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7. 방송을 합시다. (17/95)



〈 17화 〉17. 방송을 합시다.

언니는 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영상 편집하는 법을 배웠고 나는 그것보다 더 빠르게 방송에 적응했다.

고작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그 어떤 BJ보다 주목을 받았다.


귀찮아서 하지 않은 화장, 몸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대충 입은 박스티가 나를 털털하게 만들어 줬고 편해서 입은 돌핀 팬츠로 인해서 의도치 않게 남자들이 좋아하는 하의 실종 패션이 만들어졌다.


간혹 자리에서 일어나 먹을 걸 가져올 때마다 보이는 내 다리는 객관적으로 봐도 아름다웠다.

흰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처럼 새하얗고 매끈한 다리가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모습이 벌써부터 짤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리만 노출해도 섹시한 한국대 여신이라던가?'

거기다가 BJ탈논님 사단이라고 해야 할까? 그분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난 순식간에 치고 올라갔다.

평균 시청자가 7~8천 명을 언제나 유지했고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LOM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사실 처음에 BJ탈논님에게 받은 도움이 컸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거다.

[화장은 왜 안 하세요?]


"귀찮아서요. 그 시간에 솔랭 한 판 더 돌리겠어요."


[언니! 다리가 너무 예뻐요! 각선미 짱!]

"네, 저도 알아요."


처음에는 게임을 하느라 또는 채팅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고생을  했는데 이젠 게임도 하면서 채팅도 능숙하게 읽으며소통을 하는 경지에 올랐다.

사실 게임엔 별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게임은 내가 한다기보다 능력이 알아서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뭐라고 할까? 생각도 하기 전에 반사적으로 모든 플레이가 알아서 된다고 할까? 그건 현재 다이아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천상계를 그대로 관통할 기세로 점수를 올렸다.


[와... 전적 뭐냐?]
[헐... 승률 실화냐?]
[이 누나 괴물임.]
[다이아 1티어를 양학 하네.]
[내 생각엔 그마까지 양학 가능할 듯]
[ㅎㄷㄷ 진짜 차원이 다르네.]


난 게임에 집중하기보다는 소통을 더 집중해서 했는데 그런  모습이 대충 하는 것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와... 그냥 대충 해도 슈퍼 플레이가 나오네.]
[와... ㄷㄷ 방금 반응 봄? 이게 아마추어라고?]
[1등 발언 ㅇㅈ]
[에이, 그래도 1등은 말도 안 되지.]
[왜 안 됨? 이렇게나 잘하는데.]
[ㅇㅇ 솔까 챌린저들도 다이아 1구간에서 저렇게 양학은 안 된다고 봄.]
[페이크는 함.]
[페이크는 예외.]
[근데 솔직히 진짜 여자 BJ 중에는 제일 잘하는 것 같다.]
[그건 ㅇㅈ]
[인정이지.]
[그런 당연한 말은 하지 마.]
[진짜 프로게이머 입단하실 생각이세요?]


내가 거짓말로 아니면 객기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보다  질문이 많이 나와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질문은 매번 나오네요. 할 수 있다면 챌린저 1등 하고 싶고 프로게이머도 해보고 싶어요. 물론, 부모님께서 허락해 주실지는  모르겠어요."

[허락  해주시면 어떻게 해요?]

"음... 아마 제가 떼쓰면 해주실 것 같아요. 제가 막내라서 아마 못 이기실걸요?"

누나들이 나를 싫어했던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 내가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었기 때문일 거다. 거기다가 막내.

사실 뭐... 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거기다  아들이라는 존재감.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리고 친가도 외가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반기는 기색이었다.

'음... 딸인 지금도 마찬가지려나?'


난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려나..."

지금은 생각해 보니까 나도 딸이다. 흠... 그럼 아무래도 아들이었을 때의 파워를 많이 잃었으려나?


[아니,한국대 법학과시라면서요.]
[나라면 무조건 반대함. 학력이 아까움.]
[그건 ㅇㅈ이지. 부모님 목덜미 잡고 쓰러지실 각.]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우리 부모님 그렇게 꽉 막히신  아니세요. 어차피 남자들은 2년 동안 군대 가잖아요. 제가 좀 길게 군대 갔다 오는 거라고 말씀드리면 되죠."


