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72화 (72/250)

Chapter 72 - 그와 그녀의 선술집

"이제 가볼까. 키티."

조금 걷다가 뒤를보니 에클레어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나를 보고있었다.

당황스러움에 사정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어떻게든 수습하며 그녀는 내게 작은 반박을 했다.

"키티··? 좀···아니지않나."

"왜? 귀엽잖아 흔하기도 하고. 리케랑 매번 가는 빵집 딸 이름도 키티일걸?"

골목길에 살고있는 하얀 고양이도 키티라고 리케가 이름을 붙여줬지만 그건 일단 묻어뒀다.

무튼간 듣기만 해도 이유를 불문하고 경계심이 한단계는 내려갈 훌륭한 작명 아닌가.

"귀여운 이름이니 가명이라 티가 난다는거다··! 최소한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어울리는 이름을 언급해라."

"잘만 어울리는데 까다롭네···."

바로 전에 까다롭게 굴지 않겠다더니.

내 말을 실없는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에클레어는 무거운 숨을 푹 내쉬었다.

"···로만. 의뢰에 있어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장난은 이해하지만 이번 의뢰는 특히나 진지하게 수행해줬으면 한다."

나를 빤히 보는 에클레어에게 뚜벅뚜벅 다가갔다.

"비록 내가 선술집에서 천박한 농담을 즐기는 모험가라 해도 일할때에 한해서는 진지해. 1초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거든."

"천박하다거나···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알고있어- 알고있어. 키티가 정 마음에 안들면 다른걸 생각해야지. 나는 충분히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

그로부터 10초 정도.

확실한 답을 내기 어려운지 침묵을 고수하던 그녀는 쓰고있는 후드를 푹 누르며 몸을 돌렸다.

가명을 고르는데 시어머니 같은 입맛을 보이던 에클레어는 이리 고민하는 시간도 아깝다 생각했는지.

키티라는 가명에 이 이상 부정하지 않고 림노의 입구로 향했다.

··

··

림노의 입구는 인식저해와 변장 마법을 가려내는 둥근 거울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거울을 지키는 인원들이 전부.

얼굴을 이리 칭칭 감추고 있는데 무탈하게 들어올 수 있는 지역은 처음인지라 알고도 당황스러웠다.

제국의 빈민가나 뒷골목도 새로운 사람이 오면 이것보다는 경계할텐데.

"이야!"

나는 입구를 지나서 마주한 림노의 원시적인 민낯에 경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제일주의인 하룬 제국에서는 만나기 힘든 수인들이 먼저 보인다.

바글바글한 군중 사이에 한두명씩 보이는 소수종족도 있다.

드워프와 엘프 그리고 용인족 등.

우리와 같은 인간종은 반절도 안되는 신기한 동네였다.

눈대중으로는 번식력에서 인간을 우습게 뛰어넘는 수인들이 가장 많아 보인다.

-흐앙!

-읏··꼬리는 만지지마세요!

-오늘은 셋이서ㅡ.

해가 진 시간이 문제인지 림노라는 도시가 문제인지 아니면 이게 평범한 일인지.

골목의 구석구석에 외설적인 스킨십을 즐기는 무리도 상당했다.

되려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듯 달뜬 숨을 뱉으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들의 애정행각에 일절 관심이 없는게 더 압권이었다.

'동물귀라···확실히 살인적이야. 어디 머리띠로 안파나?'

여기저기 보이는 수인들의 쫑긋한 귀를 보니 리케에게 동물귀가 달려있다면 어떨까 하는 야릇한 망상이 머리를 지배했다.

나에게 동물귀는 살인···.

"로만! 멍하니 있지마라. 이동한다."

에클레어는 경주마처럼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큰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키티? 잠은 안자더라도 문제가 되면 집합 할 근거지는 있어야지. 키티."

"···쓸데없이 이름을 두번 붙이지마라!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다."

