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 SN 엔터테인먼트 (34/95)



〈 34화 〉34. SN 엔터테인먼트

정의를 구현한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LOM을 실행시켰다.


확실히 점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게임을 잡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소통을 많이 하게 되고 소통을 많이 하니까 사람들이 게임하는 걸 보여줬을 때보다 더 많이 오는  같다.

이런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전 게임하는 것보다 여신님이랑 소통하는 게 더 좋아요!]
[저도요! 언니!]
[여기는 이상하게 여캠인데 여자들이 더 많네.]
[여신님 여캠 아닌데...]
[우리 언니는 여캠이 아니라 게임BJ에요.]


가끔 우리 방에서 저런 내용을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여캠이냐, 아니냐.


여캠이라는건 여성 인터넷 방송인이 캠을 켜고 주로 토크나 노래, 춤, 애교 등을 컨텐츠로 삼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딱히 주된 컨텐츠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모습만을 비추고 방송하는 여성 인터넷 방송인.


아니, 조금 더 노골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노출을 하는 이른바 물리학 강의, 벗방, ㅗㅜㅑ, 오토바이, 경운기로 사람을 모으려고 하기 때문에 여캠이라는 말의 인식 자체가 좋지가 않은 것이다.


하여간 노출로 인해 충성도 높은 팬들이 생겨나고 달풍선이나 후원금을 쏘는 등 어떻게 보면 성을 파는 듯한 뉘앙스에 욕을 먹는 여캠들도 많았다.

스트리퍼라든가 달창녀 그리고 그들을 후원하는 시청자들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호구라던가 물소라던가 하는 게 대표적이다.

[언니는 여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 이렇게 갑자기  들어온다고? 뭔가 폭탄을 받은 느낌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


[ㅋㅋㅋ 여신님 개당황한 표정 개귀엽다 ㅋㅋㅋ]
[ㅋㅋㅋㅋ 여신님 말 조심하세요!]
[이야... 저 여자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캠 아니냐?]
[언니, 이 바닥 텃세 심한 거 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답 궁금하다 ㅋㅋㅋㅋ]


난 이마를 긁적이며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난... 뭐, 딱히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데. 사람마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환경이 다른 거니까요. 그 단어의 의미 자체가 변질된 느낌이라서 그렇지 본래 여캠이라는 말이 예쁘고 몸매 좋은 BJ보고 여캠이라고 하지 않아요?"

LOM하는 여자 BJ분 중에서 스스로를 여캠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던데. 오히려 시청자들이 그런 여자 BJ보고 '누나는 여캠 수준은 아님' 이라고 하는 걸 보면  나쁜 의미로만 사용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너무 노골적으로 노출을 해서 사람을 끌어모으는 방식의 방송은 스스로를 너무 성적 대상화 시키는 것 같아 좋게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걸 비난할 순 없을  같다.

"그냥 자기 장점 가지고 남한테 피해 안 주면서 방송하면 되는 거죠. 뭐...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닌  같은데. 내 영상 중에서 가장 조회수 높은 게 박스티 영상인데 뭐."


난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게임 잘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니까. 슈퍼 플레이 영상이나 챔피언별 매드 무비 백 날 올려봐야 효자 노릇하는  3분 짜리 박스티 영상이니 원..."


 게임을  때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박스티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는 편이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방송만 아니면 여기서 브래지어도 벗고 있었을 거다.


"솔직히 막말로."

난 그렇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하의 실종 룩이 됐는데 매끈하고 늘씬한 다리가 보이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ㅗㅜㅑ!]
[와아... 각선미가 진짜...]
[꺄아아아, 언니! 다리 너무 예쁘세요!]
[일어서기만 해도 이런 반응이라니....]
[하... 하의 실종... 굿...]


[여신사랑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여신님! 사랑합니다.

[백마탄환자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쿠쿠다스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내친김에 박스티 한 번만 잡아당겨주세요.

[내시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오우... 불끈! 불끈! 난 이런  은근한 게 좋더라.


아니나 다를까... 별안간 터지는 달풍선까지... 이런 걸 보면 솔직히 좀 애매한 기분이다.


난 다시 자리에 앉아서 뚱한 표정을 지었다.

[여신님  그러세요?]
[잉?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
[누구야! 누가 우리 여신님 기분 나쁘게 했어!]
[다 쳐내라! 다 쳐 내!]

