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28. 합방을 준비합시다! (28/95)



〈 28화 〉28. 합방을 준비합시다!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어제 조금 늦게 방송을 끄고 딴청을 피우다 잠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난 이불을 걷고 일어나 거실로 나왔는데 역시나 언니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거실 바닥에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을 보고 있었는데 영상 편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 잘 나왔다. 이쪽으로 와 봐."

언니가 자기 옆자리를 팡팡 때리며 말했다.


"왜?"


언니는 내가 자리에 앉자 바로 노트북 화면을 돌린다.

"이 사람들 뭐야?"

노트북 화면에는 BJ탈논이 달풍선을 쏘는 걸 시작으로 뒤따라 봉구님, 승태님, 귤스트님이 연달아 쏘는 게 보인다.

"아, BJ탈논 사단이라고. 그 탈논님이 키워준 분들이야. 아메리카 3대장이라고 이 방송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신 분들이야."


내 말에 언니는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에에? 그런 사람들이 너랑 합방하자고 하는 거야?"
"응."


난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대박 터진 거 아니야?"
"대박이야 진작 터졌지. 탈논님 만난 것 자체가 이미 대박이었어. 진짜 운이 좋았지. 시청자들이 내가 역대급으로 최고 빠르게 성장한 BJ라고 하더라."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받은 달풍선도 수익으로 환산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물론, BJ등급이 낮아서 수수료를 엄청 때가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꽤 많은 돈을 벌었을 거다.

'거기다 GOAL 어패럴에서 받은 돈도  되고.'

내 나이에 평범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 수 있는 돈보다는 월등히 많았다.


"아, 나 오늘 탈논님 만나기로 했어."


내 말에 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말했다.


"그럼 나도 따라가야 돼? 촬영해야 하지 않아?"
"아, 아니. 촬영은 따로 안 하기로 했어."
"뭐야? 그럼 왜 만나?"
"그냥 합방하는  관련해서 조율할 거 조율하고 그러려고 만나는 거지. 당장 방송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 조율 차원에서 만나는 거다."
"응."
"몇 시에?"
"12시."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한다.

"그래. 잘 준비해서 나가. 얘기  하고. 언니는 편집하고 있을 테니까 와서 영상 업로드할 거 확인하고."
"알았어."

난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욕실로 향했다. 미리 씻고 준비하고 게임을 하다가 곧바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언니는 그런 나를 보더니 말한다.

"벌써 준비하려고?"
"아니, 미리 준비하려고. 게임하다가 나가려고."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 방송 안 켜도 녹화는 꼭 하고."
"응."

방송하는 시간보다 방송을 끄고 플레이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언니는 보다 더 좋은 영상을 위해 방송을 하지 않을 때도 녹화는 하면서 게임을 하라고 했다.


혼자 게임하면서 거의 독백 위주로 얘기하는 거라서 이게 뭐 쓸 영상이 있을까 싶었는데 언니가 생각보다 편집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괜찮게 살리는 것도 많았고, 내가 했던 플레이 중에서 괜찮았던 플레이들을 모아서 매드 무비 같은 것도 만들어 업로드하곤 했다.


"확실히 똑똑하니까 뭘하든 잘한다니까."


언니야 뭐 한국대 다니니까 머리가 똑똑하다는 거야 부정할  없는 사실이고.

 머리를 옷 말고는 다른 곳에 쓰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걸 했어도 분명히 성공했을 언니다.


나중에 영상 수익 창출이 되면 자기보다 더 뛰어난
편집자를 구하라고 했는데 내 생각엔 언니보다 더 잘하는 편집자를 구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언니를 채용할까?'


언니가 안 하려고 할 것 같긴 했다. 자기 일도 바쁘고... 아마 나중에는 정식으로 편집자를 구해야할 것 같긴 했지만 되도록 언니가 오래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판 돌리고 나가자."

난 시간을 확인하고 곧바로 큐를 돌렸다. 탈논님이 접속해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나는 귓속말을 남겨놨다.


[이따가 뵐게요!]

