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15. 방송을 합시다.
방송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시간도 미리 공지했고 사전에 BJ탈논님과도 이미 얘기를 끝냈다.
"후."
난 첫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1분 남았네."
정확히 저녁 8시부터 시작하기 위해 언니의 도움을 받아 생전 하지도 않았던 화장을 하고 언니가 사 준 예쁜 옷을 입고 저녁도 미리 해결했다.
약속한 시간이 1초, 1초. 줄어들 때마다 심장이 더욱 세게 뛰는 느낌이 들었다. 첫 방송이라는 중압감이 알 게 모르게 내 어깨를 짓누른다.
"좋아."
난 미리 방송을 세팅했기 때문에 아메리카, 너튜브, 트윗치에 실시간으로 동시 송출 방송을 시작했다.
붉은색 점이 떠오르고 ON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너튜브와 트윗치는 잠잠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를 통해 유입된다.
"와..."
BJ탈논님이 확실히 메이저는 메이저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첫 방송을 시작하는 BJ방에 순식간에 3천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든다.
[오오! 한국대 여신님이다!]
[이 분 찐 한국대라며?]
[와아... 예쁘다.]
[진짜 여신이네. 와, 웬만한 연예인 쌈 싸 먹네.]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늘 첫 방송이니만큼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어... 안녕하세요."
난 약간 어버버거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ㅋㅋㅋㅋ졸귀네.]
[고개 숙여서 인사하는 BJ는 오랜만에 보네.]
[이 방 뭐하는 방임? 여캠임?]
[와... 뭐지? 천사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입체감 무엇?]
[언니! 날 가져요!]
[이름이 뭐에요?]
소통이랍시고 채팅을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빠르게 올라가 도무지 다 읽어줄 수 없었다.
"죄송해요. 제가 첫 방송이라 너무 떨리기도 하고 채팅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다 못 읽어드리겠어요."
내가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시청자분들은 그런 내가 귀엽다며 난리였다.
[너무 귀여워.]
[꺄악! 시무룩한 표정도 너무 예뻐!]
[심장이... 심장이 아프다.]
[뭐냐... 이 여자는... 도대체 어디 있다고 지금 나옴?]
[와... 진짜 예쁘다.]
[여신. 진짜 여신 그 자체다.]
채팅창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쉼 없이 올라가는 채팅과 계속해서 들어오는 시청자들 덕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에에? 5... 5천 명?"
아니, 아무리 BJ탈논님이 얘기를 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방송에 몰려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BJ탈논님이 달풍선 1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아메리카 BJ 데뷔하신 거 축하드려요. 세나 씨.
그러던 중 별안간 터지는 달풍선!
[뭐냐? 저 형이 왜 여기서 나와?]
[BJ탈논 너튜브 영상 안 보고 왔나 보네.]
[시작하자마자 떡상인 이유. 아니, 그 떡상이 아니고.]
[뭐야, 저 변태 새끼는.]
[여캠들 원래 다 변태 새끼들 오는 거 아님?]
[ㅇㅈ]
[ㅇㅈㅇㅈㄹ ㄹㅇㅋㅋ]
[뭐야? 옷 벗는 애야? 그런 애는 아닌 것 같은데?]
[아, 뭐야. 아니야? 그럼 난 나감. ㅅㄱ]
[옷을 봐라 옷부터 조선시대 옷이잖아.]
난 눈을 동그랗게 뜨며 꾸벅 인사를 드렸다.
"BJ탈논님 달풍선 10,000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주실 줄 몰랐어요."
[당연히 드려야죠.]
[근데 뭔가 액수가 다른 것 같다.]
[뭐야? 지금 나만 모르는 거야? 이 상황 뭐야?]
[미드에서 개 털리고 부들거린 영상 있음. ㄱㄱ]
[뭐냐? 경력 있는 신입이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첫 방송 맞음? 제목 구라 아님?]
사람들의 내가 첫 방송인지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몇 개 보이기에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다른 곳에서 방송한 적 없고 이번이 정말 처음이에요. 운이 좋게도 탈논님 덕분에 분에 겨운 시작을 하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BJ탈논님이 달풍선 1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다 제 업보지요. 제 입이 방정입니다.
[뭐어? 업... 보지요?]
[그게 위에 달렸다는 거야?]
[저 새끼 처음부터 색드립 오지네.]
[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ㅂㅈ 너무 좋아!]
[사스가 BJ탈논. 여캠 하나 제대로 물었네.]
