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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23화 (223/250)

Chapter 223 - 던전 조난 -1-

'최소' 금 등급의 의뢰라는 건.

금 등급에게는 버거워 사건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 되면서 보상은 그 위인 청금과 비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면 두말할 것도 없이 대박이지만.

실수라도 하는 날엔 크게 다치거나 죽을 확률이 평소 의뢰에 비해 끔찍할 정도로 높다.

"로만. 등에 화살 맞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

"아, 알겠어."

전위는 평소와 같이 로만이지만 장비가 변했다.

의뢰에서 입는 부상을 줄이기 위해 단단한 방패까지 구비하고 방패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줄곧 연습했다.

저 장비로도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앨리스가 합류하는 방식.

앨리스가 붙어서 직접 훈련을 시켰지만.

아직 무게 중심을 잡는 발위치에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전위로 교단의 인물이 한 명만 더 있으면 좋을 텐데···.'

꼭 전위가 아니라도.

교단의 인물이 한 명쯤 있으면 균형이 생길 텐데 오늘이 될 때까지 마땅한 인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신성력을 다룰 줄 아는 든든한 전위? 후위라도 금 등급에 혼자 남아있는 외톨이 사제?

형편 좋은 망상이나 다름없는 꿈의 매물이었다.

결국 추가 인원 없이 현 파티의 후위는 마법사인 앨리스와 새로운 파티원인 이솔데.

이솔데는 에델만에서 떠난 둘과 비슷한 경우로.

금 등급에서 더욱 위를 노리기 위해 혼자 파티를 나와 수도로 상경한 모험가.

활을 잘 다루고 발도 빠르다.

사냥꾼도 겸업했기 때문인지 숲이나 산에서 방향도 잘 잡고 식물에 대해 해박하여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간단한 의뢰를 몇 번 해보니 이제 손발도 제법 맞는 편.

"이솔데는?"

"언제든 갈 수 있어."

화살통을 풀었다가 다시 동여맨 이솔데가 탁자 위에 있는 빵 하나를 챙겨서 일어났고.

그대로 셋은 숙소를 나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걸어서 두 시간 정도.

'의뢰는···.'

앨리스는 지도를 이솔데에게 건네주고 의뢰서를 다시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단순하면서 의미심장.

약초꾼이 폭포 아래에서 타우 한 마리가 걸어 나오는 해괴한 장면을 봤다고 증언한 것이 의뢰의 발단이었다.

보통이라면 헛것을 봤다고 넘겼을 이야기지만.

그 이후로 바로 타우가 나타나 사냥당했고.

과거에도 타우 한 마리가 뜬금없이 영지 근처에 나타난 전적이 있었기에 화제가 되었다.

타우는 근육질의 신체로 이족보행을 하는 거대한 황소로 육식을 즐기고 호전적인 성향을 가졌음에도.

군체를 이루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무척 위험하다 분류되는 몬스터 중 하나.

깊은 협곡에서 군체생활을 해야 하는 타우가 영지 근처에 출몰하는데 눈을 돌릴 사안이 아니다.

그렇기에 타우가 폭포 아래에서 오는 게 사실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디로 이어진 건지, 이유가 무엇인지, 군체의 존재유무를 알고 싶다는 의뢰.

의뢰는 토벌이 아니라 이유가 핵심이다.

타우 한 마리야 영지의 간판 모험가들이 나서면 해결이 되더라도.

폭포 아래로 통하는 길이 있고 거기에 숨겨진 타우의 군체가 있으면?

전번처럼 한 마리가 아니라 우르르 몰려오면 영지는 확실하게 끝장이니.

군체가 있다면 그 증거를 찾아 빠르게 수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폭포 아래에 미상의 동굴이 있다는 정보까지 규정했지만.

그 이상 정보도 없이 돌입했다가 영지의 모험가나 기사가 죽는다면 영지를 지킬 사람이 없어 문제니.