게임이 잡히기 기다리면서 내 너튜브 채널에 들어가 댓글을 보며 신고할 건 신고하고 답글을 해줄 건 해주면서 시간을 때웠다.


알림 소리가 나서 롬 화면을 켰더니 게임은 여전히 대기 중이었고 탈논님의 귓속말이  있었다.


[네! 이따가 봬요! 연승하시고요!]
[넵! 감사합니다!]

 다시 너튜브에 들어가 댓글들을 보다가 게임이 잡혀 마우스를 흔들다가 키보드로 채팅도 쳐보고 가볍게 점검을 했다.

선택할 챔피언을 띄워 놓고 카운터 챔피언을 금지시켰다.


"좋아,  하면  판? 빨리 끝나면 네 판도 가능할  같은데."

난 스트레칭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손을 탈탈 털었다. 손목도 꺾어주고 고개도 이리저리 돌려줬더니
금방 게임이 시작됐다.


[오! 한국대 여신님이다!]
[이겼네, 이겼어.]
[미드만 파면 되는 부분인가?]
[서폿님 저 말고 미드 서포팅 해주세요.]

게임에 들어가면 거진 날 알아보고 반응들을 보였는데 그런  참 신기했다.


[안녕하세요! 우리 잘해 봐요!]

난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격려했고 그게 꽤나 동기 부여가 되는  같았다.


[오오! 여신님께서 친히 채팅을...]
[손가락을 중히 여기소서...]
[우리 같은 아래 것들에게 채팅 쳐주실 필요 없습니다.]
[하하하...]


너무 과분한 대접에 난 어색한 웃음을 채팅으로 치면서 미드로 향했다.


상대 미드는 나를 보더니 이모티콘을 띄우며 인사를 하기에 나도 인사를 건네는 이모티콘을 띄워줬다.

[여신님, 속보! 상대 미드 프로입니다!]

에에? 난 갑작스러운 비보에 당황하며 재빨리 검색에 들어갔다.

"맞네. 프로네. DBB."


DBB라는 간결한 대문자 아이디를 사용하는 Ken.G라는 팀의 미드라이너였다. 이름이 이보성이었나?


"오... 대박! 재미있겠다."


점수가 점점 올라가면서 확실히 현재 LCK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많이 만났는데 프로 못지 않게 잘하는 프로도 있긴 했지만 확실히 진짜 프로는 달랐다.


전체적으로 게임을 읽는 능력이나 플레이가 확실히 일반 아마추어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히나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챔피언의 대한 이해도와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일반인의 비해서 넘사벽이라고 해야 할까?


거기다 가장  차이는 킬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다르다. 내가 봤을  롤에서 가장 극명하게 실력이 차이나는 게 이 킬각을 보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아니, 첫 판 상대가 DBB 선수라니."


난 미드 애코를 골랐고 DBB 선수는 재드를 골랐는데 확실히 요즘 애코에 비해 재드가 더 티어가 높은 챔피언이긴 하다.


"조금 힘들겠는데."

라인전으로만 따지자면 내가 조금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팀 조합으로 보자면 우리 편이 훨씬 좋다. 내가 가진 이 게임이라는 능력이 무서운 점은 정말 이 게임 자체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거다.


언제 어느 때든 최적의 선택과 플레이를   있도록 돕는다. 사실 이게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내 능력이 게임을 하는 건지 잘 구분이  가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가진 능력이니까.  능력을 사용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사용할 생각이다.

"초반 1레벨  재드가 약하다는 걸 이용하자."


같은 근접 계열의 챔피언이긴 했지만 1레벨 때는 재드 보다는 에코가 더 낫다.

난 Q 스킬을 활용해 재드를 견제하면서 선 2렙을 가져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넣었다.


"아, 요즘 재드 완전 사기던데."

1티어 자리를 꽉 차지하고 있는 챔피언 중 하나인 재드였기 때문에 섣부르게 덤볐다간 낭패를 볼  있다.

난 라인전에서 차근차근 상대 스킬은 피하고 내 스킬은 박아 넣으면서 DBB선수의 재드를 상대로 라인 주도권을 가져왔다.

