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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4. 정신을 잃었더니 여자가 됐습니다 (4/95)



〈 4화 〉4. 정신을 잃었더니 여자가 됐습니다

남자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의 상황에 적응하는  맞았다. 어쨌든 내 입으로 내가 여자가 되고 싶다고 했고 그것이 현실이 됐다.

그렇게 될 걸 알았든 알지 못했든 이 어플을 만든 제작자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사람의 입장에선 그저 내 소원을 이뤄준 거다.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자면 좋은 일을 한 것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씻냐."


남자와 여자가 씻는 방법이 많이 다를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신체 구조가 달랐으니까 100% 똑같을  같진 않았다.

띠링!


핸드폰의 알림음 소리에 난 핸드폰에 손을 가져갔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씻어 봅시다.

보상 : A급 스킬 쿠폰 1개

또다시 주어진 퀘스트. 이번엔 A급 스킬 쿠폰이었
다. 설마 S급부터 F급까지 다 한 개씩 주려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난 잠시 고민하다 그냥 남자였을 때처럼 씻기로 했다.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샴푸를 손바닥에 짜서 정수리에 가져갔다.

"부드럽다."

남자와 여자는 머리카락부터 차이가 나는 건지 아니면 여자인 내가 특별히 머릿결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였을 때보다 확연히 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모자라네."

남자였을 때를 생각하고 샴푸를 조금 짜서 머리에 가져가니 턱도 없었다. 어깻죽지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길이를 확인하고 난 다시 샴푸를 손에 더 짰다.

머리를 살짝 기울여 머리카락을 한곳으로 모으고 빨래를 하듯이 양손바닥을 이용해 비벼줬다.

남자였을 땐 여자가 왜 이렇게 오래 씻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머리카락을 감아보니  것 같았다.


"머리 감는 것도 오래 걸리네."

세연 누나는 머리에 이것저것 바르는  같았는데 난 오로지 샴푸로만 머리카락을 감고 바로 얼굴로 넘어갔다.


폼 클렌징을 손바닥에 덜어 얼굴에 박박 묻히고 샤워기 물줄기에 눈을 감고 그대로 가져갔다.


물줄기가 볼에 닿자 얼굴이 찌푸려진다.

"뭔가 좀... 그렇네."

남자였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여자가 되고 나니까 달라진 감각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진다.


난 샤워기에서 뒤로 물러나 손을 모아 물을 받고 얼굴을 씻었다. 직접적으로 샤워기가 얼굴에 닿자 남자였을 대와는 다르게 자극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몸인데...

난 입술에 침을 바르며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바라봤다. 거울에 비친  몸은 씻으면서도 중간중간 눈이 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씻으려면 직접 손을 가져가서 만져야 하고... 당연히 가슴도 씻어야  것이고... 중요 부위도 씻어야 된다.

난 샤워 타월을 손에 가져가 바디워시를 잔뜩 묻혔다.

"음... 그냥 닦으면 되는 건가?"

남자가 샤워할 때와 마찬가지로 난 천천히 목, 어깨를 닦다가 가슴에서 잠깐 멈칫했다.


타월로 부드럽게 가슴을 쓸며 닦아줬는데 가슴 아래
부근에 살이 접히는 부분이 있어 가슴을 살짝 들고서
닦아줬다.

남자였을 땐 경험한 적 없는 일이라 가슴을 씻는다는 게 무척이나 생경한 느낌이다.

하여간 가슴을 따라 뽀얀 배에 수줍게 자리 잡은 11자 복근과 배꼽, 그리고 그 아래까지 구석구석 바디
워시를 묻혀줬다.


쭉 뻗은 가녀리고 예쁜 다리와 탄력 있는 애플힙, 앙증맞은 발가락까지.

"좋아."


난 새하얀 거품에 둘러싸인  몸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샤워기에 몸을 집어넣었다.

새하얀 날개옷이라도 입은 것처럼 몸을 감싸고 있던 바디워시가 서서히 걷히자 그보다 더 새하얀 살결이 점점 드러난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몸매는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 몸매의 한 가지 흠이라면 이 몸매를 가진 사람이 나라는 거. 그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다. 이런 몸매를 내가 가져선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런 여자친구 있었으면 진짜..."


