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39. 챌린저
E로 협곡 구경을 하고 떨어진 에니비아에게 곧바로 Q를 날려준 후 도발을 맞춘다. 이렇게 하면 Q 대미지를 풀로 줄 수가 있다.
그리고 곧바로 강화된 평타를 퍽! 날려주고 가까이 붙어
평타를 쳐주면서 Q 스킬이 날아올 것을 예상하고 챔피언을 중심으로 빙글 돌아준다.
아니나 다를까 Q가 눈먼 곳으로 날아간다. 황급히 뒤로 돌아 날아가지만 이미 피가 혼수상태가 올 정도로 떨어진 모습이었다.
"딜교 이득 많이 봤죠? 이러면 조금 편해져요."
심리전을 이용한 딜교환에 에니비아가 많이 놀랐는지 그다음부터는 내가 위협적으로 앞 무빙을 하니까 섣부르게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아끼는 모습이 보였다.
"네, 맞아 보니까 몸이 기억하죠? 아까처럼 스킬 막 안 날리네요. 이러면 전 이득이죠."
난 룰루랄라 아까보다 조금 더 편하게 미니언을 먹으면서 궁각을 봤다.
"자, 이제 중요한 순간이 왔습니다. 에니비아에게 받은 설움을 다른 곳에 푸는 거죠. 갈리오 궁 쿨타임이 긴 편이라서 좀 신중하게 쓰셔야 해요."
에니비아도 텔레포트를 들고 있긴 했지만 내 텔과 궁을 바꾸는 건 남는 장사다.
특히나 텔레포트가 빠지면 라인전에서도 손해를 보게 만들 수 있다. 마나가 많이 필요한 에니비아의 단점을 잘 이용하면 라인전도 수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좀 더 성장 차이를 벌려야 하는데...'
각 라인 모두가 팽팽한 상황이다. 어느 라인도 자기가 더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균형이 유지된 상황에서 한타를 하는 건 쫄깃한 마음이 든다.
난 폭 넓게 미니맵을 보면서 언제든 합류할 준비를 했다.
"이거 탑 텔 썼다."
난 탑이 텔로 복귀한 걸 찍고는 용을 찍었다. 정글에게 용을 먹어 보라고 신호를 주곤 난 라인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합류할 거면 라인 빨리 밀어야 하지 않아요?]
누군가의 의문에 난 고개를 저었다.
"피 깎여가며 라인 빨리 밀면 손해에요. 합류해야 하니까 컨디션이 최상인 게 좋고 상대방 미드가 라인 푸시가 약하면 그게 좋을 수 있지만 그런 챔피언도 아니잖아요."
[역시... 갓여신...]
[여신갓... 갓... 갓...]
[똑똑하면 게임도 잘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게임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롤 원래 뇌지컬 게임인 거 몰랐음?]
[아무리 그래도 피지컬 좋은 게 장땡!]
[둘 다 필요한 게임이야.]
[롤이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임.]
[ㅇㅇ 인정. 7년 해도 골드인 내가 보증함.]
[?]
[?]
[??????????????????????]
[7년 해도 골드인 사람이 있다고?]
[그게 나야~]
[뚜빠두빠 두비두빠빠~]
내 신호에 따라 다들 용쪽으로 합류할 움직임을 보였고, 상대방도 어느 정도는 우리가 용을 시도한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상대 정글이 용을 확인하러 왔고 우리 탑은 라인을 빠르게 밀어 놓기 시작한다.
모든 상황, 정보들이 내 머리에 고스란히 들어온다. 우리가 이길 확률이 높다. 계산이 서자 거침이 없었다.
개개인의 능력과 컨디션, 전투의 형태와 양상, 챔피언의 상성과 스펠, 아이템, 스펠의 유, 무. 모든 걸 고려해 직관적인 데이터가 나온다.
"우리가 이겨."
난 싸우라는 신호를 보냈고 신기하게 우리 팀은 내 오더에 충실히 따랐다.
정글은 상대 적진에 깊숙하게 들어가 싸움을 걸었고난 그런 정글에게 궁을 사용했다.
상대 정글과 바텀 듀오가 먼저 합류해 정글을 잡으려다가 내 궁에 혼비백산 퍼졌지만 벗어나기엔 무리였다.
상대 세 명이 공중에 떴다. 난 곧바로 상대 원딜에게 E로 접근해 도발을 날렸고 정글도 빠르게 내게 호응해 원딜을 녹였다.
순식간에 3:2의 구도. 그것도 2중 한 명은 딜이라곤 하나도 없는 탱커형 서포터의 조합이었다. 어떻게든 미드에서 내려오는 에니비아와 합류해 보려고 했지만 이동속도가 느리기론 협곡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챔피언이다.
"오케이, 둘 다 잡았고."
두 명은 에니비아가 합류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결국, 미련없이 몸을 휙 돌려서 미드로 향했고 우린 용을 빠르게 쳐서 먹었다.
크롸롸롸롸!
