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42. 챌린저 (42/95)



〈 42화 〉42. 챌린저

호텔에 도착한 우린 곧바로 안내를 받아 이동했는데 확실히 달라도 뭔가 달랐다. 다른 투숙객들과는 마주치지 않도록 전용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거기에다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있었고, 호텔에 도착한 순간부터 전담하는 팀이 따로 붙었다. 24시간 동안 언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담 팀이 계속 대기한다고 했다.


"대박이네."


언니는 짧게 소감을 밝혔고 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동의했다. 객실 안에 들어가자 상당히 천장이 높았는데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와..."

객실을 연고 안으로 들어가자 매끈한 대리석처럼 보이는 바닥과 벽이 은은한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왼쪽에는 예술품으로 보이는 거대한 항아리 형태의 조형물이 있었고 길게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복도의 끝으로 가자 넓은 거실이 보였는데 대형 TV는 물론이고 흰색 톤의 깔끔한 소파와 크고 작은 조명, 밖이 보이는 넓은 창이 보였다.

벽에는 나비 그림이  점이나 걸려 있었는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진품인가?'

정후는 객실 안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고 직원은 우리를 보며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갔다.


"구경하자!"


언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객실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기 안이 370평이라네."

언니의 말에 난 입을 쩍 벌리곤 말했다.


"다 구경하려면 날 새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언니는 뭐가 웃긴지 모르겠지만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난  개그가 먹혔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하여간 언니와 함께 정신없이 객실 안을 둘러본 우리는 만족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객실 안은 크게 거실, 응접실, 메인 침실, 게스트 침실, 풀장으로 나눠졌는데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객실 안에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이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가품이 작가의 서명이 직접 들어가 있는 진품이었다.

호텔 로비나 거실에 작품이 많이 있는 경우는 봤는데 객실 안까지 이렇게나 많은 진품의 미술품이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거 커피캡슐이랑 티, 미니바 이런   무료야?"


내 물음에 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무료야. 냉장고에 있는 물이나 음료, 와인 맥주도 다 무료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

정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휙 정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야. 내가  방 계산했으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가 아니라 먹어도 돼. 이게 맞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정후는 별걸 다... 이러더니 TV를 쳐다본다. 하여간 욕조나 화장실도 마음에 들었다. 마련된 테라스도 상당히 넓었고 풀장 크기도 굉장히 컸다.


욕실에 러닝머신 사우나도 설치돼 있고 넓은 세면대도 마음에 들었다.


"이거 룸이 너무 넓어서 길 잃어버릴 수도 있겠는데."


내 말에 언니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약도 하나씩 그려줘야겠다."


언니의 말에 나도 풋! 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그 정도로 상당히 객실이 넓었다.


"시간 거의 다 됐네."


언니의 말에  힐끗 시계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오면 각자 방을 배정한 뒤 짐을 풀도록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러 가면서 어색함을 천천히 푸는 게 내 계획이었다.


어색함을 풀  함께 뭔가를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중 제일은 술이지만.'

대낮부터 술을 먹기는 좀 그렇고, 간단하게 와인을 곁들여 먹으면 그것보다  좋은 점심 식사는 없을  같다고 생각했다.


난 매니저분들이 올 때까지 언니와 정후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감탄을 토하는 소리가 들려 미소를 지었다.

우린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명의 매니저분들이 거실로 들어와선 우리를 보더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보더니 눈이 크게 떠진다.

"한국대 여신님이다!"
"와... 언니, 진짜 예쁘세요."
"안녕하세요."


언니는 그들을 보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오, 목소리랑 이미지가 비슷하네요. 이쪽이 서유리 씨 맞죠?"
"아, 네. 맞아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윤세연이라고 해요. 세나 언니에요. 그럼 이쪽이 이연두 씨. 맞죠?"
"네. 안녕하세요!"

이연두 씨라고 불린 여자는 단발머리의 귀엽게 생긴 여자분이었는데 우리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였다.