영지 소속의 기사와 모험가는 사건의 이유가 명확해질 때까지 아끼는 방식.

흔히 외지 모험가의 사용법이 그렇고 운영에 있어 당연한 방식이라 앨리스 파티도 딱히 의문은 없었다.

그만한 대가가 달려있기도 했고.

··

··

"···들어간다."

로만이 방패를 들고 슬금슬금 걸어 폭포의 아래로 들어갔다.

쏟아지는 차가운 물을 맞으며 아래로 발을 넣고 보이는 광경에 로만이 입을 떡 벌렸다.

"진짜 동굴이 있네?"

"이게 왜 밖에서는 안 보이지?"

인공적으로 만든 느낌이 나는 깔끔한 굴이다.

"···."

그리 높지도 않고 떨어지는 물이 강하지 않은 폭포인데 왜 바깥에서는 이 동굴이 보이지 않는가.

이솔데와 로만의 의문에 앨리스가 바닥을 둘러봐도 마법적인 처리나 조예는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바깥에서 시선을 가리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니라면.

자연적인 무언가. 혹은 저 물을 경계로 이곳은 던전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유도 몇 가지 집히는 게 있지만, 역시 제일 유력한 것은 이 안부터 던전이라는 추론.

보상에 혹하게 되면서도 경계심이 올라간다.

"조금만··· 확인하고 문제가 있거나 내가 신호를 주면 바로 도망가는 거야. 알겠지?"

로만과 이솔데가 침묵을 지킨 채 앨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게 이어진 동굴을 따라가다 보니 동굴의 끝을 경계로 공기가 확 변하는 느낌.

천운이 닿아 백금의 모험가와 탐험한 리빙아머 던전이 떠올랐다.

"···분위기가 변했네."

"쉿."

로만을 조용히 시키고 바닥을 보니 반들반들했던 돌바닥은 어디 가고.

뜬금없이 바닥이 모두 네모난 벽돌로 이어져 있다.

'···?'

어두운 길을 따라 걷던 앨리스가 걸음을 멈췄다.

"잠시만! 다들 멈춰봐."

"왜 그래?"

앨리스의 목소리에 제일 앞에서 걷던 로만이 멈추고 이솔데가 시위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콩- 콩-

발 끝으로 돌바닥을 때린 앨리스가 엎드려서 귀를 바닥에 붙였다.

-시이익!

'밑이 비어있어··?'

집중을 거듭하니 바닥 아래에서 소리가 들린다.

냄새나 바람에 예민한 이솔데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지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법을 다루고 감각까지 발달한 앨리스는 바닥 밑이 불안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 바닥이 ㅡ."

-크아아아!!!

뒷말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타이밍. 앨리스의 말이 타우의 괴성에 끊어졌다.

쿵-! 쿵-! 쿵-!

"로만! 방패 들어!"

복도의 끝에서 타우가 성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뜀박질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크르르!

근육을 뽐내며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타우는 한쪽 어깨에 거대한 기둥을 메고 있었다.

'무기를 들고 있어?!'

파티의 모두가 순간 행동을 멈출 정도로 놀랐다.

타우는 기본적으로 무식한 근력을 토대로 주먹으로 생물을 찢고 분쇄하는 이미지.

단순하지만 저런 식으로 기둥을 무기처럼 들고 다니는 타우는 일반적인 타우와 격이 다른 종류였다.

방패를 든 전위. 로만에게 들이박지 않고 거리를 두고 뜀박질을 멈추는 모습은.

지성이 느껴져 이질적이었다.

이 이상의 복도를 지나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느낌.

-크후우!!

날카로운 이 사이로 침을 질질 흘리고 콧김을 내뿜으며.

어깨에 메고 있던 돌기둥을 번쩍 든 타우가 바닥을 찍으려 자세를 잡은 순간.

'테로!'

-시익!

상황을 읽은 앨리스가 마나를 움직여 기둥이 찍히는 지점을 테로와 함께 단단하게 만들었다.

