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 방송을 합시다. (13/95)



〈 13화 〉13. 방송을 합시다.

한국대라는 걸 인증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내 얼굴이 인증됐다. 내 생각엔 한국대 법대라는 게 먼저 부각될 줄 알았는데 BJ탈논 방에 있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남자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모두 내 학생증 사진에만 관심을 가졌다.


[존예... 대박...]
[인형인가?]
[와... 뭐냐? 진짜 저렇게 예쁘다고?]
[한국대 여신 맞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 있지?]
[헐...]
[말도 안 된다! 이것도 인증해라!]
[어휴, 인증 충.]
[이거 진짜 본인 맞아?]
[연예인이신가?]
[아니, 포샵을 얼마나 한 거야. 민증에다가.]
[와... 이 분 뭐냐... 이 외모에 이 학력에... 게다가 법대? 한국대 법대 엄청 세지 않나?]
[한국대는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들어가는 곳이 아님.]
[와... 미쳤다.]
[한국대가면 진짜 가능할지도.]
[한국대면 인정이지.]
[이건 탈논이가 질만하네.]
[ㅇㅇ 탈논이 머리 빠가임.]

정말 짧은 시간에 정신없이 채팅창이 올라가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걸 다 읽기는 하는 건가?

BJ탈논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연신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거 본인 맞으세요? 이것도 인증 가능하십니까? 만약에 맞으면 제가 달풍선 만 개 더 쏩니다."


에에? 또 만 개? 그럼 달풍선 이 만개를 쏘겠다고?
이만 개면 정확히 얼마지? 난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마쳤다.

"시작하자마자 200만 원? 와... 대박."

 아메리카에서 수수료를 떼긴 할 거지만 어쨌든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다.

난 고민할 것도 없이 곧바로 채팅을 쳤다.

[인증 가능해요.]

내 말에 BJ탈논은 뭐 대단한 거라도 해낸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면서 세리머니를 하신다.


"봤냐? 내가 해냈다 얘들아."


어려운 것도 없기에 난 곧바로 내 학생증과 함께 PC방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셀카로 찍었다.

이것보다 더 완벽한 인증은 없지.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한 인증에 BJ탈논은 물론이고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대박!]
[이거 실화냐? 진짜 실존 인물이라고?]
[와... 합방하자. 합방.]
[미친놈인가. 방송하는 사람도 아닌데  합방이냐.]
[한국대 법대에... 저런 미모라니...]
[LOM하는 여자들은 다 예쁜 건가?]
[응, 우리 누나도 해. 그건 아님.]
[미쳤다, 미모 미쳤다! 저게 연예인이 될 상이지.]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반응에 난 당황했지만 어쨌든 달풍선을 벌었기 때문에 만족했다.

"잠깐 채팅창 좀 얼리겠습니다."

BJ탈논은 채팅창을 얼리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말한다.

"네, 제가 졌습니다. 제가 졌고요. 달풍선 이 만개 제가 쏴드리겠습니다. 혹시 BJ가 아니시면 제게 따로 연락처를 주실 수 있을까요?"


채팅은 얼려도 후원 채팅은 얼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주 적절하게 떠오른 메시지.


[야이 미친#*(^@(#^#($^$9$^@#($^$#(($$( 어디서 개수작이야? $&9499ㅁ439이개$*$ㅆ2$#)#$0]

세상에 저런 욕이 다 있구나 싶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욕설에 머리가  띵했다. 그것도 AI여성의 목소리로 들으니 그것 참 맛깔스러웠다.


그걸 시작으로 수많은 후원 채팅이 올라왔는데 대다수가 욕설이었다.

여기서 내가 나설 때인  같아 채팅을 쳤다.

[저 사실 LOM BJ하고 싶어서 어제 언니한테 부탁해서 방송 장비랑 컴퓨터 주문했어요. 탈논님 덕분에 조금 모자라지만 언니한테 돈 갚아줄  있겠네요.]
"아이고! BJ를 생각하고 계시다고요? 그럼 제가 방송 선배겠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저랑 합방 한 번 해주신다고 약속해주시면 모자란 달풍선도 제가 쏴 드리겠습니다. 근데 언니도 있으시다고요? 보니까 21살, 곧 22살이신 것 같은데. 위로 언니가 있으신가 봐요? 제가 올해 29입니다."


