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6 - 데이트!
모두 이성을 버리고 본능에 심취했었다.
새벽까지 침실을 후끈하게 만들며 다 같이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내고 토막잠으로 개운해졌다.
동시에 눈을 뜨니 남은 시간이 고민 또 고민인 상황.
모험가인 로만이 떠나기 전에 무난하게 다 같이 시간을 보낼 것인가?
혹은 특별한 방도가 있을까.
하루가 지났으니 이제 2일 후에 출발··· 각자 하루를 보내기에는 모자란 시간이다.
거기다 연인의 모든 시간을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
로만이 밖에서 스킬을 연마하는 동안.
가벼운 차림의 셋은 커피와 차로 아침을 깨우며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이어갔다.
"오빠도 최근 수련에 집중하고 있으니 따로 시간이 필요하고. 컨디션을 위해 잠도 자야 하니 무작정 붙잡고 늘어지는 건 절대 안 돼요."
"물론이다. 사리사욕을 채우겠다고 짐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
오늘부터 내일까지 아카데미를 쉬는 주말이기에 리케와 클로에에게는 시기적으로 좋은 날이다.
에클레어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잠시 출근하여 부단장과 상의 끝에 업무를 비틀어서 강제로 만든 휴가였고.
그녀의 권세가 약했다면 기실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다 같이 어디를 가기에도 지금은 애매하네요."
최근 들어서 평소보다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로만의 분위기는 세 여자 모두 느끼고 있다.
효율적인 단련에 휴식이 가지는 비중이 적지 않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말을 다 들어주려는 연인에게 괜한 말을 했다가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공공연한 입단속 기간이다.
바깥에 있는 로만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민하는 리케를 보며 에클레어가 피식 웃고는 대책을 내놓았다.
"리케. 좋은 생각이 있으니 들어봐라."
"네?"
"이건 바로 방금 클로에와 이야기 한 사항이다만···."
"말씀하세요."
설명이 길어지지 않을까 싶어. 에클레어는 잔을 들어 입안을 적시고 찻잔을 내렸다.
"클로에와 둘이서 리브로시아에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리브로시아로 여행이요···? 거기 오빠랑 클로에가 갔던 곳이죠?"
곧 있으면 연인이 자리를 비울텐데 여행이라니.
뜬금없는 발언에 리케가 눈을 껌뻑이니 자매는 서로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클레어에게 있어 로만과 둘만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동생과의 시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감정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클로에도 마찬가지.
"로만은 무조건 안전하게 돌아온다. 내 말이 틀리나?"
"아뇨. 정확하세요."
깔리는 전제에 만족한 기사님이 본론을 꺼냈다.
"분명 떠나기 전 연인과의 시간은 소중하다. 하지만 내게는 로만만큼 클로에와의 시간도 소중하지. 그런데도 요즘 생각과 생활이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권하지 않았다면 난 또 멍청한 짓을 이어가고 있었겠지."
"어, 언니···."
직진으로 꽂히는 말에 클로에가 얼굴을 붉혔다.
"리브로시아는 나도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게 클로에의 권유라면 더할 나위가 없고."
"···."
수도에서는 얼굴이 알려진 에클레어이기에 클로에와 편히 다니기 힘들다.
알아채도 머리가 달려있는 인간이라면 쉬이 다가오지 않지만 시선이 몰리게 되면 에클레어가 아닌 클로에에게 부담이 된다.
"언니도 책을 좋아하니 거리를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물론! 리케도 오라버니도 모두 함께 가면 ㅡ."
"후후- 클로에. 내가 설명하마."
이 상황에 어떻게 설명해야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이 오해 없이 전달될까.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 말이 꼬이는 동생의 잿빛 머리를 쓸어내리며 언니가 나섰다.
"다 같이 여행을 간다면 분명 즐겁겠지. 허나 로만은 지금 중요한 시점에 서있지 않나 싶군."
"그렇죠."
모를 수가 있나.
당장 밖으로 나가는 이유도 진전에 실마리를 잡고 싶은 거라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았는데.
"그러니 제대로 보필해 줄 사람이 있는 게 좋을 거다. 저대로 혼자두면 끼니고 뭐고 다 거른 채 잠도 안 자고 빠져들 기세라··· 솔직한 말로 로만을 제일 잘 챙길 수 있는 건 리케지 않나?"
"맞아요! 저는 아직 오라버니의 의중을 읽는 게 서툴러서···."
드리트나 자매의 간지러운 말에 리케는 드물게도 새침함과 쑥스러운 감정을 섞어서 보였지만.
명예로운 칭호는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요. 오빠의 보필은 제가 세상 누구보다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기회는 거절하지 않고 감사하게 받을게요."
리케는 이 자매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양보해 준 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면서 아닌 척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모두.
"우리도 우리 나름의 시간을 보내니 양보도 아니고 감사할 일 같은 게 아니지. 로만은 둘이 있으면 짓궂은 면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지만···."
말을 이어가다 떠오르는 게 있는 에클레어는 볼이 달아오르는 감각에 입을 다문 채 시선을 슬쩍 내렸다.
"저는 오빠가 뭘 해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뭐··· 리케라면 잘 받아줄 거라 믿는다."
에클레어는 쓴웃음과 리케도 파악할 수 없는 의문스러운 말을 남긴 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클로에와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
'오늘이야말로 기회다.'
