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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28화 (228/250)

Chapter 228 - 에델만으로 날아간 편지

"이제 나갈까?"

-시이익!

앨리스가 정신을 차리니 테로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보고 있었고.

본인의 몸은 기둥에서 벗어나 다시 은인의 품에 안겨있었다.

너무나 큰 충격에 다른 감정들이 뒤로 밀려 긍정하는 반응조차 하기 힘들었고.

머리가 멍하다.

'어, 어떻게 저런?'

가볍게 들려서 자리를 떠나는 그녀의 고개는.

근력에 압착되어 찌부러진 덩어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타우조차 식사거리로 삼을 것 같은 크기의 전갈을.

사슬만으로 묶어 껍질을 부수고 압사시켜?

괴력을 가진 기사가 머리 두 개 달린 오우거와 팔씨름을 해서 이겼다는 어린이 동화보다 신용이 없는 이야기였으니.

마나를 전부 끌어모아 신체를 강화했다 해도 이 전투는 신화적인 무용담이었다.

거기에.

지금 상황은 단순히 그게 끝이 아니었다.

'중간에 몸놀림이··· 갑자기 변하셨어.'

날카로운 꼬리를 보고 피하던 여유로운 움직임이 폭발적인 속도를 버리고.

상대의 수를 읽은 뒤에 예상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하기까지.

그 변화에 대한 깊은 이유는 모를지라도. 앨리스는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

'왜 실전에서 마나를 빼신 거지··?'

이건 앨리스가 체술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경험 덕이다.

용인의 피로 물려받은 근력만 앞서서 기술의 가치를 깨우치지 못하고 재능에 자만하던 시기에.

날뛰는 자신을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기술만으로 제압한 아버지가 보여준 방식과 닮았다.

닮았지만.

아버지나 앨리스 본인의 수준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아득한 위.

"나가면 바로 교단부터 가자."

"그, 네··!"

아랫입술을 깨물어 질문을 참아낸 앨리스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 끝까지 궁금증이 차올라 참지 못하고 질문을 꺼낼 뻔했으나.

밑천을 물어보는 말실수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누구도 아닌 백금이니.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을 진대 자신의 수준이 낮아 모를 뿐이다.

단련해서 그걸 알아챌 수준까지 가면 되는 법이고.

그때가 되면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해결이다.

겨우겨우 억누르고 자제했다.

그렇게 한쪽 생각을 꾹 누르니 그 반발력으로 다른 생각이 반대편에서 튀어 오른다.

"···."

이제야 동화책의 공주님처럼 자신이 안겨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였다.

앨리스는 어깨와 오금을 받치고 있는 로만의 두꺼운 팔과. 품에서 어쩔 수 없이 접촉하고 있는 살갗으로 치고 들어오는 오감의 정보들에 신경이 쏠렸고.

소녀의 얼굴에는 열이 미미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시익?

"테로·· 쉿!"

자신의 가슴팍에서 새싹을 흔들며 고개를 기울이는 테로의 말랑 촉촉한 주둥이를 꾹 눌러주고.

생각을 비우기 위해 의지와 상관없이 향하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따각. 따각.

부츠의 밑창으로 발광하는 식물을 지르밟으며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듯.

그는 거침없이 방향을 잡고 향한다.

'···저기로 가면 밖으로 나가는 걸까?'

문을 열고 들어온 길의 반대편.

전갈이 깔고 앉아 가리고 있던 기둥 사이로 사람 하나 지나다닐 크기의 굴이 뚫려있다.

공동의 반대편에 있는 굴이 밖으로 향하는 길이라 확신에 찬 발걸음이 신기했다.

"아까 행동에 이유는 딱히 없었어."

"네?"

뜬금없는 로만의 말에 홍조를 간직한 앨리스의 고개가 올라갔다.

"마나를 왜 사용하지 않았는가 궁금해 하나 했지."

"엣··!"

표정에 그리 티가 났었나?

앨리스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입술을 들썩이며 눈만 껌뻑이니 로만이 앞을 보고 웃었다.

"아니었으면 이런 헛다리는 부끄러운데."

"아, 아뇨! 궁금해도 묻는 건 민폐 같아서···."

앨리스의 말에 로만이 드물게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모험가로 사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구나. 똑똑해."

쾌활하고 활기 넘치는 소녀라고만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생각이 제법 깊다.

호기심을 참고 미지에 한 발을 덜 뻗는 자제력.

모험가의 삶을 연장시키는 아주 중요한 마음가짐 중 하나였다.

··

··

입구보다는 좁고 어두운 굴을 지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바닥을 보면 밟고 온 발광 식물들 때문인지 번쩍이는 자국이 남았다.

골목을 돌아서 보이는 길의 끝.

떨어지는 은은한 볕을 보고 앨리스는 눈을 부릅떴다.

'아···!'

입으로 설명할 필요가 어디 있고 책으로 배울 필요가 어디 있는가.

밖으로 나와 드넓은 자연의 흐름을 마주한 앨리스는.

푸른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이 생명을 머금고 있다는 걸.

세차게 내리쬐는 태양이 어째서 여신님의 상징인지 이해한다.

"··진짜 살았어."

