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65. 첫 휴일 (65/95)



〈 65화 〉65. 첫 휴일

터져 나온 웃음은 앵무새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굉장히 큰 체격의 털보 남성이었는데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여기 사장님이세요?"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짓는다.


"예, 제가 여기 사장입니다. 그 앵무새가 마음에 드십니까?"
"아, 네. 진짜 예뻐요."


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살짝 눈을 흘겼다.


"진짜 말하는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만든 사람한테는 그거 엄청난 극찬이네요."

그런가? 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다.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말이니까.

털보 사장님은 기분이 좋았는지 아니면 날 놀라게 만든 게 미안했는지 앵무새와 그 앵무새가 앉아 있는 횟대를 들더니 말했다.

"여기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건네주신 앵무새와 횟대를 품에 안았다. 거부할 틈도 없이 다짜고짜 내 품에 안겨줬기 때문인데 난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어? 이걸 주신다고요?"
"네. 제가 놀라게 해드린 것도 있고 사과의 의미에서 선물로 드릴게요."

난 내 품에 안긴 앵무새와 횟대를 보고 다시 그 털보 사장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술품을 그냥 선물로 받는 건 아니라고 배웠어요. 파신다고 들었는데 저도 합당한 가격을 드리고 싶어요."

내 말에 털보 사장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더니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그냥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요? 그럼 이렇게 하죠. 여기 단골이 되신다는 조건으로 선물을 받으신 거라고 생각하세요."


호오? 이건 나한테 좋은 조건 같은데. 마음에 드는 단골이 아니면 조각은 팔지도 않으신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선물로 주고 거기에 단골이 돼 달라고?'


이건 아무리 봐도 내가 남는 장사였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했더니 털보 사장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본래 예술품이라는 게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가야 의미가 있는 거라서요."


음, 그 말은 내가...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라 이건가? 뭐, 내가  예술적인 심미안이 뛰어나긴 하지.


"그건 그렇죠."

난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털보 사장님은 그런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신다. 하여간 좋은  좋은 거라고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해요. 소중히 간직할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장작이나 땔감으론 써도 쓰레기통에 넣진 말아주세요."
"에에!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난 털보 사장님의 말에 팔짝 뛰며 기겁했다. 털보 사장님은 그런 내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시더니 말한다.

"금방 파스타 만들어 드릴게요."

털보 사장님은 그렇게 말하며 주방으로 가시는 것처럼 보였다.  품에 안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이 앵무새 조각과 횟대를 쳐다봤다.

"아니, 이걸 어떻게 땔감이나 장작으로 쓰래? 만든 사람 맞아?"

난 입을  내밀곤 이미 털보 사장님의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아마 내가 한 말을 들었을 거다. 일부러 들으라고 크게 말했으니까.

"그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상현 오빠는 나와 똑같이 멀어져 가는 털보 사장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가 자신을 쳐다보자  쳐다본다.

"아마, 자신이 준 조각을 누군가 쓰레기통에 버린 걸 보신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에에. 설마. 이렇게 예쁜 조각을 왜 쓰레기통에 버려?"
"누구에게나 아름답진 않을 테니까.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상현 오빠는 그렇게 말하며 털보 사장님을  좋게 보는 나의 생각을 바꾸려는 듯 보였다.

"나무로 타는 건 그래도 뭐라고 할까... 그래도 화장을 해주는 느낌? 뭐 그런 느낌인데. 쓰레기통에 버리는  정말 버리는 것 같잖아."


흠, 그렇게 얘기하니까 또 이해가 가기도 하고... 난 털보 사장님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상현 오빠가 자리에 앉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마음에 드는 조각을 받아 기분은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온 파스타도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다.


 먹고 계산을 하며  직원에게 물었다.

"털보 사장님은요?"
"아, 주방에 계실 거예요. 사람들이 조금 오기 시작하는 시간이거든요."

