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25. 합방을 준비합시다! (25/95)



〈 25화 〉25. 합방을 준비합시다!

[오늘 그럼 게임은  해요?]

"네, 오늘은 여러분들과 얘기하려고요. 제가 게임에만 몰두한다고 뭐라고 하시잖아요."

[아, 게임 하는 거 보려고 왔는데.]
[오오! 오늘은 그럼 소통 방송인가요?]
[언니, 저 너무너무 기다렸어요!]
[먹방+소통이라, 좋네요. 좋아!]
[그럼 Q&A 같은 것도 받으시나요?]

"Q&A요? 흐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질문하실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다 답변해 드릴게요. 저한테 궁금하신 거 많을 것 같은데."

확실히 시청자들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적었다. 뭐, 많이 안다고 해봐야  본명과 나이 그리고 다니고 있는 대학교 정도?


아, 그리고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나에 대해선 시청자들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근데 그 이상 뭐 알려줄 것도 없긴 하다. 그래도 궁금한 게 있을  있으니까 질문을 받아 볼까? 난 질문을 보기 위해서 채팅창에 얼굴을 좀 가까이 가져갔다.


"와... 너무 빠르다."


방송을 시작하면 정말 금방 7~8천 명. 정말 많을 때는 1만 명이 넘게 들어와서 채팅창을 본다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수많은 질문들이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에 눈이 빠질 지경이다. 그렇게 간신히 자주 눈에 띄는 질문을 읽고 답을 하려는데 별안간 터지는 달풍선.

[탈논사랑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여신 언니, 탈논 오빠가 언니 가슴 사이즈 알아 오래요.

 두 눈을 깜빡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받는 질문이 가슴 사이즈라니. 거기다가 달풍선 100개를 주면서 묻는 거라... 대답을  하기도  그렇고...


[이걸 대답해 준다고?]
[뭐든  대답해 준다고 약속함.]
[약속까지?]
[아, 왜 가슴만 물어보냐고!]
[멍청하긴! 물어볼 거면 다 물어봐야지.]
[내가 봤을 때 B컵 정도?]
[저번에 몸매 보니까 장난 아니시던데.]
[아아, 그 전설적인 영상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아니,  가슴 사이즈를 이렇게 궁금해할 일인가? 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진지하게 내 가슴 사이즈가 몇이나 될까 하는 문제로 격렬하게 논쟁하는 사람들을 보자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참, 다들 건설적인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시네요."

뭐, 얘기 못해줄 것도 없어서 난 속 시원하게 밝혔다.

"최근에 재 봤는데 아슬아슬하게 70E 컵이더라고요."

[ㅗㅜㅑ!]
[오우! 오우!]
[우가! 우가!]

뭐... 뭐야? 저 괴상한 소리는.


[와... 진짜 다 가지셨네.]
[에이, 비, 씨, 디... 아이고야.]
[이야... 70E 컵... 대박!]
[부럽다... 이 언니... 가지고 싶다... 이 언니...]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줄 몰랐는데 내 가슴 사이즈를 듣고 내가 더 좋아졌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난 그런 웃기지도 않는 댓글에 실소를 흘리면서 말했다.

"아니, 그런데 BJ탈논님이 제 가슴 사이즈를 알아 오라고 했다고요? 왜요? 속옷 선물이라도 해주시려고 그러시나? 엄청 비쌀 텐데."

[자나 깨나 탈논조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탈논 속은 모른다.]
[탈논 우에 나막신 신고 다니기]
[두부 먹다 탈논한테 빠진다]

시청자들의 속담 퍼레이드에  피식 웃었다. 대부분 조심과 관련된 속담을 변형한 거로 보였는데 정말 재치가 넘치는 댓글들이 많았다.

[어기여차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세요?

"아아, 어기여차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 오늘 촬영이 있어서 좀 그렇게 보이나 봐요."


[촬영?]
[어떤 촬영이요?]
[엥? 촬영? 무슨 촬영?]

"혹시 여러분들 GOAL 어패럴이라는 곳 아세요?"

GOAL 어패럴이라는 게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꽤 핫한 브랜드라는  알고 있기는 했지만 정말로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궁금했다.


[그거 GOAL 어패럴 요즘 핫한 패션 브랜드임.]
[ㅇㅇ 거기 요즘 유명함.]
[설마 GOAL 어패럴에서 화보 촬영하셨어요?]
[GOAL 어패럴? 그런 곳도 있어요?]
[전 패션에 관심이 없어서 브랜드 잘 모름.]
[저도...]