[저 변태 새끼 벌써 시자했네.]
[업... 업... 업... 읍읍읍!]
[여기 진짜 남자 새끼들 다 고추 잘라버리고 싶다.]
[뭐야, 저 오크년은.]
[채팅 더럽네.]
[여기 뭐 다 조두순 새끼들만 모였나. 우리 언니한테 색드립 좀 치지 마.]
[느그 애미, 여동생이나 누나한테도 색드립 쳐도 되냐?]
[뭐야? 여기 쿵쾅년들 많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난삽한 채팅 창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기분이 나빠지는 색드립도 간혹 보였는데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오오, 신입 창녀인가?]
[딱 봐도 관상이 가슴 커 보이는 관상이네. 젖 흔들 때마다 달풍선 100개씩 쏜다.]
[와... 뭐냐? 이 박음직스러운 년은?]
[옷 좀 벗어봐. 얼마나 대단한 몸이길래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냐.]
[타이트한 옷으로 의첸하면 100개 쏜다. 가슴 좀 보자.]
[뒤로 존나 하고 싶다.]
난 그런 댓글들을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의 방송 계획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데 별안간 언니가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밀쳐내고 앉는다.
"어.. 언니?"
"야, 발정난 개새끼들아. 네들 아이디 내가 딱 봐뒀다. 집으로 내용증명 갈 테니까 경찰서에서 보자. 가만히 참고 있을라고 했더니 진짜 더럽네. 느그 부모들 앞에서 내가 개쪽 줄라니까 기대해라. 지금부터 쭉 부른다."
언니는 정말로 내게 안 좋은 말을 한 사람들의 닉네임을 다 적었는지 주르륵 나열하기 시작했다.
"12하고싶어. 12하고싶어? 하. 진짜 별 거지 같은 새기들 다 보겠네. 닉네임 꼬라지 하고는. 하여간 지금 바로 당장 접수할 테니까 혹시 자기 아이디 아닌 사람은 알아서 자수해라. 괜히 엄한 사람 처벌 받게 하지 말고."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방에서 나갔다.
[진짜 신고하나?]
[에베베! 신고해라, 신고해라.]
[생각해 보니까 이 분 한국대 법학과 출신임.]
[?]
[???]
[진짜 한국대 법학과?]
[찐 한국대 법학과라고?]
[진짜 한국대 법학과?]
[아까 내가 얘기했잖아. 찐이라고. 한국대 여신님께선 미래의 검사, 변호사, 판사님이시다.]
[다 콩밥 먹고 싶냐?]
[방금 그 분은 친언니?]
[와아아... 자매... 읍읍!]
언니가 한바탕 하고 가서 그런지 확실히 그 이후로는
채팅이 조금 잠잠했다. 물론, 돌려서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긴 했지만 확실히 아까보단 봐줄만 하다.
[BJ탈논님이 달풍선 1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약속의 3만 개...
약속했던 달풍선 3만 개가 터진다.
"정말 감사합니다! BJ탈논님!"
어쨌든 내가 내기에서 이겨서 받아낸 거긴 하지만 어쨌든 적지 않은 달풍선을 쏴준 건 감사할 일이다.
솔직히 안 쏴도 그만 아닌가? 그건 또 아닌가? 저만한 네임드가 있는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도 꽤 타격이 크겠다.
그럼 받을 거 받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마음 편하게?
[어차피 받을 거 받는 거 아님?]
[미드 털려, 돈도 털려, 인증도 털려. 뭐 다 털려.]
시청자들도 내가 당연히 받아야할 대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 그럼 지금부터 LOM 시작해 볼게요."
난 그렇게 말하며 게임을 실행했는데 언니가 별안간 다시 내 방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말한다.
"잠깐만 비켜 봐."
냉랭한 얼굴의 언니의 모습을 보며 난 무조건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얼른 일어났다.
언니는 굉장히 피곤하다는 얼굴로 의자에 앉더니 다리를 꼬고 앉아서 수첩을 휘릭, 휘릭 넘기면서 말했다.
"현 시간까지 추가로 색드립 했던 놈들 다 신고했다.
아마 연락 갈 거다. 어리다고 선처 같은 거 해줄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고. 인증은 한 명만 해줄게."
언니는 언제나 확실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핸드폰을
웹캠에 보여준다. 신고 내역과 신고자의 아메리카 ID가 적혀 있었다.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오늘, 지금 이 시간부로 전부."
