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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52화 (152/250)

Chapter 152 - 고민이 많은 시기 -2-

하루가 행복하다 거리낌 없이 말하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다 해도 고민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당장 내일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 것도 고민이라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생물이다.

개개인이 보유한 고민의 무게와 깊이가 다를 뿐.

인간은 애초에 상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자유로워지는 순간 그것은 인간이 아니게 될 것이다.

"실은···."

"···."

말을 고르고 있는 클로에를 재촉해서 좋을 건 없다.

느긋하게 목을 축이며 기다리니 좌석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조화를 클로에가 집어 들어 만지작거렸다.

"오라버니에게 이야기하기에도 너무 하찮은 고민이라··."

어쩐지 나올 거라 예상이 되었던 부류의 말이기에 나는 즉시 클로에의 생각을 고쳐줬다.

"속에 품고 있는 고민이 주는 압박과 고통은 그 당사자만 아는 법이야. 본인이 고민이라 하는데 하찮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

"하나하나의 무게가 어떻든 걱정과 고민이 많은 건 특별히 이상한 게 아니지.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은 경우의 수도 많이 생각하기에 걱정도 많아."

문장의 뒷말에 습관적인 부정을 하려던 클로에는 방금 저질렀던 실수를 상기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감상을 먼저 꺼내기로 했다.

"상냥하시네요. 오라버니는··."

"하하! 내가? 전혀 아니야."

나는 지금처럼 모든 사람의 고민을 주의 깊고 상냥하게 들어줄 수는 없다.

이건 내 인생관에 있어서도 한정적인 사람에게만 베풀 수 있는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클로에는 에클레어가 자신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생이고.

내게 있어서도 미래의 가족이자 나를 오라버니라 부르며 따르는 귀여운 동생이기도 하니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뿐이다.

물로 입술을 촉촉하게 적신 클로에는 주위 소음에 묻힐 법한 작은 목소리를 냈다.

"떠오르는 고, 고민들은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당장 앞으로의 길에서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에요···."

예민한 청력으로 문장을 정확히 캐치한 나는 두루뭉술 한 클로에의 말에 떠오르는 몇 가지를 추려 물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했을 때 장래가 걱정이야? 아니면 당장의 수련법에 대해서?"

"드리트나 가문의 일원이고 기사 학부생이니 기사가 되겠지만··· 제가 기사가 되어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이건 소심한 그녀의 성향을 떠나서 상황을 보면 이해를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최고조에 이른 비교대상이 있고.

시작점에 서기도 전에 지켜보는 눈이 수백 수천 개가 넘게 있다면 나라도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분명 에클레어는 클로에한테 기사를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부담되는 모든 걸 감안하고도 클로에는 기사가 되고 싶은 걸까.

모두 에클레어가 직접 나에게 해준 이야기로 클로에에 대한 걱정을 둘이서 함께 나누기도 했다.

애초에 클로에가 장래에 정말 기사가 되고 싶은지 에클레어는 궁금해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사인 자신이 그걸 물어보는 건 강압적인 질문이 될 거라 생각해 항상 목 끝까지 올라온 물음을 삼켜왔다고 했다.

그 질문에서 자유로운 건 그나마 내가 아닐까.

"클로에는 기사라는 직업을 어떻게 생각해?"

"도, 동경하고·· 멋지다 생각해요··!"

드물게도 생각을 할 필요 없이 즉답으로 나오는 말.

조금은 예상이 가는 클로에의 무의식에 웃으며 화두를 던졌다.

"그건 에클레어를 보고 하는 감상일까? 아니면 '기사'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감상?"

"···네에?"

정곡을 찔린 게 아니라 본인도 어느 쪽인지 제대로 인식을 못하는 듯했다.

"보고 있던 목표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시야는 자유로워질 수 있어. 남들이 어떻게 말하고 보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드물어.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는 게 보통이지."

"···."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아 자신을 지켜주는 건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고 사랑하는 것이거든."

한 시간도 두 시간도 그 이상도 기다려 줄 수 있기에 고찰의 수렁에 빠진듯한 클로에가 답을 내리기를 기다린다.

이 순간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인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들이 한번 바뀌고 클로에의 반응이 왔다.

뚝- 뚝-

한참을 멍하니 있던 클로에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죄송해요··! 요, 요즘·· 감정이 좀 이상해서··!"

소매로 얼굴을 닦으려는 클로에에게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자.

그녀는 머뭇거리는 손으로 그걸 받아 눈가를 꾹 눌러 눈물을 닦아냈다.

"어떤 결정이나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 결정에 대해서 에클레어가 화를 내거나 싫어하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에클레어는 그런 언니잖아."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클로에는 내 말에 동감하는 듯 쿨쩍이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

"클로에 덕분에 잘 먹었어."

