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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56화 (156/250)

Chapter 156 - 인조 악마 -2-

성녀가 기도문을 읊고 마무리로 신성력을 꽃가루처럼 화려하게 흩뿌리는 것으로 행사가 무탈하게 끝남과 동시.

제국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은 사건사고 없이 지나간 시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말단들이 뒷정리만 하면 내일부터는 평소의 일과와 달라질 게 없다.

말단도 말단이지만 이 행사에서 업무가 제일 늦게 끝나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성녀님."

성녀가 내부에 있을 때는 에클레어와 성녀 직속의 성기사가 함께 경호를 담당하고 있기에.

행사장에서 기도문을 낭송하고 인사를 다니느라 지친 성녀를 안내하여 접객실에 들어왔다.

"고생은요. 예의 없이 갑자기 찾아왔는데 제국의 5 기사 에클레어 드리트나님께서 이리 함께 해 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제국의 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날 때부터 몸이 약해 체력이 유독 약한 그녀는 벌써 피곤함이 상당해 보였다.

아무리 엄선된 여자 성기사가 따라다니며 보좌를 한다 하지만.

저런 몸을 끌고 대륙을 돌아다니는 그녀의 헌신과 봉사정신은 거짓 없이 대단해 보였다.

"조금만 숨을 돌리고·· 얼른 돌아가겠습니다. 기사님도 다른 분들도 저 때문에 귀한 시간을 뺏기고 있으니."

"그런 말씀 마시고 여유 있게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당연한 말을 한 그녀이지만 성녀는 지금까지 에클레어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살가운 분위기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기사님과 제가 이번으로··· 세 번째 만났던가요?"

성녀의 말에 에클레어는 기억을 더듬어 횟수를 세어보고 답했다.

"제 기억으로는 네 번째입니다."

"적은 수는 아닌데 기사님과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네요. 교단과 제국의 사이가 돈독하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이리 데면데면해서야 진정성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사심하나 없이 순수함만이 느껴지는 성녀의 말에 에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에클레어와 성녀는 서로 누가 더 위이고 아래라고 할 수 없다.

소속이 다르기도 하며 명성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조.

서로 최대로 존중하고 서로를 높여주는 것이 무난한 답이었기에 휴식을 하는 시간에도 사적인 대화는 하지 않았었다.

"사실 지금 와서 이러는 이유는 으음~ 그러니까~ 기사님이 마음에 여유가 생기신 것 같아 드디어 사담을 꺼내게 되었네요."

"그렇습니까··."

에클레어는 성녀의 말에 로만과 클로에가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아주 옅은 미소를 보이며 웃었고.

그런 에클레어를 본 성녀는 손을 모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좋은 기운이네요! 전에 뵀을 때는 피곤해 보이시기도 하고 무언가에 쫓기시는 듯해서··."

"성녀님! 기사님에게 그런 언변은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는 교단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 주십시오."

뒤에 서있던 남자와 구분이 안 되는 건장한 여성.

성녀의 직속 성기사가 그녀에게 따끔한 주의를 주자 성녀가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냈다.

"흥! 기사님은 마젤라와 달리 속이 좁지 않으시거든요?"

"···성녀님을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 '쫓긴다'는 말은 예법이 미흡한 성녀님이 악의 없이 단어 선정을 한 것이라 이해해주시겠습니까··? 교단에 돌아가면 제가 엄중히 교육하겠습니다."

호위겸 직속인 마젤라는 익숙한 듯 성녀의 구시렁거리는 말을 무시하고 에클레어에게 꾸벅 목례를 했다.

"괜찮습니다. 여전히 두 분은 사이가 좋으시군요."

에클레어가 예전부터 느꼈지만 둘은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다녔기 때문인지 직책을 넘어 절친한 친구라 할 만큼 유독 사이가 좋아 보였다.

"기사님은 속으시면 안 돼요! 마젤라가 매일마다 저를 얼마나 들볶는지 기사님이 아신다면···!"

똑똑! 똑똑!

접객실을 급하게 두들기는 소리에 에클레어가 성녀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고 문을 열었다.

사색이 되어 진땀을 흘리고 있는 기사 하나를 본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지? 성녀님은 휴식 중이시다."

"죄, 죄송합니다! 현재 교단에서 긴급한 연락이 ㅡ."

