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44. 챌린저 (44/95)



〈 44화 〉44. 챌린저

"내가 이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강한철 씨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서유리 씨와 언니는 호텔 내부에 있는 사우나를 꼭 들어가 보고 싶다면서 가운을 입고는 휙 가버렸다.


정후는 일이 좀 있다면서 방에서 나갔고, 강한철 씨와 이연두 씨는 내 양옆에 앉아서는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와! 언니 대박이다! 저게 죽네?"
"완벽한 스킬 연계였습니다."

서유리 씨는 LOM을 알고 있지만 플레이하는 유저는 아니었다. 그에 반해서 강한철 씨와 이연두 씨는 LOM을 좋아하고 또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린은 매혹이 엄청 중요해요."


연두 씨는 한국의 구미호에서 착안을 얻어 만든 챔피언 아린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내게 꼭 배우고 싶다고 했다.

호텔 내부에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룸이 존재했고 나와 연두 씨 그리고 마찬가지로 LOM에 관심이 많은 강한철 씨도 함께 왔다.

"거리를 주면 좋겠지만 보통은 안 주거든요."

난 상대 미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말했다.

"확실히 게임 수준이 높네요."


강한철 씨의 말에 연두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차원이 달라요. 제 티어에선 거리 막 주거든요."


연두 씨의 말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스킬 1, 2개가 빠지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먼저 들어오는 일이 없다.

자기가 가장 약할 때 절대 싸우지 않고 자기가 가장 강할 때 싸우는 게 가장 기본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자, 트페 스킬 빠졌죠?"

난 그렇게 말하며 궁으로 빠르게 접근해 GLP를 뿌렸다. 얼음 조각들이 부채꼴로 날아가 트페에게 맞는다.


이동속도가 느려진 트페에게  한 번 더 접근해 코앞에서 매혹을 맞췄다.

"이런 식으로 GLP를 사용해서 느리게 만든 다음에 코앞에 붙어서 매혹을 맞추면 빗나갈 일이 거의 없거든요. 상대방이 점멸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트페는 내 아린의 매혹에 맞고 정신줄을 놨고 난  사이에 딜을 꾸역꾸역 넣었다.

"정글 오네요."

트페에게 딜을 넣으면서도 미니맵을 함께 봐줘야 한다. 정글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점화를 걸고 빠르게 위쪽으로 올라갔다.


"트페는 죽었고요."

트페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걸어서 자신의 포탑 안쪽으로 들어갔지만 점화 딜에 결국 죽어버린다.

정글은 거리가  나오는지 결국 포기하고 CS를 미는 쪽으로 선회했다.

"자, 그럼 라인 받아먹고 안전하게 귀환하면 됩니다."

강한철 씽와 이연두 씨는 내 말을 하나라도 놓칠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핸드폰을 켜고 메모까지 쓰는 열의까지 보였다.


난 그런 둘을 보면서 미소를 짓곤 말했다.

"너무 열중하시는 거 아니에요?"

내 말에 강한철 씨는 웃으면서 말한다.

"저희가 어디 가서 챌린저 분께 대면으로 강의를 받아 보겠습니까."
"그러니까요. 진짜 여신님께 아린을 배울 줄이야."

난 볼을 긁적이면서 일단 호칭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신님이라 불리는 게 나도 모르게 너무 편안해져서 호칭 정리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끼리 있을 때야 상관없는데 밖에 나가서도 나한테 여신님, 여신님 그러면 그거 굉장히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우리 호칭을  정리할까요? 아까 했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생각이 나네요."


 간단하게 정리했다.

"강한철 씨가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까 한철 오빠라고 부를게요. 연두 씨는 저보다 어리니까 연두. 어때요?"
"그럼... 그렇게 해도 될까요?"
"그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연두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이름을 조그맣게 부른다.

"세나 언니..."
"그래, 연두야."

 대답에 연두의 얼굴이 환하게 바뀐다. 난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렸고 강한철 씨는 내가 쳐다보자 별안간 땀을 뻘뻘 흘린다.