 양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  아니라... 뭔가 좀... 그렇네. 음... 진짜 게임할 때랑 반응 자체가 다르잖아요. 반응 자체가. 거기다가 진짜 눈에 딱 들어오는 게 달풍선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혹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음... 그러니까 이게 이런 것 같아요. 전 노출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 입장에서 여자가 노출하는 거 보면 감사하잖아요. 그건 여자들도 사실 마찬가지거든요. 저희도 감사해요."

[ㅋㅋㅋㅋㅋ 감사하데.]
[ㅋㅋㅋ 아니, 그건 맞지. 여자들은 성욕 없냐?]
[남자보단 적은 건 맞지. 30대 때는 염병... 남자가 죽어난다.]
[어깨나 등에 여자들이 뻑가긴 하죠.]
[난 팔뚝!]

"다만, 여자가 노출을 해서 문제다? 이건 조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만약에 본인 스스로가 그런 의도로. 그러니까 '음란성'을 띄는 노출을 자발적으로 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요."


[노출=음란성 아닌가?]
[여자가 노출을 과하게 하면 성범죄 대상이 될  있지 않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건 맞죠. 그건 전문가들도 그렇다고 했어요. 여자의 과도한 노출이 남자의 성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럼 이거 한 번 물어볼게요. 노출 때문에 피해를 입으면 본인 잘못이다."

[여자들도 노출하면 본인이 성적 대상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여자 잘못 아닌가?]
[미친 ㅋㅋ 지랄하네. 그럼 뭐. 히잡 입고 다녀야 하냐? 여자들이? 남자들 때문에? 차라리 남자 고추 잘라버리는  낫지 않냐?]
[여자들도  좋은 남자보면 생각은 하긴 하는데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데... 노출이 성폭행이나 성희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여자들도 하던데.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남자들보다 많이 하냐고. ㅋㅋㅋㅋ]
[이건  애매하네... 듣고 보니까. 스읍...]
[아니,  미친놈들아 당연히 남자 잘못이지 왜 여자 잘못이야.]

"흠... 저도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짧은 치마를 입어서 여자가 피해자가 됐다면 잘못은 가해자에게 있죠. 그러니까 옷을 짧게 입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서 라는 식의 발언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왜요?]
[아니, 왜긴 왜야. 당연한 거지. ㅁㅊㄴ인가?]

"자자, 너무 싸우지들 마시고요. 어... 그러니까  생각엔 사회통념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복장은 개인의 자유로서 보장 해줘야 한다는 말이에요. 잘 보세요."

난 그렇게 말하곤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짧은 붉은색 미니스커트였는데 흔하게 여자들이 입고 있는 옷이었다.


"자, 만약에 여러분의 언니, 여사친, 여자친구, 지인, 여동생이 이런 옷을 입고 나갔다가 강간을 당했어요. 그럼 그거 여자 잘못이죠? 당해도 싼 거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아니지만. 여자한테도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다 라는 거죠.]
[아니, 어이가 없네. 이게 왜 여자한테 책임이 있어. 진짜 미친놈들 많네.]
[너무 비유가 센  같은데...]
[아니, 강간한 새끼 잘못이지 여자한테  잘못이 있어. 발정난 개XX도 아니고. 그런 새끼들은 다 거세 시켜야지. 인간이 왜 인간인데. 그런 거 컨트롤할 수 있어서 인간 아니냐?]

"흠... 조금 의견이 분분하긴 하네요. 그럼 이건요?"


난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을 보여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가장 아끼는 여자. 여자친구도 좋고 여동생도 좋고. 그런 여자가 수영장이나 바다에 가서 이런 옷을 입고 있다가 강간을 당했어요. 그럼 그거 여자 잘못인가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아니, ㅅㅂ 그럼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뭘 입어?]
[진짜 히잡 입어야 하나? ㅋㅋㅋㅋ]
[그래도 여자 잘못이라는 새끼는 강퇴 해주세요.]
[와... 만약에 가해자가 '옷을 짧게 입은 여자가 잘못했다.'라고 하면 진짜 죽여버리고 싶을 것 같다.]
[ㅋㅋㅋㅋ 아까 여자 잘못이네 했던 애들 어디갔냐? 너네 여동생이나 여친 꼭 히잡 입혀라. 밤길 조심하고. 당해도 당연한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말고.]
[사회통념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복장은 개인의 자유로서 보장해 줘야 한다는 말이  말인 듯.]


"그래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비키니를 입는  잘못됐나요?"

[감사하죠.]

난 채팅창을 보곤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저도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저도 감사합니다.]
[이 응큼한 여신님!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감사하대 ㅋㅋㅋ]


"어.. 그러니까 짧은 옷이 성충동을 자극시켜 성범죄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걸 책임 소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본질의 왜곡이라고 보는 거죠."