말해 뭐해.

난 완전히 바디워시를 씻어낸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

"후, 끝!"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모르겠지만 곧바로 메시지 알림음이 들려온다.


안 봐도 뭔지 알 것 같아서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
A급 스킬 쿠폰이 지급됐다는 거겠지.

띠링!


"응?"

 다시 들려오는 알림음에 이번엔 확인해  필요성을 느껴 몸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핸드폰을 들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속옷을 착용해 봅시다.


보상 : B급 스킬 쿠폰 1개

이번엔 B급 스킬 쿠폰이다. 정말로 다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내겐 나쁠 것 하나 없는 일이다.

여자가 된 대가로  등급의 스킬 쿠폰을 모두 한 장씩 뿌려준다면 무척이나 남는 장사인 것 같은데?


물론,  스킬 쿠폰이 정말로 사용이 되는 건지 어떻게 적용이 되는 건지는 알아봐야 하겠지만 그 잠깐 사이 나를 여자로 만든 어플인데 나 하나에게 특별한 스킬을 부여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속옷 입는 거야 어렵지 않지."

난 자신만만하게 브래지어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상대적으로 입기 쉬운 팬티를 들었다.


드로즈 팬티라 상대적으로 거부감도 덜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브래지어.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결국 핸드폰으로 브라 착용법을 검색해 봤다.

난 영상을 보고 착실히 이행했는데 브라를 착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지만 굉장히 번거로웠다.


"그러니까 일단 브라에 팔을 넣고 상체를 숙인다. 아래쪽 가슴에 맞춰 와이어를 밀착한 다음에 후크를 채우면 되는구나."

 영상을 하나, 하나 따라 했다.

후크를 채운 다음 상체를 숙인 상태 그대로 어깨와 등의 살을 끌어모아서 가슴 안으로 밀어 넣는데 이때 와이어를 붙잡아주는 게 포인트였다.

"아하."

난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보곤 양쪽 모두 똑같이 따라했다.

"그런 다음에는... 스트랩 조절."

어깨 부근에 스트랩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자신의 가슴과 맞지 않으면 조절할  있는 기능이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느슨함을 줘야 했고
어깨 끈을 제대로 조절해야 했다.

거기다가 한 가지 새롭게 알게  사실이 있었는데 후크를 채우는 게 마치 남자의 벨트처럼 조절할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벨트처럼 구멍이 많지는 않았지만 후크를 채우는 곳이 세 곳이나 있었다. 각 후크마다 2~3cm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았는데 가슴의 크기에 따라서 조절할  있는  같았다.

"와, 신기하네. 이런 게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난 새삼 브라의 기능에 놀라움을 표하며 영상을 계속 시청해 나갔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드디어 상체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후크의 위치를 잡아주면 끝이 났는데 착용한 내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하... 이게  몸이라니."

씻으면서도 슬쩍, 슬쩍 거울에 눈이  수밖에 없는 정말 아름다운 몸매였다. 이 몸매의 유일한 흠이 있다면  한 가지였다.

"이 몸매를 가진 사람이 내 여자친구가 아니라 나라는 거지."


난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뭐... 매일 밤 죽여줬을 텐데. 이게 나라니... 아쉬움이 잔뜩 담긴 눈빛으로 거울을 바라보다가 울리는 알림음에 핸드폰을 쳐다봤다.


"뭔지 안 봐도 알겠다."

속옷을 착용했으니 B급 스킬 쿠폰이 주어졌을 거다.


"예쁘긴 진짜 예쁘네."

다시 봐도  봐도 아름답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은근히 야해 보였다. 순진한 얼굴에 몸매는 발칙하기 짝이 없으니 여럿 남자들 홀리는  일도 아닐 것 같았다.


늘씬한 체형의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에 우유가
생각나는 새하얀 몸매에 검은색 브래지어와 드로즈 팬티를 착용한 내 모습은 묘하게 색기가 넘쳐흘렀다.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예쁜 얼굴과 귀여운 얼굴의 묘한 경계에 선 외모에 슬렌더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가슴과 골반이 아마도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래 있었다. 얼른 나가자."


