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52. SKY Y1
"악의적인 기사들이라면 많이 봤죠."
내 말에 양중인 감독님은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혹시... 댓글도 보셨습니까?"
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내 말에 양중인 감독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네요."
난생처음 내가 기사화가 됐고 그 기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당연히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게다가 뭐, 이젠 공인도 됐겠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SKY Y1이라는 팀에 최초의 여자 프로게이머가 들어갔으니 조회수 좀 당길 수 있는 기사 어려 개를 뽑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대게 그런 부류의 기사들은 더러울 수밖에 없다. 기사의 내용이나 댓글이 수준이나.
"제 몸매 논란은 아마 없을 것 같긴 해요."
내 말에 양중인 감독님이 순진하게 얼굴을 확 붉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알 것 같았다.
"감독님도 보셨구나."
뭐, 내 생각에도 그 기사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공식 발표를 하고 입단한 게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아니, 관심이야 당연히 SKY니까 받을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몰랐다는 게 올바른 표현이겠다.
"아, 네. 크흠... 어떻게 하다 보니까. 너무 잘 보이는 위치에 기사가 있기도 하고... 제가 또 LOM 관련해서 기사들을 또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서."
구구절절한 양중인 감독님의 변명 아닌 변명에 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뭐, 탓하는 건 아니고요. 보이는데 뭐 봐야죠. 자기 선수 기사 찾아보는 게 뭐 어때서요."
"아, 네. 그렇죠."
양중인 감독님은 진땀을 흘리며 입술이 바짝 타시는지 연신 침을 바르신다.
"일단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부 악의적인 기사들에 대해서 구단 차원에서 최대한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도 마찬가지고요. 공식적으로 법적 절차를 취하겠다는 기사도 내보내겠습니다. 윤세나 선수는 가능한 기사나 댓글을 안 보셨으면 합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구단 입장에서도 선수 멘탈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일 테니까.
"그렇게 할게요."
내 대답에 양중인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 윤세나 선수를 팀의 서포터이자 메인 오더로서 정말 필요에 의해 영입을 한 겁니다. 일부 기사에서 말하는 얼굴마담이 필요해서 윤세나 선수를 데리고 온 게 아니에요. Y1엔 이미 그런 선수가 있잖아요."
양중인 감독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이미 Y1에 페이크라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있지.
"윤세나 선수 미인계에 빠져서 영입하는 것도 아니고. 아. 혹시 정말 SKY 윤중식 부사장님의 따님이세요? 혹시 맞다고 하더라도 그분께 제가 특별히 부정하게 청탁을 받고 영입한 건 아닙니다."
하. 그런 기사도 있어? 난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렇군요."
양중인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이어 말했다.
"하여간 전 윤세나 선수의 다재다능함과 실력, 그리고 메인 오더의 필요성을 느껴서 영입한 겁니다. SKY 선수 중에서 저와 가장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곤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기사나 댓글들은 너무 신경 안 쓰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런 것들은 모두 사라질 겁니다."
"알고 있어요."
난 고개를 끄덕였고 양중인 감독님은 그런 내 모습을 상당히 면밀하게 관찰하신다. 아마 내가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괜찮은 척을 하는 건지 파악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난 그런 양중인 감독님을 보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진짜 괜찮아요. 뭐, 그런 거로 이불 뒤집어쓰고 눈물 질질 짜는 성격도 아니고 설령 그 기사들이 다 맞다고 해도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SKY라는 세계 최고의 팀이 왜 날 영입했는지."
내 말에 양중인 감독인은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진심으로 괜찮아서 하는 말이었는데 그걸 느낀 모양이다.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멘탈 케어에 제가 일가견이 있는 거 아시죠? 구단에서도 선수들에게 지원해 주는 시스템들도 많고요."
Y1의 멘탈 케어 시스템은 알아준다고 듣긴 했다. E스포츠 관련 심리학 박사분들이나 정신분석학 교수분들도 계시고 전문적인 의료진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어느 기사에서 봤던 것 같다.
"숙소는 어떻게 마음에 드세요?"
"네, 마음에 들어요. 화장실도 따로 있고 에어컨도 있던데요?"
"아, 에어컨은 올프 선수가 두고 간 거예요."
"그래요? 나중에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네."
내 말에 양중인 감독님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몰라요. 마음이 바뀌어서 가지고 갈지."
"에이, 그건 아니죠. 한번 두고 갔으면 땡이지. 못 가져 가게 해야겠다."
"아, 제가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려도 될까요?"
양중인 감독님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씀하시기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물론이죠."
"개인 방송을 하시더라고요."
"아, 네. 혹시 그게 문제가 되나요?"
"아, 아니요. 문제가 되는 건 없는데 보니까 밤 8시부터 12시까지 방송을 하시더라고요."
"네."
찾아보셨나? 내 방송하는 시간도 알고 계시니? 아니라고는 하셨지만 난 방송하는 게 어떤 문제가 되나 싶어서 마음을 졸이며 감독님을 쳐다봤다.
"이 시간 때는 방송을 하기가 좀 힘들 것 같아요. 이 시간 때 팀 스케줄이 있거든요."
"아, 그건 당연히 팀 스케줄이 우선이죠."
"그 이외에 솔로 랭크를 할 때는 자유롭게 방송을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구단 스케줄에 따르면 오후 5시~7시, 새벽 12시~4시까지가 정해진 솔로 랭크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무조건 솔로 랭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보통 다른 프로게이머 선수들도 방송을 켠다고 했다.
