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59. 데뷔전 Y1 vs 한하
다들 나를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기에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해 앉았다.
그럴 수도 있지 거 참. 너무 무안을 주네.
하여간 최종적으로 우리 팀이 가져온 챔피언은 그브, 죠이, 쥔, 캬밀, 얄리스타였고 상대방은 올라프, 카이샤, 세뜨, 랠, 오리였다.
"어느 정도 대치 구도에서 변수를 만들면서 캬밀이 뒤를 보는 식으로 플레이해도 좋을 것 같고 사이드 운영을 해도 좋을 것 같아. 상대방은 랠이랑 오리아냐 연계 플레이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아. 이번에는 적도 CC기가 많으니까 이전 경기처럼 조금 꼬여도 방금 전처럼 원사이드한 경기는 안 나올 거야. 이 부분 유념하고 플레이하자."
"네!"
"네, 알겠습니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됐고 우리들은 깔끔하게 2승으로 끝내자는 말을 하고 있었다.
6분, 올라프가 랠과 함께 용을 치는 걸 민영이가 확인했다.
"어? 얘들 용 친다."
"아, 그거 줘야 돼. 나 지금 탑이야. 줘. 줘."
앨림의 오더에 민영이는 군소리 없이 바텀으로 내려온다.
"채굴이요!"
찬동이의 말과 동시에 포탑 채굴 골드가 들어온다.
"오, 뭐야?"
세뜨도 라인전 상성이 나쁘지 않은데 채굴을 당했네? 난 순수하게 놀라서 감탄했고 찬동이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나 이거 바위 게 먹고 싶은데 좀 봐줄 수 있어?"
"어, 근데 나 노플이다."
"내가 텔로 합류할게. 조금만 천천히 해."
빠르게 의견이 교환되고 바로 움직인다. 찬동이가 텔을 타고 빠르게 바위개 싸움에 합류했고 앨림은 적극적으로 바위 게를 치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거 본다. 나 6이야."
상대 올라프가 핑크 와드를 설치하며 적극적으로 내려오는 모습에 먼저 합류한 찬동이가 올라프를 물겠다고 했다.
"어... 그래, 가자."
궁을 사용해 찬동이는 올라프를 가뒀고 둘은 열심히 올라프를 때려 결국 잡아냈다. 하지만 그 동안 오리야냐가 합류하지 못하게 견제하던 클로서, 준현이가 죽어버렸다.
1:1 교환이긴 했지만 썩 기분 좋은 교환은 아니었다.
'준현이가 적당히 견제하고 빠졌으면 상황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
나였으면 아마 그렇게 오더를 내렸을 것 같은데 올라프를 잡느라 그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어? 아, 죽었다."
찬동이의 말에 탑 상황을 보니 올라프가 갱을 왔다. 찬동이는 갱이 올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는지 자신의 포탑과 가까운 곳에서 역으로 달리다가 결국엔 죽고 말았다.
분위기가 확실히 불편해졌다. 흐름이 한하에 넘어갔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키아아아악
"아, 전령 나갔네."
앨림의 탄식에 난 미간을 좁혔다. 아래쪽 동선을 가져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야도 없었고.
"이거 미드 한 번 잡자."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플레이가 한 번 필요했다. 난 각이 보여서 미드로 올라갔고 앨림도 불렀다.
"앨림아 너도 미드로 좀 와 봐. 민영이도."
"알았어."
"네, 올라갈게요."
앨림은 내 말에 미드로 오기 시작했고 난 점멸을 사용해 뒤쪽에서 오리아냐를 물었다.
당황한 오리아냐가 점멸을 사용해 피해 봤지만 네 명이나 되는 우리 팀원들의 공격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오케이, 오리아냐 플 빠졌어. 다시 라인 복귀하자."
"네."
내 말에 민영이가 바텀으로 나를 따라 내려간다. 방금 플레이로 숨을 좀 돌릴 수 있게 됐다. 필요한 플레이였는데 통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원 투자를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손해를 본 것도 없었다. 한하도 방금 플레이로 살짝 우리에게 넘어온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 미드 전령 풀었다."
챙겨 먹었던 전령을 미드에 풀어 포탑 채굴 골드를 잔뜩 챙긴다. 난 전령을 미리 예상하고 미드에 방어를 하며 민영이에게 말했다.
"나 없다."
"네, 누나."
민영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이샤와 영혼의 맞다이를 가져갔는데 미니언이 더 많아서 밀리지 않았지만
위험 핑을 찍었다.
"여기 내려간다. 애들 조심해라."
"네, 누나."
내 말에 민영이가 살짝 뒤로 빠졌다. 죠이는 텔을 바텀에 탔고 그러자 상대 오리아냐도 바텀에 텔을 사용한다.
'용쪽 시야가 하나도 없네.'
난 미드를 앨림과 밀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용 트라이를 할 것 같은데 우리 인원이 양쪽으로 나눠져서 아무래도 용을 먹기는 힘들 것 같았다.
