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2. 정신을 잃었더니 여자가 됐습니다 (2/95)



〈 2화 〉2. 정신을 잃었더니 여자가 됐습니다

"으..."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쑤셨다. 어제 분명 이상한 메시지를 받고 클릭한 이후에... 갑자기 의식이 희미해져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 나는 내 몸이 뭔가 이상하다는  깨달았다. 책상에 엎드려 있을 때부터 느꼈던 가슴의 무게감.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느꼈던 생소한 가슴의 흔들림.


난 자연스레 확인을 위해 고개를 숙였다.


"이... 이게 뭐야."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였을 때 보통 때라면 보였을 멋들어진 텐트가 보이지 않고 다른 위치에 두 동이나 쳐져 있었다.


아까부터 느껴졌던  무게감은... 다름 아닌 가슴이었다.

"가.. 가슴이 커졌다?"


혼란스러웠다. 원래 커져야 할 곳이 커지지 않고 왜 여기가? 너무 이상한 느낌이다. 모래 주머니를 가슴에 찬다면 이런 느낌일까?

난 고개를 숙인 그 상태 그대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앞섶을 잡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난 바깥쪽으로 앞섶을 잡아당겼다.


"가... 가슴?"

 번 보고 두 번 봐도 이건 여자의 가슴이었다.
하루아침에 여유증이 왔을 리 없고.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패닉에 빠졌다.
자고 일어났더니 가슴이 생겼다. 아니, 이건 확실히 확인해  필요가 있어.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서 그런지 마음껏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는 가슴이 부드럽게 출렁였다.

"으악!"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가슴이 출렁인다니. 가슴이 움직인다니! 이익! 난 머리를 움켜쥐었다가  한 가지 바뀐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머리카락도 길어졌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여자가  버렸다. 일어나고 보니 굳이 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헐렁해진 바지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드로즈 팬티를 입고 있어 밋밋한 중심부가 곧바로 눈에 박혔다.


"없다. 하하... 하하하... 하..."


나도 모르게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머리가 텅  것처럼 공허했다. 도무지 이게 무슨 일인지 내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얼굴을 손으로 쓸며  시선에 들어온 스마트폰을 난급하게 들고 잠금 해제를 했다.


어제 왔던 메시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난 손가락을 휙휙 넘기며 스마트폰을 확인하던 순간 이상한 어플이 생겼다는  볼 수 있었다.

[TS상점]


"이런 어플 깐 적 없어."


어쩌면 이 어플이 내가 이렇게 변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곧바로 TS상점을 실행시켰다.


[TS상점에 오신  환영합니다.]


검은색 바탕화면에 흰색 글씨가 중앙에 잠깐 떠오르고 사라진 뒤 곧바로 다음 메시지가 떠올랐다.

[TS상점은 TS된 사용자의 순조로운 적응을 돕기 위해 개발된 어플입니다. 퀘스트를 통해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를 활용해 스킬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읽던 난 고개를 갸웃하자 머리카락이 찰랑인다. 익숙하지 않은 머리카락의 무게에 난 미간을 잠시 좁혔다 풀며 작게 중얼거렸다.


"TS, 퀘스트, 포인트... 스킬?"


TS라고 한다면 내가 아는 그 TS인가? 어렸을 적 봤던 만화 중에서 차가운 물에 닿으면 여자가 되고 뜨거운 물에 닿으면 다시 남자로 돌아오는 게 있었다.

그 만화를 TS만화라고 해서 TS가 뭔지 검색해 봤기 때문에 TS의 의미가 뭔지 알고 있었다.

"Trans-Sexual."

성전환이라는 말이었다. 믿기 힘들지만 지금 내게 벌어진 일이 TS였고  TS를 시킨 주체가 이 TS상점이라는 어플 같았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확인하세요.


보상 : S급 스킬 쿠폰 1개

뜬끔없이 주어진 퀘스트에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퀘스트를 일단 넘기고 어플을 조금 더 살펴봤다.