"오라버니가 만족하셨다면 다행이에요. 헤헤-"

눈가가 아직도 살짝 부어있는 클로에의 미소에는 개운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거리는 아직 활기찼고 달은 떠있지만 밤이라 할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나머지는 단 거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케이크라던가."

"하, 하지만···! 오늘은 제가 오라버니에게 대접을 하는 날이니 저한테 맞춰주실 필요는 없어요··!"

케이크라는 단어에 혹 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고개를 저으며 안된다고 말하는 클로에는 참 알기 쉬워서 귀여웠다.

"내가 먹고 싶어서 그래. 남자 혼자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기도 힘들잖아. 그러니 클로에가 어울려줄래?"

"···."

어찌할까 망설이는 클로에를 두고 몇 걸음 앞으로 걸으니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내 뒤를 쪼르르 쫓아왔다.

*****

"저번의 가게로 가도 괜찮아?"

"무, 물론이에요! 오라버니가 편하신 대로··."

"으음~ 지름길로 갈까."

클로에는 성인임에도 케이크라는 단어 하나에 숨기지 못할 티를 냈다는 게 부끄러웠다.

아니 식사 중에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눈물을 쏟은 점도.

조절이 안 되는 감정과 눈물이 많은 일면을 보였다는 것도 부끄럽기는 매한가지.

제국의 지배자 혹은 자신의 주군을 위한 한 자루의 명검이 되는 게 목표인 기사 가문의 일원은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과 절제가 특히 중요하다.

자신이 이렇게 장래에 대해 갈등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였다는 걸 아버지가 알게 되면 큰 호통을 듣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대화가 타인에 의해 누설된다 해도 클로에는 후회가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라버니의 행동과 말에서 느껴지는 상냥함은 필연이었다.

한 걸음 앞에서 걸으며 누가 봐도 자신을 위해주는 태도는 언니를 연상시키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삶을 살아오신 걸까··.'

궁금해서 한번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지만 괜히 좋지 않은 기억을 꺼내게 되지는 않을까 망설이게 된다.

귀족이 아니라 정말 바닥에서 시작한 오라버니기에.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로 상냥하기에 역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룬 제국은 누가 뭐라 해도 철저한 능력주의라는 걸.

차갑고 적적한 제국에서 여유와 상냥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클로에의 푸른 눈동자에 누구보다 대단하게 비쳤다.

"혼자 있을 때는 급해도 이런 골목길로 다니면 안 된다? 클로에 수준에 위험한 일은 없겠지만 워낙 기분 나쁘고 더러운 놈들이 많아서."

"네에··! 큰길로 다닐게요!"

저런 사소한 행동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대체불가능한 능력이 기원이 되는 감정이라면.

그것을 얻기 위해 누워만 있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의 언니도 주위에서 타고난 재능이 어떻고 검의 천재라는 소리를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들어왔지만.

클로에가 아는 한 에클레어는 자만하지 않았고 침묵을 지키며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옆에서 조금만 지켜봐도 지금의 자리가 재능이 아니라 순수한 노력으로 달성했다고 말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오라버니 또한 거기에 비견되는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답례를 하려 했는데 또 받기만 했어··.'

정말 대단한 사람은 자신의 전문분야 한 가지만 뛰어난 게 아니구나.

문무겸비라는 말이 절절하게 울렸다.

"여기서··· 오른쪽."

미로와 같은 어두운 골목길을 오라버니가 앞장서서 움직이자.

어둠 속에 숨어있던 인영들이 사람을 마주한 쥐떼처럼 흩어지는 게 느껴졌다.

오라버니 주위로 대기가 일그러질 정도로 마나가 요동치고 있어 그것에 겁을 먹은 듯했다.

'치안이 확실히 좋지 않구나··.'

저녁에 제국의 뒷골목을 지나는 건 클로에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확실히 아무리 급하다 해도 혼자서는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직접 보여주려 하신 걸까?

'세리아와 리케에게도 말해줘야지··!'

사람은 말이 아니라 느껴봐야 안다더니 자신이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수도의 구석진 곳은 훨씬 위험해 보였다.

"음? 이 냄새··."

골목을 걷던 오라버니가 갑자기 멈춰서 코를 만지작거리며 냄새를 언급했다.

표정이 심각해 보여 자신도 걸음을 멈추고 집중해 봤지만.

"··왜 그러세요?"

자신의 후각에는 골목길 특유의 습한 냄새 이외에 특별한 무언가는 잡히지 않았다.

오라버니는 품에 있던 자신의 답례품을 허공에 쑤욱 집어넣었다.

'바, 방금 뭐지?!'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시는 걸까? 아니면 스킬?

저벅-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자신의 앞을 큰 몸으로 막아선 오라버니의 손에는 어느새 번쩍이는 워해머가 들려있었다.

"흐음- 착각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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