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 SN 엔터테인먼트 (36/95)



〈 36화 〉36. SN 엔터테인먼트

나갈 채비를 마친 언니와 나는 집에서 나와 SN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SN에 가는 길에 언니와 나는 몇 번이나 남자들에게 붙잡혔지만 그때마다 언니와 내가 번갈아 거절하며 이동했다.


SN에 도착하니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팬들이 많이 있을  알았는데 하나도 없네."
"그러게."

언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SN 정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SN엔터테인먼트 건물은  높아 보였다. 난 고개를 젖혀 한 번 보고는 다시 정문을 쳐다봤다. 정문 양쪽에는 유리로된 기둥이 있었고 그 안에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계단은 검은색이었고 SN 로고가 그려진 간판은 하얀색이었다. 나는 정문 앞 계단 아래 서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이진욱 매니저님이 전화를 받았다.


[도착하셨나요?]
"네."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이진욱 매니저님은 굉장히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고  실소를 흘리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거 아무리 봐도 SN 구경만 시켜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난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째려봤는데 세연 언니가 날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왜?"
"아니야. 금방 나오시겠다네."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문 안쪽을 기웃거리며 쳐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진욱 매니저님이 환하게 웃으며 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밖에 추운데."
"아, 안에 들어가도 되는 거였어요?"
"네네. 1층은 아무나  들어오실 수 있어요."
"아, 그렇구나."
"저흰 몰랐죠."

나와 언니의 대답에 이진욱 매니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말한다.

"이거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난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미소를 짓곤 말했다. 이진욱 매니저님은 그런 나를 가만히 쳐다보셨고  그런 이진욱 매니저님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예쁘셔서.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아, 저 22살이요."

내 말에 이진욱 매니저님이 크게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본다.

"22살이요?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데."
"매니저님 저는요?"


세연 언니는 잔뜩 기대가 담긴 표정으로 이진욱 매니저님에게 물었다. 고개를 돌린 이진욱 매니저님은 흠. 하는 소리를 내며 턱을 쓰다듬더니 말한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입니다."

이진욱 매니저님의 말에 세연 언니는 입술을 삐죽였고 그 모습에 이진욱 매니저님이 미소를 짓더니 말한다.

"틀렸습니까?"
"아니요. 딱 맞추셨네요."

언니도 내심 어려 보이고 싶었던지 상당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난 그런 언니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곤 핸드폰을 꺼내 들고 말했다.

"그럼 여기부터 촬영해도 되는 건가요?"

내 말에 언니도 가방에서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내 들고는 이진욱 매니저님을 바라봤다.


"아, 물론입니다."


이진욱 매니저님은 내 물음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나와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가 들고 있는 장비를 켰다.

 바로 아메리카TV에 접속해 실시간 방송을 켰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5분 정도 빠른 시간이었기에 난 내심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오우! 오우! 이 시간에 방송 보는  신기하네.]
[여신님이다!]
[여하! 여하!]
[여신님, 충성! 충성!]
[여신님을 뵙습니다!]

평일 오전 11시인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  조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와, 이 시간에도 상당히 많이 들어와주시네요. 정말 감사해요. 혹시 직장에서  땡땡이치고 보시는 분 있는 건 아니죠?"

[뜨끔...]
[백수입니다. ㅠㅠ]
[당연히 맞죠!]
[여신님을 보기 위해서라면 상사의 갈굼쯤이야.]
[점심시간입니다!]
[아니, 저긴 어느 회사가 벌써 점심시간이지?]
[취준생이요... ㅠㅠ 면접 보러 가는 중입니다.]


"아이고... 백수... 힘내세요... 오, 면접! 화이팅! 꼭 붙으시길 기도할게요. 저 때문에 상사한테 갈굼 당하시면 안 되죠."


난 반갑게 시청자들과 인사를 한 뒤에 화면을 돌려 SN을 찍었고 언니는 그런 나를 찍기 시작했다.

꽤나 전문적인 모습에 이진욱 매니저님은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고 난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을 이어갔다.

