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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57화 (157/250)

Chapter 157 - 인조 악마 -3-

다양한 속성과 자신만의 마법과 응용을 가진 마법사들.

누군가는 일상생활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누군가는 순수한 학문 등의 이유로 마법은 매초마다 발전하고 있다.

그중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

같은 수준의 마법사들이 만났을 때 살상과 파괴력에 있어 흑마법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마나나 합법적인 촉매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의 기본적인 구성에 살아있는 생물이나 영혼 상태의 제물을 얹어 희생시킴으로 성립되는 흑마법은 사용자의 역량을 최소 한 칸 넘어서는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죄를 지은 어둠이여. 깊고 어두운···

악마가 영창 하는 흑마법은 아임의 횃불.

날아드는 투사체 없이 캐스팅이 끝나면 즉발 하는 것이 장점으로.

바닥에서 광범위한 폭발을 일으키는 수준 높은 흑마법이다.

게임에서도 실제로 사용하는 흑마법사가 몇몇 존재한다.

'이걸 어떻게 할까··.'

허공에서 들려오는 영창을 듣는 순간부터 경우의 수를 나열했다.

내성을 가진 몸으로 그냥 뚫어내며 공격을 시도할 것인가?

평소라면 제일 선호하는 방법이지만 기각. 교단에서 나올 때 리케가 최대한 다치지 말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이번 공방에서는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쪽으로 결정됐음이다.

마침 글레이프니르와 해보았던 것 중 하나가 떠올랐다.

-아임의 횃불.

캐스팅이 끝나고 진이 바닥에 새겨졌다.

투콰아앙!!!

인간이라는 나약한 생명체 따위는 살아남을 수 없는 거대한 폭발.

지면이 와르르 뒤집어지며 한밤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파괴력은 악마인 자신이 봐도 완벽했고 만족스러웠다.

쿠구웅!

태생부터 타고난 장기인 흑마법으로 쑥대밭이 된 지면에 착지하자.

골목에 숨어있거나 아슬아슬하게 숨이 붙어있던 생명체까지 깔끔하게 쓸어냈는지 미약하게 충전되는 영혼의 제물을 느끼며 환희에 젖었다.

잘려나간 팔의 불길도 사라져 느리지만 확실하게 재생을 이어가고 있었으니.

"그륵··."

외눈을 디룩디룩 굴려도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

악마가 침을 질질 흘리며 웃었다

"므흐하하하!! 이 몸이야 말로 모든 생물의 정점에 설 몸이다!!!"

특별한 시체를 섭취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건 이제부터 다시 특별한 생물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촤륵-!

"새끼·· 부럽다. 그 자신감이."

자신의 목에 감긴 사슬을 본 악마의 표정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껍데기가 없는 흉측한 얼굴도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구나.

"···어떻게! 어찌··!"

"알고 싶어?"

착! 착!

나는 손에 감긴 사슬을 흔들어주며 가까이 다가갔다.

아임의 횃불은 마법진이 새겨진 지면으로부터 위쪽 방향으로 마나를 뿜어내며 폭발하는 마법.

평소 차음을 하듯 마나로 몸을 감싸는 동그란 구체를 만들고.

거기에 글레이프니르를 뽑아내 궤도를 따라 감고 모양을 고정.

마치 한 마리의 아르마딜로가 된 느낌이었다.

즉흥적이었지만 머리는 이날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빠르게 돌아갔고 결과까지 완벽.

'이 정도면 백염이 없어도 문제없이 버텼겠는데?'

혹여 폭발의 여파가 미칠까 백염까지 일으키고 몸에 마나를 두툼하게 감싸 전력전개를 하여 버티자 큰 상처 하나 없이 여파가 지나갔다.

"작은 새. 데카라비아의 별이여 ㅡ"

화르륵!

재차 고위 주문을 영창 하려는 악마의 목에 감긴 사슬을 확 당겨내자 백염이 일어나며 악마의 목근육을 녹이며 파고들었다.

"새끼가 사람을 아주 호구로 보네."

"므가아악··!"

재생된 손으로 불길을 일으키며 근육과 엉켜 목을 파고드는 사슬을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상대만큼 균형을 잃게 만들기 쉬운 것도 없다.

빠악! 뻑!

목을 점점 옥죄여드는 사슬을 풀지 못하게 구타를 이어간다.

정신없이 맞으면서도 눈과 안면은 양보하지 않는 게 이 악마도 승리에 대한 갈망과 독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우우웅-! 우웅!

악마 나름의 해결책으로 마나를 목에 집중하여 백염을 밀어내기를 시도했지만 상성의 우위는 그리 간단히 뒤집히는 게 아니다.