빨리 씻는다고 씻었는데 세연 누나가... 아니 이제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데. 입에 붙질 않네. 아니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내가 남자였다가 여자가 됐다고 말해야 하나? 생각해 보니까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남자였던 나는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남자였던 윤세진은 사라지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윤세나가 있는  같다고 할까?


'처음부터 윤세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기엔  기억이 너무 뚜렷했다. 난 분명히 남자였고 21년을 남자로 살아왔다. 그건 그 어떤 것보다 확실했다.

이 어플이 나를 여자로 바뀌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미친 소리였지만 내가 원래 남자였다고 세연 누나에게 말하는 건 더 미친 소리로 들릴 거다.


"어떻게 하지..."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사실 가장 좋은 건 내가 남자였다는 것과 지금의 상황을 가족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내가 본래 남자였다는 걸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이 TS상점이라는 걸 알려준다면 믿지 않을까?


"내가 TS상점에서 언어를 구매해서 갑자기 영어나 일본어를 해대면 믿지 않을까?"

내가 남자였다는 걸 가족들에게 증명해서 얻는 건 뭐가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딱히 없어 보였다. 물론, 여자로 적응하기에는 그편이 더 좋긴 할 것 같다. 난 남자였고 그래서 남자였던 생활 습관이 남아 있어 여자로서의 지식은 전무하니까. 하다못해 속옷을 착용하는 법도 방금 알았다.

이런 실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부분들에 대한 지식을 누나들을 통해서 거리낌 없이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했다.

"별로... 좋을 건 없을 것 같은데."

가족들에게 나로 인해 혼란을 주느니 차라리 내가 감내하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 이렇게나 혼란스러운데 가족들이 겪는 혼란은 얼마나  클까?

난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잔뜩 미간을 찌푸린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이게... 정말 나다. 정말 나였다. 내가 여자가 됐다.
윤세진이 아니라 난 이제 윤세나였다.


"적응할 수밖에 없어."


난 그렇게 생각하곤 화장실에서 나왔다. 속옷만 입은
상태로  방으로 들어간 나는 옷장을 열었다. 어쨌든 여자가 된 건 여자가  거고 시험은 시험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잘 마무리해서 대학교 1학년 생활을  끝내고 싶었다.

기말고사만  보면 장학금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 세연 누나도... 아니, 세연 언니도 1학년 때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충당했다.


"나도 그래야지."


우리 집이 못 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되도록이면 좋은 성적을 얻으면 좋은 거고 그 부상으로 장학금을 받는 것 또한 좋은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이제 보니 옷들이 다 취향이네."

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옷장에 가득 들어차 있는 옷들을 바라봤는데 대부분의 옷들이 남자였던 내가 좋아하는 여자 옷 스타일이었다.


"흠, 밖에 한파라던데."

12월 2일인 오늘 밖은 무척이나 추웠다. 따듯하게 입고 가는 게 좋을  같아 하얀색 니트를 꺼내 입고
하의는  바지를 입으려고 했는데 그전에 스타킹 레이어드를 입었다.

"따뜻하네."


 흐뭇한 표정으로 검은색 코트까지 걸쳐줬더니 세상 아름다울  없었다.

"예뻐, 예뻐."

생각해 보니 내 방엔 원래 옷장이 이렇게 많지도 않았고 옷장을 열면 거울이 붙어 있지도 않았다.


난 방을 둘러보니 새삼 내 방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침대부터 시작해서 옷장은 물론이고 있지도 않았던 화장대 위에는 화장품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내가 썼던 방에 여자력이 조금 올라간 인테리어였는데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틀은 벗어나진 않은 상태라 봐줄 만은 했다.

"옷도 그렇고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고..."

모두 내 취향에 맞춘 느낌이었다. 과하지 않게 여자스러움을 약간 첨가한 느낌이라고 할까?


하여간 대강 옷을 차려입은 나는 곧바로 공부할 것들을 에코백에 넣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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