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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11화 (111/250)

Chapter 111 - 칭찬은 사슬도 춤추게 한다.

[ 두 번째 형상의 발동이 제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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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이 와르르 쏟아지며 정신을 어지럽힌다.

분명 두 번째 과업을 진행하는 건 생각해 보자고 했었나. 눈을 뜬 나에게 첫 번째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쁘네.'

공부에 집중하는 리케의 아름다운 얼굴을 잠시 감상하다가 나는 자리에서 가부좌를 풀고 일어났다.

내가 인식하기로는 심상에서 보낸 시간이 제법 길었지만 현실은 흐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지 않은 이곳에서 토납법을 한다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찰나의 시간. 드물게도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나를 보고 책에서 시선을 뗀 리케는 의문 어린 시선을 날렸다.

"응? 오빠 어디 가?"

리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입까지 짧게 맞춘 뒤 웃옷을 하나 껴입었다.

"마당에서 좀 움직이고 있을게."

"흐흥~ 나도 공부 끝나면 나갈게."

끼익-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오니 누우면 잠이 솔솔 오는 포근하고 따뜻한 실내와는 다르게 시원한 바람이 불규칙하게 불어온다.

바람을 맞으며 이동한 곳은 풀 한 포기 없이 평평하게 퍼져있는 흙바닥.

마당에서 훈련을 하느라 자주 움직이는 자리는 손으로 풀을 뽑은 적이 없는데 잡초 하나 나지 않는다. 강한 힘으로 발을 계속해서 밟고 마나를 이동시키니 식물이 자라지를 못하는 것이다.

"흐음··."

심상에서 깨어나 글레이프니르에 대해 리케에게 설명하지 않고 마당에 나온 이유는 타당하게 존재한다.

몸에 글레이프니르가 내장되어 있다 해야 할지, 내 정신과 결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있다.

하지만···혹시나!

글레이프니르를 불렀을 때 나오지 않으면? 리케는 마음속으로 불러도 바니타스가 응답할 때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 감각을 모른다.

첫 단계는 분명 입으로 이름을 불러야 할 터.

내가 어떤 기행을 펼쳐도 무슨 뜻이 있겠거니 하며 따뜻한 눈으로 봐주는 리케이고. 능력을 사용하면 거짓말의 진위 여부까지 알 수 있는 그녀이지만.

뜬금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귀속 무기가 생겼다며 기대감을 잔뜩 올린 뒤.

손을 뻗어 '글레이프니르'하고 외쳤을 때 아무것도 안 나오는 그림을 상상해 버렸다.

전생으로 치면 연인이 자신을 호출해 진지한 얼굴로 '상태창!!'을 외치는 모습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앉아서 하라는 토납법은 안 하고 졸았다고 볼지도··.'

동경하던 무기를 얻는 꿈을 현실과 착각했다고 침실에서 진심 어린 위로이자 우쭈쭈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쪽팔리잖아.

허공을 향해 손을 뻗고 나와 하나가 된 새로운 수족이자 일부를 불러본다. 제발 별문제 없이 한 번에 응답해 주기를.

"글레이프니르."

이름과 동시에 울렁이는 공간이 손을 집어삼킨다. 아니···반대로 내가 무의식적으로 넣은 걸지도 모른다.

손이 마치 인벤토리에 넣은 듯 허공을 뚫고 어딘가에 들어가 있다. 나는 안에 있는 그것을 당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잡고 있다.

촤르르륵.

그대로 잡아당기니 사슬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줄줄 흘러나온다.

심상의 세계에서 한 마리의 조류이자 파충류처럼 웨이브를 하며 비행하고 유영하던 모양새와 달리 마디의 사이즈도 일정하고 뽑아내는 순간 평범하게 바닥을 향해 고꾸라진다.

첫 만남 때와 달리 허공을 헤엄치지는 않지만 촛불같이 일렁이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오오-!!"

