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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75화 (75/250)

Chapter 75 - 웨펀 에센스

도박장에 가지 못하고 푼돈을 들고와 길거리 도박을 하는 놈들은 거기서 거기.

절벽에 몰려 뿌옇게 흐려진 식견을 가진 파락호들은 자신이 뭘 당하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가진게 없는 상대일수록 위험하기에 승리를 보증하는 속임수를 보유해도 무조건 이겨서만은 안된다. 성질이 폭발하지 않도록 적당히 달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해도 눈 먼 주먹질에 맞아 눈두덩이에 비빌 계란값이 나갈 때가 있고. 사기라며 멱살이 잡혀 옷이 늘어지는 일도 부지기수.

이때까지와 같이 이번 상대도 그런 부류일까··? 아니, 아직 폭력적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상황은 '최악의 최악'이라는 감상 뿐이었다.

동체시력으로 잡을 수 있는 답을 줘도 반대로 택하고 그에 따라 답을 내면 또 멀쩡한 답안으로 향한다.

벌써 자신의 속임수를 간파했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를 하는 목적조차 알 수 없어 숨이 막혀왔다.

"돌려."

절그럭-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번쩍번쩍 황금빛을 뿜어내는 금화.

마법따위 없어도- 인복따위 없어도- 자유롭게 누군가를 부리게 한다는 '돈'.

유형화 된 탐욕이 넘치게 들어있는 주머니를 본 드워프의 손이 멈췄다.

'이만한 돈은 몇대 맞는걸로 넘기지 못한다··.'

흥분은 옛날에 식어 살얼음이 되었다. 절로 넘어가는 마른침과 주체못하고 수염을 적시는 식은땀.

탐욕을 앞지른 생존본능이 그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경고등을 울린다.

-

신념을 가지고 평생 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일을 버렸다.

살던 곳에서 가족도 버리고 도망쳤다.

무저갱으로 굴러 떨어지듯 도착했다. 돈이 없으면 짐승취급도 못받는 이곳에.

험하디 험한 림노에 굴러들어와 길거리 도박···사기꾼으로 살아온지 어언 3년이 넘었다.

연방국에서 원대한 목표를 잉태한 마도구를 개발하던 지식이 한낱 도박을 위한 물품에 소비되는 것에 진한 혐오감을 느꼈지만 결국 자신은 이런 인물이다.

'이 남자는···.'

컵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슬쩍 들어 후드를 푹 눌러쓴 남자를 주시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않는 검붉은 안광.

볼라센 연방국의 '그들'처럼 숨길 수 없는 포식자의 기운을 풍기는 남자.

강자의 심심풀이로 죽는다면 그건 도망자인 자신에게 퍽이나 어울리는 죽음이 아닐까.

"자네가···내 죽음인가?"

"지랄하네. 뭔 미친 소리야? 빨리 돌리기나 해."

금화 주머니를 상대쪽으로 슬쩍 밀었다.

"이 돈은 곤란하네."

"어째서?"

"두배로 돌려줄 재산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지."

우드득-!!

대기가 요동치며 테이블에 쩌적! 금이갔다.

"시덥잖은 손장난을 눈감아 줬더니 돌아오는 답이 너무 실망스러운데."

절로 숨을 멈추게 하는 살기.

평소처럼 사기를 친 증거를 대보라고 배째라한다?

배짱으로 먹고 사는 길거리 도박꾼의 정석적인 방법을 취하는 순간 진짜 배를 쭉! 째버릴것 같은 살기였다.

"···."

그렇다고 야바위꾼이 제입으로 사기를 시인하는 법은 없다.

불리할땐 긍정도 부정도 잊은채 그저 침묵을 지킬뿐.

"구슬을 옮기는 마도구를 사용하든 손재주로 진짜 승부를 보든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내가 져도 끝이고 이겨도 끝이지. 돈이 아니라도 좋아 - 판돈에 어울리는걸 꺼내라. 목숨도 받아주지."

림노의 길거리 도박은 사기를 치든 마도구를 쓰든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하지만 걸린다면 경비대도 비웃으며 눈을 돌려버리기에 그 후폭풍은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한다.

"···그럼 이걸 판돈으로 받아주겠나."

*****

성과가 없는 경로를 돌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존재미상의 협력자를 찾는다는 추상적인 의뢰 보다는 드워프와의 길거리 도박이 더 기억에 남았다.

판돈에 걸린 목숨과 금화 10개는 되돌려 받지 않았다.

마지막에 마도구가 아닌 진짜 손재주로 승부를 걸어오다니.

그가 림노에서 가장 흔하고 많은 직업이라는 사기꾼이어도, 마무리는 덥수룩한 수염이 어울리는 남자 아닌가.

내 손에 굴러다니는 둥근 금속을 이리저리 굴리며 걷는다.

조류의 알 같기도 하면서 단단한 보석 같기도 하다.

하지만 촉감은 생김새와 달리 말랑말랑한 것이 어떤 형태로든 변할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 웨펀 에센스 - 100% (사용불가) ]

▷여성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다양한 금속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도학의 정수라 하는 아티펙트도 이 물건의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값 비싼 금속만이 답이 아니다.

리케의 무기인 바니타스로 변환 된 [ 그녀를 위한 무기 ] 와 이름만 다를뿐 같은 물건이다.

내가 어떤 재료를 넣을 것도 없이 드워프의 손을 거쳐 황금비율로 완성된 상태.

'리케가 하나 더 사용하는건···위험해.'

아카라이트에서도 한명의 히로인에게 두가지 무기를 몰아줄수는 없다.

강제로 떠넘기면 영혼의 파장과 결속이 겹치니 어쩌니 하며 HP의 절반이 날아가는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다른 귀속 아이템은 상충되는 트러블이 없지만 유독 히로인들의 무기에만 그런 설정이 붙어있었다.

