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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38화 (238/250)

Chapter 238 - 이른 아침의 모험가 길드 -2-

현관에서 리케, 클로에, 에클레어와 연달아 입을 맞출 때마다 하반신이 뻐근한 배덕감이 느껴진다.

'언제쯤 완전히 적응하려나···.'

숨어서 하는 양다리도 아니고 합법적인 일부다처제에서 오는 이 충만함과 자극은 정말 질리지가 않는구나.

머리에 나사가 빠지는 느낌에 머리통을 툭툭 치며 거실로 돌아온 뒤.

혼자 남아 역근경을 입식과 좌식으로 시험해 보고.

체조의 형태로도 움직여 보았다.

"후우-"

의외로 제일 편한 것은 체조의 형태였다.

입식과 좌식은 호흡과 순환에 대해 머리로 생각할 게 많아서.

개인적인 감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특정 자세를 연달아 취하면 끝나는 체조가 편하다고 느껴진다.

'땀이 나···?'

마나로 신체를 강화한 상태로 단순한 동작들을 이어서 체조를 끝내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다시···."

체조에 있는 자세들의 순서를 뒤바꾸면 어떤 느낌도 없으나 순서를 제대로 지키면 느낌이 온다.

원리는 일체 모르겠으나 흥미롭지 않은가.

어지간한 움직임으로는 부하가 오지 않는 튼튼한 몸뚱이라 굳은 몸을 풀어주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역근경은 몇 분 했을 뿐인데 전신의 근육이 뜨끈뜨끈 하니 전신을 공들여서 장시간 스트레칭한 효과를 보여준다.

"음! 괜찮네."

하지만 꾸준함이 중요한 스킬답게 극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간 달아서 한다면 변화는 확실하게 올 거라는 특별한 예감이 확실하게 자리한다.

출근 전 실험은 끝.

쏟아지는 물로 땀을 씻어낸 뒤.

깔끔한 복장을 입고 수업을 위해 아카데미로 향하기 전.

이른 시간이라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길드로 향하기로 했다.

지금 가서 릴리네가 모험가 길드에 있으면 최고의 상황이고.

없으면 접수원에게 기별이라도 남겨두는 게 좋겠지.

····

딸깍!

문단속을 해두며 주위에 쥐새끼는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그제야 저택에서 발을 떨어뜨린다.

분명 내가 여기 산다고 정보 길드를 통해 뒷골목에 이야기를 뿌려놨음에도.

지금까지 밤손님이 두 번이나 꼬였다.

제국의 수도라 해도 시대상에 의해 도둑이 들끓고 판을 친다 해도 내 저택은 용납 못한다.

'그만큼 조져놨으니 당분간 괜찮겠지.'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저번 집과 같은 흉흉한 소문이 필요했다.

내가 없는 시간에 에클레어가 도둑을 처리한 날.

바로 빈민가에 들어가 오랜만에 놈을 만나서 깽판을 치고 왔다.

그러면서도.

사실 속으로 이해는 한다.

손버릇 나쁜 놈들 관리 못했다고 뜬금없이 욕을 먹은 그놈이 제일 억울하겠지.

제국 음지의 대가리라 자부하는 그놈도 모든 부랑자를 손에 쥐고 다룰 수 없으니.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정신병자는 존재하기 마련.

그래도 목숨줄에 위기감을 느꼈다면. 본인이 나서서 뒷골목 통제에 신경은 쓸 것이다.

··

··

걷는다.

"흐음."

다들 제국의 수도가 넓다 넓다 말하지만, 나는 참 좁다고 느낀다.

저택에서 모험가 길드로 가는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수도 내에서 단순히 얼굴만 아는 게 아니라 대화를 편하게 나눌 정도로 일면식이 있는 인물이 최근 하나 둘 늘어가면서.

아는 인물이 감각에 잡히곤 한다.

'수도로 돌아왔구나.'

그런 경험을 하고도 모험가를 이어간다면 정신력이 튼튼하고 평균 이상은 된다는 뜻.

재능부터 깜냥이 있으니 경험이 조금 더 쌓이면 금방 위로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테로도 볼 겸 인사를 할까 했으나.