이건 길이가 얼마나 되는 걸까. 아무리 신화에서 나오는 무구라도 무한하지는 않겠지?

사르르- 사르륵-

쭉쭉 당겨내니 끝도 없이 나온다. 바닥에 차곡차곡 똬리를 틀며 쌓여가는 사슬을 보고 끝까지 당겨보려던 나는 손을 멈췄다.

"아하··그런 건가."

글레이프니르의 길이가 늘어날 때마다 내 몸에 있는 마나가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자리에 쪼그려앉아 사슬을 만지작거리며 고심하니 머리에 자연스럽게 지식이 흘러들어온다.

한없이 이질적인 정보들이 머리에 쏟아지는데 원래부터 나의 것인 양 거부감은 없었다.

'리케가 말한 귀속 무기의 서포트가 이런 건가!'

귀속 무기 없는 찐따를 벗어난 기념비적인 오늘! 전해 받는 정보 하나하나에 무지함을 벗어나 신문물에 충격을 받으며 뜨거운 흥이 차오른다.

사륵- 사륵-

'그렇지···이렇게 끊어내고.'

뱀이 몸을 말아 똬리를 튼 모양으로 한가득 쌓여있던 사슬을 되돌리고 1m 정도에서 끊어냈다.

자발적으로 잘라내는 것은 절단이라 여겨지지 않는 것인지 저항이 없고. 내 손길을 벗어난 사슬의 파편들은 알아서 허공으로 돌아간다.

이 상태에서도 길이가 늘어나는데 그건 뽑아내는 것보다 마나를 배로 잡아먹는다. 그래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만한 길이까지 늘리는데 그리 큰 무리는 없었다.

일반인이 잡고 한번 늘리면 기절하고도 남을 마나 소모였지만 체내에 마나 하나는 충만한 몸 아닌가.

한 손에 돌돌 말아 치렁치렁 흔들리는 사슬의 길이를 3m 정도까지 늘려 휘둘러본다.

부웅-! 붕!

'손에 딱 붙는 느낌···무게도 딱 좋아. 이매망량 보다 조금 가벼운 정도?'

휘두르는 도중에 길이를 줄이고 늘릴 수 있어 변수를 창출하거나 허를 찌르는 응용도 가능해 보인다.

실전에 그것들을 사용하려면 엄청난 숙련과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하면 될 일이다.

무기를 향해 말을 거는 건 미친 짓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속에 있는 칭찬을 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쳤네···너 진짜 대단하구나?"

내 말에 글레이프니르가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기쁘다는 듯이 움직이는 이 무구···가 아니라 아이?는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대해야 할 것 같다.

실제 심상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 반응을 하는 등 심상치 않은 지성을 보이지 않았는가.

"주인으로서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게. 잘 부탁한다."

차륵-!

한 손에 말려있는 부분을 쓰다듬으며 말하니 사슬의 왼쪽 끄트머리가 혼자서 들썩였다.

심상에서 만난 때처럼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는 건 시간이 필요한 건지 내가 강해져야 하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그녀가 넌지시 했던 말.

진정한 무구는 사용자의 격에 따라간다 했으니 무신이 소유하고 있던 글레이프니르의 모습과 내가 가지고 있는 글레이프니르의 모습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예상하는 중이다.

'추측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봐야겠지. 역량에 따라 무한하게 변하는 순수한 집약체라···.'

그야말로···까탈스러운 나의 심장을 완전히 꿰뚫는 취향저격.

내 전용 무기가 생겼다고 갑자기 팔불출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글레이프니르는 바니타스나 이노센스 보다 격 자체는 훨씬 높은 물건이라고 봐야 한다. 확실하다.

보통 귀속 무기처럼 지성을 가진 인간이나 이종족들의 기술이 집대성 하여 만든 무구가 아니다.

창조라는 단어를 소유한 신이 자신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지를 들인 물건.