'근처에 있으니 얻긴 얻었는데~'

말 그대로 계륵.

리케를 제외한 히로인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 얻을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정 쓸곳이 없으면··? 주물거리며 만지는 촉감이 괜찮아서 스트레스 해소용 정도는 될것같다.

저벅-

"엥?"

숙소 앞에 후드를 눌러쓰고 팔짱을 끼고 있는 인물이 보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미동조차 없는 자세와 타협없는 분위기에서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밖에서 뭐하냐?"

"···시간이 제법 걸렸군."

일말의 반전 없이 에클레어였다.

깜깜한 시간에도 그녀의 붉은 눈은 선명하게 반사된다.

"나름 빨리 움직였다 생각했는데···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올라가자."

"자,잠시만!"

숙소로 들어가려 하는 나를 에클레어가 막아섰다.

그녀의 눈이 닫혀있는 숙박시설의 문을 향했다가 나에게 향했다.

"?"

"위험한 곳을 돌아다녔을텐데···다,다친곳은 없나?"

"뒷골목에서 터지고 다닐거면 집에 돌아가야지. 상처없이 멀쩡하지요."

"그건 다행이군···."

정해진 업무 외에는 서툰 그녀를 보면 막연하게 알 수 있다.

방 혹은 건물에 들어가기 껄끄러운 무언가 있구나.

그녀의 성향을 생각하고 추려보자면 예상되는 상황도 몇가지 있다.

'···아무리 생각나는게 없어도 그렇지.'

백금에게 저런 질문을 하다니 그녀의 어리숙한 대처법에 웃음이 나올뻔 했다.

저걸 파고들어 장난치면 당황하는 에클레어를 보는 재미는 있겠지만. 막상 수습하기는 힘들것 같아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 쉬지않고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픈것 같기도 하고?"

에클레어는 기가막힌 답을 찾았다는듯 눈을 번쩍였다.

"내 몫까지 움직이느라 활동반경이 늘었으니···시장기를 면할 요깃거리라도 내가 사겠다. 빵과 스프만 먹었더니 나도 허기가 지고···."

덜컥!

대화 도중 여관의 문이 열리면서 에클레어의 눈이 휙 돌아갔다.

나도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수인족 여성 하나가 문을 열고 나왔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안에있는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감사합니다! 또 불러주세요~

"후-."

에클레어가 안심한듯 짧은 숨을 내뱉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 여자가 원인이었나?

발이 멈춘 그녀의 등을 손으로 탁! 쳐서 깨운다.

"밥 산다며? 가자."

"아··그래."

-

이번에야 말로 평범한 음식점에 가려했지만 시간이 어중간한 새벽이라 또 선술집으로 들어왔다.

소화가 잘 될 법한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술은 따뜻한 뱅쇼를 한잔씩.

뱅쇼를 음미하는 에클레어를 보고 있으니 궁금해지는게 있다.

'귀속 무기가 '히로인'이 전제조건이 아니라 '여성'이라는걸 생각하면···에클레어도 쓸 수 있나?'

게임에서는 히로인에게만 넘겨줄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 문제가 될만한 조건은 없었다.

이걸 가지고 있어봐야 리케한테 줄 수도 없고.

"가져."

내 손을 떠난 물건을 에클레어가 낚아챘다.

"뭐지 이건?"

외견과는 다른 촉감에 신기해하던 그녀는 감정받은 결과를 보고 이해할 수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거리 도박에서 땄지. 진심을 담아 이름을 지어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나?"

"···도박에서 주고 받을만한 가벼운 물건이 아닌걸로 보이는데."

리케만큼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않았으니 용도는 모를 수 밖에.

그러나 마도학의 정수니 하는 설명 자체는 굉장해 보일것이다.

"이 건조하고 재미없는 림노에서 촉촉한 재미를 주는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지."

말캉한 금속을 손에 쥔 에클레어가 눈빛에 순수한 의문을 담았다.

"나는 일터에서도 재미없는 여자라 불린다만."

저렇게 만사 진지하게 임하고 답하는 태도가 재밌기만하다.

"그래? 그거야 보는 눈이 없는 인간일 수도 있고. 흥미를 느끼는 코드가 정말 반대인지도 모르지."

"···백번양보해 그렇다 해도. 이런 물건은 그녀에게 주는게 맞지않나?"

리케에게도 비슷한 물건이 존재한다는 변명부터 시작하여 가벼운 설전을 치고받았다.

'선물 하나 주는게 이리 어려워서야.'

몇번 몰아붙이다 필살기 '안쓸거면 버려'를 시전하자 납득이 되지않는 떨떠름한 표정을 한 에클레어가 포켓을 열어 물건을 챙겼다.

"고맙게 받겠다···."

"그것도 동생한테 줘도 상관없어."

"···."

어딘가 미묘한 반응.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브로치는 준거지?"

놀란듯 살짝 몸을 떤 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다.

"···포장해서 서재에 보관한 상태다. 이번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줄 생각이다."

"줘도 된다고 못을 박았는데. 왜 아직도 안준거야?"

"생각에 정리가 필요했다. 야외수업에서 만난걸 나라고 밝혀야할지 고민이···."

이야기를 듣고 입꼬리를 올려 작게 웃으니 에클레어가 노려본다.

약간 뾰로통해 보이기도 한다.

"왜 웃는거지?"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만났다는 생각? 이렇게 일관적이면서 재밌는 사람은 잘 없거든."

"···."

미묘한 표정으로 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 그녀는 식사를 끝내고 숙소에 돌아올 때까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방에 돌아와 벽면을 한번 둘러보더니 서류를 쭉쭉 꺼내 바닥에 깔았다.

"···속전속결을 위해 일의 방향성을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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