[근데 21살... 이제 22살 아님? 그럼 프로게이머 활동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 아님?]
[그건 그렇지. 너무 늦음.]


"22살 넘은 프로게이머는 없나요? 페이크 선수는 올해 몇 살인데요?"


[96년 생이니까... 25세.]

"그럼 늦은 건 아니에요.  프레이 선수는요?"

[프레이는 93년 생, 페이크  나이 많음. 근데 아직도 잘 함.]
[프로겐도 있음.]
[소아즈도 나이 많지 않음?]
[윅드는 은퇴함?]
[모르겠음.]
[은근히 20대 중반 프로게이머도 있긴 하네. 많진 않지만.]
[게임이 피지컬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뇌지컬도 필요해서 그럼.]
[ㅇㅇ 롤 피지컬만큼이나 뇌지컬+멘탈도 중요함.]

"확실히 이 게임하면서 느낀  멘탈 약하신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롤판에 정신병자 많은 게 학계의 정설.]
[진짜 별의별 애들이  있긴 하지.]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 난 강해져야 했다...]

게임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내가 미드 르블량을 골랐고 우리팀 정글이 리쉰을 골랐는데 우리 둘이 사실상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함께 움직이며 상체면 상체, 하체면 하체 종횡무진하며 경기를 풀어줘서 모두가 행복 LOM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내려 갈게."

최후의 발악인지 바텀에 4인 다이브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보여 난 곧바로 내려가겠다는 핑을 찍으며 바텀으로 이동했다.

최단 거리로 이동하며 W스킬 한 번만 쓰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판단이 선다. 게임[S급]을 가지고 있는 나는 정말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 실수가 없으면 당연히 패배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건 어느 스포츠나 똑같다.

"싸워! 싸우면 이겨!"

 바텀을 독려하며 전투 핑을 찍었다. 그러나 우리팀은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 이거 싸우면 이기는데."

 입맛을 다시며 다시 미드로 올라갔다. 바텀 4인 다이브를 막아서 우리가 이길  있는 확률이 올라가긴 했지만 방금 싸웠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게 그냥 그려졌고, 그냥 알았다.


[4:3인데 이긴다고?]
[리쉰 멀어서 내가 봤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디서 브, 실, 골들이 훈수질이야.]
[여기서 한국대 여신님보다 딜 계산 잘하는 사람만 입을 열라. 외엔 모두  다물라!]
[다물라신다!]
[예히~!]

아주 쿵짝들이 잘 맞네. 난 피식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런 내 웃음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오오... 여신의 미소.]
[아아... 충전이 되는 기분.]
[웃는 게 너무 예쁘시네.]
[그저 빛...]
[여신님! 꺄아아아아! 너무 예쁘셔!]

엄청나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읽기가 힘들어진다.
아니, 내가 웃는 게 뭐 얼마나 예쁘다고 저렇게 난리들이야?  이해가 가지 않아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휴, 진짜 너무 띄워주신다. 웃는  예쁘면 뭐 얼마나 예쁘다고. 자꾸 여신, 여신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저 욕먹어요."


[아니, 여신님보다 예쁜 사람이 어디 있음.]
[맞아, 맞아.]
[솔직히 아메리카 여캠 중 원탑이심.]
[그건 인정.]
[ㅇㅇ]
[압도적인 원탑 미모.]

"아니,  말고도 예쁘신 분들 엄청 많던데. 아, 잡았다."


[소통하며 솔킬 내버리는 실력.]
[와... 방금 뭐냐. 피지컬 장난 아니네.]
[뭐야? 상대 정글, 서폿 완전 바보 됐네.]

예상이 가능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상대방 바텀이 올라올 확률이 높았고 정글의 동선을 보면 미드로 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걸 순전히 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럴  같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내 생각은 한 치의 오차가 없이 들어맞았다.


"이 정도면 거의 무당 수준이죠?"

내가 말하면 말하는 족족 상대방이 마치 내 오더를 듣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어떻게 다 알아요?]
[맵핵임?]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글쎄요? 저도  모르겠는데. 음... 여자의 감?"

[그 감 삽니다.]
[단감이냐, 땡감이냐?]
[노잼.]
[딸기잼, 포도잼, 사과잼, 노잼.]
[어우, 뭐냐. 진짜 드립 극혐이다.]