투콰아앙!!

폭발음에 대화가 끊어지고 접객실의 있는 셋의 고개가 동시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수도의 끝이라 할 만큼 아주 먼 거리에서도 전신을 자극하는 오싹하고 소름 끼치는 감각.

성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뒤에서 대기하던 성기사 마젤라가 예의 상 벗고 있던 투구를 빠르게 착용했다.

"마젤라."

"예! 성녀님."

뒤에 서있던 그녀가 빠르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저를 옮겨주겠어요?"

*****

제대로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클로에와 리케를 교단에 부탁하고 오면서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까보다 훨씬 꺼림칙해진 마나를 피하지 않고 뒷골목을 파고들자.

인간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축축하니 퍼져 혈향이 진동을 하고 짐승이 먹다 만 모양새의 육신의 파편들이 자리했다.

담벼락 위를 밟으며 크게 고도를 높이니 눈에 잡히는 날파리들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벌레 새끼들."

수많은 시체 사이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자들은 뒷골목의 부랑자들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색적으로 발견한 건 박쥐같이 생긴 자그마한 사역마를 부리고 있는 남자.

"···퍼밀ㅡ!!"

뿌각!

흑마법을 캐스팅하며 헛짓거리를 하려는 머리통을 글레이프니르를 감은 주먹으로 깨트리고 시신을 확인했다.

품에 있는 양피지를 열어보니 시간으로 보이는 숫자와 처음 보는 문자를 나열하여 무언가를 기록해 놓았다.

돌아가는 정황상 내용은 예상이 간다.

혹시 추적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될지도 모르는 양피지를 북북 찢어서 바닥에 버리고 핏물에 비비기로 마무리.

'자기들끼리만 쓰는 언어인가? 해석을 안 해도 소속이 어디인지는 뻔한 이야기인데··.'

네마 나타스 이외에는 제국에서 이런 짓거리를 할 리가 없다.

감각을 자극하는 불길함을 따르면서도 주위의 잡졸들을 깔끔하게 밀어낸다.

적어도 열이 넘는 인원, 특수한 목적을 가진듯한 자그마한 사역마 그리고 여러 장비에 고급 양피지를 보니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은데.

'곱게 넘어가줄 수는 없지.'

우두득-

"꺼르··끅!"

쓰러진 흑마법사의 울대를 밟고 머리를 걷어 차 즉사시킨 뒤.

골목길에서 눈을 감고 색적에 집중을 거듭한다.

'더는 없다.'

있는데 안 걸리는 놈인지 진짜 없는지 모르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은 다했다.

뒷골목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잡스러운 언데드들은 교단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제국민이나 부랑자들을 위한 무료 봉사? 그딴 건 질색이지만.

클로에가 다칠뻔했고 혹여 내 여자들 중 하나라도 목표물이 될 수 있는 이상 더러운 싹은 빠르게 도려내야 나도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그 정도 상대라면 직접 나서는 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지금 닦아줄게~ 가만히 있어."

차륵-!

흑마법사들의 피로 축축해진 글레이프니르와 주먹을 성수 두병을 꺼내 깔끔하게 닦아냈다.

이제 목표물은 하나만 남았다.

그 짧은 시간에 처음과는 비견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악마 단 하나.

아까처럼 도망갈 생각은 없는 듯 범의 아가리로 들어오라는 기세를 강렬하게 풍기고 있다.

담벼락을 밟고 뛰어올라 마지막으로 주위를 확인하고 그대로 목표물을 향해 뛰어내렸다.

쾅!

"야이 씹새야."

··

··

"닥쳐라아!! 도망·· 도망은 치지 않는다··! 수치는 없다!!"

-■.

바닥에서 영창을 듣고 튀어나온 검은 투박하게 생겼으나 예사 물건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좋지. 해보자고."

도발의 목적을 가지고 한 말도 아닌 것에 크게 흥분을 하는 녀석은.

처음의 차분하고 악마답다 느껴졌던 성격이 성장과 동시에 사라지고 인간일 때의 '그 녀석'을 닮아있었다.

'연기··? 자아분열? 의미 없나.'

혹시 모르니 상정만 한다.