자기 나이는  얘기하는 거야? 어림도 없는 얼굴로. 난 눈살을 찌푸리며 채팅을 쳤다.

[네, 위로  명이 있긴 해요.]

내 대답에 BJ탈논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곤 별안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수많은 신을 부르며 감사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잠시. 마치 또 다른 인격이 있는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리에 앉더니 말한다.


"반가워요, 처제."

난 BJ탈논의 말에  한 글자만 쳤다.

[?]

재미있는 분이시네. 하여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합방을 약속하고 내가 방송을 시작하는 날 내가 연락을 드리면 내 방에 와서 달풍선 3만 개를 쏘기로 약속하셨다.

BJ탈논님과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그 방을 빠져나왔다.


"와... 진짜 대박이다."


되려고 하니까 이렇게 되나?  환한 표정을 지으며 게임 화면을 켰더니 친구추가 메시지가 가득 차 있는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게 뭐야?"

난 가득 채운 친구 초대 메시지 중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하나, 하나 지웠지만 지우면 곧바로 떠오르는 또 다른 친구 초대에 당황했다.


"이.. 이거 몇 명이나 초대한 거야?"


아무래도 방송에 내 아이디가 노출이 됐기 때문인 것 같았는데 내 친구 창에는 BJ탈논님과 고등학교  함께 게임을 즐겼던 친구들과 성훈이 말고는 없었다.


친구 추가된 메시지 목록을 지우다가 게임을 잡혀서 화면이 픽창으로 넘어갔다.


"아이고, 힘들어서 못 지우겠네."


너무 많이 친구 초대가 와서  지우기도 힘들었다.


"그냥 놔둬야겠다."


일단은 게임에 집중해 최대한 방송하기 전 높은 랭크를 만들고 싶었다.

띠링!


알림음만 들어도 바로 알아차렸다.


"퀘스트다."

난 곧바로 핸드폰 잠금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마스터 티어를 달성합시다.


보상 : D급 스킬 쿠폰 1개

받은 퀘스트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니, 플래티넘 4를 달성한 나한테 다이아도 아니고 다짜고짜 마스터를 달성하라니.


"뭐... 어려운 건 아닌가."


게임[S급]이 보통 스킬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정확히 몰랐다.

근데 이번에 BJ탈논님을 상대하면서  게임[S급]의 능력이 챌린저를 가볍게 상회하는 능력을 내게 부여해 준다는  알았다.

'이거... 프로게이머도 정말 가능한  아니야?'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 정도면 프로게이머 생활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프로게이머의 연봉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번다고 하던데.


대회 상금은 물론이고 구단에서 주는 연봉도 많고 거기다가 요즘 프로게이머들은 개인 스트리밍 방송을 통한 수익이 연봉이나 대회 상금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들었다.


실력만 있으면 죽을 때까지 먹고  만큼은 충분히  수 있었다.


"그래. 머리 아프게 법전 보는 것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맞지."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물론, 그렇다고 학업을 멈출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간 한국대인데 졸업은 해야지.

흠, 일단은 너무 앞서가지 말고 퀘스트나 성실하게 이행하자. 마스터라 이거지? 게임[S급] 스킬을 가지고 마스터도 달성 못하면 게임 접어야지.


난 자리를 고쳐 앉고 게임에 집중했다.

#


띵동!

기다리고 기다렸던! 드디어!  비명을 내지르며 곧바로 현관문을 향해 돌진했다. 소파에서 같이 TV를 보던 세연 언니는 내 비명에 화들짝 놀라며  쳐다본다.

"왔다!"

버선 발로 나가 문을 열자 내 예상대로 택배 기사님이 계셨다. 방송 장비와 함께 컴퓨터를 들고 계셨다.

내 격렬한 반응에 택배 기사님은 잠시 당황하셨지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네."

난 얼른 받아 서명을 하곤 택배 기사님에게 넘겼다. 그리고 난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부터 들곤 재빨리 내 방으로 옮겼다.

그런 날 보며 세연 언니는 피식 웃었고 택배 기사님도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문을 닫으신다.