"자, 제가 지금 어디 와 있게요? 네! 맞습니다. 바로SN 엔터테인먼트에요. 제가 로스트 피크라는 삼겹살집 앞에서 길거리 캐스팅 당한 건 아시죠?"


[오! 진짜 SN이네.]
[오늘 진짜로 SN 구경시켜주는 건가요?]
[안에서 오늘 오디션 보시는 거예요?]
[연예인? 프로게이머는요?]

"아, 오디션 보고 그런 건 아니고요. 오늘 SN 구경하러 왔어요. 이진욱 매니저님이 구경시켜주신다고 했거든요."


난 그렇게 말하며 이진욱 매니저님을 보며 물었다.


"혹시 화면에 나가셔도 괜찮아요? 아메리카TV라는 방송인데."

내 말에 이진욱 매니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물론이죠. 근데  명이나 보나요?"
"어... 지금 8천 명이요."
"네? 8천 명이요?"
"네."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이진욱 매니저님이 조금 놀란 눈치였다. 갑자기 옷 매무새를 점검하고 머리를 만지시더니  쳐다본다.


"저 괜찮나요?"
"어... 언니, 잠시만."

난 언니에게 내 핸드폰을 건네주곤 계단 위에 있는 이진욱 매니저님에게 다가갔다. 언니는 그런 나와 이진욱 매니저님을 계단 아래에서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동시에 찍고 있었다.

난 이진욱 매니저님의 옷매무새를 잡아 주고 살짝 뻗친 머리를 정리해 드렸다.

"됐어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진욱 팀장님은 그런 나를 보며 웃지도 울지도 않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난 고개를 끄덕이곤 언니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언니는 카메라와 핸드폰을 모두 들고는 내게로 왔다.


"자."
"땡큐."

난 언니에게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다시 이진욱 매니저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준비되셨죠?"
"아, 네."


8천 명의 사람에게 노출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조금 긴장된 얼굴이었는데 난 그런 이진욱 매니저님을 보며 작게 웃고는 말했다.


"쫄 거 없어요. 안 잡아먹어요."
"아, 네."

내 말에 이진욱 매니저님도 작게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진욱 매니저님을 소개합니다. 오늘 SN 엔터를 구경시켜주실 분이고 감사하게도 저를 길거리에서 캐스팅해 주신 분입니다."

[오오... 부럽다. SN 매니저라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SN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일까?]
[부럽다... SN.. 나도 오빠들 구경하러 가고 싶다.]
[사랑해요! 블루 벨벳!]
[여신님 앞에서 다 고개를 조아리게 될 것이다.]
[그건 맞지.]
[솔직히 SN 들어가면 미모로 원탑 아니냐.]
[ㅇㅇ 다 씹어 먹지. 솔직히. 몸매도 좋고. 한국대에.]
[어디 내놔도 아깝지.]
[SN 출세했네. 우리 여신님 SN 구경도 시켜주고.]

"안녕하세요."

이진욱 매니저님은 마치 직장 상사에게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는데  모습이 굉장히 웃겼다.


"자, 그럼 안내해주실까요?"
"아, 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의 수가 자신의 생각보다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딱딱한 목소리와 행동을 보여주며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분홍빛 가득한 출입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자 양쪽으로 상당한 크기의 카페가 보였다.

"와!"
"오오..."

언니와 나는 양쪽을 바라보며 감탄했고 이진욱 매니저님은 우리 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1층으로 들어오시면 양옆으로 팬분들을 위한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요. 여기 보시면 SN 소속 아티스트의 얼굴을 만나보실  있습니다."
"오..."
"이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앨범은 물론이고 컵이나 케이크 같은 것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어... 일단 지하 1층으로 가실까요?"
"지하 1층은 어떤 공간인가요?"
"안무연습실이 있습니다. SN의 모든 안무는 그곳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야. SN의 안무 연습실이라.]
[얼른 보고 싶다.]
[야... 인테리어 대박이다. 진짜 괜찮네.]
[엘리베이터도 되게 고급스럽네. 돈 많네. 돈 많아.]
[하... 저기 유리창 하나는 내가 해준 거다.]