지금 힘 없이 겨우 까딱이는 정도에서 그치는 글레이프니르의 모습은 그녀의 말대로 나라는 소유자의 능력 문제일 것이다. 무언가가 많이 모자란 것이겠지.

'오랜만에 정신에 불이 좀 붙네.'

애초에 살아남기 위해 훈련을 게을리한 적은 없지만 글레이프니르의 늘어진 모습은 단련하는데 동기부여가 아주 강하게 된다.

부족하다는 게 무력인지 마나인지 인성인지 모르겠지만 무구라면 무력에 아예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의지를 확실하게 가진 모습을 직접 봤으니 목표는 최소 거기까진 잡아야겠지. 그 이상의 모습이 있다면 거기까지도 노린다.

"다 좋은데···."

이쯤에서 합당한 의문이 생긴다.

'근데 왜 나를 선택한 거지?'

흥분감이 조금 가라앉고 손에 있는 글레이프니르를 살살 쓰다듬는 지금. 그게 최고의 의문이었다.

내가 원하여 고르고 택한 게 아니다. 그녀가 중매쟁이에 심취하여 말했지 않은가 글레이프니르가 나를 택한 것이라 했다.

"흐으음~ 물어도 답은 못할 거라 생각하지만··· 나한테 온 이유가 뭔지 알려줄 수 있을까?"

····.

혹시 반응이라도 보일까 질문을 던졌지만 어떤 움직임도 없다.

한 번씩 끄트머리를 살짝 까딱이는 게 전부인데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겠지.

내 무엇이 글레이프니르의 구미를 당기게 한 것일까. 신물이 한낱 인간을 마음에 들어 선택할 부분이라면?

'내 영혼이나 팔 다리가 맛있어 보였다던가··.'

망가졌을 때가 걱정이라 경도에 대한 실험은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인 상황.

내 꼴이 실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에 어울린다.

오러로 내려쳤는데 뚝- 끊어지면서 눈 한쪽을 달라거나 팔 다리를 하나씩 원할지도. 신화적인 물건이니 악의 없이 그 정도는 당연하게 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과한 걸 요구하면 수리를 포기하고 넣어두면 그만이겠지··?

"···."

생각을 거듭할수록 부정적인 방향을 향한다. 예측이 안되는 미지에서 오는 불안감이 너무나 컸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이것만 솔직하게 알려주라. 혹시 끊어지거나 부서지면 무조건 수리를 해야 할까? 조건이 까다로우면 그게 쉽지가 않을 수도 있어."

진지한 목소리로 손에 감긴 사슬에 말을 거는 내 모습을 타인이 보면···도대체 무슨 정신병자인가 싶겠지만 지금 이건 중대 사항이었다.

····.

눈에 들어오는 사슬의 외견이 아니다. 근본적인 무언가가 안에서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수리에 필요한 것들이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면 미루지 않고 노력한다고 약속할게."

짤그락-

손등에 묶여있는 부분이 들썩인다. 소심한 움직임이지만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

이 아이는 나에게 해를 가할 생각이 일절 없다. 작지만 확실한 의사전달은 심상에서 그녀가 말한 수줍고 참한 아이라는 뜻이 묘하게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구나. 고맙다!"

이런 사랑스러운 무기가 있을까.

"이쁘다~ 이뻐. 넌 최고야."

손등에 묶여있는 글레이프니르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니 이 아이가 순수하게 기뻐한다는 게 느껴진다.

몰두하며 글레이프니르의 기분을 좋게 하는데 애쓰니 착각인지, 추상적인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결속이 아주 티끌만큼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다.

···

계속해서 칭찬을 쏟아주며 이뻐해 주고 있으니 리케가 마당으로 나왔다.

"오빠. 창문으로 보고 있었는데···뭐해?"

"··응?"

훈련을 하고 있을 나에게 물을 주러 왔는지 그녀의 품에는 물병이 들려있었다.

쭈그려 앉아 사슬과 소통하고 있는 나를 보는 리케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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