반응을 보니 확실히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GOAL 어패럴이라는 곳을 잘 알았다. 특히나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남자들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축구와 관련된 브랜드라서 그런지 확실히 유명하긴 했다.


[GOAL컴이라고 축구 전문 기사만 내놓는 사이트 그거 브랜드 사서 하는 거라고 알고 있음.]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GOAL컴이라는 사이트를 모르는 사람을 많지 않을 거다. 나도 프리미어리그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지만 GOAL컴에 들어가 축구 기사들을 많이 탐독했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GOAL 어패럴 대표님과 만나서 제안을 받았어요. 저랑 언니랑. 그래서 운 좋게 GOAL 어패럴 신상품 모델로 방금 막 촬영하고 왔죠."

[나라도  자매 길거리에서 보면 제안할 것 같음.]
[근데 GOAL 어패럴 여자 옷 정말 구린데.]
[그건 인정. 남자들이나 좋아하지. 여자 옷은... 최악.]
[여자 옷도 괜찮던데?]
[그거야 지극히 남자 기준에서 괜찮은 거고.]
[ㅇㅇ 여자들은 별로 안 좋아함.]
[GOAL 어패럴 처음 들어봄. 나 여자.]
[ㅇㅇ 여자들은 거기 잘 모름.]
[남친이 축구 좋아하면 알 수도 있겠다.]

확실히 여자 옷에 대해선 엄청나게 악평을 퍼붓는다. 우리도 처음 GOAL 어패럴에서 이미 나온 여자 옷들을 보고 별로 좋은 평가를 내리진 않았지.

나야  볼 줄 모르니까 논외로 치고 한국대 의류학과에 다니시는 언니가 디자인이 별로라고 했으니 대다수가 별로라고 느낄 거다.


[카인님께서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여신님! 이번 신상품 어때요?

"어, 카인님 감사합니다. 어... 제가 오늘 모두  입고 왔는데 진짜 좋았어요. 디자인도 진짜 예쁘고 활동성도 좋고. 주변에 추천해드릴만해요. 정말로. 제가 거기 모델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괜찮았어요."

[에이, 거짓말!]
[거기 남자 옷은 모르겠는데 여자 옷은 진짜 아닌데.]
[GOAL 어패럴에 여자 옷은 살 거 한 벌도 없음.]

역시나 부정적인 민심에 난 어쩔 수 없이 언니 카드를 꺼냈다.

"우리 언니가 한국대 의류학과에 다니고 있는 건 아시죠?"

[ㅇㅇ 알고 있죠.]
[헐! 언니도 한국대 다니세요?]
[둘  한국대 여신으로 유명하심.]

"언니가 디자인 이번에 진짜 괜찮다고 했어요. 우리 언니 아시죠?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성격이에요."


[아아... 고소미 넣는  보고 단번에 알았습니다.]
[ㅇㅇ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하실 분.]
[군인이 잘 어울리시는 분인데... 한국대 의류학과...]
[스읍. 언니분께서 그렇게 말했다면 믿을만 한데.]
[한국대 의류학과라고 하시니... 조금 신뢰가 가네.]

언니의 효과는 대단했다. 언니를 팔자 GOAL 어패럴의 이번 신상품이 기대된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부정적인 말도 있긴 했다.

[근데 사실 GOAL 어패럴에서 나오는 여자 옷은 어떻게 나와도 지금보다 최악일 순 없음.]
[그건 맞지...]
[난  좋은데 그 등번호는 진짜 아니라고 봄...]
[너무 대문짝 만함...]

"이번에 진짜 회사에서 사활을 걸었다고 하시더라고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거라고 하시면서 이번 신상품에 확신이 있어 보이셨어요. 근데 제가 봐도 확실히 옷이 괜찮았어요."


내가 거의 약을 팔듯이 옷을 홍보하자 사람들이 조금씩 넘어오는 사람도 있었고 여전히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었다.

[에이, 여신님께선 어쩔  없이 좋게 말해야 하잖아요.]
[방금 거기 신상품 모델로 일하고 오셨는데 당연히 좋게 말할 수밖에 없죠.]
[우린 안 속는다!]
[내가 GOAL 어패럴을 좀 아는데 거기 내가 봤을 때 여자 옷 만드는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아.]


난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건 아니고. 여자 옷 만드는 디자이너가 왜 없겠어요. 당연히 있는데 문제가 있는 거죠."

