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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24화 (124/250)

Chapter 124 - 오빠는 이미 훌륭한 오라버니

리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토대는 내가 전생부터 알고 있는 아카라이트 세계관의 설정이자.

하룬 제국에 먼 옛날부터 뿌리깊이 박혀있는 남존여비와 귀족사회가 합쳐진 기이한 문제점들이다.

다른 세상의 가치관을 간직한 내가 보기에는 괴기스러운 사항들이라도.

그렇게 지내온 제국의 역사가 길다 보니 그 문제들은 제국민들에게 있어 딱히 문제라 여겨지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기사 가문의 자식들은 자연스럽게 기사를 목표로 하게 되면서 검법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수업을 받지만 그 수업을 받는 게 여자라면 '순결'과 '금욕'도 포함이야."

"교단에 들어갈 것도 아닌데 금욕···? 기사들도 출정이 끝나서 돌아오면 술 퍼마시고 여자들 불러서 놀던데?"

"응. 남자 기사들은 어느 정도까지 괜찮지만 여기사는 그렇게 하면 큰일 나."

극명한 대우차이- 그렇기에 납득했다.

남자 기사와 여자 기사가 같은 무훈을 세워도 이 제국 사회에서 받는 대우가 다르다는 걸 모험가인 나도 알고 있다.

기사 가문의 여식 중에서 에클레어의 나이에 기사로 대성하는 경우는 드문 정도를 넘어 유일무이. 그렇기에 더 대단하다고 칭송을 받는 것이다.

소문으로 제국의 여기사들 사이에서는 신앙의 대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들었고.

"제국이 그렇긴 하지."

"그래도 황실이나 제국의 중심 기관에 속해 품위 유지가 필요한 기사들은 남자라도 대놓고 문란하게 즐기면 안 된다 - 그렇게 구두로 전하는 규율이 있을 거야."

"확실히·· 사귀기 전에도 에클레어를 보고 있으면 말만 기사라는 그것들이랑 다르게 품위라는 말이 떠오르긴 했지."

쉽게 쉽게 납득하는 나를 보며 웃은 리케는 간단한 퀴즈를 출제했다.

"기사 가문에서 어린 여식들한테 성교육을 할 때 금욕이니 하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혼전순결을 유지하게 만드는 이유를 오빠는 알겠어?"

순결을 잃는다고 마나를 잃는 것도 아니고 제국에 유니콘 사냥을 업으로 삼는 가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뻔했다.

"혼인을 위해서?"

"맞아! 역시 우리 오빠는 똑똑해~"

이번에는 내 입에 빵을 넣어주며 긍정을 표한 리케는 정답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최근 길들여지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행동이 늘어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힐링받는 느낌이라 오히려 좋아.

"오빠가 에클레어 언니한테 혼자 자위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언니가 해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

"그랬지."

"언니는 부끄러워서 없다고 한 게 아니라 진짜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게 가능한가? 내가 여자의 삶을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능이라는 게 존재하면 교육을 하지 않아도 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될 텐데?"

자기위로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되려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거나 확실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할지도 모르고.

"어릴 때 성교육을 받으면 계속 겁을 줬거든. 성욕은 악마가 내리는 시련이라느니·· 성욕에 이끌려 혼자서 해결하는 행위에 빠지게 되면 영혼이 타락해서 강인한 기사가 될 수 없다거나. 문란한 생활을 하면 가문과 본인의 미래가 힘들어진다는 현실적인 말도 포함해서."

실제 언데드가 존재하고 유령이나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이니만큼 순수한 어린아이들에게 겁을 주는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내 머리로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유니콘의 피를 먹고 확실하게 분류가 되기 시작했는데.

이 세상에서 말하는 여성의 순결은 타인과 잠자리를 가진 경우를 말하며 자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이 남근이 아니라 다른 물건을 삽입해도 순결하다고 치며 결국 제국에서 말하는 순결은 개념적으로 이성을 품었는지.

그것이 요점이 되는 것이다.

"순결은 파과의 흔적이 없어도 마법적인 처리로 알 수 있는데 금욕을 시키는데 그렇게 목맬 이유가 있나?"

유니콘의 피를 마신 내가 말하기도 참 기묘한 상황이지만 귀족가의 여식들이 아무 남자나 잡고 문란하게 즐기는 것도 아니고 겁을 줘서 성욕의 해소를 금지시키다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첫 경험에 삽입으로 피가 나는 경우가 있고 나오지 않는 경우 둘 다 존재하며 여성에 따라 모두 제각각인데.

누가 그딴 방식으로 교육을 시작하고 전도했는지 판타지 세상답게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건 그런데~ 결국 관계 중에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으니 그런 것 아닐까?"

아무리 리케라도 남자의 관점은 이해하기 힘든지 의문형으로 답을 냈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사는 게 다 피곤하고 팍팍하다."

나도 이쪽 세상의 부모에게 물물교환 당해 다른 부모에게 먹힐 뻔했으니 전생에 비하면 하드코어 한 세상이 맞다.

이곳보다 과학이 발전한 세상을 살았던 시점으로 보면.

악의와 무지를 품고 뒤틀린 교육이 당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귀족도 평민보다야 좋겠지만 내 성격상 귀족으로 태어났어도 탈주를 강행했을지도 모르겠다.

"클로에도 이야기해 보면 비슷하고 나도··· 방에 틀어박히기 전까지 가문에서 교육을 받은 건 크게 다르지 않았어."

웃고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났는지 눈썹이 작게 요동치는 리케를 본 나는 다리를 탁탁 치며 가리켰다.

"여기 앉을래?"