투두둑-

악마가 근육을 뽐내며 검을 누르고 있던 발을 밀어내는 동시에 교룡각으로 가슴을 강타하며 거리를 벌렸다.

쯔억-!

거뭇한 살점은 지저분하게 갈라졌다가 지렁이 같은 살점들이 꼬이더니 시간을 되돌리듯 빠르게 아물었다.

'···뭐 그렇겠지!'

예상은 했기에 다음을 위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발길질을 무시하고 땅에서 대검을 뽑아내자 드러난 날의 길이는 내 신장보다 길어 보였다.

"그라아아!!"

포효와 함께 내려치는 검을 포착하고 마나를 글레이프니르에 쏟아낸다.

[ 백염(白炎) ]

하얀 불길이 솟은 사슬을 이용해 단죄하듯 떨어지는 검을 그대로 막아내자 발이 돌바닥을 부수며 움푹 파고들었다.

쩌어엉-!!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끼는 것인지 오러 같은 재주는 없지만 순수한 근력만은 대단했다.

팔에 감겨있는 사슬이 무게에 눌려 근육이 뜯어질 것 같았다.

'묵직하네.'

만족스러운 것은 이 정도 파괴력에도 절단되지 않는 글레이프니르.

악마의 대검은 비대한 크기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횡베기로 이어져 왔고.

부웅-

강풍을 동반해 휘둘리는 대검을 줄넘기하듯 뛰어넘으며 사슬을 내던지고 당겨내는 복잡한 조작을 이어갔다.

촤르륵! 파자작!

글레이프니르가 내는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짧은 순간에 악마의 거대한 몸뚱이에 그림을 그리듯 횡단했다.

오러가 아닌 불길을 담은 글레이프니르의 타격은 악마의 단단하고 거대한 몸을 절단하지 못했으나.

줄을 그리며 남은 백염은 부정한 살점에 옮겨 붙어 거뭇한 근육을 종잇장처럼 녹이며 파고들었다.

"므아아-!!!"

차륵!

어깨로 당겨내서 돌아온 사슬 뭉텅이를 쥐고 시선이 딱 닿는 복부에 주먹을 내지른다.

"걱··!"

팔꿈치가 안 보일만큼 파고든 주먹은 악마라도 고통에 허리가 굽혀지는 좋은 타이밍.

근육에 깔려있던 주먹을 빼고 한발 뒤로 빠지며.

[ 첫 번째 형(形) - 나찰(羅刹) ]

오랜만에 뒤집어쓰는 가면과 함께 마나가 익숙한 검을 뱉어냈다.

출력이 급상승한 백염과 나찰의 검.

동시에 악마는 본능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위기를 제대로 느꼈는지.

되돌리기는 늦은 대검을 놓고 두툼한 양팔을 희생시켜 불길을 동반한 참격을 막아냈다.

촤악ㅡ

"그윽···!!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아파서 그런가. 지능이랑 언어가 퇴화하는 것 같다?"

깊게 들어갈 거라 생각했던 공격을 전완 두 짝을 버려 눈알과 머리를 지켜낸 덩치의 노련한 판단.

비웃으면서도 속으로는 감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마법을 이용해 공중으로 새처럼 날아오르는 재빠른 회피를 보여준다.

임기응변의 속도가 수년을 전장에서 굴러먹은 용병과 같았다.

"재주가 좋네?"

대검은 들고 휘두르지만 예상대로 이놈은 오러를 못쓴다.

기사의 몸을 사용해 기생했음에도 실제로는 겉모습과 다른 전형적인 마법사.

진짜 자신의 장기는 이제 보여주려는 것 같다.

타닥 소리를 내고 있는 백염이 붙은 양팔을 아직 재생하지 못한 악마는.

긴 혀를 날름거리며 내가 게임의 지식으로 알고 있는 흑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죄를 지은 어둠이여. 깊고 어두운 굴 속에 저자의 이름을 불길로 새겨 주옵소서.

-아임의 횃불.

악마의 언어를 넘어서 명확한 의지를 표출하며 또박또박 들려오는 영창.

지잉-

존재감과 부정함을 숨기기 위해 설치해 두었던 흑마법이 소용돌이치는 마나에 모두 뒤틀리고.

사념이 깃든 대지에 진이 새겨지며 땅이 뒤집혔다.

투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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