우리가 조금 이르게 먹은 편이었고 이제 막 가게 안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쁘신 것 같으니까 죄송하지만 사장님께 전달 좀 해주시겠어요."
"아, 네. 물론이죠. 근데 어떤 걸?"


직원은 내가 뭔가를 주는 거로 알았는지 손을 내밀었다.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앵무새와 횟대를 들면서 말했다.


"이거 선물로 주셔서 감사하다고요."

내가 앵무새와 횟대 조각을 들고 있자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어? 그걸 사장님께서 주셨다고요?"
"네."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 직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오늘 처음 오시지 않으셨어요? 아, 혹시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신가요?"
"아니요. 오늘 처음 봤는데..."
"그런데 이걸 드렸다고요? 그냥요? 선물로?"

믿기지 않는다는 직원의 얼굴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직원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사장님께 전달해 드릴게요."


직원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마치 우리가 거짓말을 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켕길 께 없던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고 직원도 그러한 내 태도에 더는 묻지 않았다.

난 그곳을 나와 책이 담겨 있는 가방에 조심스레 앵무새와 횟대를 넣고는 상현 오빠와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

상현 오빠는 내가 계속 앵무새와 횟대를 쳐다보니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진짜 마음에 들어."

길에서 파는 조각들과는 정말 차원이 달랐다. 깃털 하나 부리며 눈동자 다리까지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는 조각이었다.


그 털보 사장님이 뭐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분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뛰어난 조각 솜씨를 가지고 있는데 그냥 일반인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뭔가 이쪽으로 되게 유명하신 분이라던가. 하여간 아무리 봐도 예술가이신  같은데."
"힘을 숨긴 요리사다?"


상현 오빠의 말에 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앵무새 조각과 횟대를 꺼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앵무새와 횟대 조각을 꺼내자 시선이 집중된다.

"진짜 같지 않아?"


살아있는 걸 아무리 조각해 봐야 죽어있는 것이다. 그 죽어있는 걸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조각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버스 안에서도 단번에 이목을 집중 시킬 정도로 굉장히 수준 높은 조각품이다.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질문에 스스로 답을 했다.


"확실히 좀 다른 것 같아. 생동감이 있다고 할까? 거기다가 엄청 섬세한  같고. 이 깃털 같은 것도 누가 조각이라고 보겠어."


정말 채색까지 들어갔으면 깜빡 속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재질이 나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나마 놀라는 게 덜했지.

아마 색까지 칠해져 있었으면 진짠 줄 알고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긴 하네."

상현 오빠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앵무새 조각을 쳐다봤다. 상현 오빠 눈에도 굉장해 보이긴 한 모양이다.


뭐, 어쨌든 오늘 하루 이 조각 하나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상현 오빠와 나는 거의 저녁 무렵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먹고 있는 우찬 오빠와 진선 오빠를 볼  있었다.

"이제 들어오냐?"


진선 오빠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와 상현 오빠를 보며 말했고 우찬 오빠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이 데이트 잘하고 왔어?"

우찬 오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잘하고 왔어. 책도 사고 카페도 가고 점심, 저녁도 먹고. 중간에 영화도 보고 왔어."

내 말에 우찬 오빠와 진선 오빠가 서로를 마주 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날 쳐다본다. 난 고개를 갸웃하며 그런 둘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현 오빠는 헛기침을 별안간 헛기침을 하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런 상현 오빠를 우찬 오빠와 진선 오빠는 전투적으로 따라 들어간다.

갑작스러운 둘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며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상현 오빠 방에 들어가? 뭔데?"
"넌 알  없어. 남자들끼리 진한 대화를  나눠야 하니까 넌  방에나 들어가."


하, 내가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오다니... 남자들끼리 진한 대화라고 하니 무슨 말인지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한창일 나이니까. 난 누구보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내 짐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간헐적으로 상현 오빠의 비명이 들리는  내 착각인가?


