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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74화 (74/250)

Chapter 74 - 길거리 도박

유흥도시 림노의 히든 피스는 단 하나.

그것조차도 내가 사용 할 물건이 아니다.

게이트의 부재로 마차를 하루종일 타야하는 림노까지 이걸 찾으러 올 일은 원래라면 없었겠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두기에도 아쉬운 물건이었다.

에클레어와 따로 다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해 게임에서 봤던 길을 따라 움직인다.

'거리가 번잡해도 너무 번잡해.'

15세 이용가인 아카라이트와 헷갈릴 정도로 다른점이 있다면. 검열빔이 없는 세상 속 설정의 구속에서 자유로운 림노의 성질차이였다.

자신들의 가게로 어떻게든 불러들이려는 호객행위를 지나치며.

여행지의 야시장처럼 천막을 달아올린 가게들이 쭉 늘어서있는 골목길로 들어간다.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는 군중에 섞여 소매치기를 시도 하려는 손길을 가볍게 피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저런 새끼들은 손모가지를 부숴놔야 하는데···.'

심호흡을 하며 욱하고 올라오는 화를 억누른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공간에서 손목이 박살났다고 비명이라도 지르면 귀찮다.

눈이 좋거나 감이 날카로운 인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하는게 이롭다는 판단.

저벅- 저벅-

히든 피스 목적지까지 몇걸음이었다.

일말의 흥미가 생기지 않는 유흥가를 지나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한 가게 앞에 멈춰섰다.

'어···?'

쫄쫄 굶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이건 가야한다.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린 뱃사람처럼 건물에 들어서니 고객은 당연하게 전부 인간이었다.

이종족들이 넘쳐나는 림노에서 인간들을 규합시키는 훌륭한 가게. 진정한 히든피스는 여기에 있었다.

[ 고양이 머리띠 ]

[ 피부 접착식 고양이 꼬리 ]

[ 토끼 머리띠 ]

[피부 접착식 토끼 꼬리 ]

··

··

인간제일주의의 제국에서는 파는 것만으로 지탄받을 물건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심장이 향하는 대로.

바구니 하나를 들고 중복되는 제품없이 모든 물건을 하나씩 담았다.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바글거리는 손님들에 치여 바쁜 종업원들의 귀에 들리지 않겠지만 나는 진심을 담아 인사를 남겼다.

플러그 형식이 아닌 피부에 접착시키는 꼬리라니 미친···그냥 수인 아닌가?

삽입형도 나름의 꼴림이 있지만 거부감 없는 시작에 이 이상의 걸작은 없었다.

'이게 히든 피스고 이게 인간을 위한 미술작품이고 발명품이지.'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두둑해진 인벤토리에서 느껴지는 옳게 된 소비와 차오르는 노동욕구.

돈의 가치가 죽어버린다는 림노답게 특별한 효과가 없는 장신구라 하기에는 턱뼈가 빠지는 가격이었지만.

나에게 돈이라는건 그리 큰 의미를 지니는 물건이 아니다.

"흐흠~"

이성을 거스르며 나오는 콧노래를 숨기지 않고 목적지로 다시 움직였다.

-

림노에서 노름을 즐기기 위해서 무조건 도박장에 출입해야 하는건 아니다.

경비병이나 관리인원도 없으며 신용도 마저 바닥을 기어다니는 사기꾼들이 판치는 곳도 괜찮다면 노름을 할 장소는 어디에나 있다.

길거리 도박.

블랙잭부터 야바위 홀짝 등 신속한 승부에 중점을 두고있으며 멀쩡한 도박장에 비하면 판돈 또한 낮은 편이다.

드르륵-

골목에 놓인 의자를 꺼내 도박꾼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곳에는 흔한 바람잡이 하나 없으며 긴 말도 필요없다.

물기가 있는 눅눅한 목재의자를 끌어 테이블에 앉는 순간 노인은 컵 세개를 꺼내 구슬 하나를 중앙의 컵 밑으로 넣었다.

"판돈은?"

"금화 하나."

띵-!

테이블에 던져진 금화에 노인의 입가가 움찔거린다.

"···찾으면 두배다."

컵 위에 손을 올린 노인은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컵을 섞기 시작했다.

파바박-

검버섯이 핀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손놀림이었다.

'드워프 손재주를 여기다 써먹고 있으니···.'

손으로 하는 일에서 평균이상은 무조건 간다는 드워프답게 도박기술도 우습게 볼게 아니었다.

일반인들이 봤다면 잔상을 넘어 손이 여러개로 보일 정도로 빠르다.

탁-!

"골라라."

그래봐야 일반인 수준에서나 빠른 것이지 내 눈을 벗어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분명 시각이 읽은건 중앙인데 직감은 오른쪽이라 한단 말이지···.'

어떤 속임수를 쓰는지 알고 있으니 일단은 판을 키우기로 했다.

"중간."

달칵.

컵 안이 비어있는걸 확인시켜준 늙은 드워프는 테이블에 놓인 금화를 챙겼다.

"아쉽게 됐군."

땡그랑-!

번쩍거리는 금화를 다시 테이블에 올렸다.

"한판 더."

··

··

금화를 10개 넘게 챙기기 시작하니 드워프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개평을 뿌리는 것으로 상대의 화를 무마시키고 달래는건 도박꾼들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다.

