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47. SKY Y1 (47/95)



〈 47화 〉47. SKY Y1

무진 호텔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하루를 보내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고 언니는 숙취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 집에 오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생각보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 옷만 갈아입고 곧바로 LOM을 실행시켰다.


LOM을 켜고 녹화 방송을  뒤 아침부터 신나게 달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귤스트님에게 메시지가 날아온다.

[여신님, 제가 사람 한 명 연결시켜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습니까?]
[사람이요? 어떤 사람이요?]


 의아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기다렸다.

[양중인이라고 혹시 아시나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난 고개를 갸웃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잘 모르겠는데요... 누구시죠?]
[이번에 SKY Y1에 감독을 맡으실 분인데. 양중인 감독님께서 여신님께 관심이 있으시다네요.]

 눈을 동그랗게 떴다. SKY Y1 감독이 바뀌나? 원래 제파라는 분이 감독 아니셨나? 아! 양중인?


[혹시 그 담언에 코치셨던 분 말씀이신가요? 그분이 SKY에 감독이 되셨나요?]
[아, 예. 아직 공식 발표는 안 했는데. 거의 확정이라고 합니다. 제파 코치님과 감독, 코치 보직은 서로 변경하신다고 하네요.]


에에? 감독이랑 코치를 바꾼다고? 굉장히 특이한 인사네. 팀 내부에 있는 감독과 코치를 바꾼다고? 경력은 내가 알기로 제파 감독님이 훨씬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나이도 더 많으시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쨌든 지금 나한테 관심 있다는 말이... 이성이 아니라 게이머로서 관심이 있다고 하시는 건가? 난 고개를 갸웃하며 일단 그 부분을 먼저 확답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한테 관심 있다는 말이 게이머로서... 관심이 있으시다는 거죠?]
[안녕하세요. 양중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SKY Y1에 서포터와 메인 오더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실례가 되더라도 연락처를 알고 싶습니다.]

뭐야? 난 두 눈을 깜빡이곤 메세지를 쳐다봤다.

"굉장히 저돌적이시네. 이거 진짠가?"

귤스트님이 내게 장난을 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귤스트님의 방송에 들어갔다.


"방송 중이네."


난 바로 귤스트 님의 방송에 들어갔다.


"진짜네."


방송에는 귤스트 님과 양중인님이 화면에 잡히고 있었는데  메시지의 답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진짜로 여신님을 영입하실 계획인가요?"
"아, 그럼요. 그래서 연결해 달라고 한 거죠. 전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호박 같은 대답에 귤스트 님은 오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화면을 부담스럽게 쳐다본다.


"답장이 안 오네요. 까인 거 같은데요?"


귤스트 님의 말에 양중인 님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귤스트 님을 쳐다보더니 말한다.


"프로에 관심이 있으신 거 맞죠?"

귤스트 님은 양중인의 말에 헛웃음을 짓더니 말한다.


"아니, 지금  의심하시는 겁니까? 방송에서 본인이 그랬다니까요. 보여드려요? 자기가 까이고 참...  탓도 감독 수준으로 하시네."

귤스트 님은 빠르게 올라오는 댓글을 보면서 말했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했음.]
[ㅇㅇ 하고 싶다고 함.]
[프로게이머가 꿈이라고 했음.]
[챌린저 1위 찍어도 연락 안 오면 본인이 프로팀에 직접 연락한다고 했음.]
[귤스트가 워낙 구라를 많이 치긴 하는데 이번엔 아님.]
[진짜로 본인이 프로가 꿈이라고 했음.]
[프로게이머 하고 싶다고 함.]

양중인 님도 올라오는 댓글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연락이  올 리가 없는데."
"오... 대단한 자신감."
"아니, SKY Y1인데. 물론, 본인 포지션과는 달라도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요? 제 생각엔 무조건 도전해보고 싶을 것 같은데."
"뭐, SKY면 그럴만하죠."

귤스트 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한다. 확실히 다른 팀이라면 몰라도 SKY라는 위대한 팀에 일원이 된다는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SKY가 어떤 팀인가. 페이크 이상현 님이 계신 팀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팀이기도 하다.

내 원래 포지션인 미드가 아니라 서포터라는 말이 조금 아쉽긴 했다.