#


담언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뭔가 많이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연습할 때도 굉장히 집중해서 플레이했고 감독님이나 코치분들도 무서운 얼굴로 담언 분석에 열중했다.

난 감독님께 서폿 조커픽에 대해 얘기했는데 감독님께서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세나가 원래 미드 챔피언 잘 다루잖아. 서폿형 미드 챔피언으로 바텀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긴 했어."
"아, 그래요?"

내 말에 감독님께서 고개를 끄덕이며 누군가를 쳐다보신다.


"재파 코치님?"


  시선을 따라가며 감독님에게 말했다.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맞아. 서포터 챔피언 다루기엔 아까운 피지컬이라고 많이 얘기했거든. 그래서 최근에 우리가 몇  챔피언을 뽑아봤거든?"

감독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며 나열한 서폿 챔피언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퍄이크, 재라스, 쟈이라, 미포, 새라핀, 블리츠 정도?
 메타에 엄청 나쁘지도 않으면서 세나의 피지컬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픽들 같거든. 어떻게 생각해?
아, 상황에 따라선 럭쓰나 밸코즈도 그렇게 나쁜 픽은 아니라고 생각해."
"오, 괜찮은데요? 몇 개 끌리는 챔피언들이 있긴 하네요."
"그래? 그럼 연습을 아까 내가 얘기했던 챔피언들 위주로 해줄 수 있어? 지금은 래오나, 쓰래쉬 위주로 많이 플레이하고 있지?"
"네."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내 전적을 검색해 보신다. 그러더니 어느 정도 됐다 싶으셨는지 앞으로는 새라핀, 블리츠를 연습해 보라고 하셨다.


"중간중간 다른 픽들도 껴서 해봐. 미포는 빼고."
"네."

감독님의 의도를 파악한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웃음에 감독님도 내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는 걸 눈치채신 모양이다.


"부 계정을 하나 파야겠네요."


난 내 자리에 앉자마자 최초로 부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내 본 계정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져 있었다.

방송을 하면서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 Y1에 입단하면서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사실상 롬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 알게  것이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싸워야 할 팀들도 내가 어떤 챔피언을 주로 연습하는지 어떤 챔피언으로 했을 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지 어떤 형태로 운영을 하는지 다 알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계정을 하나 만든다면? 뭐, 이것도 결국엔 알려지게 되겠지만 노출이 되기 전까지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다.


"어우, 튜토리얼 대박. 진짜 오랜만에 해본다. 근데 뭐가 좀 바뀐 것 같네."

레벨1의 계정을 보며 난 웃음을 터뜨렸다. 롬을 처음 했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뭐가 좀 많이 바뀌었네."


 오래전이라서 명확하게 기억이  나긴 했지만 튜토리얼 모드가 예전과는 좀 달라졌다는  확실했다.

처음에 이렇게 챔피언들  쓸  있게 해주지 않았는데. 그리고 원래 애쉬 아니었나? 애쉬?


"오오. 뭐야? 야리도  수 있어? 럭쓰도 할 수 있네. 오오. 뭐야? 댜리우스랑 먀이도   있네. 이거 엄청 좋아졌네. 나 때는 애쉬 말고는   있는  없었는데."


내가 혼자 중얼거리며 튜토리얼 모드를 하고 있자 다른 선수들도 관심이 생기는지 내게 다가온다.

"어? 누나 이거 부 계정 만드신 거예요?"

우재가 다가와 내게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응. 비밀 계정이지. 아무도 모르게 연습하려고."
"오? 튜토리얼 모드 뭔가 많이 달라졌네."

옆에서 보던 진선 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이거 봐. 이거 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누르면 캐릭이 바뀐다."
"오오. 뭐야? 라이언!"

진선 오빠의 호들갑에 웃음이 나왔다. 다른 선수들도 오랜만에 보는 튜토리얼 모드에 과도한 관심을 가져서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야야, 다들 빨리 가서 연습이나 해.  이렇게 튜토리얼 모드에 관심이 많아."

 주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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