로만은 쨍하게 떠있는 태양을 보며 결심했다.
리케와 둘만의 데이트! 뜻대로 되지 않는 EX스킬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행복한 시간!
모든 것을 즐기고 잠자리에 농밀한 69를 추가해 건전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이어가자고.
그전에.
자매끼리 시간을 보내고 오겠다는 둘을 저택의 문에서 배웅했다. 예전 둘의 관계와 게임을 생각하면 지금 광경은 보기만 해도 꿈만 같아 흐뭇하기 그지없다.
'이 그림··· 미쳤다. 진짜 좋네.'
피부를 최대한 가리면서 이쁘게 차려입은 클로에와 편안한 복장으로 동생의 호위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에클레어까지.
이제 클로에의 실력도 어디 가서 뒤쳐질 리 없고, 제국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강자이자 기사인 에클레어까지 붙어있다 하지만 걱정을 모두 지울 수는 없었다.
"조심히 다녀와."
드리트나 자매를 꽉 껴안아주니 걱정이 전달이 되었을까.
두 사람은 푸른 눈동자와 붉은 눈동자로 내 얼굴을 보더니 동시에 작은 웃음소리를 들려준다.
"뭘 그리 걱정하는 얼굴을 하나. 내일 점심쯤에는 돌아올 거다."
"오라버니. 언니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다녀오겠습니다···!"
필요 없다고 하는 에클레어에게 억지로 이런저런 물건을 챙겨주고 입맞춤에 엉덩이 두들겨주기 까지.
자매가 손을 잡고 게이트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다 옆에서 손을 잡고 있는 리케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케."
"응?"
"데이트하러 가자."
소녀의 자색 눈동자가 유혹에 알기 쉽게 흔들렸으나. 강렬한 현혹에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린 리케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오빠··· 훈련에 집중해야 하잖아? 굳이 무리할 필요 없어. 나는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
"아니. 이대로 더 해봐야 효과도 없을 거고, 제대로 쉬지 않으면 머리가 타버릴 것 같거든. 휴식도 훈련의 일종이니 리케한테 도움을 받고 싶은데 안 될까?"
그녀가 얼마나 바라는지 알고 나도 리케와의 시간을 바라고 있다.
반대로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완전하게 인생을 넘겨줄지라도 그걸 빌미로 헌신과 뒷바라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여자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
"곤란한 상황이라··· 바쁘지 않으면 도와줄 수 있어?"
자존심을 굽히고 어조를 바꾸는 로만의 행동에 웃으면서도 글썽글썽한 눈망울을 한 리케는.
더없이 충만한 행복에 로만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고개를 들었다.
"···오빠 사랑해."
"사랑해."
방금까지 자매와 짧은 입맞춤을 했던 자리에서 혀까지 섞으며 리케와 키스를 나누니 하반신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두꺼운 몽둥이가 일어나려는 바지 위를 손가락으로 톡! 친 그녀는 요망한 미소를 짓고는 저택으로 향했다.
"금방 준비해서 올게!"
데이트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무엇을 할지 묻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한 그녀이기에.
··
··
데이트에 있어 남자의 준비는 여자보다 빠르다.
화려한 복장보다는 깔끔함을 선호하기에 세탁해 둔 셔츠를 꺼내 입고 머리를 정리한 뒤에 리케를 기다렸다.
"오빠! 나 준비 끝났어!"
나 말고 저런 일면을 세상 누가 알고 있을까.
통통 튀는 목소리에서 그녀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알 수 있어 웃음이 나왔다.
함께 저택을 나서며 생각했던 계획을 꺼냈다.
"수도 말고 우리도 오랜만에 게이트나 탈까?"
"앗! 그거 하는 거야? 난 당연히 좋아!"
척하면 척.
내 말을 단번에 이해한 리케가 한쪽팔에 매달려 유원지를 향하는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며 웃었다.
수도는 번성하다는 장점과 선택지의 다양성이 훌륭하지만.
직행이든 갈아타든 게이트가 있을 정도의 영지라면 어디를 가도 숙박시설과 식당이 없지는 않다. 나름의 자랑거리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예전 리케와 산에 가서 낚시를 하거나 단 둘만의 시간을 계속해서 보내던 시절.
게이트를 타고 다른 지역도 제법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고생 좀 했지.'
의뢰로만 밖을 나돈 경험의 지분이 너무 크다 보니 백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관광지에 대한 정보가 무색했기에 어디를 갈지 쉽사리 고를 수가 없었고.
리케 또한 트라우마로 방에 박혀있던 과거가 길었기에 이름 있던 후작가의 여식이라 하기에는 발이 좁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누구의 추천을 받는 게 아니라 흥미 하나만으로 찍는 것.
"숫자는?"
"음··· 두 번째!"
"좋아."
변동이 잦은 게이트는 아침마다 새로운 공지를 내걸어둔다.
리케가 말한 두 번째라는 숫자는.
금액, 시간, 직행으로 변환, 혹은 무언가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리기 위해 게시판에 걸려있는 종이 중에서 두 번째 지역을 말한다.
사락-
건물 앞 게시판에 걸린 종이를 넘겨 바로 뒷장을 확인한 나는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이마를 긁었다.
"에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