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2 - 너도 나도 잠 못 드는 밤
여기고 저기고 납득이 되는 게 없고 이상하지 않는 게 없다.
필시 지금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대상에 따라서는 작은 해프닝이어야 했고 먼 미래에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법한 크기의 사건으로 지나가야 했다.
사랑하는 연인과 성관계를 가지는 게 당연히 범죄는 아니지만! 타인의 앞이나 서재에서 떳떳하게 할 만한 행위 또한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니 이것만은 서재 밖의 내성적인 소녀도 알아줘야 한다.
문틈 사이로 노출된 정사의 현장이 에클레어와 내가 의도한 경우가 절대 아니라는 걸.
이 막장 떡타지 같은 트러블이 언젠가는 클로에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었던 사건이라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시간'이라는 만능에 가까운 약품을 투여하면 아무리 내성적인 성격의 클로에라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연인 간의 당연한 일이라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다.
드리트나 자매의 성향을 활자로라도 자세히 알고 있으니 단순한 메커니즘을 타고 유력하게 예상된 결과가 눈앞에 그려졌고.
되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 찰나에 여기까지 합리화를 마친 내 돌머리를 칭찬하기까지!
헌데 인간의 감정이라는 건 당연하게도 '단순'과 '절대'라는 단어를 품고 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예상 밖의 일.
인생이라는 게 한 치 앞도 모르고 예견할 수 없다고는 해도 클로에의 성격과 설정을 알고 있는 내게 이보다 이상한 일은 없었다.
'···미치겠네. 왜 안 가지?'
클로에의 성격상 정사의 장면을 마주하자마자 깜짝 놀라서 도망갈 거라 예상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서재의 문틈 사이에 고정된 푸른 눈동자는 떠날 줄을 몰랐다. 놀라서 발이 굳어버린 걸까?
내 쪽에서 눈치를 줄 겸 차음을 확 풀어버릴까 싶다가도.
소심이와 답답이라는 환장의 콜라보를 이루는 자매 사이를 생각하면··· 지금 꼴이 말이 아닌 에클레어 쪽은 일단 모르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중···집중하자.'
또 밖으로 의식이 나갈 뻔한 걸 부여잡고 시선을 에클레어에게 못 박았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한 분야에서 프로라 불리는 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
에클레어가 속에 꽁꽁 숨기고 있던 말을 취기를 빌려서 겨우 꺼냈지 않나. 자신을 마음대로 사용해 달라 했으니 나는 그에 최선을 다해 응한다.
"정신 제대로 잡아. 내가 만족하기 전까지 안 놔줄 거니까."
"···으음."
단답으로 침묵을 지키지만 긴장과 기대감을 담은 그녀의 얼굴이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기승위를 즐기느라 아직 연결되어 있는 질척한 국부를 유지한 채 몸을 일으켰다.
"읏··!"
내게는 한 없이 가벼운 에클레어를 번쩍 들어서 체위로는 입위의 일종이라 하는 속칭 '들박'을 장전.
체위 중에서도 서로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고난도에 속해도 에클레어와 나에게 그런 장애물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에클레어는 팔로 내 목을 감아 매달리고 무릎에 자연스럽게 체중을 실었다.
시작도 전에 해보지도 않은 체위의 요점을 이해하고 완벽한 준비를 하는 그녀의 이해력과 재능에 감탄하며 나는 팔을 안으로 감았다.
손으로 그녀의 오금과 엉덩이, 허리를 받치고 순수한 근력과 지구력만으로 그녀를 '사용'한다.
여성에게 일절 자비와 존중이 없는. 내가 좋을 대로 성욕을 풀기 위한 피스톤 운동.
쩍! 쩍! 팡! 팡! 쯔걱!
"오옥··! 흣! 로, 로만! 잠시··이거 위험··! 흐익!"
보이지는 않지만 발등에 액체가 흩뿌려지며 젖어드는 게 느껴진다. 잠시 멈춰달라는 간곡한 말과 달리 에클레어의 표정은 헤실거리는 게 어지간히 기뻐 보인다.
리케는 살려달라고 애절하게 빌어오면서 야릇한 제스처를 섞어 나를 자극하고 보지를 조이지만 에클레어는 확실히 스타일이 달랐다.
닮은듯하면서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리케와 에클레어 둘 다 완벽한 내 스타일이자 취향.
'리케처럼 실신할 때까지 해주면 되려나?'
에클레어를 서운하게 했다는 죄를 확실하게 속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그녀의 몸을 사용하여 내 성욕을 해소한다.
어설프게 클로에에게 신경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차음을 확실히 하고 최대한 그녀에게 집중했다.
"오옥··! 또, 또 가··간다! 이제··이제 그만··! 로마아안!! 하아앙!!"
몇 번이고 질을 강하게 조이며 절정을 표현해도 휴식을 주지 않고 내가 사정할 때까지 그녀를 들고 자지를 박아 넣었다.
그녀가 절정 하는 타이밍에는 일부러 맞춰주지 않았다.
방금 재차 절정을 끝낸 그녀를 꽉 안아 누르며 최대한 깊은 곳에 정액을 왈칵 쏟아 넣었다.
"으긋·· 로만-!"
"이제 겨우 한 번이야. 정신 잡아."
첫 정사부터 이어진 스팽킹으로 아직도 붉게 달아올라 따끈따끈한 엉덩이를 주무르자 그녀가 내 어깨에 고개를 올려 귀에 대고 늘어진 신음을 흘린다.
