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 합방을 준비합시다! (29/95)



〈 29화 〉29. 합방을 준비합시다!

 타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난 우월한 성장을 바탕으로 사이드 라인에서 운영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나를 막기 위해 DBB님이 오셨다.


상단 라인에서 라인을 밀던 나는 갑작스럽게 블루 쪽 삼거리 부시에서 튀어 나온 재드를 보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내가 피가  피 정도로 적었지만 애코 궁이 있으니 풀 피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거기다 성장도 내가 더 잘했어.'

잘 싸우면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서자  몸은 즉각 저절로 반응했다. Q 스킬을 날리자 그대로 내 스킬을 궁으로 피해버린다.

난 우리 진영 쪽으로 W 스킬을 사용하고 E로 들어가 돌아오는 Q를 맞추고 평타 딜과 함께 E딜까지 넣어 감전을 터뜨렸다.


가장 베스트는 W에 스턴까지 걸리는 거였지만 상대는 DBB님이다. DBB님도 내게 딜을 차곡차곡 넣고는 그림자를 밟아 빠져버린다.

'시야가 없다.'

난 팀원들의 위치와  위치를 미니맵을 통해 한 번 확인하고는 삼거리 부시로 다시 들어간 DBB님을 무시하고 위쪽 미니언을 정리하기 위해 올라갔다.

상대방 미니언을 줄이고 아군 미니언이 더 많이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DBB님도 그걸 느꼈는지 부시에서 다시 튀어나온다.


그러나 이미 미니언 정리를 끝내 아군 미니언만 남은 상황. 거기다 난 아직 궁이 있고 재드는 궁이 없다.


내가 피가 적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폭딜을 넣으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셨는지 거침없이 내게 접근한다.

난 아래가 아닌 위쪽으로 올라갔다. 아군 진영으로 뛰면 DBB님이 부담을 느끼고 쫓아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케이, 와라.'

내가 오히려 적진으로 뛰어가자 DBB님은 나를 쫓았고  살짝 위쪽에 W를 사용하곤 딜 교환을 걸었다.


내가 조금 남은 체력으로 갑작스레 달려들 거라고 생
각 못했는지 조금 당황한 움직임이었지만 착실히 내게 딜을 넣으신다.

피가 정말 조금 남았을 때  W를 사용한 곳으로 점멸을 사용했고 DBB님은 얼마 남지 않은 내 체력을 보고 빠르게 점멸을 사용하신다.

"됐다!"

타이밍 좋게 내가 깔아  W로 인해서 스턴이 걸렸고
난 깔끔하게 궁과 평타, 스킬을 사용해 DBB님의 재드를 잡아냈다.


"나이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쥔다. 자칫하면 내가 죽을  있는 상황이었다. 성장을 많이 해서 킬을 주면 상대방에게 들어가는 골드가 많았기 때문에 게임이 산으로 가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멋들어지게 잡아냈으니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나이스 DBB님 솔킬! 와, 녹화 해놓길 잘했네."


역시 언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틀린 말이 하나 없다.

난 지속적인 사이드 운영을 통해서 우리 팀원이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상대편에서 나를 1:1로 상대할 수 있는 챔피언이 없었기 때문에 2명이나 3명이 와야 했는데 그때마다  눈치 빠르게 귀환했다.

그렇게 내게 계속 휘둘리자 계속 실수가 나왔고 균열이 생겼다. 우린 그 틈을 그때마다  파고 들어서 이득을 챙겨 스노우 볼을 굴렸다.

"이거  해도 되겠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뭘 해도 괜찮은 상황이 왔다. 우린 4용을 당연한 것처럼 챙겼고 물 흐르듯 바론
시도를 했다.

바론을 막으러 오면 싸움을 걸어서 이득을 보면 됐고 오지 않으면 바론을 먹고 이득을 챙기면 됐다.


"이거 싸우려나 보다."


바론을 줘도 지고 안 줘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승부수를 띄워 볼 생각인  같았다.

"얘네 들어온다. 들어온다."

움직임이 확실히 들어오려는 움직임이다. 바론을 어떻게든 뺏어 보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단하게 시야 장악을 하고 대지의 용을 두 마리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바론을 뺏겨도 사실 다 잡으면 그렇게 손해도 아닐 만큼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라서 마음이 훨씬 편했던 것도 있다.

반대로 적은 지금 아주 사활을 걸고 있을 것이다.


"자신 있으면 들어오던가."

난 Q를 날리며 상대방을 견제했다. 언제든 들어오면 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크게 움직였는데 그런 내 움직임이 퍽이나 위협적이었던지 상대 딜러 라인이 멀찍이 거리를 벌리는  보였다.

그 사이에 바론의 피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고 누군가의 핑이 바론에 찍혔다.


빠르게 바론을 버스터 하자는 핑으로 받아들이고 팀원들은 순간적으로 폭딜을 바론에 넣었다.


"강타!"


내가 앞에서  없이 무빙을 쳐서 그런지 바론과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딜러들로 인해서  라인 챔피언들이 들어오지 못했다.


순식간에 녹아버린 바론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의 체력 상황이 좋지 않았으면 공격해  법도 했지만 그러기엔 우리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좋아, 귀환."


우리 팀원들 전부 잘리는 사람 없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고 느긋하게 아이템 쇼핑을 마친 뒤 너 나 할것 없이 미드 핑을 찍기 시작했다.

이젠 사실 운영할 것도 없었다. 그냥 미드에 힘을 줘서 밀면 그냥 밀릴 거라고 봤다.

"이건 더럽게  싸워도 질 수가 없다."

그만큼 성장 차이가 워낙 많이 낫다. 팀원들은 현 프로를 상대로 보여준 내 실력에 감탄을 토해냈다.