'아, 나보고 언니라고 했으니까 나보다 어린가?'


나를 보고 서유리 씨는 굉장히 성공한 여성의 표본 같은 이미지였다.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차가운 이미지였지만 나를 보고 놀라며 설레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 같으셨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 한 분은 굉장히 건장한 체격이셨는데 체구에 맞지 않게 굉장히 수줍은 표정을 지으셨다.

 모두가 나를 보며 마치 연예인이라도 본 것처럼 신기해하며 쳐다봤는데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힐끗거리며 보는 게 웃음이 나왔다.


"아, 강한철 씨. 맞죠?"
"네. 강한철이라고 합니다."

바지에 연신 손을 닦으면서 무척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세연 언니의 손을 붙잡고 조심스레 흔드는 폼이 굉장히 웃음이 나왔다.


'손 타겠다. 타겠어.'

어찌나 바지에 힘차게 닦는지 손바닥이 벗겨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우린 서로 인사를 나눴고, 소파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어머, 그럼 세 명 모두 한국대에 다닌다고요?"

서유리 씨가 토끼 눈을 뜨며 말했고 다른 두 분의 매니저분들도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네. 언니는 한국대 의류학과에 다니고 얜 저랑 동기에요."
"그럼 한국대 법대?"
"네."

 대답에 정후는 괜스레 조금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두 여성의 뜨거운 눈빛을 받았기 때문이다.


"근데 강한철 씨는 몸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운동하시는 분인가 봐요."

 말에 강한철 씨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한다.

"아, 예. 학과가 아무래도 경호학과다 보니까."
"오... 경호학과 지금 재학 중이신 건가요?"
"조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취직할 예정이에요."
"그럼 경호업체에 취직하시겠네요."
"네.  친구들이라는 곳에 취직할  같아요. 아는 선배님들도 많고.  경호업체 대표가 같은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해서."
"아아. 미리 축하드려요."


 말에 강한철 씨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돌려 서유리 씨를 쳐다봤다.

"서유리 씨는 뭔가 커리어우먼 같으세요."

 말에 서유리 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한다.


"인테리어 쇼핑몰을 작게 운영하고 있어요."
"오! 대표님이네. 대표님."


내 말에 서유리 씨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난 마지막 남은 내 나이 또래의 여자를 쳐다봤다. 아까부터 눈을 반짝이며 내겐 언제 말을 걸어줄까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연두 씨를 보며 말했다.

"연두 씨는 저보다 나이가 어린 가봐요?"


내 물음에 이연두 씨는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며 말했다.

"네. 네. 20살이에요. 올해 한국대에 입학하는 학생이에요."
"오, 진짜요? 그럼 우리들 후배네."


한국대에 올해 입학한다는 말에 세연 언니와 정후도 관심이 가는  연두 씨를 쳐다봤다.

"어느 학과에요?"
"수의학과에요."
"이야, 공부 잘했나 보네."

세연 언니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럼 한국대 들어올 정도면 당연히 공부 잘했겠지. 전교 1등, 2등만 모아 놓은 곳이 한국대인데.


새삼스러운 언니의 말에 정후도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리고 제가 선물을 좀 가져왔는데."

서유리 씨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한철 씨와 이연두 씨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아, 저도요."
"저도 가져왔습니다."
"에? 선물이요?"

갑작스러운 선물이라는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난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저. 저는 선물 따로 준비 못 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오늘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선물 하나 드릴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굉장히 난처한 기색을 보이자 그런 나를 보며 세연 언니가 웃더니 말한다.


"걱정하지 마. 내가 준비했으니까."

언니의 말에  고개를 돌려 언니를 쳐다봤다.


"어? 언니가?"
"응."


 물음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무거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린다.


"어휴, 아니에요. 이런 방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서유리 씨의 말에 연두 씨도 얼른 말한다.

"그럼요. 그럼요."


두 여자가 그렇지 않냐는 표정으로 강한철 씨를 보자 목이 떨어져라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난 작게 웃음을 터뜨리곤 말했다.