세연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곤 말했다.
"계속 해 봐. 개쪽 줄 테니까."
세연 언니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날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 정말 방송 할 거야?"
약간은 걱정이 섞인 눈빛으로 날 보며 묻기에 걱정하지 말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런 애들은 그냥 다 강퇴하면 돼."
난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혹시 제 매니저 해주실 분. 상스러운 말 하는 사람들은 다 강퇴해주세요. 자원 받습니다. 자원."
[저요!]
[여신님 저요!]
[언니, 저요! 제가 하겠습니다!]
[매니저하면 뭐 주나요?]
그래,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일을 맡기면 안 되지. 난 채팅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음, 돈을 드리긴 좀 그렇고... 매니저를 해주신 분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드릴게요."
[소원권?]
[식사권?]
[팬미팅권?]
[ㅅㅅ권?]
-ㅅㅅ머신님이 강퇴되셨습니다.
난 바로 강퇴하며 매니저를 달라고 하는 분들은 심사숙고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뒤에 매니저 권한을 드렸다.
매니저 권한을 넘기자 곧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강퇴당하기 시작한다.
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채팅창을 보며 소통했다.
[LOM 티어 어디세요?]
[시참 같은 건 안 하세요?]
"어, 지금 플래티넘 1이고요. 곧 다이아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제 아이디 전적 사이트에 검색해 보세요. 시참... 시청자 참여? 뭐 그런 말이죠?"
난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한데 일단은 솔랭에 집중하고 싶어요. 티어 올리고 싶어서요."
[티어 목표가 있으신가요?]
[티어는 왜요?]
"목표는 챌린저고요. 음, 사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서요. LCK 최초 여성 프로게이머요."
내 말에 채팅창이 난리가 난다.
[헐. 한국대생이 프로게이머요? 집안에서 반대 안 해요?]
[내가 부모라면 물구나무 서서 반대할 듯.]
[실력 좋아, 얼굴 예뻐, 언니 보니까 몸매도 좋을 것 같아. 그럼 끝난 거 아닌가?]
[근데 프로게이머 중 학력 좋은 프로게이머 많지 않나?]
[ㅇㅇ 몇 명 있긴 함.]
[원래 머리 좋으면 게임도 잘 함.]
[그건 맞지.]
"당연히 집에는 얘기 안 했죠. 그래도 제가 우리나라에서 1등하면 생각은 해보시지 않을까요?"
내 말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ㅋㅋㅋㅋㅋㅋ]
[1등? ㅋㅋㅋㅋㅋ]
[꿈이 야무지시네.]
[아... 이건 아무리 한국대 여신님이라도... 좀...]
[BJ탈논님 이기셔서 어깨 뽕이 장난이 아니시네.]
[BJ탈논은 챌린저 아님.]
[에이, 그래도 탈논은 챌린저 맞음.]
[탈논은 ㅇㅈ. 맞라인 서서 이겼으면 챌린저는 갈 듯]
[아무리 그래도 1등은 좀...]
[헐... 가능할 듯? 전적 뭐야. 대박!]
[전적이 왜? 왜요?]
[보고 오셈. 전적 대박임.]
[귀찮음.]
[와... 뭐냐. 전적 진짜 대박이네. 대리 의심받았다더니 이거 솔직히 의심받을만하네.]
"자, 그럼 게임 시작할게요. 오늘이 가기 전에 다이아 입성할게요."
난 손을 풀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곤 게임에 집중했다. 방송을 하면서 게임을 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떨렸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게임이야 스킬이 있으니 잘 할 자신이 차고 넘쳤지만 방송은 자신이 없었다. 에이, 게임을 압도적으로 잘하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페이크도 보면 솔직히 방송감은 없는 사람이던데. 실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사람들이 많이 보는 거지.
[여신매니저님이 달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재드 해주세요! 재드!
어떤 챔피언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후원이 터진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여신매니저님! 아, 제가 매니저 드린 분이구나. 정말 감사해요."
[반응이 BJ탈논님이 10,000개 씩 30,000개 쏜 것보다 더 격하신데요?]
[BJ탈논님 슬프시겠다.]
[너무하시네.]
"아, 아니. BJ탈논님은 내기에서 지셔서 주기로 했던 거고. 이건 느낌이 좀 다르잖아요. 진짜 후원이잖아요."
[BJ탈논님이 달풍선 5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전 가짜 후원인가요...
"헉!"
난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