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1 - 현실은 언제나 상상이상
끼이이-
소심하게 열린 방문 사이로 잿빛머리칼과 푸른 눈망울을 슬쩍 내밀어 본다.
'아무도 없지··?'
겉옷을 걸치고 방문을 나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혹시 누군가 있지는 않은가 확인한다.
복도 중간중간 불이 켜져 있는 저택의 침묵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사용인들은 야밤에 대부분 퇴근하고 한 명에서 두 명이 돌아가며 일층에 머무르기에 벨을 울리거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상 그녀들이 자신의 기척을 읽기는 힘들다.
애초에 모두 언니가 직접 면접을 보고 선별한 마나가 없는 일반인들이기 때문.
사락-
그럼에도 발걸음은 최대한 조용히- 혹여 침실에 있는 언니가 깨서는 안 되기에 집중력을 끌어올려 조심조심 움직인다.
오라버니가 실전 수업에서 알려준 기술. 기습을 위해 소리를 최대한 죽이는 발걸음을 응용하며.
배우기는 했지만 일평생 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역시 언니의 말대로 무엇이든 배워두면 다 사용할 곳이 있었다.
사박- 사박-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소음을 최소로 줄이는 보폭을 착실히 밟으며 서재로 향했다.
나쁜 짓을 하거나 하려는 건 아닌데 어째 자신이 걷는 모습이나 조심하는 행색이 한 명의 도둑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다 큰 귀족가의 여식이 야밤에 이게 무슨 짓인지··· 자신의 꼴이 우습기 그지없다.
기품과 교양이 넘치는 리케나 언제나 활기차고 당당한 세리아라면 소심한 자신과 다르게 이런 어이없는 일을 겪거나 행하지 않겠지.
'빨리 가져다 놓고 자야지··.'
성인 소설의 야한 삽화 때문에 잠을 못 잔다? 그것도 장래에 기사를 꿈꾼다는 명문 드리트나의 여식이?
누구한테도 들켜서는 안 되는 자신만의 흑역사가 오늘 또 갱신되어 지워지지 않는 진한 잉크로 한 줄 추가되었다.
탁.
"휴우-"
누구에게 들키지 않은 채 서재 앞까지 도착하는데 성공!
작은 한숨을 내뱉고 서재의 문을 살짝 당겨서 연 클로에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걸음을 멈췄다.
"응··?"
*****
'이번에 싸면 몇 번째 사정이더라?'
처음에 후배위로 한번.
이제 목구멍으로 정액을 받아내는 요령을 터득한 에클레어가 호기롭게 입으로 시작하기에 한 번.
중간에 내가 뒤처리를 하느라 잠깐 눈 돌린 사이 남아있는 와인을 원샷에 비운 그녀는 나를 눕히고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와인 한 병을 깔끔하게 비운 에클레어에게 변화가 생겼다.
검법이 아니라 술주정의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건지 혀가 꼬이던 게 사라지고 말을 또박또박하기 시작하더니 행동이 한 단계 더 적극적이고 음란하게 변했다.
'돌아갔던 혀가 한번 더 돌아서 멀쩡하게 돌아왔나··?'
그런 이론이라면 정신은 왜 안 돌아올까.
과거 선술집에 살다시피 한 나도 이런 계단식으로 진화하는 주정을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로마안··! 아앙!!"
붉은색 카펫 위에 누워있는 내 위에 올라타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에클레어를 눈에 담고 풍만한 가슴을 잡고 주무르다 보니 또다시 사정감이 차오른다.
재능부터 남다른 기사단장님답게 몸을 사용하는 쪽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배우는 속도가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큼 뛰어났다.
항시 수동적인 태도의 에클레어가 기승위를 한 기억은 정말 적은데 취기로 강제 스위치가 들어간 그녀의 허리놀림은 그야말로 '쥐어짠다'는 말을 연상시켰다.
찌걱! 찌걱! 쩍! 찌걱!
"하읏! 좋아앙!! 이거억··!"
새하얀 허벅지와 엉덩이가 들썩이며 커다란 자지를 뿌리까지 먹어치우고.
자궁에 가득 차 역류하여 흘러나온 정액이 애액과 섞여 추잡한 소리를 내며 서로의 피부가 비벼지고 맞부딪힌다.
내 귀에는 지금 같이 점성 가득한 찰진 소리가 어떤 명장의 음악보다 좋더라.
젖가슴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그녀는 내 복근에 손을 올리고 자지를 뿌리까지 삼킨 채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정액을 끌어올렸다.
