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16. 방송을 합시다. (16/95)



〈 16화 〉16. 방송을 합시다.

갑작스럽게 크게 터진 달풍선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B... BJ탈논님, 달풍선 오,  만개 너무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떨려 나오는 목소리. 말까지 더듬으면서 난 탈논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크, 역시 메이저 클라스]
[야... 하루에 800을 태우네.]
[BJ탈논 사심 방송하네.]

"가자 후원이라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까 제 말은... 어... 내기가 아니라 순수하게 저를 위해 후원해 준 첫 번째 분이라는 그런 말이었어요."


당황을 해서 그런가 말이 빨라진다. 랩처럼 쏟아낸 내 말에 연이어 또다시 터진 달풍선.


[BJ탈논님이 달풍선 2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그럼 전 두 번째로 만족하겠습니다.

"헐!"


난 입을 또 한 번 막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 많이... 정말 이렇게 많이 후원  해주셔도 되는데."

오늘 하루 탈논님에게 받은 달풍선만 100,000개였다.


돈으로 환산하자면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달풍선을 충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수료까지 들어가니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 진짜 방송 열심히 할게요. 어.. 게임 잡혔네요. 그... 그럼 게임 시작할게요."

#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총 4시간의 방송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4시간 동안 총 7게임을 했고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BJ탈논님에게 받은 10만 개의 달풍선 이외에도 꽤 많은 달풍선 후원을 받았다는 거였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적든 많든 나를 후원해 준 부분에 대해 난 연신 감사를 표했고 이 마음을 절대로 잃지 않고 받은 만큼  돌려주겠노라 약속했다.

"대박이다."

고맙게도 방송을 끝까지 지켜봐 준 언니가 나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어떨떨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실감이 안 나."


BJ탈논님에게 받은 달풍선만 쳐도 오늘 내가 4시간 동안 번 금액은 천만 원이었다. 물론, 수수료를 때면 그것보다 적긴 하겠지만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BJ탈논님에게서만 받은 달풍선을 말하는 거다. 그 이후에도 경쟁적으로  방송 축하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달풍선을 선물했고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중간에 정말 깜짝 놀랐어."
"나도."

정말 놀란  중간에 BJ탈논님 만큼이나 달풍선을 쏴 준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였다.

채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BJ탈논님과 인연들이 있으신 BJ분들이 오셔서 달풍선을 쏴주신 거였다.


"그 BJ탈논인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언니는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고, 나도 그분에 대해 아는 게 많지는 않아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사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냥 LOM 방송하시는 분이고. 엄청 잘하시는 분이라는 거. 그리고 BJ 중에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라는  정도?"

평균 시청자가 만 명이 넘어가는 BJ는 많지 않았다. 점점 이쪽도 경쟁자가 많아지고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  나갔던 사람도 인기를 잃고 폭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만 한결같이 BJ탈논님은  자리를 꿋꿋하게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것만 보더라도 대단한 분이라는 걸  수 있었다.

"그래? 흐음... 좀 알아봐야겠네."
"누구를? 탈논님을?"
"응.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몰라? 사람을 사귈 땐 잘 알아보고 사귀어야 하는 거야."

나보다 1살 많으면서 말하는 건 나이 지긋한 노인이 말하는 것 같다.


언니의 말에 나도 동의했기 때문에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첫 방송 축하해. 네가 나한테 바로 돈을 갚겠다고 하기에 뭐가 있구나 싶기는 했는데 탈논님이었구나?"
"응, 내기를   있어서. 내가 정산 받으면 다시 돌려줄게."
"됐어. 앞으로 죽을 때까지 생색용으로 쓸 거니까 안 줘도 돼."

세연 언니의 말에 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안 받을 거야? 정말이야?"

내 진지한 물음에 세연 언니가 잠깐 마음이 흔들리는 표정을 짓더니 겸연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바.. 반만 받을까?"
"풋!"

난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언니도 작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 줘도 정말 괜찮아. 언니가 너한테 투자했다고 생각하지 뭐. 나중에 이자까지 더 쳐서 갚아. 지금은 영 사이즈가 마음에  드니까."
"내가 반짝하고 말 수도 있는 거고 어쩌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후원을 받은 날이 될 수도 있는데 정말 괜찮겠어?"
"내가 봤을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재능 있어 보여."
"게임에?"
"게임, 방송 둘 다."

언니의 말에 난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언니를 보며 물었다.


"내가?"
"응."


언니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LOM도 모르면서 내가 게임에 재능있는 건 어떻게 알지?

"내가 아무리 게임을 몰라도 사람들 반응을 보면 알겠더라. 방송이야 처음이니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야 뭐 워낙 예쁘니까 조용히 게임만 해도 사람들 많이 볼걸?"


그건 그렇지. 난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인정하는 반응을 보이자 날 흘겨보더니 말한다.

"어머, 고개 끄덕이는 거 봐라."


언니의 말에 난 조금 재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실이니까."


내 말에 언니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아, 그리고 웬만하면 지금처럼 루즈하게 입고 방송해. 그게 좋겠어."
"에? 어닌가  준 옷 말고?"
"응. 그냥 집에서 입는 편안한 티셔츠 같은  입고하는 게 좋겠어. 아주 채팅창이 가관이더라."

나도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심했다.

어떻게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지 정말 익명성이란 가면을 쓰고 서슴없이 성적인 말들을 하고 상스러운 욕설도 습관처럼 던진다.

