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4. 합방을 준비합시다!
일단 내가 느낀 건,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다는 거였다. 그것도 굉장히. 극도로. 무척이나. 그건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예쁘면 같은 여자에겐 견제를 당하지 않을까 묘한 여자들만의 기싸움이 벌어지진 않을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어디를 가든 주목을 받는 경향이 있었고, 대접 받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였을 때도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여자가 되고 나선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를 그렇게 썩 달가워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런 자리에 가도 나도 모르게 은근히 자신감이 있게 변했다고나 할까?
"음, 확실히 그런 게 있어."
여자가 되고 바뀐 나 자신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자부한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었다.
거기다가 남자가 많은 곳에선 외모가 빛을 발휘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자리는 사실 뭘 해도 수월했다.
여자들이 많은 자리도 생각보다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가 남자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자인 형제가 위로 셋이나 있어서 없지 않아 수혜를 받은 것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예뻐서인 것 같다.
남자만큼 여자도 예쁜 것에 민감하고 좋아하는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여자도 내게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남자들은 안 들이대네."
오히려 여자들이 나한테 더 들이대면 들이대고 친근하게 굴었지 오히려 남자들은 나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어... 그러고 보니까..."
물론, 남자들한테 아예 대시를 안 받은 건 아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다고 할까? 이게 내 오만한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남자였기 때문에 안다.
지금 내가 얼마나 예쁜지. 정말 웬만한 연예인이나 모델은 상대도 안 될 만큼 정말 잘 빚은 몸매에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생각보다 남자들이 접근하지 않는다.
"흠... 뭔가 내게 문제가 있나..."
난 여생 처음으로 심각한 얼굴을 했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거울로 본 내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근데 남자가 꼬이지 않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
"아무래도 여자력이 좀 떨어지나?"
어떻게 보면 난 낭비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탁월한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자의 몸에 들어왔으면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으니.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자였으니 당연히 모든 행동이 남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여자가 되고 최대한 여자스럽게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20년을 넘게 남자로 살았는데 단번에 바꿀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그런가?"
외모와 어울리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물론, 그게 칭찬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칭찬이라고 하기에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뭐, 좋게 생각하자."
살아왔던 세월이 있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다. 여자라고 해서 꼭 여자답게 살아야 하는 것 또한 아닌 것 같고.
그냥 나답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혼자 결론을 내리곤 고개를 힘 있게 끄덕였다.
"물이 식었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까 물이 식을 때까지 멍때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욕조 배수구를 막고 있는 마개를 뺐다.
시원하게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난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따듯한 물이 몸을 다시 데워줬고 난 바디워시를 바디 타월에 묻혀 비비곤 구석구석 몸을 닦았다. 처음엔 제대로 만지지도 못했던 가슴도 능숙하게 바디워시를 바른다.
"음..."
샤워를 하다가 별안간 밀려드는 엄한 생각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샤워기의 물줄기를 보면서 난 호기심이 들었다.
"진짜 기분이 좋은가?"
남자의 몸보다 여자의 몸이 더 기분이 좋은 건 내가 느껴봐서 확실히 알았지만 내가 했을 때보다 남이 내게 해줬을 때는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아마 더 좋겠지?'
스스로 위로하는 것보다 남이 만져주는 게 아무래도 자극이 달라서 막연하게 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자로서 좀 궁금하긴 했다.
그냥 원초적으로 어떨까? 어떤 느낌일까 하는 그런 느낌? 뭐, 남자일 때 1차원적으로 가슴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호기심을 가졌다면 만져지는 여자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고 뭐 아무한테도 만져달라고 할 수도 없고.'
선비 같은 사상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무 사람과 하고 싶진 않았다. 그것도 단순히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조금 그렇지 아무래도.
난 물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샤워기를 보며 일단은 몸에 뭍은 바디 워시를 씻어냈다.
"일단 씻고 보자."
난 빠르게 온몸을 씻은 다음 욕조에 그대로 앉아 등을 기대고 샤워기를 클리토리스에 가져갔다.
"읏!"
물줄기에 닿자마자 신음성이 터져나와 입을 막았다가 집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손을 땠다.
적절한 수압과 수온으로 클리토리스를 계속 자극하자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하읏!"
뭐라고 해야 할까? 기지개를 쭉 켰을 때 전신에 퍼지는 기분 좋은 감각이 질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 자위를 했을 때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빠른 시간 안에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으으으..."
처음 들어보는 내 교성이 욕실 안에 울려 퍼지자 더욱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샤워기를 잘 조준해 계속해 자극하자 질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눈꺼풀이 오리 날개처럼 파닥파닥 거렸고 이젠 온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심하게 질이 미친 것처럼 움찔,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뇌가 녹아버린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온몸에 쾌감이 나를 잠식한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며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하아아앙."
뭔가가 몸속에서 전신으로 뿜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신음을 터뜨렸다.
툭!
샤워기가 욕조 바닥과 떨어져 시끄러운 소음을 낸다. 난 욕조에 물에 젖은 박스처럼 널브러져 움찔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아, 하아... 하아..."
습기 가득한 내 숨소리가 너무 야하다. 내 야릇한 숨소리가 부드럽게 간지럽히며 나를 자극한다. 연달아 밀려드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미쳤어! 하아.. 하아..."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기분이 좋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이렇게 좋을 줄이야. 내가 처음 했던 자위는 자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이게.. 오르가슴인가?"
