥐게 되네."


감독님의 말에 난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제가 스킬샷이 좀 정확해야죠."


 잘난 척 재롱에 팀원들도 감독님, 코치님들도 다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그래. 우리 세나가 스킬샷은 정확하지."

감독님의 인정을 받은 나는 거만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양손을 떨면서 호응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그런 내 모습에 팀원들은 착하게도 환호를 질러줬다.

"윤세나! 윤세나! 우유 빛깔 윤세나!"
"호오오오오오오!"

난 만족한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만하면 됐다고 손을 들어 보였다.

"부 계정 키우는  어때?"
"재미있어요."


내 대답에 감독님이 웃으며 말한다.

"아니, 얼마나 키웠냐고."
"아, 지금 플래티넘 구간이에요."
"연습이 좀 되는  같아?"
"어... 숙련도 키우는 건 도움이 되는  같은데 상대방이 아무래도 티어가 좀 떨어지다 보니까 만족스럽진 않아요."


내 말에 감독님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어쨌든 비밀리에 챔피언을 연습해야 하니까 숙련도라도 많이 키워. 티어야 어차피 계속하다가 보면 오를 테니까."
"네."


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감독님께선 스크림 했던 경기를 토대로 피드백에 들어갔고 우린 집중해서 감독님과 코치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모든 피드백이 끝나고 우린 숙소로 걸어갔다.

"끄응차!"


난 기지개를 켜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는데 그런 내 옆에 있다가 봉변을 당한 찬동이가 파다닥 거린다.

"아, 뭐야? 걸리적거리게. 넌 왜 자꾸  옆에 있냐? 내가 좋아?"
"뭔 개소리야. 나 여자친구 있거든."
"아, 그러니까. 여자친구 있는 애가 왜 자꾸  옆에서 알짱거리냐고. 네 여자친구한테 다 이른다?"

내 말에 찬동이는 흠칫 몸을 떨며 내게서 멀어지더니 말한다.

"뭐야? 너  여자친구랑 아는 사이야?"
"이 바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알려면 내가 못  것 같아? 네가 자꾸  옆에서 기웃거린다고 다 얘기한다?"
"아니, 기웃거리긴. 그냥 동갑이고 친구고 하니까 편해서 그런 거지."

난 눈을 가늘게 뜨고 찬동이를 바라봤다. 찬동이는 그런  눈빛에 어이가 없는지 기가 찬 표정으로 말한다.

"야.  여자친구가 너보다 훨씬 예쁘거든? 몸매도...
몸매는 뭐... 하여간. 친구한테 걸리적거린다는 게 뭐냐? 걸리적거린다는 게."


흠. 걸리적거린다는 말은 좀 심했나? 난 손을 들어 보이며 찬동이에게 순순히 사과했다.


"그래, 걸리적거린다는 말은 좀 심했던 것 같다. 내가 사과할게."


내가 순순히 사과하는 모습에 오히려  불안한 표정으로 찬동이가 날 쳐다본다.


"왜 그래?"
"뭐가? 사과해도 난리야."


난 다시 스트레칭을 하며 천천히 숙소로 걸어갔다. 숙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우린 다시 연습실로 가서 솔로 랭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가끔은 연습실에서  시켜 먹을 때도 있었지만 건강한 식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되도록 숙소에서 먹고 오는 걸 권장하셨다.


"오, 맛있는 냄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밀려드는 맛있는 냄새에 나는 코를 킁킁거렸다.

"오늘 메뉴는 갈비찜이네."
"LA 갈비 같은 느낌인데."

선수들은 저마다 메뉴를 예상하며 숙소로 들어갔는데 오늘 야식 메뉴는 갈비찜이었다.


"오, 갈비찜!"

난 눈을 빛내며 얼른 내 방으로 들어가 패딩을 던져버리곤 화장실에 들어가 후다닥 손을 씻었다.

바로 포슬포슬 잘 된 밥을 떠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먹기 시작했는데 내 움직임이 굉장히 돋보였던 모양이다.

"와, 진짜 빠르네."
"뭐야? 벌써 먹고 있어?"


난 손을 들어 보이면서 입안 가득 느껴지는 갈비찜의 풍미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맛있다. 어머니 진짜 맛있어요!"


이 늦은 시간까지 우리를 위해서 식사를 준비해주신 어머니께 난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갈비찜을 먹었다.

"먹고 더 먹어요. 많이 해놨으니까."
"네! 무조건 더 먹을 거예요!"


내가 너무 맛있게 먹자 배가 고파졌는지 다른 선수들도 얼른 밥을 퍼 오기 시작한다.


"이야, 밥 진짜  됐다."

아침은 1군 선수들끼리만 먹어서 뭔가 조용하고 조촐한 느낌인데 확실히 점심과 저녁은 선수단 전원이 함께 먹으니까 굉장히 왁자지껄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훨씬 좋긴 한  같다. 밥을 먹다가 보니까 갑자기 매일 혼자 밥을 먹을 언니가 생각나 뭔가 굉장히 미안해졌다.


"뭐야? 갑자기  울라 그래?"

마주 않은 찬동이가 울먹거리는  보더니 물었고 난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안 우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하구만 뭘 안 울어."
"뭐야? 세나야. 갑자기 왜 그래?"
"엥? 누나 울어요?"
"갑자기 운다고? 왜?"


갑작스레 내게 몰린 관심에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렇게 여린 감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는데. 몸이 여자가 되니까 마음도 여려졌나?

"아니, 그냥... 언니 혼자  먹고 그러는 게 뭔가  미안해서."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이게 웃을 일인가? 난 진짜 심각한데. 난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는 팀원들을 봤는데 민영이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낸다.


"남자친구분이랑 먹고 있으실 거야. 그러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마, 누나."
"에? 네가 우리 언니가 남자친구 있는  어떻게 알아?"
"딱 봐도 척이지. 전화  번 안 오던데 뭐. 그렇게 외롭고 누나가 그립고 했으면 밥 먹듯이 전화 왔겠지. 누나 최근에 전화받은 적 있어?"
"...."

하. 윤세연, 요것 봐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