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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89화 (189/250)

Chapter 189 - 드리트나 자매 상봉

최종적으로 연인이 되었으니 종일 침대에서 뒹구는 것도 좋지만.

여행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자! 라는 생각도 있었다.

아침에 수도로 돌아간다 해도 리케, 에클레어 중 누구 하나 없을 것이니 급할 건 없었다.

리브로시아 여행이라는 목적은 제대로 이루기 위해.

이런저런 곳을 들리며 나는 리케와 에클레어의 선물을 사고.

클로에는 거기에 세리아의 선물까지 둘러보며 시간을 녹였다.

"와~ 얼마나 들어가는 거예요?"

"아직 여유는 있어.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사도 괜찮아."

내가 허공에 물건을 휙휙 넣는 걸 보며 클로에는 입을 쩍 벌렸다.

인벤토리가 스킬인지 아티팩트인지 캐물어 오지는 않지만 어지간히 신기한 눈치였다.

클로에와 팔짱을 끼고 걸으면 남자들이 눈을 본능에 따라 돌렸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면 시선을 휙 피한다.

이게 반복되니 클로에가 평소에도 시선에 어지간히 피곤하겠구나 싶었다.

'유독 심한데.'

리케도 시선을 끌고 에클레어도 그랬지만.

클로에는 몸매 때문인지 둘과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시선을 끄는 게 내가 봐도 심했다.

남자들에게 살기를 풀풀 풍기며 도착한 가게.

처음 보는 스타일의 서점에 들러 책을 둘러보는 클로에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잿빛 머리가 찰랑이는 걸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히로인 무기가 이제 몇 개 남았지?'

저번 아카데미 맹인 마법사를 만든 습격 사건으로 느낀 점.

개인 무기 지참이 허락되지 않는 생도의 입장인 클로에가 아카데미를 끝내고 돌아가는 도중이나.

무장을 하지 않은 일상생활 중 무기가 없는 상태를 메꾸는 게 절실했다.

리케나 에클레어에게 준 것처럼 지정된 위치로 가서 마주한 사건을 해결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게임에서 로버트가 일정 단계를 넘어 조건을 충족시켜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어 그것들은 애매한 경우에 속했다.

클로에가 엮인 이상 내 여자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도 넓고 위치가 좋은 곳으로 옮길 예정이었지만.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클로에의 무기.

편의도 중요하지만,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 된 이 부분이 더 급하다.

'돌아가자마자 다녀와야 하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리케와 에클레어를 안심시키고 얼른 다녀오는 게 최고 아닐까.

"오라버니? 무슨 일 있으세요?"

생각에 잠겨있으니 구경이 끝난 클로에가 다가와 내게 얼굴을 들이민다.

찹쌀떡 같은 볼을 만져주니 끙끙거리는 모습은 남자의 본능을 자극한다.

"이뻐서 보고 있었지."

"흐이··오라버니! 지금은 바, 밖인데··!"

클로에가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펄떡거린다.

"뭐 어때?"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리브로시아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거리를 관광했다.

오후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니 여행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로에도 만족한 얼굴로 다음에는 다 같이 한번 꼭 오자는 말을 할 정도니.

"에클레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이 좋겠어."

"으음··· 그러네요. 언니는 너무 유명해서···."

미모도 눈에 띄는데 혹여 시선을 빼앗긴 남자가 귀족이라면 그녀를 알아볼 확률이 제법 있다.

"아니면 진짜 작은 마을이나 강도 괜찮을 거야. 낚시도 하고 예전 수업처럼 모닥불을 만들어서 요리도 해 먹고 쉬면서 지내는 거지."

야외 수업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흥미가 동한 클로에는 푸른 눈을 반짝였다.

"저 낚시는 해본 적이 없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리케가 있으면 요리도 든든하잖아? 재료는 내가 구해오면 되니까."