"어? 이거 용 먹는 것 같은데?"
클로서, 준현이는 그렇게 말하며 용쪽으로 이동했다.
"용이다. 이거 용이네. 용 가자."
어... 그냥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시야가 하나도 없어서.
"용, 용!"
앨림이가 다시 한 번 용으로 모이라는 오더를 내렸고 난 어쩔 수 없이 앨림의 오더를 따라 용으로 함께 이동했다.
용 먹는 걸 확인하던 준현이가 우리가 내려가는 도중에 죽어버렸다.
"아..."
"이거 빼야 돼. 못 먹어."
"그래, 빼자."
"아,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하나도 안 괜찮다. 두 번째 용을 너무 쉽게 줬다. 방해할 거였으면 제대로 방해했어야 하고 합류하려고 했으면 진작 합류를 했어야 한다.
저렇게 시야도 없는데 혼자서 무리하게 용을 확인하는 건 사실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팀 분위기가 점점 좋지 않아졌다. 흐름은 완벽하게 다시 한하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미드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던 게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됐다.
"오우, 세뜨 엄청 세네."
그나마 믿을만한 구석이라면 칸느, 찬동이였는데 슬슬 라인전 구도에서 세뜨에게 밀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14분.
적 바텀 삼거리 와드를 지우려고 들어갔다가 랠과 조우해 난 황급히 뒤로 빠졌다. 랠의 스킬을 통해서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인데 내 뒤에 있던 쥔, 민영이를 보며 말했다.
"빠져 민영아, 셋이다. 셋."
"나 왔어. 나 왔어! 이거 해보자. 들어가자."
3:3 구도이긴 했지만 우리가 지형적으로도 좀 불리하고 바텀에서 라인을 밀고 있는 카이샤까지 합류하면 불리해진다.
그에 반해 죠이는 조금 멀다. 순간적으로 4:3 싸움이 되기에 난 빠지는 게 맞다고 봤지만 앨림의 오더에 어쩔 수 없이 호응했다.
난 점멸을 사용해 네 명 모두를 공중으로 띄웠다. 앞에서 궁을 사용해 딜을 다 맞아주면서 뒤로 조금씩 다시 빠졌다.
"나 텔! 나 텔 탄다!"
찬동이가 텔을 탄다고 하지만 너무 늦었다. 진작 더 빠르게 탔어야 했다. 게다가 위치가 우리 뒤쪽에 박힌 핑크 와드에 타는 게 아니라 적 중앙에 삼거리 와드에 탔어야 너 효율적이었다.
결국, 앞에서 모든 딜을 받아낸 나만 죽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합 자체가 우리가 싸우기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오리아냐가 상당히 거슬렸고 랠, 세뜨, 올라프도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아, 전령 또 먹혔네."
"너무 신경 쓰지 마. 이거 어차피 우리 주도권도 없고 시야도 다 먹혀서 뺏어 먹기도 어려웠어."
난 애써 앨림을 위로하며 게임에 집중했다. 한하는 바로 전령을 미드에 풀었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미드 포탑은 아주 적은 체력을 남기고 터지진 않았다.
"이거 뒤로 빠지자."
우린 바텀 라인을 정리하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 민영이에게 오더했고 아니나 다를까 억지로 싸움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거 누구 있다."
내 예상대로 올라프가 보였고 우린 빠르게 포탑 쪽으로 이동했다.
"와... 이거 걸렸으면 죽었다."
"그러게요."
민영이도 한숨을 내쉬며 라인을 받아 먹었다.
"이거 용 줘야될 것 같은데요."
앨림의 풀이 죽은 목소리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건 줘야 맞겠다."
화염 용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욕을 먹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 나 죽었다."
준현이가 탑 쪽으로 이동해 시야를 잡으려다가 부시에 숨어있던 세뜨에게 물렸다. 오리아냐도 빠르게 합류해 둘이서 준현이의 죠이를 때렸다.
스펠까지 사용하며 어떻게든 살려고 해봤지만 결국 잡히고 말았다.
"아... 미안.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점멸 빼지 말 걸 그랬다."
"괜찮아, 괜찮아."
앨림이 애써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 보려고 했지만 사실 경기가 많이 어려웠다.
우린 계속 주도권을 잃은 채 끌려갔고, 결국 마지막 용을 가지고 싸우다 대패를 했다. 크게 기운 형세를 우린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두 번째 경기를 한하에게 내주고 말았다.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잘했어."
감독님은 손뼉을 치시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셨지만 그런다고 해서 기분이 풀리진 않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분명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들이 존재했는데 그때마다 아쉬운 판단이 스스로 발목을 붙잡았다.
'내가 오더를 해야 돼.'
메인 오더가 아니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팀원들에게 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조금 답답했다.