찌그윽- 쯔그극-
"으응··! 참지 말고··흐윽! 남자답게 내거라·· 또··! 갈 것 같단 말이다··!"
동시에 가고 싶다는 말을 돌려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내 페이스대로 돌리고 움직이니 천장까지 아슬아슬 닿아있던 사정감이 금세 선을 넘었다.
"키티. 받고 싶으면 더 조여야지?"
짜악-!
"흐응··!"
단호한 어투와 함께 엉덩이를 때려주고 내 위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여기사님의 손을 잡아 끌어당긴다.
그녀를 당겨 품에 꽉 안고 허리를 들어 자지를 최대한 밀착시킨 뒤 남자의 본능에 따라 참지 않고 그대로 자궁에 정액을 쏟아낸다.
뷰퓻-! 부르르륵- 뷰륵-
"히잇··! 도대체··얼마나··으긋!"
뿜어져 나오는 정액의 기세는 처음보다 덜 해도 양은 결코 적지 않다.
아까와 같이 재차 자궁에 가득 들어차는 정액에 에클레어가 고개를 숙이더니 이를 꽉 물고 정신을 붙잡는다.
"후우··기분 죽이네."
긴 시간 사정하는 쾌락은 정말 말로 하지 못할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제국민으로 환생하고 살면서 잠자리에서 여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정감을 참고 시간을 끌고 체위를 바꾼다던가 그런 수를 쓸 필요도 없었고 쓴 적도 없다.
여러 가지 영약과 경지를 넘은 몸상태는 정상을 아득히 벗어난 정력을 가지게 했고.
사정을 하고도 여자가 만족하지 못했으면? 즉시 2차전 속행이 가능한 양물의 소유자.
내가 봐도 내 정력은 선을 넘은 미친놈이나 다름없다.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정신이 나간 정력에서 오는 장점과 단점들이 각각 너무 뚜렷해서 한쪽으로 판단하긴 힘들지만 지금처럼 시간이 여유로울 때는 장점이 도드라진다.
"히으- 뱃속이 따뜻해서··좋구나··후후··."
질내사정을 받고 행복하다는 얼굴로 아랫배를 문지르는 그녀를 보니 또 자지가 팽창한다.
기승위로 수차례 사정하면서 서재의 카펫과 바닥은 엉망이 되었고 뒷일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분위기는 뜨겁다.
휴식을 하며 애정표현을 입으로 속삭이고 표현한 뒤 재차 시작된 에클레어의 기승위를 즐기고 있는 와중.
내 신경줄에 이질적인 한 존재가 걸려들었다.
'어··이거?'
보통 나나 에클레어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감각의 예민함은 일반인과 비교를 할 수 없고 특히 살기나 색적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나로 차음을 한다는 행위는 자신의 감각을 영역 안에 가두고 머물도록 한정시키는 행위.
그 대단하다는 로메리우스의 영약을 먹은 나라도 지금 같은 어처구니없는 위기상황을 마주하기에 충분한 여건이라는 것이다.
'이거 설마 클로에인가··?!'
평상시에는 집중만 하면 이 저택 1층에 있어도 감지할만한 기척이 나도 모르는 사이 같은 층까지 당도해 있었다.
에클레어는 만취 상태에 내가 만든 마나의 영역 안. 거기다 쾌락에 허덕이며 신경을 밖으로는 일절 기울이고 있지 않으니 이건 곤란한 상황이 확실하다.
"키티··! 잠시만!"
내가 상반신을 일으켜 그녀의 방아질을 중단시키려 하자 에클레어는 눈을 빛내며 내 어깨를 꽉 잡아 눌렀다.
쿵!
달빛을 받은 붉은 눈동자에 서큐버스를 연상케 하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 입을 손으로 막은 그녀는 허리를 계속해서 움직였다.
"조용··하읏··! 이 좋은 타이밍에 또 소용돌이 같은 언변으로·· 으응! 이 몸의 꼭대기에 설 생각인가? 후후···아앙!!"
"잠시··읍!"
재차 말을 꺼내려는 내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고 혀를 들이밀어 와인의 떫은맛이 미약하게 남아있는 타액과 혀를 움직여 내 입을 원천봉쇄한다.
혀를 엮으면서도 신경을 온전하게 에클레어에게 쏟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머리에 어떻게든 시동을 걸어 회전시킨다.
'어쩌지? 어쩌지!'