클로에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에클레어와 리케가 교대 할 필요도 사라졌으니 단체로 여행도 이제 꿈이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즐거운 시간들을 계획하며 돌아가는 길.

리브로시아로 향할 때의 역순으로 게이트를 타고 이동한다.

클로에는 이동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인생이 크게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후우- 어지러운 건 없어?"

"네에··!"

연달아 이어진 게이트 사용에 클로에는 미미한 현기증을 느꼈지만, 연인의 손길을 느끼고 금세 안정을 찾았다.

"딱 봐도 수도네."

"그, 그러네요."

건물에서 나오자 느껴지는 공기에 우리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타인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얼굴들과 조급한 발걸음.

수도에 도착하자 특유의 번잡함과 웅성거림이 느껴진다.

에클레어의 퇴근은 대체로 늦고 악마 사건이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아 정신이 없어 보였으니 먼저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일단 리케가 빠를테니 내 집에서 기다릴까?"

"···!"

클로에는 정작 리케와 언니에게 허락을 받았음에도 결과를 보이려하니 긴장감을 숨길 수 없었다.

··

··

'역시 성실해.'

집에 가까워지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혼자 있을 때도 훈련은 빼먹지 않았는지 마당에 복잡한 흔적이 남아있다.

끼익-

잠금을 풀어 문을 열고 발을 디딘다.

리케의 꼼꼼한 손길에 관리된 집은 언제나 깔끔하다.

나도 잠시 비웠을 뿐이니 어질러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리케는 아직 안 왔네? 들어와."

마당에서부터 그랬지만, 느껴지는 기척이 없었다.

"시, 실례합니다아··."

집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안까지 들어오는 건 처음인 입장.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슬금슬금 들어온 클로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거실에 불편하게 서 있었다.

"편하게 앉아있어."

"아으, 네에··!"

푹신한 소파에 클로에를 앉혀두고 리케를 위해 구입한 선물들은 탁자에 꺼내둔다.

이름을 새겨넣은 만년필부터 최근 인기라는 소설들 몇 권.

은은한 향이 나는 책갈피, 학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과 과자 등 여러 가지를 착착 쌓아뒀다.

탁! 탁! 탁!

그와 동시에 밖에서 다가오는 발소리에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빠!! 왔어?!"

문을 덜컥 열며 등장한 그녀가 달려와 내게 안겨들었다.

"리케!"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어."

대롱대롱 매달린 리케에게 얼굴을 잡혀 쪽쪽 소리가 집에 퍼질 정도로 입을 맞추고 칭얼거리는 리케를 보듬어 주니.

그녀의 눈이 그제야 언 채로 앉아있는 클로에에게 향했다.

리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클로에도 잘 다녀왔어?"

"네, 네에!"

"행복했어?"

"···흐으으."

뭐가 행복했는지 정확히 지칭하지 않았음에도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지는 친구의 반응을 보며.

리케는 안 봐도 알겠다는 듯 웃더니 클로에의 옆에 나를 앉히고 내 허벅지의 한쪽을 차지했다.

그대로 내 목과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킁킁거리며 살냄새를 확인한 리케는 셔츠 안으로 손을 넣더니 내 복근과 가슴팍을 만지작거렸다.

"···."

나야 이런 돌발적인 행동에 적응해 그러려니 한다지만, 클로에는 화들짝 놀라 눈을 돌렸다.

리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을 계속해서 만져왔다.

"흐음~ 세리아는 듣고 기절하겠지만, 언니는 기뻐하겠네."

밤부터 아침까지 클로에의 살결만 만지다 리케를 마주하니, 그녀만이 보유한 촉감과 내음이 감겨든다.

"에클레어는 만났어? 바빠서 못봤으려나."

"어제 같이 저녁 먹었어. 언니한테 오늘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뒀거든. 그러니 최대한 일찍 돌아올꺼야."

"···오늘 올거라고 어떻게 예상했어?"