결국 제대로 된 영창을 포기한 악마는 자신의 언어 한마디로 쏘아낼 수 있는 흑마법을 지근거리에서 연달아 발사했다.

-■·· ■··!!

"죽어라··! 죽어··! 죽어어!!!"

단발성 영창을 이어가자 내 몸에서 검은 연기가 풀풀 풍기며 흑마법이 펑펑 터져나갔다.

-■! ■··!

촤아악ㅡ

악마에 비해 가벼운 내 몸은 폭발과 함께 뒤로 쭈욱 밀렸지만 팽팽해진 사슬이 몸을 멈추게 했다.

피이잉!

사슬을 팔에 더 촘촘하게 감아 길이를 줄인 뒤.

땅을 박차고 달려들어 주먹으로 복부를 올려치자 파공성과 함께 악마의 몸이 살짝 들렸다가 내려왔다.

"꺼으억··."

"후우-! 밀어내면 목이 졸려서 더 괴로울 텐데? 또 쏴봐."

유혈귀가 발동되는 알림과 함께 주먹과 발길질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

발악을 하듯 연사하는 흑마법을 그대로 맞으며 악마의 몸에 폭력을 쏟아낸다.

"죽는 건 니가 죽어 새끼야!"

어지간하면 리케의 말대로 상처를 입지 않고 이기는 게 목적이었지만.

악마의 외눈과 행동에서 두려움이 읽히기 시작하면서 방법과 생각을 바꿔 글레이프니르로 서로를 고정시켰다.

이렇게 되면 상호 간에 회피는 거의 불가능.

글레이프니르를 컨트롤하는 내가 방심하여 실수를 하거나 죽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단발성 흑마법은 피하기 힘들고 영창으로 이어지는 마법은 무조건 끊어내야 한다.

반대로 악마는 백염이 깃든 폭력이 자신의 재생력을 완전히 동내기 전에 나를 죽여야 한다.

'이놈은 또 도망칠지도 몰라.'

애초에 전과가 있어 연상할 수 있었다.

이제는 도망가지 않는다는 악마의 말을 믿을 호구 모험가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이 자리에서 죽인다.'

시간을 단축하고자 마나 소모가 큰 나찰의 재사용 같은 무리한 도박수는 하지 않는다.

흑마법사들과 계약에 의해 등장한 악마들도 현세에 강림하면 본인이 수확한 영혼이나 제물로 받은 것들을 사용해 흑마법을 사용하기에 지금 상대도 그 섭리를 벗어나지는 않을 터.

확실하고 착실하게 깎고 깎으면 답은 무조건 나온다.

지금은 늑대의 형상을 가진 악마와 드잡이질을 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상성이 완전히 뒤집어진 상태.

순수한 근력만으로 살아가던 시절에 이런 악마를 만났다면?

고전을 넘어 재생력을 토대로 한 동귀어진 같은 공격을 연달아 당해 승패를 장담하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물과 재생의 한계는 반드시 온다.'

지나오는 길에 먹은 뒷골목 인간들이 제물로 쌓인 것인지.

혹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일정량의 제물이 있는지 모르지만 전투가 이대로 이어지면 천장은 보인다.

그것은 몸의 재생에도 이용될 것이며.

백염으로 인한 상처는 성법술에 당한 것과 같이 재생을 위해 평범한 오러에 의한 절상보다 많은 마나와 제물을 요구할 것이다.

"흐읍!"

빠바박-!!

신체의 정중선을 따라 명치와 복부만 죽어라 구타한 끝에 열린 악마의 안면.

턱에 어퍼컷이 제대로 박히면서 턱이 으깨지고 길게 날름거리던 혀가 씹혀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가극··."

통증에 무릎을 꿇은 악마의 머리가 적당한 위치에 자리하자.

양쪽 뿔을 잡은 나는 그대로 외눈에 무릎을 박아 넣었다.

푸직!

물기 가득한 소리를 내며 눈알이 터져 나갔지만.

눈만은 어지간히 중요한지 백염이 파고들었음에도 무리하여 빠른 재생을 보인다.

내 머리통만 한 눈알이 재생되어 눈이 마주치자 나는 웃으며 물었다.

"인내심 싸움. 재밌지?"

"크아아!!!"

자신의 마음속에 쌓이는 패배에 직결되는 감정들을 털어내려는 모양새.

악마는 비명을 지르며 땅에 버려져있던 대검을 들어 올렸다.