마나로 차음을 넘어 시선을 흩트리는 벽을 만드는 건 마나를 느낄 수 있는 클로에에게는 봐달라는 신호나 다름없어진다.
그렇다고 마나를 사용해서 에클레어를 제압하기에는 흥분상태인 그녀가 멀쩡하게 당해줄까?
지금처럼 주사로 감정이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 작게 반항이라도 하면 서재를 다 부술지도 모른다.
'이건 진짜 조졌다··.'
클로에의 도둑고양이 같은 조용한 발걸음은 내가 실전 수업에서 알려준 것과 무척이나 유사했고.
그걸 토대로 느릿느릿한 속도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 목적지가 서재임이 확실해 보인다.
나를 오라버니라고 칭하는 순수하고 소심한 소녀에게 애욕으로 추잡해진 이 공간을 보여주라고?
내가 이때까지 얻은 이미지가 무조건 나락으로 가는 상황이 아닌가.
'방법이···.'
키스를 이어가던 에클레어는 순간 혀를 뚝- 멈추더니 내 얼굴을 잡고 눈을 마주하여 응시했다.
붉은 눈망울에서는 흥분이 가라앉으며 서운하다는 기색이 표출되고 있었다.
"로만·· 지금 나와 있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건가··?"
"···."
아.
순간 망치에 머리를 맞은 느낌.
이건 내가 정말로 큰 실수를 했구나.
여자의 감이란 이렇게 단련으로 불가능 한 부분을 선천적으로 섭렵하는 면이 있다.
이미 대처를 하기에는 늦은 것이 벌써 문 앞에 클로에가 서있다.
'···모르겠다! 포기!'
정신이 산만해지니 어떻게 해도 완벽하고 이상적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되려 병신같이 내 여자에게 실수만 했다.
'클로에가 아무리 순수해도 성인인데···이해해 주겠지? 에클레어와 사이가 비밀도 아니고.'
그냥 눈앞에 있는 내 여자를 만족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연인이 서로 애정행각을 나누는 게 나쁜 짓도 아니고··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위.
클로에의 성격상 이 장면을 본다면 놀라서 후다닥 도망갈 가능성이 높으니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되겠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은 뒤 에클레어에게 짧은 입맞춤을 하고 꽉 껴안았다.
"미안. 그래도 키티를 위한 생각이었어. 이제 진짜 집중할게. 미안해··."
이런 때에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사과하는 게 최선.
"흥···그럼 됐다."
됐다는 말과 달리 토라진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등허리를 쓰다듬고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기분이 조금은 풀렸는지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러 처벌을 끝낸 그녀는 허리를 위아래로 살짝살짝 움직여 흥분을 끌어올리더니 신음을 흘리며 내 귀를 핥기 시작했다.
"쯉··흐응··내게도 그걸 해줬으면···한다."
"말만 해. 뭘 해줄까?"
"리케처럼···로만이 내 몸을 마음대로 사용해 줬으면··."
지금 에클레어의 얼굴이 뜨겁고 붉은 건 와인의 작용인가? 아니면 자신의 성벽을 확실하게 자각한대서 오는 것인지.
무엇이든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또 주사의 형태가 변해서는 평소처럼 수줍음을 타며 내 품에 안겨오는 그녀를 안고 본격적으로 만족시킬 준비를 했다.
*****
'땀 냄새? 아닌데···.'
살짝 당겨낸 서재의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 공기에서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독특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지척에 와서야 느껴지는 마나의 비정상적인 흐름.
마치 물길에 돌을 쌓아 막아둔 듯한 이 독특한 방식은 익숙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지만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인물이 한 명 떠오른다.
'···오라버니?'
서재에서 언니와 밀회라도 나누고 계신 걸까?
오늘 자신이 한 말이 있고 메모까지 남기며 보고 싶다고 할 정도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로맨스 소설의 애독자 클로에 드리트나.
그녀에게는 새끼손가락도 못 들어갈 만큼 작게 열린 문틈 사이가 자신을 유혹하는 것으로 보였다.
혹여 서재에 있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을 담은 망상은 벌써 끝났다.
창틀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험가 출신 오라버니와 평소처럼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사인 언니.
어떤 유명한 소설에 들어가는 삽화보다 멋진 그림이겠지.
참지 못하고 그 사이로 푸른 눈동자를 들이민 클로에는 보고만 것이다.
달빛을 받으며 사담을 나누는 장면이 아니라 자신의 상상을 아득히 넘어가는 정사의 현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