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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80화 (180/250)

Chapter 180 - 두 번의 기회 중 첫 번째 -3-

디저트 가게 로비에 칼밥 먹은 놈들로 바글거리면 어떤가.

그들도 사고를 치기 전까지는 정당한 권리를 가진 가게의 손님이자 고객이다.

나와 클로에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 밖에서 단체로 칼춤을 추든 슈크림으로 그림을 그리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무 상관 없지!'

뒷골목에서 단검 한 자루 들고 음습하게 돌아다니는 거친 놈들도 단 게 당길 수 있지.

피로 목욕하는 털북숭이들도 마카롱이나 몽블랑, 조각 케이크에 홍차를 즐기며 정신을 정화하는 습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다.

살기 어린 기세 때문인지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긴 했지만, 그 자리를 들어온 단체가 채운다.

시끌벅적하니 움직이지만,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듯하여 벽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클로에와 눈을 마주쳤다.

"아니. 아무것도··· 이야기를 이어볼까?"

"네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클로에를 눈에 담고 나는 포크를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만··· 어디까지 했더라? 으음-."

저 바깥 놈들 때문에 생각이 끊어져 입이 멈춰버렸다.

침음을 흘리고 있으니 답을 들어야 하는 입장인 클로에가 반대로 내게 답을 내줬다.

"오, 오라버니도 눈치가 빠르신 편인데 제가 충분히 어떠하다고 하시려다···."

"아! 그랬지! 클로에가 기억력이 좋네."

물기 없이 딱딱한 머리를 억지로 회전시키려면 연료인 당분이 필요하다.

조각 케이크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

"아카데미만 봐도··· 이 제국의 미래라는 생도들이 모여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자매든 형제든 서로 남처럼 지내는 게 대부분에 서로 자리를 밀어내려는 경우가 많지?"

"··네에."

확실히 클로에 자신과 같이 자매의 사이가 좋은 경우는 세리아 정도가 끝.

나머지는 데면데면하니 예사롭거나 남보다 못하다 할 정도가 흔했다.

"에클레어와 클로에의 사이가 각별하게 좋은 이유는 능력의 차이나, 누군가가 무욕하다거나 이런 단순한 것이 근간이 되는 게 아니야."

현재 둘의 능력과 인지도의 차이가 말도 안 되게 크다고 해도.

그 상황이 어떤 트러블도 일으키지 않은 채 무해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둘 중의 하나라도 망나니에 인간성이 글러 먹었다면 지금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지 않지."

"오라버니가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클로에가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자격은 주위의 빈틈없이 깐깐한 인물들이 보증한다는 말."

"···!"

"아까 끊어졌던 이야기지만, 물론 나도 지금의 클로에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생각해."

해석만 하면 간접적으로 내가 건넨 호의를 느낄 수 있는 말.

입가를 움찔거리던 클로에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얼굴이 알기 쉽게 붉게 달아올랐다.

"흐우···."

이게 게임이나 만화였다면 그녀의 정수리 위로 수증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드르륵-!

노크 소리 하나 없이 문이 거칠게 열렸다.

경우 없는 상황에 클로에는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어서 문 쪽으로 돌렸지만.

나야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방을 전부 뒤지고 다니는 인물이 있어 신경을 보내지 않으려 해도 자꾸 그곳으로 쏠리고 있었다.

로메리우스의 영약 때문인지 감각이 벽을 넘어서 투시하는 느낌이었다.

"여- 우리 고귀하신 푸른 피 여러분들! 오늘 우리가 이 가게에서 회식을 하기로 해서 인사라도 한번 드리러 왔···오오?!"

누런 눈깔을 굴리던 남자는 클로에에게 시선을 고정해 음험한 눈웃음을 쳤다.

"이야기 중이니 문 닫고 나가지? 지금 조용히 닫고 사라지면 살 수 있어."

내 목소리에 어깨를 흠칫 떤 남자는 눈을 굴려 행색을 확인하고 헛웃음을 보였다.

쾅-!

조용히 닫으라 하니 청개구리 마냥 문을 거칠게 닫고.

허리에 걸린 칼을 탁! 치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저벅- 저벅-

내 손에 무기가 없고 자신은 무기를 찼다고 과시하는 꼴.

머리가 수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모자란 케이스가 확실해졌다.

걸음부터 옷차림 그 모든 게 촌구석에 박혀 산적질이나 할 법한 행색이었다.

"허!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형씨."

"내가 상황 파악이 안 돼? 흐음-."

드륵-

오랜만에 듣는 재미있는 유머.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나 다가오는 남자를 반겨줬다.

··

··

쿠당탕!

목이 부엉이처럼 반대편으로 돌아가 숨이 끊어진 시체 하나를 웅성거리는 무리의 중앙에 던져주자 시선이 일제히 돌아 내게 향했다.

"이 새끼 왜 이래!"

"노프! 노프! 정신 차려!"

무리 중 몇 녀석이 이미 영혼이 떠난 남자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딱 봐도 죽었는데 이름을 부르는 그 꼴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죽은 놈 잡고 뭐하냐? 그··· 죽은 자식 어디 만지기 뭐 그런 건가?"

"이 씨벌놈이!"

내 말을 듣고 충혈된 눈으로 일어난 대머리가 쇠몽둥이를 들고 씩씩거린다.