[문제?]
[무슨 문제요?]
[?????]
[그 여자 디자이너 분의 감각에 문제가 있나?]

"아니요, 그게 아니라."

얘기하려는데 별안간 초인종이 울린다.

"아! 치킨 왔다!"


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보니 치킨 받으러 간다는 말도 안 하고 나왔네. 치킨 왔다! 하고 얘기했으니까 치킨 받으러  줄 알겠지.

 그렇게 속 편하게 생각하곤 치킨을 받기 위해 문을 열었다. 차가운 한기가 밀려와 난 몸을 움츠렸고 배달원은 나를 보더니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고 손에 들고 있는 치킨은 건네주지 않는다.

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배달원을 쳐다봤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서야 아! 하고 소리를 내더니 내게 치킨을 내민다.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난 치킨을 받고는 문을 닫으려는데 별안간 손이 쑥 문틈 사이로 들어온다. 난 깜짝 놀라며 문틈 사이로 배달원을 쳐다봤다.


"계산... 하셨죠?"
"아, 네. 어플로 계산했는데. 어? 안 됐나요?"
"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근데 제가 무를 넣는지 헷갈리네요. 급하게 오느라."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비닐봉지 안을 뒤졌다. 치킨에 치킨 무가 없으면 그건 큰일이지.

"아, 있어요."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배달원을 보고 치킨 무를 꺼내 흔들었다.

"아, 가져왔네요. 다행이다."


배달원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말한다.

"맛있게 드세요."
"아,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문을 닫고 치킨을 가지고 얼른 내 방으로 들어왔다. 키보드를 모니터 아래로 쭉 밀어 넣고는 치킨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채팅을 봤는데 채팅이 아주 난리가 났다.

[아니,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거기서 끊네.]
[아, 뭐예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궁금해서 뒤질 뻔.]
[왜 얘기를 하다가 말아!]

난 격렬한 채팅창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왜요? 뭐가요? 무슨  있어요?"

[디자이너요. 디자이너!]

"아..."


난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치킨을 먹기 위해 테이블 위에 풀어 놓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걸 이렇게나 궁금해할 줄 몰랐다.

"여자 디자이너가 계시지만 그분도 축구를 좋아하시잖아요. 그게 문제였던 거죠."

[아...]
[이런...]

"그러니까 지금 나온 GOAL 어패럴 여자  디자인을 보고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예요. 왜냐? 본인들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니까 괜찮아 보이는 거였죠. 그걸 간과한 거예요."

[ㅋㅋㅋㅋㅋ 개 웃기네.]
[그렇겠네 ㅋㅋㅋㅋㅋ]
[아,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들이라...]
[그래,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 GOAL 어패럴에서 나온 여자 옷 디자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그렇긴 하지.]
[여자들 눈으로 봤을 땐 별론가 보네.]
[아주 극혐함.]

극혐까지... 하여간 GOAL 어패럴의 여자 옷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감이 왔다.

확실히 이미 나와 있는 옷들과 지금 옷들을 비교하자면 GOAL 어패럴의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자 옷에 잔뜩 묻어있는  축구라는 DNA를 많이 뺀 상태였다.

"그래서 제 생각엔 평타는 치지 않을까. 대대적으로 홍보한다고 했으니까 제 생각엔 실패하진 않을  같아요. 진짜 일단 옷이 편해요. 운동하기에 좋은 옷들도 많고 일상복으로 입을만한 옷이나 집에서 활동하면서 입을  있는 옷들도 많았어요."


확실히 축구라는 특이점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옷들이 대부분 좀 편한 스타일이었다. 기능성 옷들도 많았고.


"특히 트레이닝복이 예쁜  엄청 많았어요. 그래서 옷 몇 벌 받아왔는데 이거 입을 걸 보여드릴 수 없어서 좀 아쉽네요."

[아... 아쉽다.]
[보여주세요! 보여주세요!]

난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안 돼요. 이거 신상인데 어떻게 보여드려요. 그러다 저 잘려요. 위약금도 물고 정말 큰일 나요. 나중에 공개되면 입은 거 보여드릴게요. 진짜 편해서  방송할 때 아마 많이 입고 있을 것 같아요."

[진짜죠?]
[와, 어서 그날이 왔으면...]
[트레이닝복이면... 당연히 탱크탑 같은 거죠?]
[몸에 착 달라붙는 그런  맞죠?]
[ㅗㅜㅑ! 벌써 기대되는군!]
[아... 나는 옷이 부럽다...]

아니, 옷이 부럽다는 사람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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