"바위개 싸움 봐줘야겠다."


상대 정글이 용쪽 앞에서 바위개를 먹으려는 모습을 봤고 우리 정글이 그걸 보자마자 지원 핑을 찍는다.

난 그걸 보고 빠르게 라인을 밀어 넣고 아래로 내려와 합류했다.


"빠진다."

상대 정글이 내가 아래쪽으로 무빙하는 걸 확인하더니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러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 난 그냥 가만히 부쉬에 숨어 있다가 바위개 피가 얼마 남지 않은  보고 바로 미드로 복귀했다.

재드는 내가 라인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빠르게 포탑으로 미니언을 밀어 넣었지만 난 모조리 다 받아 먹었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요."


난 배시시 웃음을 터뜨리며 라인을 먹고 우리 정글이 용을 치기 시작하는 걸 확인했다.

"뭐야? 바위개 먹고 바로 용을 친다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정글의  시도를 보면서 난 재드가 라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끔 어거지로 라인을 밀어 넣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스킬을 피해 DBB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크롸아아아아!


용이 죽는소리가 협곡에 울려 퍼졌고 피가 적은 우리 정글을 빠르게 우리 아군 진영으로 넘어와 기세등등하게 귀환을 누른다.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이모티콘까지 띄우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렸다.


[아, 미드 주도권  쥐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다 해도 되네.]
[역시 우리 여신님... 그저 빛...]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전 죽어도 됩니다. 서포터님. 무조건 한 타 때 미드만 봐주세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고 했음.]
[그래, 그게 맞지.]


위로 올라갈수록 게임을 했던 사람과 다시 하게 되는 확률이 높아서 그런지 자주 만나는 사람은 두 번, 세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사람을 다 기억하진 못했지만 은근히 나와 자주 만나는 유저들이 있었고 그 유저들은 내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드 위주로 플레이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그게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겨낼 부담감도 아니었다.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고 할까? 내가 뭔가를 하나 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은연중에 품고 있었고 난 그런 그들에게 내 플레이를 통해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했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많이 봐주는 플레이, 그러니까 노골적으로 나를 키우는 플레이를 했던 게임은 거의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게이머들 사이에선 그런 말도 떠돌고 있었다.


여신 불패...

나와 함께 하면 지지 않는다는 어떤 사이비스러운 종교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그 주체가 나라서 이건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고...

하여간에  실력이 흔히 말하는 천상계 유저들 사이에서 회자된다는  좋은 일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실력 있는 프로 선수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내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눈이 있으면 보겠지.'


내가 가진 게임[S급]을 기반으로  내 LOM 실력은 미치도록 객관적으로 봐도 출중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어떤 프로 선수를 상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상대가 설령 페이크 선수라고 하더라도.


"상대 정글 온다."

결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조금 기울어진 게임을 확실하게 굳힐 수 있을  같아 난 빠르게 정글을 호출했다.


역갱을 봐 달라는 의도로 상대 정글 위치를 찍고 지원 핑을 찍었더니 우리 정글이 알아먹은 모양이다.


먹던 정글 몹도 그대로 두고 미드로 헐레벌떡 뛰어온다.


"좋아, 걸린다?"

난 의도적으로 거리를 내줬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상대 정글과 DBB선수가 나를 죽이기 위해 앞 무빙을 친다.

난 그 공격을 무빙으로 흘려내면서 포탑 쪽으로 빠졌고 어느 정도 거리가 나오자 우리 정글이 부시에서 튀어나와 역갱을 시도했다.


나도 몸을  돌려 공격에 나섰고 그러자 둘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나와 우리 팀 정글은 끝까지 쫓아가 기어이 킬을 따냈다.


"야, 타이밍 진짜 좋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덮쳐서 나는 스펠도 하나 안 쓰고 깔끔하게 더블킬을 먹을 수 있었다.

라인을 빠르게 밀고 귀환을 하자 빠르게 2코어 아이템을 사들고 라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경기 초반 완벽하게 흐름이 우리에게 넘어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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