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2. 방송을 합시다. (12/95)



〈 12화 〉12. 방송을 합시다.

게임은 순풍을 맞은 배처럼 매우 순항 중이었다. 내 연승에 재를 뿌릴 수 있는 사람은 이 티어 구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연승을 했을까? 이제는 세기도 귀찮아서 아무런 감흥도 없이 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플래티넘 4였던 내 티어는 어느샌가 플래티넘 1을 달고 다이아를 넘보는 정도까지 됐다.

"진짜 생전 처음으로 이단 승급도 해보네."

 새로운 게임이 잡혀 승낙했다. 이번에 이기면 아마 다이아4를 찍을 수 있는 게임이라 좀  집중해서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좋아, 가자."

무난하게 시작된 게임은 10분 동안 서로 1킬도 나지 않았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언제 뭔가 터져도 이상할  없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팽팽한 게임은 내가 있는 미드에서 먼저 터졌다.

정글 싸움을 몇 번 봐줘서 탈논은 6레벨을 자신이 먼저 찍는다고 자신만만하게 앞무빙을 쳤다.

"너 아직 6 아니잖아."


경험치 차이가 조금  것 같았지만  생각엔 엄청 큰 차이는 아니었다. 정글에서 조금 얻어 먹고 다른 라인에서  받아 먹은 CS가 있었다.

"얜 차이가 많이 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생각을 오히려 잘 역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딜교를 하는 척 하면서 일부러 미니언을 공격했다. 그렇게 경험치를 수급하며 잔뜩 겁을 먹은 척 연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더욱 의기양양하게 앞무빙을 치면서  견제하기 시작한다.

6렙을 찍자  심해졌다. 깊게 내 포탑 쪽으로 다가와 겁을 줬는데  그 행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역으로 앞무빙을 쳤다.

미니언 한 마리만 죽으면 6렙이 되는 경험치였고  미니언의 피가 엄청 적게 남았다.


게다가 상대는 탈논, 나는 재드였다. 상성상 내가 절대적으로 우위였기 때문에 난 곧바로 딜교를 걸었다.

1렙이 낮은 내가 먼저 딜교를 걸자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W로 그림자 분신을 만들어 가까이 붙어 표창인
Q를 두 개 모두 맞췄다. 화들짝 놀란 탈논이 놀라며 궁을 사용하기에 그전에 미리 궁을 사용해 따라갔다.

결국 마지막 발악을오 벽을 넘어 도망가려고 해봤지만 벽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피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점화 안 써도 되겠다."

내 판단은 정확했다. 벽을 넘어가면서 탈논이 시체로 변한다.

"공중에서 죽네."

난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곤 빠르게 라인을 밀고
포탑 골드까지 챙기며 귀환을 눌렀다.

"근데 좀 잘하는 것 같네."

생각보다 상대방 탈논이 못하는 편은 아닌  같았다. 오히려 굉장히 수준급 실력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서 놀 티어는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좀 잔뜩 화가 났네?"

탈논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낮은 티어에게 불의에 일격을 당해 성이 난 것 같은 움직임이라 작게 웃음이 나왔다.

탈논은 자신의 기동력을 이용해 로밍으로 나를 흔들려고 했지만 난 핑이나 한  빠른 합류로 그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했다.


"어디 탈논 같은 똥챔으로 1티어 챔에게 비비나?"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자 탈논은 채팅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대 여신님 원래 티어 어디세요?]
[원래 여긴데요.]
[부캐 아니시고요? 전적 보니까 여기 티어 아니신 것
같은데. 본캐 따로 있으신 거 아니에요?]
[네, 아니에요. 저 이거 아이디 하나밖에 없어요.]
[대리네.]

 마지막 채팅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대리라고?"

뭐, 내 전적을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긴 하겠다만.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지.

[저 대리 아닌데요.]
[신고 안 할 테니까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대리 맞다고. 제발요.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사실 여기 티어 아니에요. 부캐거든요.]

난 탈논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원래 티어가 어디신데요?]

내 물음에 곧바로 채팅창이 자신 있게 올라온다.

[챌린저요.]

채팅을 확인한 나는 에에?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채팅을 쳤다.

[챌린저라고요? 아닌 것 같은데.]


상대방 탈논이 잘하는 것 맞지만 그렇다고 챌린저 실력까지는 아닌  같가 보였다.


"어디서 구라를 쳐. 손모가지 날아가려고."


