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1. 프롤로그
지금까지 살면서 여자가 부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스물한 살 생에 처음으로 여자가 부러워졌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 그 군대의 입영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자가 되고 싶다."
말을 뱉고 보니까 갑작스레 여자의 장점이 무수히 많이 생각났다. 누나만 위로 셋이라 주야장천 했던 생리대 심부름도 조금 덜 민망했을 거고 누나들 덕분에 눈 떠버린 딸기 케이크도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선배들에게 밥도 손쉽게 얻어먹고 기합을 받을 때도 상대적으로 약하게 받는 건 물론이고 조교님도 더 관대하지 거기다가 무엇보다 군대를 안 가잖아! 군대를!
솔직히 다른 장점은 다 필요 없다. 저것만 있어도 영혼을 팔 대한민국 남자들은 아마 길에 널렸을 거다. 난 한숨을 내쉬며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고개를 휙휙 저어봤지만...
스멀스멀 뱀처럼 기어오르는 생각.
"아, 여자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새삼 여자가 부러워지다니. 내게 여자는 누나들 덕분에 부러운 대상이라기보다는 적폐에 가까웠는데... 난 뺨을 때리며 잡생각을 지워보려고 노력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 번 나버린 생각은 아지랑이처럼 머릿속에 피어나
떠나질 않았다.
그때였을까, 늦은 시간 별안간 울리는 메시지 알림음.
어차피 흐름 끊겼다. 난 스마트폰에 손을 가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여자가 되고 싶으십니까?]
난 메시지 내용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나도 모르게 방안을 살펴보게 된다.
마치 내가 한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시의 적절하게 온 메시지에 난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또 다시 온 메시지.
[YES]
링크가 걸려 온 메시지 창에 난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손가락을 가져갔다.
화아아악!
스마트폰 화면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자 정신이 점차 몽롱해졌다.
난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