나와 마찬가지로 클로에도 땡그랗게 눈을 뜨고 리케를 보고 있었다.

"응? 클로에는 할 때 하는 성격이라 바로 당일에 승부를 볼 것 같았고··· 최근에 언니는 누가봐도 알기 쉽게 끙끙거리고 있었으니까? 오빠가 그걸 무시하고 눈을 돌리지는 않잖아."

"···그렇긴 하지."

간단한 추론의 영역이지만 그걸 생각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똘똘한 리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그녀는 몸을 내게 더 붙여왔다.

"오늘도 언니가 저택에 오라 해서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오빠도 같이 자리할 수는 없으려나?"

리케의 물음에 클로에가 고개를 들었다.

"아! 그건··· 문제없을 거라 생각해요."

클로에는 이제 내성적이라 하기엔 군데군데 자신감이 붙었다.

사용인들이야 클로에가 일찍 돌아가라 한다면 좋다고 돌아갈 것이라.

이유를 묻지는 않을 것이니 저택을 비우는 건 어렵지 않다며.

클로에는 일이 끝나고 돌아올 언니를 맞이하러 가자고 옷깃을 톡톡 당겨왔다.

··

··

"꼴이 말이 아니네···."

리케는 클로에의 친구이자 저택에 자주 들락날락하니 이제 사용인들도 얼굴을 완전히 익힌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남자라는 입장.

아직은 저택에 있는 사용인들이 봐도 좋을 게 없기에 여전히 내 출입구는 서재였고.

권한이 있는 클로에가 서재에 들어와 슬쩍 문을 열어주는 우스운 그림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에클레어를 위한 선물을 탁자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펜과 메모지도 하나씩 빌렸다.

사각- 사각-

"으흠- 글도 같이 있으면 기뻐하려나?"

휘갈긴 메모를 보며 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 악필로 도배된 메모가 오히려 분위기를 망치는 게 아닐까 하고.

"언니는 분명··! 있는 걸 기뻐할 거라 생각해요!"

클로에는 확신을 강조하며 말을 하곤, 얼른 사용인들을 돌려보내겠다며 계단을 내려갔다.

메모를 몇 장 더 적고 있으니 클로에가 서재에 찾아왔다.

"오라버니··! 이제 오셔도 괜찮아요!"

이 시간이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제대로 온 건 처음이네.'

실제 클로에가 있다 보니 에클레어를 만나러 올 때면 하루하루가 밤손님 같은 꼴이었다.

저택의 안이 어떤 형태인지 느긋하게 훑어본 뒤.

주방에 세 명이 모여 복작거리며 요리를 시작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에클레어를 위해 클로에가 리케의 가르침을 받으며 제일 열심히 움직였다.

나야 옆에서 돌아다니며 물건을 옮겨주거나 식탁을 닦고 식기를 세팅하는 정도.

요리에 빠져든 둘에게 나는 그 이상의 일감은 받지 못했다.

'도와줄 거 없냐고 물으면 방해되겠지.'

옛날에 의뢰가 없어 손가락 빨던 모험가 시절이 회상되는 그림이랄까.

모험가식 마구잡이 요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요리를 하고 있으니 손을 뻗기가 실로 애매하였다.

이미 뽀득뽀득 소리를 내는 식탁을 몇 번이고 닦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요리가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에클레어가 좋아하는 깔끔한 요리들로 이루어진 푸짐한 상.

이제 주인공만 오면 된다.

····

또각-

"음··?"

업무를 끝내고 돌아온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저택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존재감.

거기에.

평소처럼 창문에서 손을 흔드는 클로에.

꿈인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에클레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덜컹-!

가녀린 손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근력이 문을 부술 듯이 열어젖혔다.

"···클로에!"

"언니···! 나왔어!"

자매가 서로를 스스럼없이 와락 끌어안는다.

저택의 입구에서는 자매의 감동적인 상봉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

리케는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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