TS상점 안에는 정말 스킬들이 존재했는데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스킬들이 존재했다. 스킬을 쭉 훑어보니 없는 스킬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이게 등급인가 보네. F, D, C, B, A, S라..."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예를 하나 들자면 운전(F)가
100P가 들어가고 운전(S)가 10,000,000P가 들어가는 걸 보니까 S가 가장 높은 등급인  같았다.


"S는 뭐 이렇게 비싸? 아아. 아. 목소리도 변했네."

듣기 좋은 목소리가 이제야 귓가에 들려온다.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까 바뀐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아.. 아아. 안녕하세요. 와..."

음색이라고 해야 하나? 목소리 톤이 너무 예뻤다. 그렇다고 유니크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보기 드문 예쁜 음색인 건 확실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즉흥적인 생각이었을 뿐이다. 내가 성 정체성에 혼란이 있던 사람도 아니고... 그냥 진짜 단순하게 군대에 가기 싫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진짜로 여자가  줄이야..."


 머리를 긁적이며 입술에 침을 발랐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여자의 몸은 이렇게 다른 건가? 입술마저 너무 달랐다. 엄청나게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

 손으로 입술을 매만지다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슴에 눈이 갔다. 눈이 가니 자연스레 손이 가는  새우 과자처럼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난 양손을 들었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마치 뒤집힌 밥공기를 잡을 때처럼 손이 오므려진다.


"부... 부드러워.  손에 잡히지도 않네."

물풍선을 만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스물  살 동안 공부만 해서 여자 가슴을 언제 만져 봤어야지.


생경한 느낌을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된 거 난 자신의 몸을 확인하라는 퀘스트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일단 화장실."

 곧바로 전신 거울이 벽에 붙어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처음으로 보는 내 얼굴에 난 손바닥으로 입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와... 미친."

너무 아름다웠다. 난 거울에 나 자신을 이리저리 비춰봤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이 어깻죽지까지 내려와 부드럽게 흔들린다. 현실감 없는 아름다운 외모에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체구가 조금 작아져 커진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위용을 떨치는 가슴과 드로즈 팬티를 입고 있어 눈이 가는 골반.

살짝 옆으로 몸을 트니 복숭아처럼 예쁜 엉덩이와 풍만한 가슴이 더욱 도드라진다.

나는 티셔츠를 살짝 들어 올려 매끈하고 새하얀 피부와 잘록한 허리 앙증맞은 배꼽을 눈으로 훑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절로 삼켜진다.


"아오, 답답해!"

어차피 퀘스트를 깨려면 몸이라는  확인해야 한다. 몸이라는 정확한 정의는 신체 곳곳을 의미하니 어차피 어쩔 수 없이 피치 못하게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난 훌렁 티셔츠를 벗어서 문고리에 대충 걸고는 드로즈 팬티까지 벗어 버렸다.

완벽한 나체가 드러나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와..."


입고서 보는 것과 벗겨서 보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거기다가 내 몸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거울을 통해서 나를 바라보는 건 심각하게 차이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군살 없이 굉장히 날씬하고 길쭉길쭉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슬렌더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굉장히 날렵해 보이고 비율이 좋아서 무슨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몸선이 굉장히 뚜렷하고 상당히 어려 보인다고 할까? 고등학생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였다.

목선, 쇄골, 팔, 다리, 몸통, 허리, 손, 발 등등 온몸 구석구석이 디테일하게 아름답다.


"원래 슬렌더 체형이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긴 하지."

아이돌 걸그룹이나 치어리더, 모델, 라운드걸, 레이싱걸, 연예인 대다수가 이 몸매에 속한다.

흔치 않다는 핑크색 유실에 우유처럼 새하얀 피부, 거기에다가 털이... 없다.


