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53. SKY Y1
나는 연습실로 들어가 감독님께 SN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신 이만수 대표님과 한 통화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렸다.
감독님은 별다른 말없이 알겠다고 하셨고, 난 다시 패딩을 걸곤 내 자리에 앉았다.
"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할 테니까 다들 종료하고 거실로 다들 모여."
감독님의 말에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게임 중인 선수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우르르 거실로 몰려간다.
나도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일어나 거실로 향했는데 감독님 말대로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되게 어색하네.'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 그런지 굉장히 서먹했다. 나도 굉장히 낯을 가렸지만 다른 선수들도 굉장히 낯을 가렸다.
감독님과 코치분들도 모두 모였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감독님과 제파 코치님, 뱅기 코치님이 선수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나는 조용히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아직 게임을 하고 있는 몇 선수들에게 감독님이 핀잔을 주신다.
"야, 얼른얼른 끝내라. SKY가 그 정도밖에 안 돼? 15분이면 서렌 나오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더... 던질까요?"
당황한 태디 님께서 물었고, 하데스 선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금방 끝내겠습니다."
페이크 선수는 감독님이 뭐라고 하건 말건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 역시 페이크 센세.'
세 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내 옆에 앉은 칸느 선수가 힐끔, 힐끔 나를 쳐다보기에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더니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난 그런 칸느 선수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칸느 선수도 내 인사에 호다닥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 우리 둘의 모습에 감독님은 웃더니 말한다.
"둘이 동갑일 텐데. 이 분위기 어쩔 거야..."
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는데 어색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그런 것 같았다.
팀에 여자 선수가 들어온 것도 들어온 거지만 선수들 중에는 아마 나를 아는 사람도 있을 거다.
LOM을 잘하는 사람이야 많았지만 LOM을 잘하는 여자는 희박했기 때문에 챌린저들 사이에서도 나는 꽤 유명했다.
프로 선수들도 나를 가끔 언급할 정도로 나쁘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신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분들도 계셨다.
"간단하게 소개를 했지만 정식으로 다시 소개를 드릴게요. 아, 그리고 앞으로 말은 편하게 해도 되겠죠?"
"아, 물론이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안 그래도 불편해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내 말에 양중인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더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시곤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신다.
난 화들짝 놀라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SKY Y1의 감독, 양중인이라고 합니다. 올해 나이는 스물아홉이고요. 실력 있는 서포터를 영입할 수 있어서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잘해봐요."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양중인 감독님은 자신의 옆을 쳐다봤고 시선을 받은 제파 코치님은 살짝 당황하시긴 했지만 능숙하게 자신의 소개를 이어나갔다.
"재파, 이재민 코치라고 합니다. 어... 나이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올해 서른넷이고요. 여기 양중인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추천하셔서 플레이 영상과 방송을 봤거든요. 굉장히 뛰어나시더라고요. 바로 양중인 감독님께 접촉해 보자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이렇게 데려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 정말 기대되는 선수고 팀에 최대한 빨리 섞일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습니다. 어... 저도 말 편하게 해도 되겠죠?"
"물론이죠."
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재파 코치님은 곧바로 옆에 있는 뱅기 코치님을 봤다.
"안녕하세요. 어... 아까 잠깐 인사를 나눴는데 정말 너무 미인이셔서 조금 놀랐어요. 지금도 심장이 좀 떨리네요. 어... 저도 감독님과 코치님을 도와 윤세나 선수가 최대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연식이 좀 돼서... 편하게 말해도 되겠죠?"
"네. 그럼요. 어,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까는 서로 간단하게 악수를 하고 이름만 얘기하는 거로 끝났는데 지금은 확실히 뭔가 내가 선수단의 일원으로서 인사를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어디부터 갈까?"
"위부터 내려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옆에 앉은 칸느님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어디를 간다고 하는 말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위부터 내려오는 게 좋겠다는 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그럼 너부터 해라."
감독님의 말에 칸느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난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탑부터 바텀순으로 인사를 하라는 얘기였구나.'
난 작게 웃으며 바로 옆에 있는 칸느 님을 향해 몸을 돌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 내 시선에 칸느님이 가슴을 부여잡더니 탄성을 내지른다.
"오오..."
그 반응에 다들 왜 그런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런 칸느님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칸느님은 고개를 꾸벅 숙여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너무 예쁘셔서. 저도 모르게 감탄을..."
"아, 감사합니다."
내가 예쁜 건 내가 제일 잘 알지. 칸느 선수는 나를 보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SKY의 탑을 맡고 있는 칸느, 김찬동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올해 스물두 살이고요. 저기 앨림이랑 동갑입니다."
"오... 그럼 앨림 선수랑 칸느 선수 저. 이렇게 세 명이 친구네요."
"에이, 친구네가 뭐야."
뱅기 코치님의 말에 난 다시 말을 했다.
"친구네?"
내 말에 칸느 선수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반말로 대답한다.
"어. 친하게 지내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난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붙잡고 흔들었다. 악수가 끝나고 자리에 앉은 칸느 선수는 나와 악수를 나눈 자신의 손을 굉장히 소중하게 꼭 부여잡아서 선수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 정말... 우재야! 안 끝났냐?"
뱅기 코치님의 말에 하데스 선수는 굉장히 당혹스러워 하는 표저을 지으면서 엉덩이를 뜰썩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곤 말했다.
"아, 예. 코치님. 아직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거 어... 어떻게 할까요?"
"그냥 거기서 해 임마."