"이건 언니가 드리는 선물이고 제가 따로 꼭 선물 하나씩 챙겨드릴게요."

 말에 다들 손사래를 치기에 그럼 나도 안 받겠다고 했더니 순순히  선물을 받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들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서 선물을 꺼냈고 언니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정후를 보며 눈짓을 보냈다.


"뭐?"
"가서 언니가 선물 들고 오는 것 좀 도와주라고."


내 말에 정후는 투덜거리면서도 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서유리 씨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정후 씨가 참 잘 생겼네요. 둘은 무슨 사이에요?"

서유리 씨의 질문에 연두 씨와 한철 씨도 관심이 가는지 안 듣는 척하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난 그런 둘의 모습에 웃고는 서유리 씨를 보면서 말했다.


"그냥 친구예요."
"흠... 처음엔 다들 친구로 시작하죠."

서유리 씨의 말에 난 고개를 저으면서 강력하게 부정했다.


"쟤랑은 절대 그럴 일 없어요."
"너무 강하게 부정하니까 더 수상한  알죠?"


서유리 씨의 말에 난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휘저었다.


"진짜 아니에요. 아무런 사이도 사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저와는 다르게 귀한  자식이거든요."

 말에 서유리 씨는 물론이고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런  있어요. 하여간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괜히 엮지 마세요. 어우... 소름 끼쳐."

난  몸을 끌어안으며 몸서리를 쳤다. 내가 진심으로 싫어하는  같자 서유리 씨도 더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매니저분들은 가방에서 나와 언니에게 줄 선물을 꺼냈고 언니도 정후와 함께 매니저분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방에서 나왔다.

소파에 앉은 언니는 테이블 위에 선물을 꺼내놨는데 뭘 준비했는지 나도 궁금해 봤지만  포장돼 있어서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서유리 씨, 이건... 이연두 씨. 이건 강한철 씨."


선물을 받은 셋 모두는 굉장히 기쁜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고 난 그런 셋을 보며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언제 또 이런  준비했어?"
"네가 안 할 것 같아서 내가 준비했지."

언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를 토닥여줬다.

"아이구, 잘했어. 고마워."


언니는 그런 내 행동에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제 내가 받을 차례인가? 난 양손을 내밀었고 그런 내 모습이 귀여웠는지 모두가 미소를 짓는다.

"두 분만 오시는 줄 알고... 정후  선물을 따로 준비를 못 했습니다."
"아,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후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전혀 신경 쓰실 거 없어요."

내 말에 정후가 나를 살짝 째려보기에 딴청을 피웠다.

"아, 혹시 이거 뭔지 열어봐도 되나요?"


이연두 씨의 물음에 세연 언니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 선물은 무조건 집에 가셔서 열어보셔야 해요."

세연 언니의 말에 이연두 씨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무척이나 궁금한지 흔들어 보기도 하고 귀를 가져다 대고 들어보는 모습이 엄청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강한철 씨는 명령이라도 부여받은 군인처럼  있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네.  집에서 열어보겠습니다."


서유리 씨는 세연 언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뭔가 알겠는지 아아. 하며 소리를 내더니 말한다.

"여기서 열어보기 좀 민망한 게 들어있는 모양이네요."

서유리 씨의 말에 이연두 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한다.

"속옷?"

흠... 선물 상자의 크기를 보니까 속옷일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는데 언니는 뭔지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궁금하게 왜 이래?"
"언니한테도 뭔지 말 안 해줬어요?"


연두 씨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물을 준비했다는 거 자체를 저도 처음 알았어요."


 말에 연두 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예요. 저도 뭐가 들었는지 정말 몰라요."

연두 씨는  말에 다시 선물을 쳐다보더니 궁금해 죽겠는 모양이다. 그러다 결국, 선물을 눈앞에 치워버리려는지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버린다.

그래, 차라리 안 보는 게 마음 편하겠다. 서유리 씨나 강한철 씨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받은 선물을 모두 가방에  넣어 버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