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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49화 (149/250)

Chapter 149 - 모험가 자매 그리고 클로에

오라버니에게 답례로 와인이나 양주를 선물하려 해도 주류에 대해 지식이 전무하여 난감했다.

나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연령은 어린 시절과 변하지 않았다 매번 실감하니 이렇다 할 성장을 느끼지 못했고.

그렇기에 어른의 기호품이자 상징인 술은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자신에게는 이르다는 생각만 들어 아직 마셔본 적도 없고 관심이 생기지도 않았다.

흥미가 생기면 언니가 직접 술에 대한 예법이나 마나로 취기를 풀어내는 법도 알려준다 했지만 자리를 가진 적은 없는 상태.

술에 무지하더라도 가격과 종류를 한번 볼까 싶어 혼자 주류를 취급하는 전문점 주위를 서성거려 봤지만.

디저트 가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압도되어 클로에 혼자 들어가기에는 생각보다 벽이 높았다.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려다가도 금전적인 지원까지 해줬는데 시간까지 빼앗는 건··.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 언니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말 아니라 생각해 클로에는 다른 쪽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 적격이라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ㅡ 술 같은 건 어때? 언니 말로는 무난하고 있어 보여서 같은 모험가나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때 양주나 와인을 주로 샀거든. 가격에 비해 상자도 화려하고 병도 이쁘잖아.

멀리서 다가오는 익숙한 붉은 머리카락.

'세리아다!'

그리고 옆에 동행하여 다가오는 분홍머리의 기품 있는 여성을 본 클로에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아, 안녕하세요. 클로에 드리트나 입니다··!"

자신을 인사를 받고 눈이 커진 여인은 금세 놀란 표정을 정리하고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기품이 느껴지는 단정한 자세로 인사를 받아줬다.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모험가 길드 소속 금등급 모험가 릴리네입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릴리네의 업무적인 태도에 클로에가 당황하여 발을 동동 굴렀다.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세리아의 언니분이신데··."

"봐! 거짓말 아니지! 언니는 모험가가 되더니 의심만 늘었다니까."

"···아하하. 쉿!"

릴리네가 난감하다는 웃음을 흘리니 세리아가 릴리네의 어깨를 잡고 주물렀다.

"어깨 힘 좀 빼~ 클로에는 괜찮다니까?"

"편하게 대해주세요··!"

드리트나를 앞에 두고 편하게 하란다고 진짜 편하게 하는 멍청이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결국 릴리네는 고위 귀족가의 영애 앞에서 할 수 있다 생각되는 최대치로 어조를 부드럽게 풀었다.

"고명하신 드리트나 백작가의 영애님을 이리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희 세리아가 조금 과하게 활기차서··· 영애님께 민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나요?"

"아뇨! 저, 절대 그런 건··! 이번에도 그렇고 매번 도움만 받고 있어서 부끄럽네요··."

세리아가 턱도 없는 농담은 해도 마음먹고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걸 릴리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세리아의 입에서 나온 상대는 제국에서 모르는 자가 없다는 그 드리트나 백작가문이자.

미친 기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제국의 5기사 에클레어 드리트나의 동생 아닌가.

릴리네는 드리트나의 영애가 자신을 콕 집어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리를 듣고 집에서 접시를 떨어뜨릴 뻔했다.

'진짜 매일 붙어 다니는 친구··? 그 드리트나 영애와 세리아가?'

아카데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드리트나 백작가의 여식과 얼굴을 트고 대화를 하는 정도인데 과장이 들어갔다 생각했다.

그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며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함께 식사를 한다 해도 귀족 영애들이 다 같이 모이는 거라 연상됐다.

'···.'

세리아가 뜬금없이 5기사의 저택에 간다 할 때도 자신을 놀라게 하려는 농담이라 여겼으니.

지금 대면한 진실은 릴리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녀도 생사를 넘나든 프로 중 한 명- 정신을 빠르게 차린 뒤 정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언니 쪽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 그래도 확실히 닮았어.'

릴리네는 모험가 길드에 찾아온 에클레어 드리트나를 실물로 본 적이 있다.

험한 일을 한다기에는 예술품 같은 외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분위기와 눈빛이 범상치 않은 여성.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고, 계속해서 훔쳐보고 있으면 목이 달아날 것 같은 차가운 기세를 뿜어내는 제국의 5기사.

두려우면서도 저런 기사가 제국을 지킨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던 경험.

릴리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에클레어 드리트나의 이미지는 강렬했다.

그렇기에 에클레어는 아니라도 드리트나 자매 중 한명을 만난다는 것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긴장하고 있었던 릴리네였지만.

막상 만나니 그 에클레어 드리트나의 동생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부드럽고 말랑한 분위기에 세리아와 붙어 지낸다는 게 납득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방심은 절대 금물.

세리아와 어떻게 지내든 간에 릴리네의 입장에서는 클로에에게 실수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바로 들어가실까요?"

앞장서서 가게의 문을 연 릴리네가 클로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언니. 나도 여기 처음 와봐!"

모험가는 금등급이 되면 귀족의 눈치를 안 보니 하는 이야기가 있으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시골에서 엘렉트라 남작이라는 이름으로 왕노릇이나 하고 있는 자신의 부모들이야 금등급이 된 자신의 눈치를 볼지 몰라도.

수도까지 이름이 퍼져있는 이름 높은 귀족에게 뻗대는 건 청금이나 백금은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딸랑-!