뱅기 코치님의 말에 하데스 선수는 재미있게도 정말 그 자리에서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아, 예. 어어어, 죽는다. 어우, 살았다. SKY의 탑라이너 하데스 라고 합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고요. 어, 네. 잘 부탁드립니다. 텔, 텔! 텔이다! 텔! 바텀아."
난 하데스 선수가 자신을 소개하는 동안 입을 막고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해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18살이네?
곰처럼 덩치가 좀 있었는데 굉장히 귀여운 인상이었다. 안경을 쓰고 곱슬 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나이가 어려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되게 귀엽게 보였다.
게임을 하던 페이크 선수와 앨림 선수가 서렌을 받았는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와 자리에 앉았다.
"딱 맞춰서 왔네. 상현이."
"아, 네."
감독님의 말에 다시 일어선 페이크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자기소개를 한다.
"안녕하세요. SKY에 미드라이너 페이크, 이상현이라고 합니다. 어... 올해 스물여섯이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담백한 그의 소개가 끝나고 곧바로 클로서, 앨림, 오너원, 켜즈 선수의 소개가 끝났다. 켜즈, 문우찬 선수는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는 말로 다른 선수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원딜 두 선수가 남았는데 아무래도 나와 가깝게 지낼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관심이 갔다.
"안녕하세요. SKY 원딜을 맡고 있는 구마, 이민영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무 살이고요. 예쁜 누나께서 팀에 합류하셔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호흡 잘 맞춰서 함께 좋은 경기력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구마, 이민영 선수의 말에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잘생긴 동생이 같은 팀에 또 같은 라인에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열심히 서포팅 하겠습니다."
"음, 이제 난가?"
태디 선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신다. 나도 마주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어줬다.
"SKY 원딜러 태디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넷이고. 어,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태디 선수의 말에 약간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태디 선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팀에 새롭게 합류해서 기쁘고 같은 라인에 서는 만큼 잘 챙겨 드릴 테니까 협곡에서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든 선수와 정식으로 소개와 인사를 받았다. 마지막 남은 건 나였기에 난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배꼽 인사를 했다.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시야를 가려서 양옆으로 정리하고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SKY에 정식으로 입단하게 된 윤세나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둘이고요. 포지션은 서포터 및 메인 오더를 맡게 될 것 같습니다. 팀에 서포터가 저 혼자라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SKY 선수에 걸맞은 경기력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난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였고, 내 소개가 끝나자 다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쳐준다.
그 모습에 뱅기 코치님이 웃으시더니 말한다.
"야, 팀 역사상 너희들 얼굴이 오늘 가장 밝은 것 같다."
"그러니까, 애들 얼굴이 확 펴졌어."
감독님도 느꼈는지 웃으며 말했고 재파 코치님도 같은 생각이신지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건 감독님이랑 코치님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페이크 선수의 말에 크게 부정을 하지 않으며 웃음을 터뜨린다. 하여간 내가 와서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가볍게 담소라도 나누면서 좀 친해지는 시간을 갖자. 어차피 오늘 이후로 연습은 하지 않을 테니까."
감독님의 말에 선수들이 환호했고, 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난 당황했지만 내가 오늘 새로 입단한 덕분에 쉬는 거라며 다들 좋아했다.
"우재야, 가서 뭐 군것질거리 좀 사 와라."
"네, 감독님."
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잔심부름을 도맡아서 하는 모양이다. 하데스 최우재 선수는 자연스럽게 감독님에게 카드를 받더니 일어났고 난 그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아, 저도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내 말에 칸느 선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에이, 누나 안 가셔도 돼요."
"그래요. 야, 우재야. 빨리 갔다 와라."
뱅기 코치님도 한 마디 거들었고 태티 선수도 얼른 혼자 가라고 손짓을 한다.
난 그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같이 다녀올게요. 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거 다 들고 오기도 힘들 것 같은데."
"아, 그럼 나도 같이 갔다 와야겠다."
태디 선수의 말에 다른 선수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약간 당황한 태디 선수가 말했다.
"아니, 나 먹을 거 사려고. 내가 골라 오려고. 그리고 원딜이잖아. 서포터 가는 데 원딜 간다. 이런 말 몰라?"
"그럼 저도..."
"아니야, 앉아. 뭘 다 우르르 몰려 가."
가볍게 구마, 이민영 선수를 제압한 태디 선수가 옷을 챙겨 입더니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하데스, 최우재 선수와 나를 보며 말한다.
"안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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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연습실에서 나와 마트로 가는 길이 이렇게 적막할 수가 있나? 하하...
나도 낯을 좀 가리고 하데스 선수와 태디 선수도 좀 어색한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둘 다 키가 엄청 크네.'
나를 중심으로 양옆에서 걷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는데 하데스 선수도 태디 선수도 키가 상당히 컸다.
"하데스 선수는 18살이라고 했죠?"
"네, 누나.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럼 그럴까? 18살인데 키가 왜 이렇게 커?"
"누나도 키 크신데요 뭐."
나도 여자 치고는 꽤 큰 편이다. 그래도 170cm면 뭐... 가끔 컨디션 좋으면 171cm도 되고 하니까. 근데 이 둘은 180cm은 되는 것 같다.
덩치도 좀 있고 해서 그런가? 뭔가 되게 둘 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태디 오빠도 180cm 넘죠?"
"나? 딱 180cm야."
"오... 오빠도 키 크시네. 가운데 껴서 가니까 더 커 보이는 것 같아요."
"너도 170cm는 넘는 것 같은데."
"아, 저도 딱 170cm에요. 작은 편은 아니죠. 우재는 18살이면 키가 더 크는 거 아니야? 남자는 군대 가서도 키가 큰다는 말이 있던데."
내 말에 우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태디 오빠는 입가에 미소를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