이 복잡한 곳을 헤치고 먼저 다가가기도 뭐 하니 그대로 길드로 향했다.

쿵!

반쯤 열려있는 문을 발로 밀고 들어가니.

코에 잡히는 찌든 냄새와 이른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웅성거림이 반갑다.

-지금쯤이면 교단에서 막 써먹을 인력 찾을 시기 아닌가··· 왜 안 보이냐.

-그냥 아무거나 잡아. 굶어 죽을 거야?

-하수구 청소는 하고 나면 밥이 안 넘어가니 식비도 굳어. 그러면 이득이라 이 말이지.

-어휴··· 이 병신새끼.

··

··

저 수선스럽고 복작거리는 모험가들은 볼 때마다 묘한 느낌이다.

자신도 과거에는 저기서 바글거리는 모험가 중에 하나였으니.

매일 같이 반복되는 선착순 의뢰를 낚아가기 위한 모험가들의 경쟁이자 전쟁.

하루 벌이로 살아가는 자들이 아침 일찍 나와 의뢰 게시판에 몰리는 시간.

동 등급이나 은 등급에 속하는 대다수의 모험가는 이 시간에 볼 수 있다.

"아··· 로만님! 어서 오세요!"

"신경 쓰지 말고 업무 봐."

웅성거리는 모험가들에 파묻힌 접수원에게 손으로 인사를 해주고 지하에 있는 선술집으로 향했다.

끼익. 끼익.

물기를 머금은 나무계단이 몸무게에 비명을 지른다.

'보자··.'

이 시간에 길드 선술집에 있는 놈들은 밤새도록 마신 놈들이나 일이 없어서 깡통 찬 놈들이 대다수.

아니면 경쟁에 낄 필요 없는 실력 있는 모험가들이 의뢰에 나가기 전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 시간이다.

"···."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라크나 릴리네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얼굴이 가물가물한 챔버스도 마찬가지.

생각 없이 들리면 우연찮게 자주 보는 얼굴도 이렇게 의도하고 보려 하니 엇갈린다.

'접수원한테 말이나 남기고···.'

저택으로 돌아가서 역근경이나 조금 더 파헤쳐 볼까.

아니면 스킬 훈련이나 하다가 출근할까.

몇 가지 선택지를 머리에 회전시키고 있으니 익숙한 기척이 선술집까지 내려와 뒤에서 멈춰 섰다.

"아, 안녕하십니까!"

앨리스가 머리를 푹 숙이자 테로가 버둥버둥 거리며 금색 머리카락을 잡고 떨어질 위기를 극복했다.

-시, 시이익!

소녀의 머리 위에 다시 중심을 잡은 도마뱀 정령과 눈인사를 하고 앨리스로 시선을 내렸다.

"반갑다. 몸은 어때?"

"로··만님 덕분에 멀쩡합니다!"

저번 일로 사이가 조금 부드럽게 풀렸다 생각했는데.

잠시 안 본 사이 앨리스에게 군기 비스름한 것이 다시 원위치하여 들어찼다.

"이름은 편하게 불러. 친구랑 겹쳐서 그래?"

"···알겠습니다."

첫 만남에 사건이 있었으니 이해는 하지만, 내 신분이 귀족이 아니라 따로 부를만한 호칭이나 성도 없다.

"별명 쪽으로도 내가 딱히 좋은 건 없어서. 이름이 제일 편할 거야."

"네에! 로, 로만··님!"

앨리스의 입장상 '님'을 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 안절부절못하는 소녀를 어찌할까.

-시잇! 싯!

파충류의 얼굴에 사람과 같은 감정이 나타난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저건 테로가 앨리스를 보고 킥킥거리며 웃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정령이라서? 아니면 착각인가?'

앨리스가 머리 위에 있는 정령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쏘아내는 걸 보니 뭔가 신호를 주고받은 듯하다.

이런 분위기에 꺼내기 좋은 말은 하나.

"밥은?"

간단한 질문에 시선을 가만두지 못하고 좌우로 움직이던 앨리스는 한참 있다가 입술을 들썩였다.

"···아직 안 먹었습니다!"