이번엔 본체를 나르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언니는 문단속을 하며 입이 찢어진 나를 보며 말한다.

"그렇게 좋아?"
"응!"

 환하게 웃으며 본체를 들었고 언니는 그런 날 보며 내게 다가오더니 말한다.

"네가 이거 들고 들어가. 언니가 들어 줄게."


본체가 조금 무거워 보여 걱정이 됐는지 내게 상대적으로 가벼운 방송 장비를 건네주면서 말했고  언니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며 장비를 받아 들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진짜 있을  없는 일이었다. 이제 조금 적응할 때도 됐는데 매일 새롭다.

언니는 나와 함께 내 방으로 들어가서는 설치하는  도와줬고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설치를 끝낼 수 있었다.


"됐다!"

난 환한 미소를 보이며 언니를 보곤 말했다.

"진짜 고마워, 언니. 내가 바로 갚아줄게."
"됐거든. 대신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하지 마. 할 거면 제대로 끝까지 하라고. 언니가 하는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 당연하지!"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언니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언니도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인터넷 설치만 하면 되는 건가?"
"응."
"내일 오기로 했던가?"
"응, 맞아. 내일이야."


잔뜩 들뜬 표정으로 말하는 내게 언니는 피식 웃더니 말한다.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어?"
"어... 글쎄?"


뭐, 게임만 했다 하면 쏟아지는 누나들의 구박에 집에선 안 했지. 그래서 내가 어렸을  게임을 많이 안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게임 많이 했는데. 몰래몰래.'


"한 번 켜봐. 제대로 되나 확인해 봐야지."

언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전원을 켜봤다. 듣기 좋은 소리가 나며 본체가 돌아간다. 난 모니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오. 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뭐 약속 있어?  PC방?"

언니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약속은 없고. 음... PC방 갈까 생각 중."


내 말에 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PC방이야? 오늘은 좀 쉬고 언니랑 데이트하자."
"에? 언니랑?"
"응, 왜. 싫어?"
"아니."


난 언니의 말에 얼른 고개를 저었다. 싫어도 싫다고  수 없는 이 마음을 누가 알까. 언니의 입에서 데이트하자는 말이 나올  몰랐다.

야. 너 따라와. 이래서 따라가면 짐꾼 노릇을 했는데.
이러면서 설마  짐꾼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얼른 나갈 준비해. 너 계속 그거 기다렸잖아."


원래는 일찍 나가려고 했는데 내가 컴퓨터를 계속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니 언니도 같이 기다려준 듯싶었다.

난 언니의 그런 배려가 굉장히 익숙하지 않아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나 먼저 씻을 게."


 말에 세연 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세연 언니는 나와 함께 내 방에서 나와 소파에 앉았고 나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언니는 내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고  그런 언니가 나오기 전에 나갈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간단하게 저번처럼 BB크림만 바르고 옷은 간편하게흰색 일자 팬츠에 연한 보랏빛의 폴라티를 입고 네이비색코트를 걸쳤다.


"으음..."

가방을 굳이 가지고 가야 하나 고민이 들었지만 여자의 바지 주머니는 굉장히 타이트해 뭔가를 집어넣기가 힘들었다.


"이거 하나 들고 가자."


생전 처음으로 백을 들고나가는 거라 좀 어색하긴 했지만 체크무늬의 작은 숄더 백 하나를 들어 어깨에 메고 밖으로 나왔다.


언니는 아직 씻고 있었고  TV를 보며 언니가 나오길 기다렸다.


"후... 어? 벌써  준비했네?"


언니는 이미 준비를 마친 나를 보며 말했는데 속옷만 입은 상태로 나와 난 언니를 쳐다봤다 시선을 다시 TV로 돌려야 했다.


"으응. 다 준비했어."
"조금만 기다려."


언니는 곧바로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갔고 난 태어나 처음으로 본 언니의 속옷 차림에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몸매도 유전인지 모르겠지만 언니도 몸매가 좋아서 평온하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파닥파닥!

난 소파에 앉아 연신 얼굴을 부채질했다.

"아니, 왜 속옷만 입고 나오고 난리야. 고맙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