난 용을 치다가 중간에 빠져서 미드 라인으로 올라간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에니비아가 궁을 사용해 빠르게 라인을 밀었기 때문이다.
"어우, 아까워."
[에니비아 시무룩...]
[파닥, 파닥, 파닥.... 내 날개를 타고.]
[ㅋㅋㅋㅋ 에니비아 진짜 개 느리네.]
[텔 타지.]
[텔 타긴 거리가 너무 가까움.]
[탑 텔 없는 거 바로 이용하는거 소름.]
[판단력 진짜 오지네. 여신님... 대박이다.]
[뭐냐... 이 방 온도차는... 까는 애들이 없네...]
[빠는 애들만 있음.]
[아니, 솔직히 잘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ㅋㅋㅋㅋ]
나는 라인을 받아 먹은 다음 마나를 다 써서 빠르게 라인을 밀고는 귀환을 누르려다가 다시 취소했다.
"아, 라인 한 번만 더 밀고 갈게요. 에니비아 마나 없어서."
난 그렇게 말하며 밀려드는 CS를 빠르게 정리했다. 에니비아는 방금 라인을 미느라 마나를 다 소모했기 때문에 이러면 내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러면 오히려 좋아."
내가 라인 정리하려는 걸 방해하기 위해 스킬을 난사하는 에니비아는 마나가 0에 가까워졌다. 나도 마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에니비아보단 많다.
"이번 라인만 밀고 집에 갈게요. 이러면 에니비아가 마나가 없어서 라인을 밀고 집에 가는 게 느려져요. 이러면 제가 이득을 챙길 수 있겠죠?"
[오오! 역시... 예비 챌린저...]
[야... 확실히 이런 거 보면 진짜 롬이 뇌지컬 게임이란 생각이 든다.]
[에니비아 마나 다 쓰면 진짜 라인 밀기 힘들지.]
[평타 속도랑 딜이 다 구더기라.]
[확실히 이러니까 이득이네.]
난 낑낑 거리며 열심히 라인을 미는 에니비아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유유히 귀환을 눌렀다.
난 아이템을 사고 집에서 나와 미드 라인으로 달렸다.
"그리고 라인 복귀할 땐 항상 이렇게 이동 스킬은 써 주시는 게 좋아요. 마나 꽉 차 있는데 안 쓰면 손해잖아요."
[오오.. 메모.]
[이거 모르는 사람은 롬 접어라.]
[생각은 하는데 안 쓰게 됨.]
[처음에 집에서 나올 때 쓰고 마나 아까워서 걸어감.]
[ㅋㅋㅋㅋ 나도 그런데.]
[마나 없으면 불안해서 나도 웬만하면 안 쓰는데.]
[CS타는 게 더 손해야. 멍청이들아. 마나는 없으면 안
싸울 수 있지면 미니언은 타면 다시 못 먹는 거야.]
[오... 교수님 나오셨네.]
[확실히 저 말이 맞는 것 같네.]
미드 라인에 복귀한 나는 라인을 밀지 않고 당겼다. 롬을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라인 관리다.
[지금은 왜 또 당기세요? 미는 게 이득 아니에요?]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상대방 미드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라인을 미는 게 이득은 아니에요. 지금 상황에선 당기는 게 좋아요. 제가 궁도 없죠. 그렇다고 정글도 어디서 싸우는 것도 아니죠. 중요 오브젝트 싸움이 있는 것도 아니죠. 시야는 다 먹어뒀죠. 이러면 상대방이 갱 압박을 느낄 수 있게 당겨주는 게 맞아요. 밀어주면 CS가 타는 게 아니라 받아먹게 해주는 꼴이에요."
[오오... 역시 한국대인가.]
[한국대 법대생이라 그런지 설명히 굉장히 체계적이네.]
[되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여신님!]
[메모, 메모...]
[아, 저 메모충 진짜.]
[야야, 이런 건 적어야 된다. 다 너한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다.]
[ㅋㅋㅋㅋ 야. 여신님 티어보다 낮으면 다 적어라.]
게임을 하면서 소통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제 적응이 된 것 같다. 처음 했을 땐 좀 어려웠는데 이젠 곧잘 채팅창도 보고 화면도 보고 한다.
말도 꼬이지 않고 잘하는 것 같고. 확실히 사람이라는 게 하다가 보면 실력이 느는 것 같다.
"성장 차이가 좀 나서 이제 라인전 나쁘지 않거든요? 우리 성장이 커서 블루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에니비아는 블루 없으면 진짜 노답...]
[이거 미드랑 정글 차이가 많이 나서 블루 빼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정글에게 채팅을 쳐서 적 블루 타이밍 때 한 번 노려보자고 말했고, 내 말에 정글은...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여신님.
과분할 정도로 내 의견에 찬성해 줬다. 난 에니비아의 주요 스킬인 Q를 맞지 않으면서 미니언을 정리하거나 내 Q를 사용해 딜교환을 걸었다.
나는 맞지 않고 상대방에겐 맞춘다. 이러면 라인전을 질 수가 없고 그러면 게임을 질 수가 없다.