지하 1층은 전체가 안무 연습실이었는데 그게  곳이 있는  아니라 여러 곳이 존재했다.


"와... 진짜 엄청 크네."
"오, 여기 연습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내 말에 이진욱 매니저님이 무척 당황하시며 말했다.

"아, 이 안쪽은 찍지 말아주세요."
"아아. 네. 알겠습니다. 알죠, 알죠."

알려지면 곤란한 것도 있겠다 싶어서 예상은 했었다. 나와 언니는 고분고분 카메라를 돌렸고 그 모습에 이진욱 매니저님은 고맙다는 의미로 손을 모으셨다.

나와 언니는 1층을 충분히 둘러보고  다음 2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투명한 유리로 된 자동문이 열렸고 안내 데스크와 그 옆에는 거대한 스크린 화면이 하나 있었다.

"으음! 피톤치트 냄새!"

세연 언니의 말처럼 나도 숲에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다량의 피톤치트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뭐예요?"

화면에 SN 소속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있었는데 궁금해서 SN의 상징이라고 할  있는 보안을 찍었다. 솔로 여가수로 독보적인 자리까지 올라갔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SN의 이사 직책을 맡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아, 소속 가수들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라고 보시면 돼요. 이곳이 회의를 하는 곳이거든요."
"아, 어쩐지.  구조 자체가 회의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 같네."


[우리도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 우리도 보여줘요!]

"아, 근데 안에서 회의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보여드리기가 좀 힘들 것 같아요."


 말에 시청자들이 굉장히 아쉬워한다. SN 내부를 일반인이 구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아, 그렇지도 않은가? 다른 너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난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회의를 하고 계시는 분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선에서 회의실을 촬영했다.


회의실 안에는 상당히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시계가 무슨 하얀색 점토처럼 보였고, 스피커도 굉장히 특이한 형태의 모습이었다.

"소파도 굉장히 비싸 보인다."

회의실 안이 답답하면 밖에서 회의할 수 있도록 소파를 비치해둔 것 같은데 특이하게 평평한 형태의 소파였다.


"자, 이쪽으로."

어느 정도 구경이 끝나자 이진욱 매니저님은 곧바로 우리를 4층으로 안내했다.


"여기는 SN분들이 일하는 업무를 보는 곳이에요."

4층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일을 하고 계셨는데 우리를 보곤 힐끗 쳐다보곤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이쪽이 대표 이사님들 방이에요."
"아아..."
"안으로 들어갈 순 없죠?"
"아, 네. 출입은 이사님들만 가능해요."


당연히 그렇겠지. 나와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표 이사님 방을 기웃거리며 봤지만 밖에선 안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이거 안에서는 밖이 보이나요?"

내 물음에 이진욱 매니저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 그렇진 않아요."
"다행이네."


내 말에 이진욱 매니저님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 누나야! 우리랑도 소통 좀 하라고!]
[아예 우리는 신경도 안 쓰네. 구경하느라...]
[아아.. 아아... 들리십니까? 메이데이! 메이데이!]

"아, 미안해요."

난 채팅창의 반응을 살피곤 깜짝 놀라 사과했다.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시청자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난 양손을 모으고 사과를 한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이동했다.


"이제는 2층 보여주신다고 합니다. 2층은 대회의실이라고 하네요. 왜  영화에서 보면 나오잖아요.  테이블에 사람들 주르륵 앉아 있고 대표가 상석에 앉고."

[아아. 그 그림 알지. 알지.]
[그럼 지금 이만수 대표님이 회의하시는 그곳에 가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바로 그곳입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정말 그런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는 고풍스러운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화이트톤의 테이블과 의자가 보였다.

"이야... 대박."


나는 떡하니 상석에 앉아서 괜히 헛기침을 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부담스럽네. 수맥이 흐르나?"


내 말에 세연 언니가 웃음을 터뜨렸고 이진욱 매니저님도 작게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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