*****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젤라 보다 발이 빠른 에클레어가 성녀를 안고 달렸다.

마젤라는 성녀를 안고 달리는 에클레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호흡이 흐트러질 정도로 벅찼기에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꺄아악!! 해골이··!

-엄마아!!

··

긴급한 연락을 받고 수도의 번화가에 있는 교단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개판.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언데드들이 흘리는 질척한 괴성이 섞여 정신이 없었다.

교단의 사제들에 성기사.

제국에서 나온 경비대원들과 경비대 소속 기사들.

거기에 급하게 수배한 모험가들이 합심하여 막아내고 있지만.

쏟아지는 언데드의 물량이 파도와 같았다.

평범한 타격에도 스러지는 하찮은 언데드들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위험하고 수가 이렇게 많으니 전투를 업으로 삼는 자들도 힘겨울 정도.

-그어어!! 구악!

-크르르르···

어두운 골목에서 자기들끼리 눌리며 비집고 흘러나오는 대량의 언데드들은 그 위험성을 떠나 제국의 수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여실하게 보여줬다.

에클레어가 교단의 입구에 성녀를 내려주자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지휘를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마젤라!"

"예!"

"불길함의 근원은 저와 마젤라가 탐색합니다. 원인을 파악하기 전까지 나머지는 인명피해를 막고 부상자 회복에 주력하세요! 골목의 입구에 방진을 두르고 버티는 방법으로 갑니다!"

"알겠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아예 상정하지도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짧은 순간이라도 당황하는 법.

성녀가 밖으로 떠나는 순간 업무가 끝나는 것으로 확정되어 있는 에클레어였지만.

수도에 문제가 생겼다 하니 동행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예상을 넘어서 엉망이 된 수도의 전황을 보는 순간 그녀의 머리에는 제국의 안위보다 동생이 먼저 떠올랐다.

'클로에는···? 아직 로만과 함께 있는 건가? 분명 그렇겠지?'

제발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엇보다 안심이지만 확신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시간이 많이 늦은 상황.

외곽에 살고 있는 로만이 이 문제를 알고 있을 거라는 장담도 없기에.

성녀의 호위에서 자유의 몸이 된 에클레어는 교단에서 발을 돌려 저택으로 일단 움직이려 했다.

"어, 언니··!"

북적거리는 소음 사이를 파고드는 익숙한 목소리.

환청인가 싶었지만 너무나 선명한 그 소리에 에클레어의 시선이 교단의 안으로 돌아갔다.

"클로에!"

자신의 동생이 있는 걸 본 순간 에클레어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깊은 안도와 환희를 느꼈다.

남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교단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클로에를 꽉 껴안은 에클레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언니이··· 나보다 오라버니가·· 오라버니가··!!"

주위를 보며 발을 동동거리는 클로에는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사안이라 목소리를 최대한 줄였지만.

당장에 넘칠듯한 다급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괜찮으니 천천히 말해보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를 지키려다가 마, 마법을 대신 맞아서··! 괜찮다고는 했는데··!"

"음··."

로만이 마법을 맞았다는 소리에 에클레어는 심각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여기서 기다리라 하고는 어딘가로 가버리셨어··!"

눈물을 그렁거리며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클로에가 단편적인 단어와 정보를 토해냈다.

'그렇군. 로만이 클로에를 교단으로 데려다 놓은 건가.'

솔직히 상황을 못 봤으니 로만이 걱정되지만 일단 클로에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이 상태로는 절대 무리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괜찮으면 괜찮다고 말하는 솔직한 남자다. 괜찮다고 말했으면 정말 괜찮은 것이니 걱정 말거라."

"흐윽··! 으으··."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생의 눈가를 닦아주며 토닥여주고 있으니.

저 멀리 교단의 의자에 앉아있는 리케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그렇겠지··.'

로만도 리케와 클로에를 이렇게 만나게 한건 정말 불가피하고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일이 끝나면 클로에에게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내가 탐색을 겸해 가볼 테니."

클로에는 얼굴의 표정과 시선으로는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언니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듯했지만.

여러 생각 끝에 꽉 잡고 있던 에클레어의 몸을 스르륵 놓아줬다.

"···언니. 조심해야 돼."

"여기서 클로에가 안전하게 있다면 나도 안심하고 편히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 조심하거라."

"응··."

리케가 앉아있는 의자 쪽으로 돌아가는 클로에를 보며 리케에게 눈으로 간단한 제스처와 의사를 주고받은 에클레어는 몸을 돌려 발을 움직였다.

저벅-

교단의 밖으로 나온 에클레어는 대략적인 지휘를 끝내고 불길함의 중심부로 향하려는 성녀와 마젤라에게 다가갔다.

"성녀님.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