[와... 진짜 한국대 여신님 찐이네.]
[실력 장난 아니시다. 진짜 프로 데뷔가 목표신가요?]
[버스 감사합니다, 여신님!]
[여신님 친추 좀 받아주세요.]


미드 포탑과 억제기를 그대로 내주고 쌍둥이 타워에서 막아봤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ㅁㄷㅊㅇ]


DBB님께서 넥서스가 터지기 직전에 채팅을 올리셨는데 그 내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아, 재미있었다."


확실히 상대가 프로라 그런지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바로 돌리면 또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곧바로 게임을 돌렸지만 안타깝게도 DBB님과 만나진 못했다.


그래도 뭔가 내가 점수가 올라가면서 프로들을 만나기 시작하니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천상계로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한 판,  판이  재미있겠지?"

아직은 점수가 낮아서 정말 운이 좋게 가끔 얻어걸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프로들을 만나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앞으로가 기대됐다.

"이런  보면 구미가 당기지 않나?  프로 상대로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미드 라인전 상성상 그렇게 애코가 재드에 비해 더 좋지도 않은데 난 그런 애코를 쥐고도 라인 주도권을
꽉 쥐고 플레이했다.

자화자찬이긴 했지만 내가 미드 라인을 압도했다고 생각했고 DBB님도 마지막에 나를 인정해 주는 채팅을 쳐 주셨다.

"그러니까... 나 프로한테 인정받은 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가 녹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황급히 입을 가리고 무표정을 유지해 보려고 했지만 광대가 승천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아무렇지 않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나 이런 여자야 하는 표정을 잔뜩 지으면서 말이다.


'겁나 멋있어! 겁나 카리스마 있어!'

녹화된 화면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 난 내가 굉장히 그렇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지만...

하여간에 난 내리 연승을 하며 최근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나갔다.

#


난 기분 좋게 컴퓨터를 끄곤 집으로 나와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나오기 전에 언니에게 시달림을 당해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버스를 타고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타기로 마음 먹고 역으로 향했다.

평일 오전 시간 때라 그런지 지하철 안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빈자리가 많아 난 편하게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망원역... 맞네."


난 역을 확인하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망원역 1번 출구로 나오라고 했기에 난 출입구를 찾아 걸어갔다.

1번 출구를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훤칠한 키에 잘생긴 남자 하나가 서 있었는데 방송에서 볼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  탈논님을 알아보고 사인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고 탈논님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미소를 지으며  명,  명에게 사인도 사진도 찍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의외네."


외모는 조금 까칠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사인을 하다가 올라온 날 봤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앞으로 넘어와 목에 스냅을 줘서  하고 넘겼다.

처음엔 짜증스러웠는데 이 짓도 자주 하다 보니까 적응이 된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짜증 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긴 생머리를 버릴 수 없었다.

'내가 봐도 잘 어울렸으니까.'

단발머리라고 안 어울릴까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 취향이 긴 생머리... 아니 남자라면 다 긴 생머리를 좋아하지.


'내 취향이기도 하고.'


하여간 거울에 비친 긴 생머리의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퍽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쉽사리 머리를 자르기가 힘들었다.

난 옆에 가만히 서서 탈논님을 바라봤고 탈논님은 미안한 표정을 짓기에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
"어!"

사인을 받고 좋아하던 몇 분이 날 바라보더니 소리를 낸다.


"대박.. 진짜 여신이네."
"한국대 여신님 맞으시죠?"
"아,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탈논님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나를 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정말로  알아볼  몰랐다.


"방송 정말 잘 보고 있어요!"
"언니, 너무 예쁘세요! 진짜 여신님이세요!"
"저기, 저 사진  번만."
"저도 사진이랑 사인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롤 하시는 거 요즘 진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순식간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에 난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알아서 질서 있게 줄을 서는 모습에 살짝 미소가 나왔다.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에 난 탈논님을 쳐다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탈논님은 그런 내 표정에 미소를 지으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자자, 이쪽으로. 이쪽으로 서세요. 어어! 새치기하시면 안 됩니다. 이거 다 줄이에요."


탈논님은 그거로도 모자라  매니저라도  것처럼 줄을 세워주고  소개를 하기도 했다.


"자자, 한국대 여신님 맞습니다. 네네, 지구에서 롤을 가장 잘하는 여자. 한국대 여신님 맞아요."

과분한 호칭까지 달아주시며 탈논님은 모객 행위라도 하듯 사람을 불러 모았고 그 덕분에 자기한테도 사람이 많이 몰리고 나한테도 사람이 더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아, 저요? 그럼요. 그럼요. 되고 말고요."


늘어선 줄과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서 이거 내가 제대로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를 알아보고 몰려드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탈논님을 보고 모였다가 나도 알아보고 하는 수준이었는데 재미있게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에 반해서 내 주변에 모여든 사람은 대다수가 20대 초반에서 후반의 남자 또는 여자였는데 이상하게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뭐, 나야 좋지만.'


아무래도 남자였기 때문에 여자들이 내 주변에 몰려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자니까, 사실은 이런 그림이 아니라 남자들이 나를 둘러싼 그림이 맞겠지만 여자의 육체를 쓰고 있는 남자의 입장에선... 그거 꽤나 곤욕스러운 일이다.

하여간 우린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예정에도 없던 팬 사인회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사람들까지 다 해주고 나서야 우린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탈논님은 자기가 호객 행위를 해서 나를 힘들게 했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아니에요. 전 좋았어요. 알아봐 주는 사람도 있고 좋은 말들도 많이 해주시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여기까지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하죠. 진짜 다 탈논님 덕분인데."


 말에 탈논님은 미소를 짓더니 걸음을 멈추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BJ탈논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성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일곱이고요."

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곤 가볍게 흔들었다.


"윤세나라고 해요. 나이는 올해 22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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