이제는 익숙한 신호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다가와 내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으쌰-! 클로에나 나처럼 기사 가문에서 태어난 여자는 대부분 두 번째 길을 같이 준비해."

"다른 가문과의 혼사말이지?"

"아무래도 남자들과는 달리 혼인을 생각하면 여자는 기사라도 기본적인 신부수업은 받아두는 게 제국의 기본적인 풍조니까."

"그렇다고 하더라."

"제국에서 이름난 여기사라 해봐야 남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잖아. 애초에 여자는 기사로 성공할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처음부터 다른 용도로 사용할 길을 마련해 두는 거야."

"음··."

관심이 없는 분야라도 수도에서 살다 보면 귀동냥으로 들리는 지식들이 있는데 거기에 포함되어 있던 이야기였다.

이제부터가 본론인지 리케는 허벅지에 올라가 있던 엉덩이를 더 위로 옮겨 내게 몸을 더 밀착시켰다.

"오빠는 신기할 정도로 귀족사회에 관심이 없어서 서론이 길었지만 본론인 클로에의 이야기를 하자면. 클로에도 원래는 신부수업을 받으면서 검을 잡아야 했지만···? 본인 말로는 가문에서 신부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어."

"에클레어 때문에?"

"아무래도 언니의 영향력이 그저 그랬던 가문을 하늘까지 올려버렸으니. 클로에한테 기사로서든 혼사든 딱 하나만 정해서 몰두해라고 했다나?"

"이해했어. 드리트나 가문에서 대놓고 클로에한테 기대가 많았다는 거지?"

답답이와 소심이 자매의 설정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세세한 살점이 더 붙어있는 내용들에 나는 집중력을 더 높여 귀를 기울였다.

"응응! 그때 클로에 본인은 기사를 택했는데 아직 이렇다 할 무언가가 없으니 혼담 이야기가 은근하게 나오나 봐."

"이렇다 할 무언가?"

클로에에게 '아직'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에 내가 설정에서 잊은 게 있나 생각하고 있으니 리케가 즉시 해답을 붙였다.

"에클레어 언니는 아카데미에 오기 전부터 무훈을 세우고 조기 졸업까지 했으니 동생인 클로에도 무언가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는 거겠지. 안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혼사를 진행하려는 거고."

"다들 성질도 급하네. 클로에는 이제 아카데미 생도 1학년인데."

에클레어와 뒷골목에서 우연찮게 마주쳐 회담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자신이 가문에 권력과 재물이라는 독을 쏟아 넣으면서 가문이 병들고 망가졌다고.

이제 1학년인 클로에에게 대단한 기대를 품고 있는 드리트나 가문의 일원들을 보면 그때 했던 말이 어떤 뜻인지 바깥에 있는 나에게까지 와닿는다.

"혼담은 본인도 싫다고 말했고 언니도 적극적으로 막고 있으니 억지로 성사될 일은 없다고 생각해."

"흐음- 혼담을 막아도 이야기를 꺼내서 눈치를 줬으니 클로에는 부담을 지울 수가 없을 거고··· 그걸 알고 있는 에클레어는 부담을 가질 클로에가 마음에 걸려서 스트레스겠네."

"그렇지. 오빠는 역시 이해하는 게 빠르고 섬세하네··· 클로에의 오라버니다워."

오라버니를 언급하며 쿡쿡 웃은 리케는 내 가슴팍에 손가락을 올리고 빙글빙글 돌렸다.

"클로에를 동생이라 생각하면 귀엽지 않아? 걱정은 좀 되지만."

"음~ 만약 내 동생이었으면 오빠 말대로 보살펴주고는 싶을 거야. 그래도 클로에가 할 때는 하는 아이라서 큰 걱정은 안 할 것 같은데?"

내성적이지만 정말로 과감하게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스위치가 들어가 확실히 하는 스타일.

야외 수업을 했을 때가 생각나 수긍할 수 있었다.

"할 때는 한다·· 그렇지."

"그래도 이 세상은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게 너무나 많아서- 본인의 심지가 단단하고 다재다능 한 언니가 있어도 '오라버니'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야."

언급한 말머리는 리케 본인의 과거를 비추는 말이기도 하다.

"나나 에클레어가 나설 일이 없는 게 일상이 평화로운 최고의 상황이지만···."

굳이 언급해서 좋을 것 없는 뒷 말을 삼키려 하자 리케가 거듭 확인하듯 물었다.

"만약 필요하면?"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보라색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리케는 지금 질투를 한다거나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어딘가 흥미진진해 보이는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거짓말은 할 필요가 없고 클로에한테도 말해둔 사실이 있기에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도와줘야지. 클로에한테 일이 생기면 에클레어가 얼마나 슬퍼하겠어."

"오빠는 이미 훌륭한 '오라버니'네. 나도 소중한 친구에게 일이 생기면 슬플 것 같으니 부탁할게."

그 말과 함께 눈웃음을 지으며 내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는 리케의 얇은 허리를 감싸 안았다.

*****

'···어, 어쩌지!'

클로에는 눈은 감고 있었지만 잠에는 들지 못하고 혼잡해진 정신을 간직한 채 밤을 지새웠다.

바깥에서 사용인들이 출근하는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나 일단은 세면을 끝내고 아카데미 정복을 입었다.

평소라면 아침을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환복하고 움직이는 게 일상이지만··· 오늘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르다.

'언니는 오후에 잠시 출근한다 했지?'

업무와 더불어··· 여러모로 피곤한 언니가 오후까지 잠들어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일생동안 보아온 언니는 자신과 다르게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끼이익-

드물게? 혹은 처음으로 이른 아침에 아카데미에 갈 준비를 마친 클로에는 조심히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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