-크라아아아!!

쿵!

굉음과 동시에 벽돌로 된 바닥에 거미줄처럼 금이 갔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버텼어!'

상황을 본 앨리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크우? 카아아아-!!!

예상과 달리 한 번에 부서지지 않은 바닥을 본 타우가 두꺼운 근육을 뽐내며 재차 기둥을 들어올렸다.

"둘 다 뒤로 뛰어! 바닥!"

리더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이솔데는 불길함을 읽고 처음 했던 약속대로 뒤로 내달렸으나.

타우의 굉음을 제일 가까이에서 들은 로만은 공포로 다리가 굳어 버렸다.

"어··? 어어··!"

이솔데의 뒤를 따라 빠지려던 앨리스는 다리를 떨며 움직이지 못하는 로만을 보고 표정을 굳히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야이··! 미친!"

버린다는 냉철한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파티의 리더인 이상 파티원을 책임지고 이끌 책임이 있다.

더 위로 가기 위해서 이 정도 위기는 넘어서야 한다.

뿌드득-

앨리스가 마나를 최대로 끌어올리자 뿔이 솟아오르고 한쪽 팔에서 비늘이 돋아났다.

빨라진 다리로 달려가 로만의 뒷목을 잡고.

"컥!"

그대로 로만을 내던진 앨리스는 한번 더 시간을 벌기 위해.

타우에게 마법을 쏘아내려 했으나.

-카아아!!!

쿵!

기둥에 찍힌 바닥이 무너지며 앨리스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무너지며 비어있던 걸 예상했던 앨리스의 판단은 빨랐다.

어둠으로 아래가 보이지는 않지만 엎드려서 물소리를 들었기에.

"테로! 돌아가!"

제일 먼저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테로를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풍덩!

뼈가 시린 냉기를 품은 물길이 호흡을 빼앗고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다.

물의 색이 정말 까만색인지. 돌바닥의 아래라 빛이 없기 때문인지.

앨리스는 눈을 떠도 앞이 보이지 않는 강한 물살에 휘말려.

어디가 왼쪽인지 어디가 오른쪽인지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내려 가기 시작했다.

꼬륵-!

장담하건대 현재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려 드는 흉기나 다름없으니.

호흡이 아니라 공포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마나로 몸을 강화한 상태로 호흡을 참고 손을 위로 휘적거리며 잡을 게 있기를···.

막혀있는 천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와중에 쿵- 쿵- 소리가 나며 앨리스의 작은 몸이 물속에서 충돌을 이어갔다.

돌부리로 예상되는 무언가. 혹은 물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돌덩이들.

예고도 없는 충격들이 몸을 덮치고 바위의 틈새가 앨리스의 다리를 붙잡았다.

'치, 침착··· 침착하게···!'

덜덜 떨리는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움직이자 바위가 벌어지며 앨리스의 발을 놓아주었다.

대지를 다루는 그녀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면 가지고 있던 단검으로 발목을 잘라야 했을지도 모른다.

죽기 싫다.

그 일념 하나로 막혀있는 천장을 벅벅 긁으며 물살에 떠밀려 가다 보니 변화가 찾아왔다.

'···!!'

여신님이 간절한 자신을 보고 손길을 내려주셨는지.

머리도 내밀 공간 없이 막혀있던 천장이 끝났다.

단단한 비늘이 솟아난 앨리스의 오른팔이 올라갈 수 있는 땅덩어리를 포착해.

강인한 손톱을 박아 넣고 죽을힘을 다 하여 잡았고.

다시 자신을 떠내려 보내려는 물길에 저항하며 앨리스는 정말 사력을 다하여 몸을 끌어올렸다.

"허억··!! 허억-!! 콜록! 하악!!"

물에 쫄딱 젖은 상태.

어딘지도 모를 장소로 기어 올라온 앨리스는 바닥에 물과 공포를 함께 토해냈다.