-

림노의 숙소는 배짱장사 그 자체인 미친 가격을 걸고 있으면서 매일이 터질것 같은 포화상태.

도박을 위한 투숙자들은 바닥의 모래만큼 널려있지만 방은 개수는 한정적이며.

유흥 도시의 길거리는 대놓고 위험천만.

노름을 위해 밥은 안먹어도 잘 수 있는 공간은 확보하는게 필수라 전해진다.

그것뿐이랴.

있는 돈 다 털어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성벽을 해소시키는 고객도 한가득이니.

집장촌에서 상대를 구입해도 플레이에 따라서는 자신의 객실에 불러야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존재해 림노의 숙소는 언제나 돈을 쓸어모으고 있다.

대놓고 뜯는 연계 사업에 알고도 당하는 것이다.

'전부 한통속이지.'

단물이 조금이라도 남은 고객을 놓치지 않고 쪽 빨아버리기 위해 카운터 옆에는 전당포와 '저금리' 간판을 걸어두고 급전을 빌려주는 공간이 존재한다.

다크서클 가득한 눈을 보이며 줄을 서 있는 지성체들을 보니 그들의 미래가 훤하게 보인다.

'대놓고 노예를 찍어내는구만.'

노예제도가 합법인 림노에서 노예를 찍어내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들이 주위에 산재해 있다.

숙소의 카운터와 층을 오르는 계단에도 노예경매, 홍등가, 도박장에 대한 홍보가 가득하다.

에클레어를 뒤에 두고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호수를 확인한 뒤 열쇠를 돌려 문을 밀었다.

끽,끼기긱-!

"그 비싼 가격을 받아 처먹고 문에 기름칠도 안해두냐··."

우리는 남아있는 방 하나를 겨우 찾아 터를 잡았다.

에클레어도 그렇지만 나 또한 림노에 있는동안 잠을 잘 생각은 없으니 대충 눈에 보이는 저렴한 숙소를 찾아다녔다.

침대도 없고 마룻바닥에 솜빠진 침구류가 대충 접혀있는 불성실함이 돋보이는 숙소.

"바로 나갈까 키티?"

"키··! 하아···설명부터다. 앉아라."

그녀는 포켓에서 몽타주가 아닌 다른 종이 뭉치를 꺼내더니 바닥에 펴서 나열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커틀러 듀어를 찾겠다고 림노를 찌르고 다니는건 비효율의 극치.

당장 움직여서 봐야할 장소는 크게 분류하면 두가지였다.

반역자가 무기를 반납하고 들어가지만 출연빈도가 높은 단골 가게 혹은 무기를 반납하지 않고 자유롭게 출입하는 가게.

"어디부터 갈건데?"

"일단 무기를 반납하는 가게부터 가보려한다."

"이유는?"

"커틀러 듀어를 처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그는 홀로 도주한게 아니라 자신의 기사단과 함께 도주했다."

말과함께 그녀는 바닥에 있는 종이 몇장을 정리해 내게 건냈다.

"이건 상층부의 추측 중 하나이지만···커틀러 듀어는 성격상 반역이 실패했을 때도 상정했을거다. 림노에 애초부터 반역을 원조하는 끈이 있어 일행들과 정착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가능하다면 그 기사단 인물들에 협력자까지 다 잡자. 이거구만."

에클레어가 긍정을 표한다.

나는 후보지가 적힌 종이들을 한장 한장 넘기며 눈에 담았다.

"최소 커틀러 듀어의 처리···최대로는 협력자까지. 잔당의 처리는 의뢰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니 발견되면 혼자 처리하겠다."

"됐네요. 같이하고 빨리 치우자."

이제는 에클레어의 사무적인 태도가 그녀 나름 상황을 부드럽게 무마하는 노력이자 태도라 느껴진다.

"···고맙다. 도움에 따른 추가 보상은 반드시 건의하지."