"자, 한철 오빠도 해보세요."


내 요구에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난  듣겠다는 얼굴로 쳐다봤더니 입술에 침을 바르며 조심스레 내 이름을 부른다.


"세... 세나야."

약간 더듬거리긴 했지만 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한철 오빠."

내 대답에 한철 오빠는 해죽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일단 이 둘과 호칭은 정리했고 나중에 서유리 씨랑도 호칭을 정리하면 되겠다.


난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LOM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원하는 챔피언을 직접 플레이하며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좋아요. 그럼 이제 둘이 직접 플레이를  볼까요?"

 말에 둘은 떨리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직접 플레이하는 걸 보면서 내가 피드백을 해주는 게 실력 증진에 도움이 더 많이 될 거다.


둘은 각자 로그인을 했고, 난 둘의 플레이를 아무말도 하지 않고 관전을 했다. 관전이 끝나면 플레이를 다시 돌려 보면서 피드백을 해줬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했더니 확실히 기본 개념이 잡혀가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굉장히 기쁜 표정이었다.


"진짜 확실히 다르네. 몇 판 지도 받은 게 전부인데 승률이 올라간 느낌이야."
"저도요. 언니가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죠?"

한철 오빠야 이런 AOS 종류의 게임이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확실히 적응이 빨랐다.  좋은 습관 몇 개만 고쳐줬을 뿐인데 확실히 플레이 자체가 달라졌다.

연두는 게임을 공부처럼 하지 않아서 실력이 늘지 않았던 거였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낮아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는데 원래부터 똑똑한 아이라 조금만 설명해주니 금방 이해하고 따라왔다.

'확실히 머리가 좋아야 게임도 잘하는 건가?'


연두는 불과 몇 판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게임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잘 하네."


 흡족한 표정으로 둘의 모니터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히 처음보다  모두 많이 좋아졌다. 잠깐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에 아주 작은 거라도  개만 변화시켜도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

'역시 킬 각의 차이인가.'

방금도 아린으로 킬을 딸 수 있는 각이 나왔는데 연두는  각을 못 보는 것 같았다. 확실히 티어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각을 보고 못 보고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뭐, 이런 거야 단기간에 좋아질  없으니까.'

킬각이라는 건 단기간에 좋아질 수 없다. 게임을 한 챔피언으로 오래 연습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니까 아마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거다.


둘 다 승리로 게임을 마무리하고 굉장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잠깐 했지만 확실히 자신의 플레이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 모양이다.


"뭔가 조금 알  같아요."
"저도요. 확실히 플레이가 많이 좋아진  같아요."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게임 잘하면 좋잖아요. 내가 얘기해 줬던 거 잊어버리지 말고 꼭 생각하면서 게임해 보세요. 분명히 2~3티어는 올라갈 거예요."
"네, 감사해요.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살다 살다 여신님한테 LOM을 배워볼 줄이야. 진짜 영광이었습니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난 목을 긁적이며 부끄러운 마음에 딴청을 피웠더니 그런 나를 보며 한철 오빠와 연두가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둘 모두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니까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내 말에 한철 오빠와 연두도 시간을 확인하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게임을 하면 정말 시간 가는  모르고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구나.

"저녁 시간 때가  됐네요."

한철 오빠의 말에 연두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PC 룸에서 나와 거실로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나오길 다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와, 이제야 나왔네."


세연 언니의 말에 서유리 씨가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배가 등 가죽에 붙겠어요."
"아, 죄송해요.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저녁 식사 어차피 이쪽 풀장에서 바비큐 먹을 거니까 수영하고 싶으신 분은 수영복 입고 나오세요."

 그렇게 말하며 정후를 쳐다봤다.


"정후야, 준비 좀 부탁해."

 말에 정후는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출 벨을 누른다. 빠르게 들어온 직원에게 정후는 저녁 식사를 풀장에서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직원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가지  질문을 했다.