분명 아까 거리에서 뭔가 먹고 있었던 것 같지만. 뭐 어떠리.

혼자 역근경을 몇 번이나 반복했더니 묘하게 허기가 지는 것이.

나도 먹으려면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도 아직 한참 남았지.'

이렇게 된 이상.

아카데미 수업 전까지 길드에서 릴리네를 기다려 볼까 싶어 앨리스와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로만님에게 빚이 너무 많으니까요··! 차근차근 쌓아서 갚아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사게 해 달라는 앨리스의 말에 따라.

간단한 주문까지 끝마치고 나서 음료를 먼저 받아 온 앨리스가 건네는 잔을 받았다.

"잘 마실게. 오늘 의뢰 나가려고?"

음료 한 모금을 넘기고.

앨리스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최대한 숨을 고르더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그게··· 파티를 다시 구해야 해서··."

"음. 고생이겠네."

길게 위로할 만큼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파티원이 죽었을 수도 있고, 싸웠을 수도 있고, 가치관의 차이부터 더 좋은 조건이 있는 파티로 떠났다거나.

이유는 적게 잡아도 수십 개는 된다.

모험가들 사이에서 파티가 깨지고 다시 생기는 건 워낙 흔한 것이라.

그 이후로 파티원과 이런저런 트러블이 있었구나.

생각은 딱 그 정도에서 끝났다.

"로만님은···?"

"길드에 릴리네가 있나 해서 왔는데. 혹시 봤어?"

내가 먼저 들어왔으니 시기적으로 가능성은 터무니없이 적은 질문.

그녀는 역시나 고개를 젓는다.

목구멍으로 음료를 넘기며 잡담을 연달아 붙이고 있으니.

파트타임으로 가끔 보이는 여직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직원이 그릇을 놓는 사이 테로가 앨리스의 머리에서 내려와 테이블을 질주한다.

"아앗!"

"···왜, 왜 그러세요?!"

접수원은 앨리스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손을 잠깐 멈췄다.

"아뇨··· 아닙니다."

-쉬릭!

당당한 발걸음으로 테로가 내 머리 위를 점령했다.

앨리스가 조금 사나운 기세로 테로를 노려봤으나 빙글빙글 움직이는 꼬리가 머리를 스치는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저런 으름장도 통하지 않나 보다.

'정령이 진짜 장난기가 많구나.'

이게 얌전한 편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

"테로···너 진짜··!"

-시익!

앨리스의 동공이 날카로워지며 으르렁거리자.

그제야 테로가 화들짝 놀랐는지 내 머리에서 발가락에 힘을 딱 준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나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거든."

"그, 하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밥부터 먹자. 잘 먹을게."

주제를 돌리자 그제야 앨리스의 기운이 사그라들며 테로의 몸에서도 힘이 빠져나갔다.

식기를 움직여 입을 오물거리던 소녀는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가.

고개와 목소리 동시에 낮춰 질문을 꺼냈다.

"···그런데 찾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릴리네?"

"네··· 중요한 일이라면 말씀 안 해주셔도 당연히 괜찮습니다! 주제넘지만 혹여나 제가 도울 게 있나 싶어서···."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릴리네가 쓰는 마법에 궁금한 점이 있거든."

"아하!"

식기를 잡은 손으로 턱을 긁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작 앨리스도 체술이 그 정도로 뛰어나면서 무투가가 아니라 마법이 주류 아닌가?

직접적으로 본건 변종에게 석주를 낙하시키는 것만 봤기에 뭐라 판단하기는 어렵긴 하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장기인 마법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를지라도 도움은 될지도 모른다.

"앨리스."

"예!"

빤히 눈을 마주치니 음식 씹는 것도 멈춘 채 굳은 그녀를 보며 나는 조건을 걸었다.

"저녁에 시간 있어?"

"으, 어? 네··? 저, 저녁?!"

깜짝 놀라는 투명한 표정.

기름칠이 벗겨진 경첩처럼 삐걱거리는 앨리스의 반응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릴리네가 저녁까지 안 보이면 도움을 좀 받을까 하는데. 보수는 금 등급 지정의뢰 평균으로 해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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