"흐으으··."
엉덩이를 잡고 보지를 벌리자 지금까지 몇 번이고 질내에 사정해 온 정액들이 역류하며 바닥에 툭- 투둑- 덩어리 져 떨어진다.
'휴- 드디어 가네.'
쏟아지는 정액을 보고 정신을 차린 건지 이제야 밖에서 굳어있던 클로에가 서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차음으로 소리는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겠지만.
남자에게 속박당하듯이 들려서 들박을 당하고 자궁에 말도 안 되는 양의 정액을 사정당해 바닥에 정액과 애액을 질질 흘릴 정도로 당하는 언니를 본 느낌은···.
클로에의 내성적인 성격이 걱정되면서도- 에클레어를 들박하는 걸 클로에가 보고 있다고 의식하고 있으니 더 꼴려버린 내가 정녕 짐승이자 미친 새끼였다.
'내가 이쪽 성벽은 아닌데··뭐지? 돌겠네 진짜.'
남한테 내 여자를 보이며 즐기는 성벽은 절대 없다. 누군가 내 여자의 알몸을 본다면 그 불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도 없지.
클로에라면 에클레어의 친동생이니 몸을 봐도 된다는 허용감에서 오는 감각일까.
지금만은 나도 나를 모르겠다.
*****
"···!"
처음 문틈 사이로 시선을 집어넣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낼뻔했다.
품에 안고 있는 소설책들을 강하게 껴안아 목구멍을 타고 넘어올뻔한 비명을 겨우 넘겼다.
로맨스 소설로 다져진 뇌내망상을 가볍게 부수고 넘어버리는 원초적인 욕구가 부딪히는 현장.
둘이 보여주는 장면은 '야하다'는 단어를 가뿐히 초월한 무언가였다.
'어, 언니?!'
계속 봐서는 안된다. 당장에 자리를 도망치듯이 떠야 한다.
눈에 담기는 이 상황은 혈육이라도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는 걸 클로에의 머리에서는 문제없이 이해했지만.
처음으로 눈앞에 마주한 생생하고 야성적인 정사의 현장은 하반신의 가려움을 극대화시키고 심장이 터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박동하며 다리까지 굳게 만들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침묵 속에서 지켜본 언니의 얼굴은 이때까지 본 적이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보는 따뜻한 시선의 종류가 아니었으며. 다른 귀족들 앞에서 보여주는 5기사의 절대적인 위엄이나 압박감을 간직하고 있지도 않았다.
단순히 오라버니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는··· 애절함을 담은 붉은 눈동자.
목소리가 울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벌어진 입술로 달뜬 숨을 내뱉고 울대를 움직여 신음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는 걸.
오라버니는 근육질의 팔뚝으로 언니를 번쩍 들어서는 쉬지도 않고 강인한 남성성을 과시하듯 정사를 이어갔고.
한참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품에 언니를 강하게 안았다.
근육들의 선과 결이 진해지고 도드라지며 오라버니의 전신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언니는 그 상태로 부르르 떨다가 몸을 굳힌다.
우악스러운 커다란 손이 언니의 붉게 부어오른 엉덩이를 주무르자 새하얀 액체가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저, 저게 남자의··?'
이론만으로 이름과 색깔만 알고 있는 액체.
그것이 언니의 다리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동시에 정신이 들었다.
남성이 하얀 액체를 배출하면 정사가 끝났다는 신호라는 건 클로에도 가문에서 교육을 받아 알고 있다.
이제 신경이 서로가 아니라 외부로 향하기 전에 자신이 여기서 조심히 빠져나가야만 한다는 걸···.
오라버니가 펼쳐둔 차음막이 존재하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굳었던 발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돌리지는 못하고 설설 발을 끌어 뒷걸음질 쳤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도달해서야 겨우 정면을 보고 걷는다.
저택이 넓어도 이렇게 넓었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 평소보다 수십 배는 멀게 느껴졌다.
언니가 잠에서 깰까 도둑고양이처럼 서재로 향할 때보다 조심성이 극대화된 발걸음.
딸깍!
방으로 돌아온 클로에는 문을 닫는 순간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헤엑···헤엑···."
혹시나 하는 긴장감에 호흡까지 줄곧 참고 있었기에 머리에 살짝 현기증까지 돌았다.
성인 소설의 삽화는 이제 어찌 되든 좋았다. 책상에 대충 소설책을 올려두고 침대에 몸을 던져 이불 안으로 파고든 클로에의 머리는 고양이의 장난으로 엉킨 실타래보다 복잡했다.
당장 아카데미에 가면 오라버니의 실전 수업이 있는 날인데 어찌한단 말인가.
스륵-
꾸물꾸물 거리며 침대를 헤엄치던 클로에는 자신이 입고 있는 속옷의 질감이 어딘가 불편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흐잉··."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을 내려 손가락으로 촉촉해진 하얀 속옷을 손가락으로 살짝 스치자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묻어 나왔다.
처음 맛보는 간지러움과 쾌감에 몸을 떨면서 중독적인 감각에 손을 다시 아래로 내릴 뻔하던 클로에는 정신을 차리고 손을 멈췄다.
'아, 안돼!'
어린 시절 성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도, 어머니에게도 경고를 받았었다.
절제를 알아야 하는 기사. 특히 여기사는 금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혼인을 하여 순결을 잃기 전까지 성욕에 휩쓸려 음부에 손을 대지 말라고.
이 이상을 하기에 클로에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덜컥 겁이 났기에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
당연히 잠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