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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37화 (137/250)

Chapter 137 - 두 번째 유랑자 -3-

"어으···씹!"

데가넬로는 현기증이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뭐야. 어디야?'

허공에 뚫린 공간을 넘어서 눈을 뜨니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공터에서 눈을 뜬 상황.

건물의 방이나 음침한 어딘가로 이동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자연적이고 밝은 환경에 당황했지만 금세 정신을 바로 잡고 자신을 지켜보는 인원을 확인했다.

남자가 둘.

자신과는 다른 스타일의 미남자 하나와 안경을 쓴 남자가 하나.

특징으로는··· 행색이 이상하다. 거기에 긴장하고 있는 표정까지.

복장은 비싼 원단을 사용한 제복 같은 현대적인 느낌도 나지만. 잘빠진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이 입고 있으니 불쾌한 코스프레를 한 꼬락서니 같기도 했다.

'공간 이동 초능력자는 분명 연합에만 있을 텐데··.'

범죄자인 자신을 꺼낼만한 조직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 곳 밖에 없지만. 저 남자들이 연합의 인간이라기에는 숨길 수 없는 풋내가 나는 게 의문스러웠다.

'별난 놈들이 모이는 곳이라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그런데 연합이 이런 숲에 있었나?'

현기증이 완전히 가시고 몸을 자리에서 일으키자 안경을 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지 말고 거기서 멈춰라!"

'도대체 무슨 언어···?'

지직-!

"큭··."

찰나의 두통과 함께 정신이 꼬이고 엉키는 느낌이 들더니 생전 처음 듣는 언어가 천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데가넬로는 처음 말해보는 어색한 발음을 우물거리다 둘에게 물었다.

"당신들 누구지? 연합에서 나온 게 아닌가?"

완벽하지는 않아도 의사는 전해졌을 터.

적개심을 지우지 않는 남자와 당혹감을 가진 미남자는 고개를 붙여 속닥거리다 떼어냈다.

안경을 낀 남성이 재차 질문을 이어왔다.

"연··합이라는 게 어딜 말하는 거지? 그쪽은 혹시 연방국의 일원인가?"

초능력자 중 연합을 모르는 인간은 없다. 정말 몰라도 문제고 모르는 척 하는 것도 문제.

핀트가 맞지 않는 대화에 데가넬로는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연방국? 연합을 모른다니. 이것들 이상해···.'

거기에 데가넬로는 눈앞에 남자들이 가진. 초능력자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힘을 느끼고 있었다.

초능력과는 묘하게 결이 다르면서.

자유로움이 없는 에너지의 순환은 마치 수학 공식과 같아 보인다.

처음 마주한 게 여성이라면 눈물부터 흘리며 불쌍한 척을 해보고 반응을 보겠지만 남자들 앞에서는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히어로처럼 위험하다는 느낌이 없는 것들이다.

'아무튼 연합이 아니라면···.'

일단 죽이고 봐도 되지 않을까? 애초에 연합이 아니라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치료소에서 구속복을 입고 연기하느라 2개월 동안 느끼지 못한 손맛.

여자가 아니라 아쉽지만 지금은 남자라도 만족할 만큼 참기가 힘들었기에.

당장 그 쾌락을 해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데가넬로의 자제심이 완전히 끊어졌다.

····

데가넬로가 가진 초능력의 뿌리는 은비학(隱秘學).

속칭 오컬트계라 분류되는 쪽에서 구전이 이어지다 힘을 얻어 개인이 영향을 받은 경우다.

빌런 연합과 세계의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는 오컬트계 초능력의 정점.

클리포트의 나무, 에메랄드 타블렛이나 아르스 마그나에 비하면 초라한 물건이나 다름없지만.

22년을 살며 소문의 유명인들을 만날 일은 없었기에 자신보다 강한 오컬트계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

[ 디북 박스 ]

데가넬로의 손에 작고 어두운 무언가가 나타났다.

형태는 오래된 장롱을 연상시키고 열어젖히면 거미줄이 쳐져있을 것 같은 음침함이 느껴진다.

숨기지 못하고 뿜어져 나오는 불길함을 느꼈는지 안경잡이는 손을 뻗어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멈춰! 질문이 끝나지 않았다!"

꾸구구국-!