"그래도 언니가 나서 준 덕분에 많이 나아지긴 했어."


 말에 언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거 고소한  진행 상황 방송할 때마다 말하고 그러면  괜찮아질 거야. 너무 그런 채팅 보고 신경 쓰지 마."
"신경 안 써. 어느 정도는 예상하기도 했고."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나 자신이 사준 옷을 입고 있는 날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그렇게 야한 옷도 아닌데 네가 입으니까 야해 보인다."

언니의 말에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옷도 내가 입으면 야해 보인다.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가슴이 너무 커서 어떤 옷을 입어도 그런 게 보이는 것 같았다.

"박스티 같은 거 입고  게."

내 말에 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게 하자."


앞으로 내가 방송할 때 의상은 only 박스티다.


나름 첫 방송을 잘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길이 멀다.

"이제 잘 거야?"

언니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방송한 거 다시 보려고."
"아, 그래. 중요하지. 괜찮겠어? 안 피곤해?"


솔직히 전혀 안 피곤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 내가 했던 방송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보고 자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 아직도 심장이 떨려서 어차피 누워도 잠이 안 올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에 언니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겠다. 오늘 하루에 참 별일을  겪었네."
"그러니까."

난 작게 웃으며 어쨌든 성공적인 첫 방송에 마음 껏 웃었다.

#


음...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된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언니는 나보다 더 신나서 연신 돌고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겨우 방송 한 번 했는데. 이렇게나 이슈가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이게 무슨 일이니."

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신 감탄하며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각종 LOM 커뮤니티에 내 방송 영상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너튜브는 물론이고 수많은 갤러리에도 내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는데 단순히 예뻐서... 정말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올린 사람도 있었고  게임을 아는 사람들을 내가 가진 실력에 감탄하며 플레이 영상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난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니, 정말 이게 무슨 일이지?"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봤을 때 내가 이렇게나 화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BJ탈논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BJ탈논님과 친한 BJ분들 대부분이 메이저, 흔히 얘기하는 대기업이었고 그런 분들이 BJ탈논님이 하루에 달풍선 100,000개를 쏜 신입 여자 BJ가 누군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번 탐방해 달라고 부탁도 했다고 하고. 그래서 그 영향을 받아 상당히 많은 시청자들이 찾아왔고 그분들은 내 플레이를 보면서 자신의 방에 있는 시청자들과 소통 방송을 하셨다.


게다가  방송을 찾아왔던 메이저 BJ분들 모두가 자신의 너튜브에 내 첫 방송 영상을 상당히 그럴싸하게 편집해 올려주셨다.


"세나야, 확실히 영상을 편집하니까 완전히 다르다. 우리도 전문적으로 영상 편집자를 구하던가 하자."

난 언니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에? 무슨 편집자까지 구해. 언니,  어제 첫 방송한 신입 BJ야.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슨 편집자야."
"그런가?  이른가?"
"일러도 너무 이르지."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  해볼까?"

언니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했다.

"언니가?"
"응. 이거  영상 편집하는  어려운가?"

언니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모르겠는데."


나도 그렇고 언니도 영상 편집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뭐가 좋은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 뭐, 인터넷 검색하거나 너튜브 영상 보면서 독학하면 금방 배우지 않을까? 뭐 얼마나 어렵겠어."

언니의 말에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언니도 한국대 의류학과에 다닌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영상 편집이 얼마나 어려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마음잡고 시작하면 솔직히 웬만한 영상 편집자들은 금방 따라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주면 나야 좋지."
"흠... 그럼  번 해볼까? 잘 되면 언니 용돈 주냐?"
"용돈뿐이겠어."

내 말에 언니가 미소를 짓는다.  저.. 자본주의 미소 봐라.

언니는 내 말에 지금 당장 시작하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학이라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됐다면서 의욕이 충만했다.

"아, 전화는 해봤어?"

내 물음에 언니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벌써 전화를 하면 안 되지.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조금 더 뜸을 뜰이다가 포기할 때쯤 해야 우리에게 주도권이 있는 거야."

언니의 말에 난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 경험이 없는 언니가 저런 말을 하니까 조금 웃기기도 하고. 어쩐지 좀 믿음이 가지 않아서 웃었는데 귀신같이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모양이다.


"어쭈? 이게 지금 언니 말 무시하냐?"


난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믿어.  언니 믿지. 내가 아니면 누가 언니를 믿어."
"흠... 뭔가 뒷말은 애매하긴 한데. 넘어간다."


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가 되고 확실히 언니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유해지긴 했다.


남자였다면 발이나 주먹부터 날아왔겠지.


원래 남자 형제가 있으면 여자도 좀 과격해지는 면이 있는 건가? 오히려 내가  여성적인 면이 두드러지고 반대로 내 위에 누나들  전부가 좀 남성적인 면이 있었다.


그런 거 보면 신기하다니까. 하여간 그 덕분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고 자란 게 여자 셋이라 그런지 이젠 언니 소리도  나오고 행동이나 말투, 이런 것들이 처음보다 확실히 여자스러워졌다.


육체가 이성을 지배하는 건지 이성이 육체를 지배하는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육체가 여자가 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처럼 행동했다.

이 세상 불편한 브래지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착용한다던가 어디 앉을 때면 다소곳이 다리를 모은다거나 하는...

이게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하는 건지 사회적으로 여자에게 요구하는 암묵적 규칙을 그냥 따르는 건지는 사실 나도 여전히 의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