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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42화 (142/250)

Chapter 142 - 빙정 -4-

빙정이 주는 혹한의 추위를 겪어본 적이 있기에 에클레어는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정(晶)을 섭취하고 찾아오는 추위는 신묘하기 그지없는데.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얼어버릴 듯 체온이 내려가도 그것이 동상을 걸리게 한다거나, 저체온증이 찾아와 신체에 이상을 주는 일은 없다.

하여 참고 버티기만 하면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게 빙정. 섭취만 하면 특별한 방법 없이 어떻게든 되는 영약이지만.

복용을 하고 찾아오는 추위는 기실 지독하였기에 클로에가 겪을 거라 생각하면 에클레어는 발 벗고 나서야지 다른 수가 없었다.

'로만이 알려준 방법 외에는 확실히 떠오르는 게 없어···.'

떠오르는 방법이 있어도 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볼 수는 없다.

살을 닿는 게 같은 여성이고 동생이라 해도 알몸이 되어야 하는데 부끄럽지 않을 리가 있나.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클로에를 부탁할 수도 없고 자신 이외에 적임자가 없다.

그러니 부끄러워도 단순히 티를 내지 않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똑- 똑-

동생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에클레어는 솔선수범하여 대범하게 단추를 풀어나갔다.

"클로에. 준비를 위해 옷은 전부 벗어라 속옷도 예외 없이."

"으, 응?"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클로에의 반응이 당연했기에 에클레어는 설명을 덧붙였다.

"빙정은 복용이 끝날 때까지 강한 추위가 찾아오고 주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럼·· 옷을 껴입으면··?"

가능했으면 좋았겠지만 좋은 수는 아니기에 에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그렇게 했다가 옷이 축축하니 얼어버려 시린 추위를 느꼈었다.

빙정을 섭취하고 생기는 한기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몸 안에서 바깥으로 발산되는 기운이라 답이 한정적이었다.

"옷을 입고 있으면 안에서부터 서리가 한가득 쌓이면서 되려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하고. 온수에 몸을 담그는 방법도 물이 얼어버릴 정도라 통하지 않는다."

"히이이··!"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클로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에클레어는 웃었다.

"그리 걱정 마라. 내가 돕는다면 도움이 될 거다. 로··가 아니라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추위에서 일정한 체온유지가 가능한 자의 도움을 받는 게 최고로 좋은 방법이라 하더군."

"으으··아, 알겠어!"

입을 우물거리며 얼굴을 붉힌 클로에는 시선을 바닥에 두고 찔끔찔끔 움직여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사륵-

에클레어도 이어서 옷을 훌렁 벗으며 클로에를 힐끔 관찰했다.

커다란 사이즈 때문인지,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인지 무늬가 없는 순백색의 속옷.

자신도 최근에야 로만 때문에 속옷의 디자인을 신경 쓰기 시작했기에 이해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속옷은 편의성을 제외하면 관심이 가지 않았으니.

"흐으- 언니 앞이라도··· 부, 부끄럽네··."

마지막 한 장의 속옷만 남은 클로에는 새하얀 팬티를 내리기 위해 손가락을 걸고는 조금 망설이며 민망한 듯 웃었다.

"정 그렇다면 눈을 돌리고 있으마."

모범적으로 먼저 나신이 된 에클레어가 몸을 돌린 상태로 기다리자. 귀를 간지럽히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클로에가 저렇게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부끄러워하니 가문에서 함께 뛰놀던 옛날이 떠올랐다.

'어릴 때는 내가 씻겨주기도 했었지···.'

클로에와 자신은 사용인에게 도움 받는 걸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고.

에클레어가 이름을 알리기 전 드리트나 가문은 백작가문임에도 사업이나 영지관리에는 절망적으로 수완이 없어 궁핍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유복한 적은 없었기에 개인 시종까지 둔 기억은 없었다.

나이 차이가 있어 꼬마였던 클로에와 함께 욕조에 들어가 씻겨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처음에 당당한 척을 하며 속에 가지고 있던 부끄러움이 확실하게 녹아서 사라지는 기분이다.

사락-

천조각이 살결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클로에가 느껴졌다.

"··다 벗었어··요."

부끄러움을 목소리에 잔뜩 묻히며 경어를 사용해 오는 동생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신호를 받고 뒤를 돌아서 마주한 클로에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표정과 내면에 간직하고 있지만.

외적으로 느껴지는 성장은 동성이 봐도 혹할만한 매혹적인 여성이 되어있었다.

'···아름답군.'

여성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클로에의 몸을 본 에클레어의 순수한 감탄이었다.

상처나 흉 하나 없는 도자기 같이 매끈하고 뽀얀 피부.