초능력자인 자신도 처음 느껴보는 신비한 힘이 몸을 옥죄기 시작했지만.

치료소에서 착욕하고 있던 초능력자용 구속복과 비슷할 정도의 경도라 우스울 정도.

'남자새끼들이 지랄을 하네. 여자는 어디 없나~?'

묶인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며 박스를 열기 위해 팔을 움직이려 하니 지금 상태로는 확실히 불편하다.

팔다리에 족쇄가 묶인 듯 걸리적거리는 느낌.

"스으으읍- 흠!!"

데가넬로는 숨을 폐에 가득 모았다가 강하게 뱉는 동시에 몸을 움직여 보이지 않는 속박을 풀어냈다.

파앙!

"크아악··!"

신체를 속박하고 있던 무형의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시원한 감각과 동시에 안경잡이가 손을 부여잡고 비명을 흘렸다.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보니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타고난 병신이냐? 개그맨으로 가면 미래에 크게 성공하겠는데? 푸흡··!"

자유를 찾은 몸으로 데가넬로는 거리낌 없이 상자를 열었다.

끼기긱-

칙칙한 색의 목재로 만들어진 두 개의 문이 열리고.

푸화아악-!!!

솟구쳐 오르는 검은 연기를 본 그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하아아-"

엑소시스트들이 퇴마를 집행한 뒤에 악령을 가두어 둔다는 디북 박스. 다른 말로는 악령의 상자라 불리는 물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초능력이라는 게 그러하듯.

데가넬로는 이 초능력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유하고 있었고 이유를 불문하고 그냥 사용할 수 있었다.

디북 박스라는 이름으로 뇌에 새겨진 이 상자의 내부에는 진짜 악령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복종하고 힘을 빌려주는 음습한 존재들이 있다.

"오랜만이야. 얘들아."

질척함이 느껴지는 검은 연기가 데가넬로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

균열에서 나타난 앳된 남성은 검은 안개를 몸에 들였다.

뚜둑-! 뜨드득!

그리고는 팔과 목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더니 시간을 되감듯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저 섬뜩함은 도를 넘어서 둘의 피부에 닭살을 돋아나게 만들었다.

"로버트! 정보를 캐는 건 무리다! 어떻게든 처리해야 돼!"

한 손의 손가락이 여러 방향으로 뒤틀려 완전 박살이 난 아이작의 동공이 고통이 아닌 공포로 사정없이 떨려왔다.

이 자리에 있는 로버트와 아이작은 여실히 느끼고 있다.

잠시 후 저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 될 것이라고.

토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아, 알고 있어··!"

저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걸 로버트도 깨달았기에.

이가 위아래로 딱딱거리며 떨리는 걸 꽉 물어서 멈추고 아이작이 챙겨 준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 광명 ]

자신이 가진 공격 스킬을 발동시키고. 힘이 퍼지지 않게 일점으로 모은다.

지이잉ㅡ

로버트의 검에 빛이 모여들자 데가넬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기분 나쁜 힘이네. 내 친구들이 싫어하잖ㅡ."

빠악-!

일자로 날아간 빛이 이마를 강타하자 데가넬로의 목뼈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로버트가 가진 광명의 최대 장점은 어지간한 기사의 눈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

"한번 더! 로버트!"

아이작의 고함소리에 로버트는 마나를 재차 끌어올렸다.

"씨이··발!!"

로버트는 이 세상에 살아가며 제대로 된 실전을 겪은 적이 없다.

가문의 기사들이나 수업으로 대련을 한 경험은 있으나.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경험은 실제로 처음.

당장에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은 실전의 압박감에 검 끝이 떨려왔다.

[ 광명 ]

피잉-!!

두 번째 스킬로 겨냥한 곳은 데가넬로의 명치.

파각!

검 끝이 흔들려 급소를 노리지 못했지만 뼈가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적중한 광명은 데가넬로의 몸을 바닥에 뒹굴게 만들었다.

범인이라면 목숨을 잃을 공격을 성공했지만 로버트와 아이작의 얼굴에서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뚫리지가 않아··!'

마나를 최대로 담아내 전력으로 쏘아낸 로버트의 광명은 강철을 부수고 사람의 살갗과 근육, 뼈대정도는 우습게 뚫고 지나갈 힘이 있다.