바로 옆에서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도. 그녀는 입 밖으로 내뱉으며 실감한다.

벼랑 끝에서 죽지 않고 살았구나.

이런 상황에서 앨리스 본인과 같은 행운으로 살아난 인물이 역사상 한 명이라도 있을까.

막대한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한 현실을 지금만은 잊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순수하게 느꼈다.

"이 영지에도 교단은 있지?"

"네. 있습니다··!"

자신을 안고 영지로 향하는 걸음은 여유로웠지만 결코 느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아까의 전투가 거짓말처럼 산책에 가깝다.

가만히 있는데 몸만 앞으로 전진하는 신기한 움직임.

발목에 통증이 없도록 흔들림을 최대로 줄여 움직여준 덕에.

앨리스는 편안함 사이로 파고드는 감정과 촉각, 후각, 시각의 정보들에 반강제로 정신이 흔들렸다.

-시싯!

테로는 상태가 어딘가 이상해진 앨리스의 품을 떠나 로만의 머리 위로 올랐다.

로만은 시선을 위로 한번 주며 웃더니 입을 열었다.

"치료받으면서 모험가 길드로 편지를 보내서 생존 신고가 첫 번째. 그다음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말을 듣고 앨리스의 머리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에델만에 있는 부모님이었다.

저 던전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일주일 가깝게 있지 않았을까?

파티원인 로만을 통해 이미 소식을 들었을 텐데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이솔데는 떠났으려나.'

아니면 로만과 어떻게든 파티를 이어가며 의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비루하고 자그마한 영지라도 교단은 있다.

그 교단의 크기가 수도에는 비할 바가 아닐지라도 책임과 지휘를 위해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인물이 한 명쯤은 존재하고.

제국에서 영향력을 보유한 인물들을 위한 개인 회복실도 존재한다.

"···아픈 사람이 왜 이리 많아?"

교단에 들어서자.

수도에 뒤지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진 대기줄을 본 로만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모험가 패를 꺼내 지나가던 사제 하나를 잡아 건넸다.

그걸 보고 화들짝 놀란 사제가 정중한 인사를 남기더니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고.

잠시 후.

화려한 복장을 한 늙은 사제 하나가 나와 로만과 앨리스를 반겼다.

'이건 너무···!'

부담스러웠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강제로 화려한 개인실로 배정을 받은 앨리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진정을 하기 힘들었다.

자신은 백금이 아니라 금 등급이고 다인실도 괜찮다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교단의 인물들은 백금의 품에 안긴 앨리스를 보고 어찌 그럴 수 있겠냐고.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이며 로만을 안내했다.

"억지로 안내한 만큼 다인실과 차이는 없도록 협의는 봐뒀으니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밥은 좀 맛없겠지만··· 잘 챙겨 먹고."

로만은 넓찍한 회복실에 앨리스를 내려줌과 동시에 이제 다른 일을 보러 간다며.

금세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이 은혜는 제가 어떻게든··!"

-시익! 시이이!

한낱 금 등급 모험가가 감히 백금의 시간을 빼앗고 도움을 받은 자체가 과분했으니.

자신은 침대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계속해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일 뿐이었다.

"다음에 수도에서 보자."

빈말이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그의 말에 앨리스의 입꼬리가 주체하지 못하고 올라갔다.

"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가 웃으며 병실을 떠나고 침묵이 찾아오자.

앨리스가 조심스레 볼 위로 손을 올렸다.

차가운 손이 익을 것 같이 뜨겁고 기분이 울렁울렁하니 이상했다.

분명 마음의 채무와 부족함을 깨달은 부끄러움.

인사가 아니라 무언가 제대로 감사를 표하기도 전에 은인을 보냈기 때문이겠지.

'이 빚을 어떻게···.'

은혜를 갚으라는 언급이 없다고 입 싹 닦고 살아가는 것도 앨리스의 성격상 못할 짓이다.

거기다 언젠가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마음은 과거 선술집에서 릴리네에게 상담했을 때보다 강해졌다.

*****

부부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속은 24시간 딸이 걱정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제국의 수도에서 모험가 생활을 한다는데.

걱정을 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여보!"

마법사로서 항상 점잖은 태도와 목소리를 지키는 그녀가 보이는 격렬한 반응.

'그게 왔구나.'

에델만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부부에게. 애타게 기다리던 앨리스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어디 가서 무슨 의뢰를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고 눈으로 봤는지.

수도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점이나 에델만이 가끔은 그립다며.

세세하게 적어오는 딸의 편지는 부부에게 있어 특별한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빨리 뜯어봐요!"

어깨를 두들기는 부인의 재촉에.

만면에 웃음을 그린 남자가 굵은 손가락을 조심스레 움직여 얇은 봉랍을 뜯어냈다.

딸의 편지는 보관을 해야 하기에 이 절차조차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

사락-

봉투에서 꺼낸 종이는 세장.

제법 두둑한 분량에 벌써 웃음이 실실 흘러나왔지만.

"파티의 로만에게 들었겠지만···."

시작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에 부부는 동시에 의문을 보였다.

"응?"

"일단 계속 읽어봐요."

웃음을 지은채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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