고객을 말릴 수단이 자신의 몸 말고는 없는 길거리 도박에서 개평의 중요성은 목숨과 직결된다.

드워프는 금화5개를 챙긴 뒤부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한번이라도 이기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속임수를 쓰지않고 속도를 확 줄여 눈을 따라 놓을때도 있었지만.

그땐 일부러 빈 컵을 택하는걸 반복했다.

기분이 상한척 마나를 은은하게 흘리자 드워프의 안색이 핏기가 사라지며 점점 파리해져 간다.

"그···다음이 마지막일세.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철그럭-!

금화가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돌려."

*****

고요함을 선호하는 에클레어의 취향에 있어 림노는 전혀 맞지않았다.

즐긴다는 생각없이 업무를 위해 온 장소이지만 끝나지 않는 소음과 곧 죽을것 같이 무력감이 짙은 노름꾼들의 시선은 마주하면 불쾌함만이 가슴을 채웠다.

'협력자에 대해 조사를 이어가면 시간이 촉박할지도 모르겠어···.'

당장에 결정과 판단이 필요했다.

림노에 도착한지 겨우 몇시간 지났을 뿐이지만 커틀러 듀어의 연줄이자 협력자로 판단할 만한 정보의 수확도 없다.

유력 후보로 의심되는 가게의 운영책이나 자금줄에 접근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방법도 막막하다.

거기에 그들의 존재는 황실에서도 '있지않을까?' 하는 의심정도.

버리자.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마리도 못잡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협력자의 존재 자체를 확실하게 규정못하는 이상.

에클레어는 그들의 존재를 잊고 커틀러 듀어와 그 기사단원에 집중하는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

로만이 숙소로 돌아오면 변경된 점을 다시한번 설명하고 움직이면 된다.

"후···."

한쪽으로 길을 정하니 갑갑했던 정신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다.

목근육을 풀어주며 빙글빙글 돌리니 숙소의 굳게 닫힌 문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늦는군···.'

황금 벌꿀이니 하는 선술집과 마찬가지로 어느 가게를 가도 운영에 관여된 인물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자신은 림노 중에서도 양지라 할 만한 가게만 둘러보고 왔다.

그렇고 그런쪽은 모험가인 자신이 둘러보는게 의심도 받지않고 효율이 좋을거라는 로만의 말에 자신은 반박하지 못했다.

혹여 로만이 이 일을 거절해서 혼자 왔으면 어떻게 일을 진행했을지···.

'임기응변에 강한 인물이 있는건 정말 다행이다.'

툭-

포켓에 접어둔 서류를 꺼내려하니 손에 걸리는게 있다.

선술집에서 빵과 스프만 먹은 자신에게 혹여 배가 고프면 먹으라고 준 초콜릿이었다.

'···로만. 아직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군. 갈 길이 멀어.'

그에게 말을 안했으니 모르는게 당연한 사실이다.

클로에와 달리 자신은 단걸 선호하지 않는다. 디저트에는 흥미도 없고 유명한 제품의 이름도 잘 모른다.

언제나와 같이 그는 초콜릿을 줄 때 조차 자신만만했다.

입맛에 맞을거라고 호언장담하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친구의 입맛도 모르냐며 골려주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머리를 쓰려면 단것도 먹어줘야 할 때가 있으니···.'

당분섭취도 필요에 의한 행위라 생각한 에클레어는 포장을 벗긴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오독-

"음?"

에클레어는 혀가 아릴 정도로 단맛을 내는 초콜릿을 생각했다.

예상과는 정 반대로 고상한 쓴맛에 미약한 단맛이 미각을 자극하며 따라온다.

'이것도 로만의 취향인가?'

이런 초콜릿이라면 몇개고 먹을 수 있다.

-하아앙!!

옆 방에서 전조도 없이 들려온 외설적인 소리에 혀를 씹을뻔했다.

'···숙박업소이니 어쩔 수 없지.'

노후한 시설이니 방음이 취약한 점도 당연한 이치라 저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

예상범주에 속한 상황이기에 벽을 뚫는 신음소리를 무시하며 서류를 간추리는데 시간을 보냈다.

-아앙! 앙! 가요··! 간다··! 꼬리 잡아주세요오··!!

'···간다고?'

귀를 절로 의심하게 하는 말이었다.

에클레어와 클로에는 기본적인 성교육은 수료했다.

귀족에게 교육이란 당연한 것이고 공개적으로 피로할 일이 없는 성적인 지식도 무지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사의 절차도 순번을 매겨서 암기하고 익혔기에 빈틈없이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익혔던 모든 교육과 정보에 '간다'는 말이 들어갈 장소는 없었다.

'아니,아니겠···.'

혹시 그게 성관계에 관련된 은어나 용어라면 자신이 마차에서 무슨 짓을 헛짓거리를 한 것인지···?

로만은 아무 생각도 없이 넘어간듯 했지만.

정말 저게 '그것'과 관련이 있다면? 무지함에 열기가 차올라 얼굴이 터질것 같았다.

샤락- 샤락-

펼쳐두었던 서류를 포켓에 어떻게든 접어 넣는다.

얼굴에 차오르는 열기에 야외의 찬바람이 간절했다.

'밖에서···밖에 나가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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