음모가 하나도 나지 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난 여자의 음부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동영상에서나 보던 그것이 눈앞에 떡하니... 아니 내가 달고 있을 줄이야.
아니지 달고 있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네. 하여간!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익숙했던... 아침마다 융기했던 기둥이 사라지고 생겨난  균열은... 뭐라고 할까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생겼다.

우뚝 솟아 있는 그 익숙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가 갈라진 느낌. 하여간 지금껏 느껴  것이 아닌 완전히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이건...  반칙인데."


게다가 이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가슴은 또 뭐람?
슬렌더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발칙한 가슴이다.


난 내 가슴에 손을 얹어 부드럽게 주물럭거리기도 하고 가슴 아래를 받쳐 들어올려보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가슴의 무게가 사라진 느낌이 묘하다.

"우왓."


손을 그대로 빼자 푸딩처럼 흔들리며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감에 따라 느껴지는 가슴의 무게감이 생소했다.


"아이고..."

거울에 비친 가슴을 보니 내 손자국이  벌겋게 변해 있었는데 그게 또 굉장히 섹시해 보여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손자국이 덕지덕지 가슴에 나 있는 모습이 어찌나 자극적인지 모르겠다.


남자가  자리에서 날 보고 있다면 그 어떤 남자도 참지 못하고 달려들고 말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치겠네."

아니,  정도 확인했으면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을까 싶어서 나체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스마트폰을 챙겨 들고는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별안간 스마트키의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안을 가득 채운다.

띠띠띠띠!

뭐 어떻게 방비할 사이도 없이 난 그대로 그녀와 마주쳐야 했다. 난 다급히 가슴에 난 손자국과 중요부위를 가리며 세연 누나를 쳐다봤다.


"뭐야? 왜 알몸으로 있어?"
"어? 어어... 씻으려고."


내 말에 세연 누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오전 수업만 하고 오는 날이었다.

세연 누나는 신발을 벗으며 안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힐끗 쳐다보곤 시계를 보며 말한다.


"늦겠다. 얼른 씻어."
"어? 아, 어."


누나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난 멍하니 세연 누나의 방을 쳐다봤다.


세연 누나는 셋째 누나로 나보다  살 더 많았다.
공부를 꽤나 잘했기 때문에 한국 대학교에 입학했다. 나도 곧잘 하는 편이라 누나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3학년인 누나와 신입생인 나는 1년 동안 함께 자취 중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를 대하는 누나의 태도에 난 지갑을 열어봤다.

"이... 이런 말도  되는..."


지갑 안에 들어있는 내 학생증은 물론이고 주민등록증까지 모두 여자인 나로 바뀌어 있었다. 거기다 이름까지.  이름은 윤세진이었는데 주민등록증, 학생증 모두 윤세나란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까 남자인 윤세진은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진 건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남자 옷은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그냥 뭐  취향 그런 건가?

"잠깐만, 그럼 내 옷은?"

난 문득 궁금해져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혹여 남자 옷들만 가득한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 내 생각은 기우였다.


"여자 옷만 가득하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여자 옷 스타일이 가득했는데 그 덕분에 옷장 안은 캐주얼한 복장 천지였다.


남자 속옷으로 가득했던 옷장은 가지런히 브래지어와 드로즈 팬티가  맞춤  있었는데 지금 보니 드로즈 팬티가 남성용이 아니라 여성용 같았다.


"하하..."


왜  옷만 유별나게 그대로인 거지? 내가 입고 있는 팬티는 분명히 남성용 같았다. 그래서 아마 세연 누나가 나를 그런 눈초리로 바라본  아닌가 싶었다.


남자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럼 다른 건 다 여자로 맞춰 놓고  이 어플은 내 옷만 남자 옷 그대로 뒀을까?
갑자기 여자로 몸을 바꿔버리니 미안해서 그대로 둔 건가? 뭐, 기념품이야?

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잠깐만. 내가 여자가 됐다는 건... 일단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네? 난 눈을 크게 뜨고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대박!"


어쨌든 남는 장사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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