흥분하는 놈을 무시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종업원들과 가게 직원은 구석에 있는 방에 들어가있다.

'가드도 같이 들어갔나.'

고급 가게이다 보니 질서와 품격을 위한 경비도 둘 존재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다 보니 함께 피신한 듯 하다.

스태프 룸의 형태로 카운터 옆에 붙어있는 방문 뒤에는 이런저런 물건들을 쌓아 나름 막아내려 한 노력이 느껴진다.

이 꼴이면 누군가의 신고로 경비대가 곧 들이닥치지 않을까.

정보가 없는 건지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누가 봐도 불나방을 흉내 내며 단명을 자처하는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거 참 이상하네."

내가 턱을 긁으며 넓은 로비를 점령한 도적들과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자 그놈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했다.

시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놈도 있지만 아예 타인인 양 구는 놈들도 있다는 게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끅끅- 어이가 없네."

"저 새끼 미친놈 아냐? 근육이 칼도 막아줄 것 같아?"

"하여간 이런 곳에 있는 부르주아 새끼들은 당해봐야···."

웅성거리는 무리는 딱 봐도 뒷골목의 음지 혹은 빈민가 출신.

쾌락으로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임이 없는 그쪽 놈들 특유의 눈깔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은 기이하다.

"나는 기억 못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쿰쿰한 냄새 풍기는 쓰레기들 중 내 얼굴을 아는 놈이 없다고?"

이건 나르시시즘 같은 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

음지와 모험가는 기사들보다 훨씬 깊은 유착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내 얼굴은 대중이나 어지간한 귀족, 기사 중에는 모르는 놈들이 대부분일지 모르지만.

뒷골목은 깊이 들어갈수록 내 얼굴이 익숙하기에 어련히 굽히고 알아서 피해 다닐 정도다.

'이상한 새끼들인데?'

실력도 어정쩡하니 뒤에서 날고 긴다고는 못 해도 맞고 다닐 짬은 아닌 듯하고.

간 크게 수도의 중심지에서 이리 단체로 움직이는데 이름 있는 놈들도 아니라니.

'자살희망자' 그 이상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거구가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다.

쪽수를 믿고 능글맞게 웃으며, 클로에를 힐끔거리는 것이 제법 재밌는 그림.

"거기. 여자 앞이라고 폼 잡다가는 험한 꼴 볼 ㅡ."

탁.

바로 옆 테이블에 놓여있는 의자에 내 손이 향하고.

아래에서 위- 대각선을 그리며 휘둘린다.

빠각!

"끄륵··!"

자진해서 다가온 놈의 안면을 의자로 후려치자 뭉개진 코, 깨진 이가 터져 나와 입에서는 핏물이 폭발한 화산처럼 터져 나왔고.

배가 한껏 나온 거구가 비틀비틀 기울어지며 뒤로 넘어간다.

쿵!

파사삭 소리를 내며 박살 난 의자 조각들이 가게에 산개하고 돼지의 뒤통수가 바닥에 닿았다.

"생각 중이잖아. 방해 질이야 돼지 새끼가."

칼밥으로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를 만큼은 먹었던 놈들인지.

상황을 보자마자 긴장으로 당황하는 놈 없이 각자의 무기를 뽑기 시작했다.

'가게 들어오기 전에 멀리서 본 놈들이랑 엮여있나?'

스릉! 스릉! 소리를 내며 검집을 벗는 날붙이들의 소리가 귓가를 울리지만.

솔직히 긴장감이 없어 탁자 위에 놓인 버터나이프 하나면 충분했다.

응징에는 주먹이 적격이라 하지만, 더러운 놈들은 만지기 싫기도 하고.

인간이라 함은 역시 도구를 써야 하지 않겠나.

림노에서 이걸로 에클레어를 도와서 훌륭히 한 건 한 기억도 있고.

"뒤에 딱 붙어있어. 아니면 방에 잠시 들어가 있어도 괜찮아."

"오라버니! 저, 저도 도울 수 있어요!"

가슴팍에 있는 검은색 브로치를 사용하려 드는 클로에를 뒤로 물리려던 순간.

찰나의 고찰에 빠졌다.

"···."

지금 자리에 같이 있는 게 리케였다면?

저 무리를 실전 수련용이자 알뜰 교보재로 사용했을 것이다.

에클레어였다면? 누가 나설 것도 없이 저것들은 형체도 못 알아보게 쪼개졌을 것이고.

이쯤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클로에를 너무 여리고 약하게 보고 있나?'

그녀는 아직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없지만 훌륭한 재능을 품고 있다.

지금 상황에 대응도 못 할 만큼 공포를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수 십개의 음습한 눈알에도 징그러운 걸 본듯 움츠러들긴 하지만 겁을 집어먹는 행색은 아니다.

"클로에."

"···네?"

이건 웃음을 지으며 던질 질문이 아니다.

최대한 진지하게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보며 물었다.

"진짜 도울 수 있겠어?"

생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경시되는 세상에서도 무언가를 죽인 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고결하고 대단한 무언가를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권유할만큼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무기를 들고 제국에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생명을 해하는 감각에 얼른 익숙해져 망설임을 최대한 빠르게 버려야 살아남을 확률이 올라간다.

"네··! 믿어 주세요!"

간결하고 힘 있는 대답.

부들부들한 그녀의 성향처럼 내려가있는 눈썹의 끝이 올라가며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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