릴리네가 잡고 있던 문이 닫히면서 종이 울리고 카운터에 있는 종업원이 나긋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왔다.

"오오~!"

세리아는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경험으로 흥분 상태.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클로에의 손을 잡은 세리아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해서 좋다. 그치? 가게도 이쁘고."

"와아·· 그러네요."

내부는 묵직한 나무 냄새가 물씬 풍겨왔고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마도구들이 술병을 소중하게 껴안고 쭉 진열되어 있었다.

주류뿐만이 아니라 종류별로 포장된 치즈, 말린 과일, 올리브, 특별한 나무로 훈연한 육류 등 안주거리도 한 곳에 보기 좋게 놓여있어 눈이 절로 간다.

이 가게의 단골인 릴리네가 카운터에서 나오려는 종업원에게 빠르게 다가가 사정을 설명하자.

종업원은 사색이 되어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고 카운터에 붙어 긴장한 채로 석상이 되었고.

릴리네는 가슴에 손을 얹어 호흡을 고르고 솔선수범하여 나섰다.

세리아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순박하게 웃으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기에 슬쩍 다가가 말을 붙였다.

"영애님은 주류에 대해 흥미가 없으시다 들었는데. 선물을 받는 분은 어떨까요? 어떤 술을 마시는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상식적으로 잘 나가는 귀족에게 예산을 묻는 건 미친 짓이다.

생각 없이 물었다가 무시한다는 생각을 줄 수도 있기에 릴리네는 말을 고르는 데 있어 조심스러웠다.

세리아는 극도로 조심스러운 릴리네의 태도에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초면에다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고위 귀족을 대할 때는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

"그··! 취향은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음식도 술도 가리지 않는 것 같다고만··."

고위 귀족들은 호불호가 분명하고 대체로 깐깐한 편인데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한 릴리네였다.

최고로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저렴한 술과 땅콩이나 좋다고 까먹는 누군가가 연상되긴 하지만.

머리에서 빠르게 남자 하나를 지운 그녀는 옆에 있는 와인병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건 아이스 와인 중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종류로 라벨도 이쁘고 색도 영롱한 황금색이라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있답니다."

"죄송한데··· 아, 아이스 와인이 뭔가요?"

무지함에서 오는 수치. 얼굴을 붉힌 클로에가 묻자 옆에서 세리아가 동조했다.

"맞아! 그것부터 설명해 줘!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라고!"

릴리네는 당장 손에 들린 와인을 던지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혹시나 드리트나 가문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로 잡았다.

"···아이스 와인은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당도가 높고 과일향이 풍부한 디저트 와인이랍니다."

"클로에. 어때?"

"으으음··."

세리아가 묻자 클로에는 눈을 감고 머리끝을 만지며 침음성을 흘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감았던 눈을 뜨고 손을 어색하게 움직이며 설명을 추가했다.

"어·· 당도가 높은 것보다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강하고 거친··! 느낌의 술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하, 하지만 저한테는 부드럽고 친절한 분이에요!"

"엑··! 진짜 그런 거 아니지? 솔직히 말하면 내일 디저트 사줄 수 있는데~"

"지, 진짜 아니에요!"

세리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클로에에게 붙어 장난을 이어갔지만.

반대로 클로에의 횡설수설한 말을 들은 릴리네는 정신을 놓을 뻔했다.

'쉽지 않겠어··.'

입맛이 아니라 사람의 이미지로 술을 고른다는 경험은 릴리네도 처음이었다.

애초에 그녀는 이곳의 직원조차 아니기에!

이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은 가벼운 느낌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말실수를 할까 싶어 자신이 나섰지만 후회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럼··! 이쪽으로 가보실까요?"

··

··

언니도 강조한 부분이지만 클로에의 목표는 자신의 용돈을 벗어나지 않는 답례품이었다.

금전적 지원이 있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성의를 보이는 게 좋다는 언니의 충고는 자신도 확실히 맞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무리를 한다 해도 백금의 모험가인 오라버니를 실용적으로 만족시킬 물건을 구하는 건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

부족한 부분은 정성과 감사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채워보자는 생각이었다.

가게에서 나온 클로에는 릴리네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도움을 받았으니 식사를 대접하려 했는데··· 이렇게 도움만 받아서 죄송해요."

"예전부터 잡아둔 의뢰가 선약으로 있는지라 저야말로 정말 죄송합니다.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명망 높은 드리트나 가문의 영애님을 만나 영광이었습니다."

예를 주고받는 릴리네의 허리를 세리아가 탁! 치며 웃었다.

"걱정 마! 내가 언니 몫까지 먹고 갈게!"

"세리아. 영애님한테 절대 민폐 끼치면 안 된다? 알았지?"

어깨를 잡고 간절함을 담아 웃는 릴리네를 보며 세리아는 윙크를 하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그 태도에 걱정이 배로 깊어진 릴리네였지만 받아들이는 수 이외에는 없다.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 하니 괜찮겠지··.'

"우린 가자!"

세리아가 클로에의 팔에 매달려 끌어당기자 클로에는 허겁지겁 릴리네에게 인사를 남겼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릴리네가 있었다면 평범한 레스토랑으로 향했을지 모르지만.

세리아와 클로에는 메뉴를 말로 정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디저트 전문점으로 향했다.

시간은 흐르고.

클로에가 긴장과 기대를 마구잡이로 볶으며 기다리던 실전 수업의 당일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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