[에니비아 다 맞네. 다 처 맞아.]
[이속이 느려서 어쩔 수 없음.]
[그냥 여신님이 잘 맞추는 거임.]
[여러분... 여신님이 잘하는 겁니다. 에니비아가 못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방 미드 챌린저임.]
내 티어가 더 낮았지만 라인전 양상은 전혀 다르게 돌아갔다. 내가 거의 찍어 누르다시피 하니까 다른 라인도 다 편할 수밖에 없다.
"궁 돌아왔죠."
난 그렇게 말하며 라인을 빠르게 밀고 상대방 블루 캠프로 들어가서 와드를 설치하고 나왔다.
"슬슬 블루 건드려 볼까요?"
난 그렇게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는데 그게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나 보다.
[뭔가... 웃는 게 예쁘신데 서늘한 느낌이야.]
[ㅋㅋㅋㅋ 먹잇감을 앞에 둔 여우 같은 느낌이랄까?]
[야... 시인이네. 비유 오지고요.]
[마녀스럽다고 할까 ㅋㅋ]
[요물. ㅋㅋㅋ]
"아, 제가 그래요? 난 그냥 웃은 건데."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여대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블루가 맛있긴 하죠. 그것도 남에 건 더."
[맞지, 맞지.]
[원래 적 정글 몹이 훨씬 맛있는 거고 용도 바론도 뺏어 먹는 게 더 맛있는 법임.]
[ㅋㅋㅋㅋㅋ]
[그게 맞지 ㅋㅋㅋㅋ]
난 채팅창을 보곤 웃음을 터뜨리며 블루 쪽 핑을 찍었다. 나올 때가 됐으니까 가자는 신호였고 적 정글이 블루 타이밍인데도 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탑에 우리 블루 쪽 핑을 찍었다.
내 핑에 탑은 라인을 밀더니 우리 블루 쪽에 와드를 하나 해준다.
난 따봉 표시를 해주곤 적 블루 진영으로 우리 정글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텀 라인 밀어주세요.
난 채팅으로 바텀에 그렇게 지시한 다음 적 블루를 치기 시작했다.
바텀은 내 말대로 바텀 라인을 쭉쭉 밀기 시작했는데 이러면 블루 쪽으로 와도 손해다.
적 바텀은 갈팡질팡 하더니 에니비아가 합류하려는 움직임에 라인을 버리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위험 핑을 찍어주면서 블루를 천천히 때리기 시작했다.
우리 바텀은 합류하려고 하기에 핑을 찍어서 못 올라오게 했다. 포탑을 찍어 포탑을 치라고 한 다음 나와 정글은 블루를 먹을 듯 말 듯 줄다리기를 했다.
"뺏어 먹을 수 있으면 좋은데."
시야를 제거하는 상대 서포터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우리 정글이 다시 와딩을 해줘서 편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적 정글 들어왔다. 난 바텀에게 지원 핑을 찍었고 들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우리 블루 쪽에 적 정글이 있는 걸 확인한 나는 바로 W+점멸을 사용해 블루 부시에 숨어 있던 상대 바텀과에니비아에게 3인 도발을 넣었다.
곧바로 Q, E, 평타로 콤보로 딜을 넣었고 내 진입에 정글도 호응했다. 미니언을 밀어 넣고 포탑을 때리고 있던 바텀도 빠르게 합류해 순식간에 4:3 구도를 만들었다.
"텔이다! 텔! 뭐야? 이 뒤늦은 텔은?"
탑이 텔을 탄 것 같은데 굉장히 타이밍이 늦은 텔이었다. 상대방 바텀과 정글이 이미 죽은 뒤 홀로 텔을 타고 온 탑을 죽였다.
한 명을 어떻게든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우리 컨디션이 다들 너무 좋은 상태였다.
"깔끔하다."
우리 블루 하나를 내주고 적 블루에 4명이나 잡았으니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게임은 그 순간부터 급격하게 우리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정글은 어떻게든 미드와 탑을 키워보려고 고군분투해봤지만 이미 성장 차이가 많이 벌어져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바텀은 라인전 단계에서 프로 듀오를 상대로 상당히 잘 버텨줘서 한 타에 접어들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예~ 좋고요."
깔끔하게 1승을 얻은 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춤을 췄는데 그게 귀엽다며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ㅋㅋㅋㅋ여신님 어깨춤 졸귀.]
[역시 SN이 선택한 여자인가.. 어깨춤마저 느낌이 있네.]
[꺄아아아! 언니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ㅋㅋㅋㅋ 되게 좋아하네.]
[챌린저가 코앞인데 당연히 좋지.]
[와... 진짜 근데 승률 미쳤다. 89%? 진짜 역대급이네.]
[ㅋㅋㅋㅋ 장난 아니다 진짜.]
[와, 뭔가 진짜 차원이 다른 귀여움이네.]
[갖고 싶다... 이 여자...]
"시작이 좋네요. 좋아, 좋아. 오늘 방송 끝나기 전에 무조건 챌린저 찍어 볼게요. 헐! 뭐야?"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