'나도 그럼 그때 방송하면 되겠다.'
대략적으로 어떻게 하루가 돌아가는지 팀 스케줄 표를 봤는데 하루가 정말 빡빡하게 돌아갔다. 프로가 괜히 프로가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할까?
하루에 거의 연습 시간만 14시간? 15시간? 그 정도 되는 것 같았다. SKY가 유별나게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다 그 정도는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 어찌나 놀랐던지.
"아, 그리고 윤세나 선수 혹시 SN엔터테인먼트에서 계약 제의를 받으셨나요?"
"아, 네."
내가 SN 엔터테인먼트에 계약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은 방송을 통해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 기사화가 됐는데 그걸 보신 모양이다.
양중인 감독님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더니 말한다.
"윗선에서 연락이 왔어요."
"어떤 연락이요?"
"SN 엔터에서 SKY와 윤세나 선수가 어떤 형식으로 계약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계약서를 보고 싶다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계약서요?"
"네. 본래 계약서는 상호 간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게 기본인데. SKY 본사 측에서는 동의를 했습니다."
SN 엔터에서 나를 왜? 난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했다. 프로게이머 계약을 1년간 했기 때문에 어쨌든 팀에 난 묶여 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나와 계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무슨 연습생으로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춤이나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 감독님께 말했다.
"혹시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나요?"
내 물음에 감독님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신다.
"아니요. 그건 정확히 저도 들은 게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솔족히 저도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난 잠시 고민하다가 감독님께 말했다.
"제가 따로 연락을 해보고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
내 말에 감독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며 묻는다.
"따로 연락을 해보신다는 건..."
"아, 이만수 대표님과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한 번 해보고 결정해도 되나 싶어서요."
"SN에 이만수 대표님이요? 이만수 대표님 연락처를 아세요?"
"네."
내 말에 양중인 감독님이 두 눈을 껌뻑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끄덕이신다.
"아. 네. 뭐... 예.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뭐 더 제가 들어야 할 사항이 있나요?"
"아, 오늘 하루 임시 휴무를 하기로 했습니다. 팀원들과 친해질 시간도 드려야 하고 회식을 하기로 했거든요."
"아. 좋네요."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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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패딩을 입고 밖으로 나와 이만수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SN에서 내가 SKY와 한 계약 내용을 보기 원한다고 하는 게 사실 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 팀에 합류한다고 들었는데 전해 들은 모양이군요.]
"아, 네."
[말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윤세나 씨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기 원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저희가 다 알아서 처리할 겁니다.]
"매니지먼트 계약이요?"
"네. 프로게이머 계약 기간이 얼마인지 아직 계약서를 못 봐서 모르겠지만 그 기간 동안에 윤세나 씨를 저희 SN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실 수 있게요."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당황스러웠다.
[말하자면 스폰서 개념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SKY의 힘과 SN의 힘을 더해서 조금 더 쾌적하고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SN이 얻는 이득이 있나요?"
[윤세나 씨란 원석인 척하는 보석을 얻을 수 있겠죠.]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제가 SN 소속 연예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텐데요. 전 SKY의 활동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돕는 매니지먼트 계약이니까요.]
흠... 이건 뭐지? 프로게이머의 선수 생활이 짧다는 걸 알고 미리 약을 치는 건가? 아무리 봐도 SN은 손해고 내게는 이득이 되는 것 같아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할 만큼 내게서 뭔가를 봤다는 얘기인데.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이만수 대표님의 안목이라는 게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다는 얘기가 된다.
그 짧은 시간에 나에 대해서 도대체 뭘 보셨기에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까?
"흠... 알겠어요. 계약서 보내드릴게요. SKY는 이미 동의한 상태라 저만 동의하면 된다고 하던데. 맞죠?"
[네, 맞습니다. 윤세나 씨 동의만 얻으면 됩니다. 아마 팀 감독이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해드렸을 것 같은데요.]
"네, 들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요.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요."
[그걸 본인만 모르시고 있는 것 같네요. SN 관계자는 저를 비롯해서 다 알고 있는데. 조만간 SKY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모쪼록 좋은 대답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만수 대표님과 전화를 마치고 난 한동안 핸드폰을 바라봤다. 정말 단순한 매니지먼트, 그러니까 스폰성 계약일까?
그래서 얻는 이득이 뭐가 있다고? 내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투자를 한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만 모른다고?"
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내 능력을 모두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간파를 당한 느낌이라고 할까?
뭐, 사람을 보내 계약서를 들고 오겠다고 했으니까 난 그걸 보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사인 안 하면 그만이다.
사실 내가 손해를 볼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계약서도 보여준 거고 나도 이쪽에 아예 관심이 없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보고 결정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SKY 소속으로 SN 같은 엔터 그룹과 계약을 하면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무섭다.
"욕먹으려나?"
부진을 겪을 때 보통 꼬투리 잡히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연애, CF, 방송 출연처럼 게임과 관련이 없는 일들을 할 때 귀신같이 그것을 가지고 비난을 한다.
연애를 해서 성적이 안 나온다느니 CF 찍을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하라느니 네가 연예인이냐 운동선수냐 뭐 기타 등등.
나도 부진을 겪으면 아마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부진을 겪을 일은 내 사전에 전혀 없다는 거였다.
연습을 많이 하면 물론 더 잘할 수 있겠지만 난 연습을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게 내가 가진 능력이었고 상점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