[본질?]

"네, 본질."

난 고개를 힘 있게 끄덕이며 말했다.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자의 잘못이다. 아니다! 여자가 어떻게 하고 다니든 성충동을 느끼는 남자 자체가 문제다. 이거 가지고 싸우잖아요. 근데 본질은 그게 아니거든요."


난 주먹으로 컴퓨터 책상을 때리며 말했다.


"둘  잘못이 아니에요. 짧은 옷을 입거나 성충동을 느끼거나 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고요.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요. 문제는 그게 범죄로 이어진다는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인정을 하고 책임 소재를 전가하지 않아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죠."

[발정난 남자 잘못이지.]
[여자가 야한 옷 입고 있다고 해서 강간하려는 남자 대가리가 이상한  아니냐?]
[이성이라는 게 있어서 인간이지. ㅅㅂ 좀 노출하고 있다고 해서 강간하면 동물 아니냐?]

"어어... 남자 잘못이 아니라니까요. 그게 정상적인 거예요. 다만 그걸 법이라는 제도로 통제하고 있는 거죠."


[언니 왜 남자 편들어요!]


"아니, 남자 편드는 게 아니라. 하... 이거 참..."

난 돌리던 게임을 중단 시키고 말했다.

[ㅋㅋㅋ게임 껐다.]
[뭐야! 오늘은 정말 게임하는 거 보려고 왔는데...]


"지금 게임이 문제가 아니에요. 아니. 자, 여자분들 그럼 거꾸로 얘기해 볼게요. 여자가 엄청 야한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는데 남자들은 그 섹스 어필을 보고도 계속 감내하기만 해야 하는 건가요? 남자들은 왜 그런 유혹을 견뎌야만 하는 거죠?"


[옳소! 옳소!]
[아, 이 누나 마음에 드네.]
[그래... 진짜 노출한 여자들 보면 진짜 눈 둘 곳도 없고 남자들도 고충이 있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 탈 때 진짜 잡혀갈까 무서움.]
[그래서 난 여자 전용 지하철 칸 환영하는 편임.]
[여적여 모르냐? 그런데 여자가 찍어서 대신 올려줌.]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순 없어요. 그건 진짜 말 그대로 본능적인 충동이잖아요. 배고프면 먹고 싶은 것처럼. 그걸 잘못됐다고 하면  되죠.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 배고프다고 남에 걸 훔치는 게 잘못된 거고 노출된 옷을 입었다고 본능에 충실한 게 잘못인 거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이런 부분들 때문에 남자가 손해를 보는  사실이에요. 꽃뱀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뭐 어쨌든 남자로서 부당함을 느끼는 게 분명히 있겠죠. 그러면 이걸 받아들여서 모든 여자의 복장을 이슬람 국가처럼 규제한다면 그것도 여자들에게 너무 부당한 처우가 아닌가요? 그럼 솔직히 남자들도 손해 아니에요?"

[여신님 박스티를 다신  보는 건가?]
[그건 중대한 손해지.]
[여신님 몸매를 감추는 건 국가적 손실입니다.]
[그러니까 비키니 방송 한 번만...]
[박스티 한 번만... 잡아당겨주세요. 제발...]


"하... 이 사람들이 진짜 중요한 얘기 하는데."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났다!]
[여신님 화났다! 방종 각인가?]
[아... 앙대... 앙대여...]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자, 됐어요?"

난 박스티의 허리 부근을 잡아 당겨 옷을 밀착시켰다.

[ㅗㅜㅑ!]
[힘순찐이다! 힘순찐!]
[아아아아.... 이거구나!]
[내가 이걸 라이브로  줄이야!]

[박스티한번만님께서 달풍선 1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헐..."


[ㅋㅋㅋㅋㅋ 10000개]
[닉네임 보소 ㅋㅋㅋㅋㅋ]
[닉값하네 ㅋㅋㅋㅋㅋㅋ 와 ㅋㅋㅋ 10000개 ㅋㅋㅋ]

난 다시 자리에 앉고는 말했다.


"하여간에, 제 말은 서로 너무 물고 뜯고 하지 말자고요. 여자든 남자든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주고 사회적통념에 벗어나는 행동은 자제하고. 법대로 살면 되는 거죠. 노출이 죄는 아니잖아요. 제가 그럼 방금 한 것도 죄인가요?]

[누구야! 어떤 새끼야? 누가 그랬어?]
[성은이죠.]
[ㅋㅋㅋ 성은]


"말이 길어졌네요. 다시 게임 돌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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