용인족의 강인한 신체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확실하게 죽었다.

호흡도 그렇고 물살에서 저항하지 못하고 부딪힌 충격들에 이미 정신을 잃었을지 모른다.

빛 한점 없는 컴컴한 물살에 휘말리는 경험은 공포 그 자체.

"으으··."

호흡을 되찾고 나니 온몸이 통증으로 아려왔다.

물로 축축한 몸뚱이로 기어 물살에서 멀어진 뒤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니.

한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져 재차 바닥을 기었다.

"포션···."

이럴 때를 위한 포션을 마시기 위해 허리에 손을 뻗으니 텅 비어있는 벨트.

발버둥 치느라 허리에 걸어뒀던 포션과 허벅지에 걸어둔 단검까지 모두 잃어버렸다.

'포션이 없어··.'

마법으로 흙을 굳혀 다리를 고정시킬까 했으나 발목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

바위 사이에 끼었던 순간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일어서는 단순한 행동도 뜻대로 안 되는 상황.

"후···."

육체적인 통증보다는 정신이 문제였다.

죽음을 상상하게 하는 상황. 원초적 두려움이 생각을 마구잡이로 씹어먹으며 앨리스를 압박해 왔다.

"테, 테로 있어?"

-시이익! 시익!

목소리를 듣고 바닥에서 현현한 테로가 서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앨리스에게 착! 달라붙었다.

"무사했구나··."

자신 이외에 누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공포를 밀어낸 그녀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감각을 활용해 앞에 있는 저것이 무엇인지 시야를 집중했다.

'설마·· 문?'

오우거나 타우가 집을 지었다면 저만한 문짝을 사용하지 않을까 싶은 크기.

어째서 이런 장소에 저런 무식한 문이 있는지 모르나.

하나 확실한 점.

음산하게 흘러나오는 기운과 불길하기만 한 무늬가 자신의 감각에 경종을 울렸다.

저 문은 절대 열면 안 된다고 자신을 뜯어말리고 있었다.

그럼 저걸 열지 않고 다른 방법이나 경로가 있나?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봐도 빠져나갈 길은 없으니.

'선택지가···.'

일어나지도 못하는 현 상황에 몬스터가 나오면 제대로 싸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기다리자니 파티원이 무슨 짓을 해도 구출은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위치 아닌가.

다른 장소를 기대하며 물살에 다시 들어가는 건 자살이라는 생각만 든다.

완전히 막혔다.

희망적 관측을 하기도 힘든 절망의 구렁텅이라 실감하는 순간.

"엄마··· 아빠···."

앨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흘러나왔다.

*****

'내 정신머리가 글러먹었어.'

그렇게 긴 시간 바깥 생활을 해왔음에도.

1년도 안 되는 시간 수도에 붙어있었다고 야외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인간의 몸이란.

대체 어떻게 돼먹은 건지 모르겠다.

으득- 으드득-

내던져뒀던 히든 피스 중 하나. 이슬로 만들어진 서리라는 동로(涷露).

입이 심심하지 않게 그 서리를 과자처럼 씹어 먹으며 쉬지 않고 뛰었다.

'그냥 물 맛?'

특정 무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지만 그 무기도 성능이 애매하여 초중반용.

그래서 미친 척하고 특별한 효과가 있을까 싶어 재료를 먹어봤으나.

몸에서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얼음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나무를 밟고 뛰어오르니 자그마한 영지가 보인다.

폭포 아래에 있는 던전을 찾으려면 조금 더 가야 하지만.

'바로 가야지.'

뜬 눈으로 쉬지 않고 전투를 벌이며 내달린 지 겨우 하루인데.

저택에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눈을 감다 보니 몸에서 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게 아주 괘씸했다.

확실히 해이해졌다는 실감.

냉수에서 헤엄 좀 치며 느슨하게 풀어진 정신 기강을 확립하고.

들러붙은 핏물도 씻어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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