그런 힘으로 경쾌한 타격음은 냈지만 그 자리에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로버트.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준비해. 내가··· 마무리하겠어."

공포가 물러나고 고통이 몰려온다.

아이작이 식은땀을 흘리며 엉망이 된 표정으로 남은 한 손을 들어 올려 진을 발동시키려 하니.

바닥에 누워있는 데가넬로의 손가락에서 반투명한 투사체가 날아와 아이작을 뚫고 지나갔다.

픽-

"끄헉!"

안경이 부서지면서 한쪽 눈을 부여잡은 아이작이 쓰러졌다.

무릎을 꿇고 쓰러진 아이작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잡고 낑낑거리며 비명을 흘렸다.

뜨득- 우둑-

광명에 맞고 꺾여있던 목이 되돌아오며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난 남자는 로버트와 아이작에게 절망 그 자체.

"우와~ 너 더럽게 빠르네? 오랜만에 통증이 느껴져서 좀 놀랐어."

데가넬로는 이제 아이작에게는 관심 없다는 양 로버트를 보고 신기하다는 얼굴을 했다.

*****

데가넬로의 관심 밖으로 난 아이작은 눈 한쪽을 잃고 복부와 머리통을 강타당해 정신을 잃었다.

남은 손으로 실드를 필사적으로 전개하지 않았다면 내장과 머리가 터져 이미 하늘로 향했을 것이다.

정신을 잃고 거품까지 문 아이작은 이미 흥미가 떨어졌다.

통증을 느낀 적이 손가락에 꼽는 데가넬로에게.

광명이 가진 상성을 통해 고통이라는 감각을 선사한 로버트는 극진한 관심을 받았다.

"아까 그 빛은 제법 강했는데··· 몸은 왜 이렇게 약하지?"

디북 박스를 통해 코스믹 호러에 비견되는 환각 체험을 시켜주고. 반항하지 못하도록 오른팔을 날린 뒤 초능력으로 내장을 좀 휘저어줬다.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로버트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아이작보다 빠르게 정신을 잃었다.

적어도 수십 번을 넘어가는 살인으로 익힌 컨트롤을 통해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죽음의 경계까지 로버트를 밀어 넣은 데가넬로는 로버트의 머리를 밟고 웃었다.

"검을 들고도 약해빠졌지만 능력 하나는 강하고 독특해서 재미는 있었어. 여자였으면 더 좋았을··· 쩝. 안 들리려나?"

데가넬로는 눈이 뒤집혀 쓰러진 둘을 어찌할까 고민했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 인간을 이리저리 가지고 놀고 잘라봐야 그건 자신에게 요리를 준비하며 재료를 써는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목만 자르자.'

마무리로 목을 날리는 건 자신의 강박이자 취향이었다.

깔끔한 기승전결을 위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린 데가넬로는 자신의 몸 상태를 그제야 상기해 냈다.

"아!"

자르기 전에 혹시 모르니 옷도 바꿔 입기 위해 최대한 깔끔하게 벗겨내야 한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상의탈의를 한 상태로 돌아다니면 시선이 몰리게 될 것이다.

'숨어서 며칠 낌새를 볼까.'

도저히 이것들은 어디 소속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짐작이 가지도 않고 핸드폰도 없다.

주위에 도시나 주택을 찾아서 조용하게 정리를 한 다음 뉴스나 컴퓨터를 보면 윤곽이 잡힐 것이다.

'어린 여자가 있는 집이면 좋겠는데~'

또 지겨운 치료소에 들어가기는 싫고··· 잡히면 또 울면서 헛소리 한번 지껄이면 되겠지.

스륵- 슥-

데가넬로는 이 둘의 목을 자르기 전에 이 둘이 입고 있는 제복 같은 것들을 차분히 벗겨내고 있었다.

'남자 옷을 벗기다니··· 우웩-.'

정말 다시는 하기 싫은 경험이다.

짝-짝-짝-

"우리 친구가 아주 큰 일을 해줬어."

"···!"

뒤에서 박수를 치며 다가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옷을 벗기고 있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목소리 하나에 데가넬로의 몸에 깃들어있는 존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뛰는 바람에 소리를 듣는 동시에 거리를 벌리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연합의 인간인가?'

꿀꺽-

자신의 친구들이 겁을 먹었다는 게 느껴지는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데가넬로는 고개를 돌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