풍만한 가슴과 황금비율이라 할만한 골반의 넓이는 허리를 더욱 잘록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클로에도 자신과 같은 형태로 가슴에서 젖꼭지가 노출되어 있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클로에의 젖가슴은 그게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연인에게 보이고 로만이 기뻐하기 전까지는 이 신체적 특징이 당당하지는 못할 단점이라 생각되었는데.

자신의 동생인 클로에를 보니 절대 그게 아니었다.

남들과 다르게 함몰된 부분이 여성미의 화룡점정이자 완성 같이 느껴졌다.

'로만에게는 나도 저렇게 보이는 건가··?'

그랬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

··

"여기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거라."

바닥에 푹신한 이불을 깔고 클로에가 그 위에 다리를 끌어모아 앉았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목함을 가지고 클로에에게 다가가니 앉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본 클로에가 무언가를 본 듯 눈을 크게 떴다.

"어··!"

"클로에. 왜 그러느냐?"

"언니 몸에 그거 상처야? 아니면 뭔가에 물렸어?"

클로에의 걱정 어린 눈길에 에클레어는 시선을 움직여 자신의 몸을 자세히 보았다.

"···!!!"

옆에 있는 거울을 보며 몸을 살짝 돌려보니 평소에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젖가슴의 아랫부분과 옆부분에 붉은 반점 같은 것들이 보였다.

보는 순간 떠오르는 게 있어 정신이 아찔해졌다.

'로, 로만! 이 변태가··!'

매번 자신의 가슴을 아기 마냥 물고 빨더니 기어코 이런 방식으로 사고를 치는구나.

자신의 회복력을 생각하면 키스마크 같은 건 바로 당일에 사라져야 할 텐데 로만이 남긴 자국은 이상할 정도로 오래 남았다.

"어, 이건···."

클로에의 순수한 걱정에 머리가 새하얗게 탈색되어 변명을 할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모기 같은 벌레에 물렸다고 하기에는 제국의 5기사 피부를 뚫어내는 대단한 벌레가 존재나 하나 모르겠고.

뱀이나 날붙이에 당한 상처라 하기에는 클로에의 걱정을 사기 십상이다.

애초에 모양도 그런 형상이 아니었다.

"그 상처 괜찮은 거야··?"

자신이 어쩌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으니 클로에의 눈에서 걱정이 더 진해졌다.

"물론··! 괜찮으니 걱정 마라. 며칠이 지나면 사라질 거다. 자 입을 벌리거라."

확답을 주지 않은 에클레어는 빙정을 집어 들었다.

"응··!"

클로에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입을 벌렸다.

"무리해서 삼킬 필요 없이 입에 머금고 있으면 알아서 녹을 거다."

앉아서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이는 클로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에클레어는 바로 뒤쪽으로 이동해 앉았다.

팔짱을 끼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클로에의 호흡에서 한기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흐으으···."

침실의 공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지고 서리가 주위에 끼기 시작했다.

방은 어지럽혀져도 상관없다.

에클레어는 덜덜 떨기 시작하는 클로에의 등에 가슴을 붙이고 꽉 껴안았다.

"괜찮다. 금방 지나갈 추위다."

"하으-·· 언니이··."

자신보다 신장과 체격이 큰 클로에를 보듬는 건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에클레어가 로만처럼 커다란 덩치를 가진 것도 아니기에 클로에를 몸으로 감싸는 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닿는 면적을 최대한 늘리는 게 좋을 텐데··.'

빙정이 뿜어내는 추위에 떨고 있는 클로에를 보고 있으니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은 다 버리고 효율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클로에. 일어나 보거라."

"으으··."

자리에 눕힐까 하다가 차갑게 굳은 이불을 보고 에클레어는 굳어버린 클로에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켰다.

"나를 인형이라 생각해라. 편하게 안겨서 최대한 피부가 닿는 면적을 늘리는 게 따뜻하고 덜 추울 거다."

"추워··."

지금의 클로에에게도 부끄러움 같은 감정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에클레어를 와락 안았다.

"옳지. 괜찮다."

다리부터 가슴까지 온몸을 비비며 최대한 밀착시키려 애쓰는 클로에의 등허리를 양손으로 쓸어주었다.

추위를 견디고자 하는 동생의 모습이 실로 안타까우면서도.

클로에가 자신에게 숨김없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 귀중한 시간이라 생각이 되었다.

연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자매 간의 포옹이나 손을 잡는 간단한 스킨십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게 느껴졌다.

이 안정감이 자신의 자매에게도 느껴지기를 바라며 매달려 오는 클로에를 추위가 갈 때까지 부드럽게 받아주었고.

에클레어의 모성애가 느껴지는 헌신 덕인지 클로에는 큰 이변 없이 빙정의 섭취를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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