'미드엔 이상현 선수가 있으니까.'

내가 미드로 가는 것보다는 다른 포지션에서 페이크 선수만큼의 능력을 보여주는 게 팀에게 더 큰 도움이 되긴  거다.


사실 난 꼭 미드가 아니어도 다른 포지션을 웬만한 프로 선수들 보다 잘할 거다. 그러니 페이크 선수가 2군이나  서브로 있거나 다른 포지션을 가는 것보다는 내가 차라리 다른 포지션에 가는  좋다고 생각한다.

[아, 연락처는 제가 알려 드릴 테니까 여기다가 적으시면 큰일 납니다. 지금 방송 중이에요.]


귤스트 님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큰일 날 뻔했네. 여신님 연락처 노출시킬 뻔했네. 근데 여신님을 스카우트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오, 들어오길 잘했네. 이건 나도 좀 알고 싶었다. 나를 스카우트하려는 이유. 귤스트 님의 말에 양중인 님은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막힘없이 술술 말했다.

"그냥 잘하세요. 포지션 전반에 걸쳐서 모두 수준급의 이해도와 실력을 가지고 계셨고, 무엇보다 게임을 읽는 능력이 저보다 더 뛰어나신 것 같더라고요. 특히나 메타에 대한 인지나 아이템의 활용 능력이라던가 피지컬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다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SKY에 꼭 필요한 선수 유형이에요."
"근데 본인 포지션이 아니라 서포터잖아요. 본인 입장에서는 좀 싫지 않을까요?"
"스읍... 글쎄요. 미드가 페이크인데... 아, 물론 저는 페이크 선수 못지않게 잘한다고 생각해요."
"아, 여신님이요?"
"네."
"립 서비스 아닙니까?"
"아아, 아니에요. 전 그런 거  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요. 오히려 스타성 면에서는 페이크 선수를 능가한다고 생각합니다."
"오..."

굉장히 후한 평가에 귤스트가 감탄을 토했고 나 또한 광대가 승천하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좋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메시지를 보냈다.


[제안 감사합니다! 연락 주세요!]


 그렇게 간결하게 대답을 하곤 솔로 랭크를 돌렸다. 그런 내 메시지를 본 귤스트 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소리를 냈다.


"오!"

양중인 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주먹을 불끈 쥐시는데 축구 감독이 마치 골을 넣을 때와 비슷한 세리머니였다.

난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는데 귤스트 님은 내가 솔로 랭크를 돌리는 모습을 본 모양이다.

"오, 존나 쿨해! 대답하고 바로 솔로 랭크. 볼 테면 봐라. 뭐 이런 건가?"
"관전하죠."

양중인의 말에 귤스트는 게임 관전하기를 누르려고 했는데 눌러지지 않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뭐냐, 얘들아. 이거 왜 안 눌러지냐? ㅅㅂ 라이엇 일 개같이 하네. 이거 왜 안 들어가지냐."

[5분 있다가 됨.]
[ㅋㅋㅋㅋ 당연히  들어가지지.]
[하... 얘 아직 이런 것도 모름?]
[관전 원래 바로  들어가짐.]
[게임을 시작해야 들어가지지 이 $ㅛ$*^$8]
[시작하고 5분 뒤에 들어가짐.]


댓글을  귤스트 님은 손을 들어 보이더니 말한다.

"아, 그러냐? 몰랐어. 이거 알았어요?"

귤스트 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양중인 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한다.

"저 그랜드 마스터에요."
"전 자연검 씁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게 뭔  소리야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검 ㅋㅋㅋㅋㅋㅋ]


뜬금없는 자연검 드립에 나도 웃음을 터뜨렸는데 녹화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귤스트 님 이거 분명히 너튜브 올린다고 연락 올 텐데 나도 같이 올리겠다고 해야지.


아침부터 영상 하나 건져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이 잡히길 기다렸는데 곧바로 전화가 온다.

"뭐야? 바로 전화가 온다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귤스트 님의 방송을 봤다.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고 있는 양중인 님의 모습이 보인다.