아니, 여자는 이렇게 혼자서도 이 정도로 갈 수 있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쾌감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난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생전 처음으로 내 질에 뭔가를 박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와... 진짜 미쳤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솔직히 여자가 된 지금도 상상이 가질 않았다. 물론,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섹스라는 건 남자든 여자든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자 가장 기본적인 욕구였으니까. 다만 나 같은 경우 문제가 되는 건 내가 남자였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상이 좀 가질 않는다. 내가 남자에게 깔려 음경에 박히며 앙앙 거리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는 게... 아무래도 좀 힘들었다.
동성... 간의 사랑을 나누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순수하게 궁금한 마음은 있다.
"박히면 기분이 더 좋은가?"
클리토리스 자극만으로 이렇게나 가는데 박히면 도대체 얼마나 더 기분이 좋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훨씬 더 좋을 게 당연하다.
내가 내 몸을 만질 때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 있을 거다. 그건 내가 남자였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내가 자위를 하는 것과 남이 자위를 해주는 건 정말 천지차이였으니까. 여자도 마찬가지겠지.
"궁금하긴 하네."
난 자위를 하고 나서 질척해진 음부를 다시 씻고 옷을 챙겨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욕실에서 나가자 시원한 온도가 내 달아오른 몸을 식혀줘 기분이 좋았다.
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았다. 자위를 해서 그런지 잔뜩 몸이 피곤해진 느낌이 들었다. 잠이 솔솔 덮쳐와 난 그대로 소파에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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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일어나니 주변이 껌껌했다. 난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더니 오후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언니 왔나?"
난 눈을 뜨자마자 언니의 방에 가서 노크를 했다.
"언니?"
대답이 없어 난 문을 열었고, 방 안에는 언니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 왔네."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려나? 저녁을 먹고 들어오면 아마 나한테 문자를 보냈을 텐데... 저녁 먹고 들어가니까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난 언니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좋은 시간을 방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저녁 먹고 들어와? 나 혼자 먹는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난 거실에 불을 켜고 TV를 켰다. 다시 소파에 앉아 밥을 해 먹을까 시켜 먹을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시켜 먹기로 결정했다.
난 배달 앱을 실행시켜서 메뉴를 고르면서 다른 손으론 리모컨으로 채널을 변경해 게임 채널에 고정시켰다.
[응, 언니 먹고 들어갈게!]
언니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난 치킨을 시켰다. 언제나 치킨은 옳으니까.
"음... 배달 시간이 좀 걸리네."
주문을 하고 보니까 배달 도착 예상 시간이 방송 시작하는 시간과 겹쳤다.
"최초로 먹방을 시도해야겠군."
게임 방송만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먹방을 한 번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욕실에서 거사를 치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허기가 진 상태였다.
여자가 되고 오히려 먹는 양이 이상하게 더 늘어서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전문적인 먹방을 하시는 분들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겠지만...
난 소파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을 갖다가 방송하는 시간에 맞춰 TV를 켜곤 소파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향했다.
"자, 오늘도 신나게 시작해 볼까."
오늘은 게임 방송을 하기 보다는 소통 방송 위주로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먹방을 하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게임을 하면 아무래도 시청자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긴 힘들었다. 아무래도 게임이 주고 소통이 부가 되니까.
"GOAL 어패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얘기도 하고 거기 대표님 만난 것도 얘기하고 뭐 할 얘기 많네. 그리고 프로게이머 썰도 좀 풀고 그러면 뭐 금방 시간 지나갈 것 같은데."
가끔은 이렇게 소통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잘 됐다란 생각이 들었다.
식사도 해결하고 동시에 소통 방송도 하고. 안 그래도 시청자들이 내가 너무 게임만 하고 자신들과는 별로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 번은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난 거울을 보고 대충 외모와 옷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방송을 켰다.
고정적인 시간에 방송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녕하세요!"
난 양손을 흔들며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오! 오늘 일찍 방송하시네요!]
[칼같이 8시에 켜시는 분이 오늘은 웬일로?]
[뭔가 자고 일어나신 것 같은데?]
가만히 보면 참 귀신같은 구석이 있다니까.
"와, 혹시 우리 집에 CCTV라도 다셨어요? 어떻게 아셨지? 지금까지 소파에서 자다가 방금 막 일어났어요."
[와... 방금 막 일어난 사람 미모가 장난이 아니네.]
[헐! 언니, 그럼 정말 생얼이에요? 대박!]
[생얼이라고? 이게?]
[화장한 거랑 안 한 거랑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생얼 논란에 난 마른 세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씻고 잠든 다음에 일어나서 바로 방송 켰으니까 생얼 맞습니다."
[대박이다.]
[눈부신 미모...]
[이게 생얼이라니... ㅠㅠ]
[맙소사... 믿을 수 없어.]
[와, 피부 진짜 좋으시다.]
내 생얼을 칭찬하는 글들이 도배가 되어 올라오는 걸 보며 난 미소를 지었다. 예쁘다는 게 영 어색한 칭찬이긴 했지만 내가 예쁜 건 나도 알고 있었고 그런 나를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니 기분이 나쁠 리 없었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어, 오늘은 처음으로 먹방을 해볼까 해요. 제가 아직 저녁을 못 먹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