아무리 그래도 챌린저는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챌린저는 저것보다 훨씬 더 잘해야 맞는 것 같다.

[하... 어이가 없네.]
[저도요.]

한 마디를 지지 않고 대꾸하자 탈논이 기어이 열이 받은 모양이다.

[저 챌린저 맞고요. 인증 가능합니다. 한국대 여신님도 인증 가능하십니까? 저 궁서체고요. 진짜 장난치지 마시고 대리 아니십니까?]
[아니라니까요. 저도 인증 가능해요.]
[대리 아니시라고요? 진짜로?]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아, 아니라고요! 대리 진짜 아니라고요. 그쪽도 진짜 챌린저 맞아요?]
[하. 정말 어이가 없네. 저 진짜 챌린저 맞고요. 전 시즌도 전전 시즌도 챌린저였습니다.]
[오케이. 서로 인증해요.]

 진짜니까 거리낄 게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저게 챌린저라고?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대리 의심을 받는 건 이해하겠는데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대리라고 의심받는 건 기분이 나빴다.

저런 애들 인증 하라고 하면 도망갈 게 뻔하다.

[게임 끝나고 친추 주세요.]
[네.]


 단답으로 대답하곤 게임에 집중했다. 자칭 챌린저라고 말하는 사람의 실력이 좋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넘사벽으로 잘하는  아니었다.

게임은 처음 사고난 이후부터 우리 쪽으로 계속 유리하게 흘렀고 미드 탈논이 열심히 흐름을 가져오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내가 훼방을 놔서 번번히 실패했다.


"동선이 뻔히 보이게 움직이는데 이게 챌린저라고?"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친추를 걸면 안 받고 도망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했다.


결국, 승리! 라는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며 게임을 끝냈고 난 게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상대방 탈논에게 친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BJ탈논이라고 아메리카TV에서 방송하는 사람이고요. 탈논으로만 챌린저 찍은 사람입니다.]

난 그의 말에  눈을 깜빡이며 곧바로 아메리카TV에 접속해 BJ탈논을 검색했다. 반쯤 혼이 나간 표정으로 한국대 여신님에게 채팅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짜 나잖아?"


화면에서 내게 채팅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채팅을 치고 엔터를 치가 고스란히 내 화면에 출력되는 모습이 보였다.

[아메리카TV에 들어오셔서 BJ탈논 치시면 저 나오니까 인증 바로 될 거고요. 본캐 인증하라고 하시면 하겠습니다.]

"헐... 대박."

진짜 BJ탈논이었다. 평소에 LOM과 관련된 너튜브를 많이 보기 때문에 탈논 장인  유명한 BJ탈논 또한 알고 있었다.

평균 시청자가 만 명이 넘어가는 BJ라고 알고 있었다.


"어? 이거 기회인가?"

 눈을 빛내며 곧바로 채팅을 날렸다. 방송을 보니 내가 말이 없으니까 이것 보라고 대리라고 난리를 친다.


[네, 믿기진 않지만 확인했습니다. 저도 인증할게요.]


살짝 긁어주며 방송각이 잡히게끔 해줬다. 시청자들이 내 센스 있는 채팅에 다들 웃고 난리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기진 않지만 ㅋㅋㅋㅋㅋㅋ]
[하... 탈논이 챌린저 망신 다 시키네.]
[플딱이 한테 지냐. LOM 왜 하냐? 접어라. ㅋㅋㅋㅋ]

난 신나게 까이는 BJ탈논님을 보며 웃고는 내가 이 계정 외에 다른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인증했다.


눈을 연신 비비며 몇 번이고 확인하는 BJ탈논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대리 아니쥬?]
[대리는 뭔 대리냐. 그냥 발리거지.]
[플딱이한테 발리냐.]
[하... 물 챌린저 진짜.]
[창피하다, 창피해.]

BJ탈논은 초점을 잃는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 보더니별안간 눈을 빛내며 말한다.

"대리야. 저거 본인 아이디가 아니네. 다른 사람 아이디인데 자기 아이디인 척하는 거지. 그러니까 완전 대리네."


그 말에 더욱 호되게 채팅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야이XX야! 졌으면 졌다고 인정 좀 해라!]
[남자XX가 질척거리긴. 랄부 때라 이XX야!]
[미친XX 패배자가 말이 많다.]
[그만  해요, 오빠... 저 오빠가 싫어지려고 해요.]
[탈논아... 인정하자. 플딱이 한테 진 거...]