모르는 번호. 아마도 양중인 님의 핸드폰 번호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게임을 찾는 화면을 끌까 하다가 전화 끝날 때까지 어차피 게임이 안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두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양중인이라고 합니다. 혹시 오늘 시간이 되시면 만나  수 있을까요?"
"오늘이요?"
"네."
"아... 어... 뭐 오늘 입단 테스트 같은 걸 보는 건가요?"
"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같습니다."

원래 이렇게 막 선수 계약이라는 게 속전속결로 되는 건가? 프로팀 입단 테스트를 보는 게 어쨌든 목표였기 때문에 내 입장에선 마다할 게 없었다.


"어디로  시까지 가면 되는 건가요?"
"제가 시간과 장소를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그쪽으로 오시면  것 같습니다."


양중인 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네."


전화가 끊기고 게임이 잡혔지만 난 취소를 눌렀다. 멍하게 앉아서 한참을 내게 벌어진 일을 생각했다. 방금 입단 테스트... 그러니까 SKY Y1 감독에게서 입단 테스트 제의를 받았다.

꿈을 꾸던 게 현실이 됐는데 뭔가 현실감이 없어서 멍한 느낌이 들었다.

"대박."

난 입을 막고 천천히 승천하는 광대를 느꼈다. 정말로 입단 테스트 제의다. 그것도 프로팀. 그것도 SKY!


"맙소사! 맙소사! 이게 정말이야?"

이토록 큰 괴리감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서 여전히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날아왔다.

"일산 백석동이네."


시간과 장소가 담긴 메시지였는데 메시지에서 나를 빨리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담언 시절 1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린 감독이 나를 높게 평가해 준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인데 자신이 맡은 팀의 일원으로서 나를 영입하고 싶다고 해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아, 준비 하자."

난 LOM을 끄고 곧바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귤스트 님 방송을 보니까 양중인 님도 빠르게 방송을 끝내고 일어나실 생각이었는데 귤스트 님이 붙잡고 놔주질 않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웃으며 컴퓨터를 끄곤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


아이보리색 골지반폴라니트를 입고 하의는 검은색 스트링 랩스커트를 입었다. 위에는 소라색 코트를 걸치고 베이지색 칼린 가방을 하나 메고는 나왔다.

일산 백석동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놀랍게도 양중인 님께서 직접 마중을 나와 계셨다.


양중인 님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시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윤세나 씨죠?"
"아, 네. 안녕하세요."
"양중인이라고 합니다."
"아, 네.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꽤나 훤칠한 키에 의외로 좋은 피부를 가지고 있어 놀랐다. 안경을 끼고 계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지적이게 보였다.

"너무 갑작스럽게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난 양손을 저으며 말했고, 양중인 님은 자연스럽게 나를 에스코트하며 약속한 장소로 친히 안내해 주셨다.


"근데 지금 제가 가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가요?"


주소를 받긴 받았는데 이곳이 어느 곳인지는 정확하게 전달을 받지 못해서 물었는데 양중인 감독님은 내 말에 당연한  아니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SKY의 연습실입니다."


난 입을 쩍 벌리곤 양중인 님을 보며 말했다.


"연습실이요? 지금 그럼 선수들도  있나요?"
"네. 다 연습하고 있을 시간이죠."
"대박..."


프로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볼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혹시... 페이크 선수도 있나요?"

내 물음에 양중인 감독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있죠. SKY 선수인데."

페이크 선수가 있는 연습실이라니... SKY 선수가 진짜 연습하고 있는 연습실에 내가 발을 들인다는 생각에 온몸이 짜릿했다.


뭔가 연예인을 만나러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말 하면 현성 오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아메리카TV 원수라는 BJ탈논을 만났을 때보다 더 떨리는 기분이었다.

"방송하시는 거 잘 보고 있습니다."
"아, 제 방송 보세요?"
"그럼요. 저도 잠깐 방송을 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요즘 제일 핫하신 분이잖아요."
"핫하긴요."

난 손을 휘저으며 겸손하게 말하긴 했지만 뭐... 내가 요즘에 제일  나가긴 한다.


"근데... 정말로 저를 영입하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신 건가요?"
"물론이죠. 그럴 생각도 없는데 이러는 건 시간 낭비죠. 진지하게 윤세나 선수를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양중인 감독님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날 SKY의 선수로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KY 연습실이 가까워지면서 가슴이 조금씩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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