스코어는 이미 30:11로 격차가 크게 난 상태였다. 게다가 용도 우리가 꾸준히 챙겨서 벌써 3용을 가져간 상태였다.

"이거 서렌 안 나오려나? 상대방 미드 완전 멘탈 터진 것 같은데. 거의  던지는 수준이에요."


 말에 채팅창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상대방 미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거의 혼이 반쯤 빠진 플레이를 연달아 보이고 있었는데 던진다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슈퍼 플레이를 시도한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그냥 던지는 것 같은데?]
[아니, 나름 뭘 좀 해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런가?]
[난 중립 기어 박습니다.]
[그걸 어디다 박는다고? 이... 정도는 봐주겠지.]


-색마렵다님이 강제 퇴장당하셨습니다.

우리 매니저들 일 잘하네.


"블루 먹으러 올 것 같은데 여기 시야 없거든요. 여기 잠깐 숨어 있을게요."


[아니, 목소리는  작아져요? 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개귀엽네.]
[그렇게 목소리 작게 말하면 상대 미드한테 안 들려요? ㅋㅋㅋ]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진 모양이다. 난 이왕 이렇게   계속 밀고나가기로 했다.


난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곤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조용히 해요!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개 귀엽네.]
[뭐야 ㅋㅋㅋㅋ 왜 이렇게 귀여운데?]


상대 미드는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미드 라인을 정리한 후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블루를 먹으러 왔고 난 부시에 숨어있다가 덮쳤다.

"아이고, 성불하세요."


난 합장을 하며 순식간에 죽어버린 상대 미드를 애도했다.


[ㅋㅋㅋㅋ 합장 뭔데?]
[성불하세요 ㅋㅋㅋㅋ]
[와... 방금 딜 뭐냐?]
[르블량 너무 컸음. 진짜 다 원콤날 듯.]

가장 큰 패착 중 하나가 상대 조합 문제도 있었다. 이 게임 특성상 챔피언의 조합도 무척이나 중요했는데 조합 하나 다르게 하면 승률을 크게 차이나게 만들 수 있었다.


"상대방은 탱커가 없는 게 뼈 아프죠. 사실 이렇게 되면 시야가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나올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지금처럼 3명이 시야를 먹으러 함께 와도. 얍!"


 귀여운 소리를 내며 가볍게 상대 서포터를 잡고 유유히 W스킬을 사용해 빠져나왔다.

"이렇게 저한테 죽죠. 이기려면 시야를 먹어야 하지만 시야를 먹으면 나한테 죽는 아이러니."

[방금 얍! 뭔데 ㅋㅋㅋ]
[완전 귀요미시네 ㅋㅋㅋ]

핑크 와드를 들고 렌즈까지 돌려가면서 절대적으로 시야를 못 먹게 하니까 사실상 상대팀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막다가 끝나는 그런 느낌으로 게임이 흘러갔다.

우리 정글은 그러는 사이 용을 착실하게 먹어 4스택을 쌓았고 우린 철저한 운영과 시야 장악을 바탕으로 야금야금 포탑과 억제기를 날렸다.


"결국, 서렌 나오네요."

더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결국 서렌이 나온다.


"후아. 행복하다."

다이아 1티어에서도 나는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파죽지세로 상승 중이었다.


"이거 얼마 안 있으면 마스터 승급전이겠다."


MMR이 높아서 주는 포인트가 상당히 높아서 난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승률이 91%였으니 사실상 거의 진 경기가 없다고 봐야 했다.


아무리 내가 게임[S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패작러나 노골적으로 게임을 던지거나 아예 하지도 않는 사람을 데리고 무조건 승리할 순 없었다.


물론, 조합에 따라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경우도 있긴 했지만 5:5 팀 게임에서  명이 없다는  정말  핸디캡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거였다.


'뭐, 이긴 적도 있긴 하지.'


심지어 난 5:4 게임을 이긴 적도 있었다. 정말 말도  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이긴 그 경기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었다.

'아니  정도면 구단에서 한 번쯤 찔러볼 만하지 않나? 이렇게나 잘하는데.'

눈이 있으면  능력을 알 텐데. 나를 보자마자 딱  선수다 하는 그런 느낌을 받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게 챌린저스 팀에서도 연락 한 번 없네. 왜지?

'내가 여자이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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