"건의는 마음대로 하고. 일단 마주친다 해도 보이는 족족 죽일건 아니지?"

"주요인물들의 위치 확보를 미리 해두고. 날을 잡아 한번에 소탕하고 싶군. 하나하나 지우면 아무리 조용해도 의심을 사기 쉬우니."

"깔끔해서 좋네. 일단 저녁식사도 겸해서 여기 선술집부터 찔러볼까."

-

우리가 림노에서 첫번째로 정한 행선지는 선술집으로 [ 황금 벌꿀 ]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출입하기 전 입구에 서있는 수인 경비에게 에클레어가 착용한 검을 맡기고 내부로 들어왔다.

-여기 튀김세트 추가!

-술값 걸고 블랙잭 한판 할 자식 있나?

-으하하하!! 마레! 오늘은 나랑 어때! 어제 이놈이랑 할때 느낌도 안났지?

야밤의 모험가 길드를 떠올리게 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허나!

압도적인 남성비에서 오는 익숙한 분위기를 떠나 평범한 선술집과는 비교불가 한 차이가 존재하였으니.

선술집 중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야시시한 무대?

제국의 모험가들이 피눈물을 짜내며 부러워 할 장치이긴 했지만 더 신기한건 따로있었다.

"엘프?"

"···엘프군."

주문을 받고 서빙하는 인물들.

거기에 춤을 추고있는 모든 인물이 귀가 뾰족한 엘프들이었다.

엘프만이 포진한다고 선술집에 여성고객이 아예 없는건 아니었다. 소수의 여성고객들은 엘프를 보는 눈빛이 대놓고 성욕에 찌들어 있었다.

당장 세계수의 가지에 가위질이라도 할 탐욕에 찌든 기세.

자리를 안내 받고자 잠시 서있으니 멀리서 한 인영이 우다다 달려왔다.

"늦어서 죄송해요! 두분이신가요? 아니면 일행이 더 있으신가요?"

"여기 두명이 끝이고. 담배는 피지 않으니 흡연자들과 거리가 좀 있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혹시 저희 가게가 처음이시라면 엘프들의 무대는 어떠세요? 가까운 자리는 별도의 요금이 발생하지만 후회하는 손님은 없답니다."

속이 다 비치는 무희복을 입은 엘프 하나가 퇴장하고 있는 무대를 가리키며 종업원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딱히? 생각 있으면 부를게."

"알겠습니다~절 따라와주세요."

까무잡잡한 엘프의 안내를 받아 구석자리를 잡고 겉이 빳빳한 메뉴판을 폈다.

텁-

"얼씨구."

이건 칼들고 유혈물만 생산해오던 기사님에게 자극이 강할지도 모르겠다.

메뉴판 한 페이지에 노골적으로 엘프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예시로 그림까지 붙여둔게 너무나 적나라하여 꼴림은 없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으음-"

에클레어는 예상못한 전개에 당황했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눈가를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니 한번 놀려주고 싶었지만 장난은 자제하자는 생각을 하며 그녀를 불렀다.

"키티- 일단 요리부터 주문하자. 뒷장에 보면 멀쩡한 식사메뉴도 판매하잖아."

"나는···빵과 콘스프로 충분하다."

"술은?"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걸 본 나는 종업원을 호출하여 음식을 시켰다.

'가게 운영진을 보려면 기다리기만 해서는···.'

음식이 나올때까지 내부도 관찰할겸 지나가는 엘프들을 구경했다.

미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들답게 얼굴이 모난곳 없이 이쁘긴한데···.

그냥 그것 뿐이었다.

사창가나 다름없는 건물에서 유니콘 피를 마신 인간이 갈곳이 어디 있겠는가.

눈치를 보며 물만 홀짝이던 에클레어가 탁자를 톡톡 치더니 헛기침을 하며 내 시선을 끌었다.

"로만···엘프에게 흥미가 일절 없어 보이는군? 영애 때문인가?"

'키티'에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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