"아! 난 인정 못해! 절대 못해! 저게 어떻게 플레야. 아무리 봐도 챌린저 실력인데. 저 사람 대리가 아니면 방금 플레이가 설명이 안 돼. 솔직히 플레 실력이냐 저게? 내가 못하는 거 그래 인정한다. 나 물 챌린저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라인전부터 운영까지 밀리는 게 말이 돼? 아니잖아. 솔직히 너희들도 의심 안 가? 이거 지금 나만 대리 의심 가? 봐봐. 전적 보라고 이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실력이 이렇게 는다고? 말이 돼?"


BJ탈논은  지난 전적과 최근 전적을 비교하며 무척이나 타당성있게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자 채팅창도 조금씩 탈논의 편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맞아, 그건 그래.]
[솔직히 좀 대리 냄새가 나긴 함. 본주가 아닌 듯]
[친구거 대신 돌려주고 있는 건가?]


이거 외엔 다른 계정이 없다는 거로 일단 내가 부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부캐가 아니라고 하니 또 다른 의심이 싹을 튼다.

난 BJ탈논의 채팅창에 로그인해 채팅을 남겼다.


[이거  아이디 맞고요. 친구 거 돌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재미삼아서 하다가 하도 못한다고 욕을 먹어서 영상 찾아보고 프로게이머나 전프로 너튜브 보며 공부하고 진지하게 게임하니까 연승하고 있는 거예요.]
[어? 진짜 찐인가?]
[한국대 여신님 오셨네.]
[ㅋㅋㅋㅋㅋ 진짜 오셨네.]
[진짜 찐 맞나? 가짜 아니야? 진짜 한국대 여신임?]
[진짜 여신이신가요?]
[예쁘십니까?]

"다 조용히 해! 이 새끼들아! 야야, 매니저. 채팅창 얼려. 빨리 얼려! 저분 매니저 드려봐. 방금 저랑 게임하신 재드님 맞으세요?"
[네, 맞아요.]
"하,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재미 삼아서 하다가 욕먹는 게 싫어서 너튜브 영상 보고 공부  했다고 챌린저를 이깁니까? 뭐 진짜 한국대 다니세요?"


 조용히 채팅창에 답글을 달았다.


[네. 한국대 다니는데요.]


내 말에 BJ탈논은 헛웃음을 짓는다.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지가 한국대를 다닌다네."

한국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한국대학교는 상위 0.1%라도 떨어질 수 있는 학교였다.


단순히 수능을  본다고 갈 수 있는 대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런 반응이 나오는  당연했다.


"야야. 네가 한국대 다니면 내가 달풍선 만  쏜다."
[진짠데.]
"아, 그러니까 인증해 보라고!"

이거 시작하자마자  개 받게 생겼네. 난 곧바로 학생증과 함께 내가 인증한 계정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도 함께 보냈다.


학생증과 주민등록번호, 거기다 내 주민등록증까지
꺼내 뒷자리만 가리고 모조리 보내 확실히 인증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대리라고 우기면 진짜 답도 없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봤는지 멍하니 쳐다본다. 몇 번이고 확인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는데 채팅창을 얼려서 잘 모르겠지만 난리가 났을 것 같았다.


방송 시작하기 전에 내게 이런 행운이 오나? 이거 잘 활용하면 누구보다 화려한 데뷔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거 보여줘도 됩니까?"

무척이나 공손해진 그의 태도에 난 웃음이 나왔다.


[네, 상관없어요.]

그는 다시 한  내가 보내준 메시지를 보더니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별안간 침을 닦는다. 그 모습에 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침을 닦아?

"이게 정말 본인 맞으시면 대박인데."

얼렸던 채팅창이 풀리고 답답했던 사람들이 홍수처럼 채팅을 치기 시작한다.

[뭐야! 빨리 공개하라!]
[진짜 찐 한국대라고?]
[에이, 한국대가 무슨 옆집  이름이냐.]
[진짜 한국대?]
[한국대는 별로 필요 없다. 뒤가 중요해. 뒤가.]
[여신?]
[빨리 공개해라!]
[아, 미친! 현기증 나니까 빨리 우리도 보여줘.]

순식간에 도배되는 채팅창에 멀미가  지경이다. 엄청나게 빨리 올라가는 채팅창이 보이긴 하나?  눈을 깜빡이며 눈을 감았다 떴다.


"공개한다."

BJ탈논이 내가 보낸 메시지를 웹캠에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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