정후는 나를 쳐다봤고 난 그 직원에게 말했다.


"바비큐를 먹으면서 와인도 곁들이고 싶어요. 수영하면서 먹고 싶은데 풀장에서 준비가 된다고 들었거든요."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와인은 제가 말한 거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제가 따로 부탁드렸건 것도 신경 좀 써주세요."

정후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직원의 대답에 정후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정후에게 물었다.

"네가 말한 와인이 따로 있어?"
"어. 비싼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네."


내 말에 피식 웃은 정후가 날 슬쩍 흘겨보더니 묻는다.

"너도 수영복 가지고 왔어?"
"응. 근데 따로 부탁한 것도 있어? 뭘?"
"있어, 그런 게. 맛있는 거야."
"그럼 됐네."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각자 수영하고 싶으신 분들은 수영복 입고 나오시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정후를 제외한 모두가 수영복을 입고 나오기로 했다.

"넌 수영 안 해?"

내 물음에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던 정후가 날 쳐다보더니 잔망스럽게 웃으며 묻는다.

"왜? 보고 싶냐?"

정후의 말에 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놈."

욕을 하고 싶지 않아도 안 할 수가 없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뭐, 내가 남자였다는 걸 모르니까 저런 말도  수 있는 거지.

난 내 방으로 들어가서 언니와 함께 산 크롭 래쉬가드를 꺼냈다. 어깨와 목 둘레 부근은 검은색이었고 다른 곳은 흰색으로 된 형태의 크롭 래쉬가드였다.

바지는 돌핀팬츠 형태의 검은색 바지였는데 상의와 잘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좋아."


난 래쉬가드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는데 풀장 자체가 따듯한 물이기도 했고 바비큐를 먹는 곳 온도가 그리 낮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내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한 번 확인하고는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자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확인할  있었는데 풀장에 세팅을 하기 위함인  같았다.

난 그들을 따라 풀장으로 이동했는데 래쉬가드로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꽤나 많은 준비가 돼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직사각형의 테이블에 양쪽으로 의자가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온풍기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한쪽에는 주방장으로 보이는 분이 직접 오셔서 바비큐를 굽고 있었고 그 외에도 상당히 많은 요리사분들이 각자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오오. 우리 고기만 먹는 거 아니었어?"

정후가 팔짱을  끼고 준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기에 물었더니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래쉬가드네."


정후의 말에  묘한 감정이 느껴져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말했다.


"너 뭘 기대한 거냐?"


내 물음에 정후는 말을 돌린다.


"바비큐 파티라고 바비큐만 먹으면 쓰나. 이 호텔에 맛있는  얼마나 많은데.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들 위주로 준비하라고 했으니까 먹고 기절하지나 마라."
"아니, 뭐 얼마나 맛있어서 기절하지 말래?"

난 열심히 요리를 하시는 요리사분들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맛있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뭘 만드는 건지는 몰라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근사한 호텔에서 일하는 요리사분들의 실력이 그저 그럴 것 같지는 않고... 다른 호텔도 아니고 무진 호텔인데.

"먹어보면 네가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짙은 회의감을 느낄 거다."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정후가 말하기에 난살짝 기대한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요리사분들을 바라봤다.


테이블은 어느샌가 세팅이 끝나 있었고, 호텔 직원들로 보이는 분들이 다소곳이 양옆에 자리를 잡고 계셨다.

 모습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정후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분들은 우리가 먹는 동안에 계속 저러고 계셔?"

 물음에 정후가 고개를 돌려 양옆에 있는 직원들을 바라본다. 한쪽에 2명씩 남, 여가 양쪽에 서 있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왜?"
"부담스러워서... 저렇게 계속 계실 필요가 있나?"

내 물음에 정후는 자기 생각에도  과하다 싶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필요한  있으면 호출하겠습니다. 안에 들어가 계시죠."

지시를 받은 네 명의 직원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곤 군대처럼 정렬해 풀장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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