오더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긴 하겠지만 앨림은 나처럼 세세하게 세부적으로 오더를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난 아주 작은 것부터 세밀하게 어떻게 보면 귀찮을 정도로 작은 것도 하나하나 오더를 해줬지만 앨림은 아니었다.
큰 틀에서 굵직한 오더만 간혹 할 뿐 팀원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부여하는 편이었다.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경력이 많은 선수라면 그런 게 오히려 좋을 수 있지만 지금 이 팀은 달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오더가 필요한 팀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경험이야 적지만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내 감이나 직관이 거의 들어 맞는 모습을 아까도 확인했다.
'중요한 부분에서 내가 했던 판단이 옳았어.'
재파 코치님과 감독님 그리고 팀원들은 한 경기 내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적극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오더를 하게 해달라고 할까?'
내가 오더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승률은 조금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건방져 보이려나...'
오더는 상황에 따라서 모두에게 골고루 시켜볼 생각이라고 했던 감독님의 말이 떠올랐다.
"감독님, 저 오더 못 하겠어요. 그냥 세나가 하면 안 될까요?"
앨림의 말에 난 화들짝 놀랐다. 혹시나 내가 겉으로 생각을 말했나 싶어서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제 생각에도 앨림 형 오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세나 누나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민영이가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세나가 오더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찬동이도 내게 힘을 실어줬고 준현이도 내 오더가 제일 좋았다면서 나를 적극적으로 오더로 추천했다.
"세나 누나가 어차피 메인 오더잖아요. 차라리 시즌 초반부터 세나 누나가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해요."
선수 전원의 의견이 일치됐고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서로 의견을 나눈다.
"세나가 이번 경기 오더를 맡아 줘. 괜찮겠어?"
"물론이죠."
재파 코치님의 말에 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좋아, 그럼 마지막 경기 잘해보자. 멤버들은 그대로 간다."
"네!"
"알겠습니다."
멤버 전원 교체 없이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고 우린 눈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멤버가 바뀌지 않은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그대로고."
마지막 경기에서 우린 탈리야와 레낵톤, 사미랴와 마오캬이 이렐리야를 가져왔고 상대방은 그브와 카이샤, 오룬, 랠, 빅툐르를 가져갔다.
"우리 라인전 진짜 흐름만 타면 다 부숴버릴 수 있겠다. 탑, 미드 믿는다. 그리고 앨림아. 이번에 네가 진짜 중요한 거 알지? 네가 갱 성공시키냐 못 시키냐에 따라서 판도가 달라질 수가 있어."
"아, 왜 부담 주고 그래."
"부담이라니. 그냥 그렇다고."
상체에 잔뜩 힘을 실은 조합이다. 속도를 내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주저앉아서 지고 말 거다.
"준현아, 누나가 너 믿어도 돼? 이랠 잡았는데 당연히 믿어도 되겠지?"
"아... 그럼요."
약간 뜸을 들이긴 했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긴 했다. 팀원들에게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좀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방금 져서 그런지 아무래도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좀 떨어진 게 보였다.
"민영아 누나 제국만 뽑게 좀 도와주라. 알지? 마오캬이 제국 빨리 나오면 바텀 터지는 거."
"알죠, 알죠. 킬 먹여 드리겠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고. 하여간 잘 하자."
제국만 빨리 나오면 솔직히 바텀은 쉽다. 바텀만 쉬운 게 아니라 게임 전체적으로 쉬워져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묘목만 던져도 이기는 광경을 내가 보여줄게."
게임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돌아갔다. 난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활발하게 오더를 했다.
"준현아 빅툐르 어차피 라인 클리어 약하나까 초반에 딜 교환 강하게 가져가. 밀어두고 집 가는 형태로."
"네, 누나."
"찬동이 너는 라인 계속 쭉쭉 밀고. 네가 정글 어그로 좀 끌어줘야 돼. 다른 라인 좀 편하게 가게."
"알았어. 어차피 나 레낵톤이라 안 죽을 자신 있어."
"오룬 딜 교환 각 나오면 적극적으로 딜교 하고, 정글 불러서 다이브 각도 볼 수 있으니까."
"알았어."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지시도 다 할 수 있고.
"이거 미드 한 번 볼게."
"어어. 나쁘지 않다."
미드 상황을 보니 점멸을 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봐. 해봐. 지금 바로."
내 말에 앨림과 준현이가 상대 미드를 강하게 압박한다. 갑자기 나타난 탈리야와 앞으로 무빙을 하는 이랠리아를 보며 뭔가 위험을 감지한 모양이다.
빠르게 뒤로 점멸을 타고 빠져나가는 빅툐르.
"오케이, 점멸. 이득이다."
앨림의 말에 준현이가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이모티콘을 보여주며 말한다.
"굿굿. 방금 타이밍 좋았다. 오더 좋았어요, 누나."
"야, 방금은 내가 잘한 거 아니냐?"
"최종 결제는 어차피 누나가 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앨림이 쭈글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