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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65화 (65/250)

Chapter 65 - 수도의 휴일 -2-

끼이익-

그녀의 손길에 모험가 길드의 문이 열렸다.

힘으로 거칠게 열리는 문소리가 아닌 정중함이 느껴지는 힘조절은 역으로 모험가들의 시선을 모으게 된다.

'····'

에클레어의 민감한 코를 찌르는 싸구려 담배냄새와 술에 찌든 인간들의 냄새.

처음 이곳에 왔을때가 생각난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험가들의 투박한 분위기를 적응하지 못했었지만 이제야 제법 익숙해졌다.

-누구야 저 여···헉!

-뒤지기 싫으면 눈 돌려 병신아!!

··

그녀가 쭉 빠진 한발을 들어 건물에 들어오는 순간 모험가들의 눈이 벌떼처럼 몰렸다가 쥐떼처럼 흩어진다.

햇빛을 머금은 은발과 적안이 이목을 모으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더 해져 남자들의 눈길을 모으지만.

여자에게 추파를 밥먹듯 던지는 모험가들도 목숨은 단 하나.

이곳에 업무차 가끔 방문하는 에클레어의 얼굴을 아는 모험가들은 모두 눈알을 강제로 잡아 돌렸다.

기사는 귀족이 중심.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그들 대부분 출신이 천한 모험가들을 우습게 보거나 인정해주지 않는게 상식이다.

아직 길드내에서 에클레어에 의해 사건이 터진적은 없지만 고명한 제국의 5기사도 그런 사상을 가지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으니···.

익숙한 분위기와 상황에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에클레어는 직진으로 접수원에게 다가갔다.

"미리 우편을 보냈었다만."

그녀는 휴일이 취소없이 확정적으로 잡힌 날.

집배원을 호출하여 가장 빠른 편으로 편지를 보냈다.

평소 업무 때와 다른점이 있다면 모험가 길드에 보내는 수수료를 사비로 동봉하였다.

길드를 통해 로만에게 최대한 빨리 전달 되도록.

신원이 확실한 자에 한해서 우편함을 열어두는 로만이기에 집배원을 통해 제대로 전달했다는 말도 들었다.

"아-! 방금까지 1층에 있었는데···."

허기가 진다고 지하에 있는 선술집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곤란한데.'

에클레어는 모험가 길드에서 접견실 외에는 가본 기억이 없다.

자신이 여기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걸 알고있어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게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험가가 아닌 외부인이 내려가봐도 되겠나?"

접수원에게 지하까지 내려가 기별을 넣어달라 하기엔 용무를 봐야하는 모험가들이 뒤에 기다리고 있다.

"으음 ㅡ 로만님을 만나러 오신거라면···."

귀족이자 5기사라는 확실한 신원을 토대로 받은 허락.

모험가와 다투지만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에클레어는 지하에서 한창 장사 중인 선술집으로 향했다.

따각- 따각-

칙칙한 색의 목재계단을 내려가자 둥근 테이블에 모험가들과 앉아있는 로만이 보인다.

내려오는 자신을 보고 반갑다는듯 손을 흔든다.

"····"

팔짱을 풀고 자신도 손을 흔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도저히 손이 들어지지 않아 고개를 끄덕여 봤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을 벗어난 그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타이밍이 조금 엇갈렸네. 나가자."

"저기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기다려도 된다."

"일행? 아닌데?"

로만은 빤히 이곳을 보고 있는 모험가 무리를 향해 수고하라는 말만 던지고 1층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저··저!! 미친놈아!! 시킨건 계산하고가!

-이걸 누가 다먹어!

이래도 되는건가 싶었지만 위에서 자신을 부르는 로만의 목소리에 에클레어도 계단을 타고 다시 위층으로 향했다.

팅ㅡ

먼저 1층에 도착한 로만이 손가락으로 금화 하나를 튕기자 그걸 받은 접수원의 눈이 초롱초롱 해졌다.

접수원과 로만의 움직임은 몇번이고 있었던 행동처럼 자연스러웠다.

"이걸로 밑에 시끄러운 놈들 계산 좀 해주라. 난 손님 오셔서 간다."

끼익-!

에클레어가 뒤에 서있는걸 본 로만은 앞장서서 길드의 밖으로 나갔다.

"황실이나 의뢰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며? 그럼 길드 접견실을 쓰기는 좀 그렇지."

에클레어 본인도 동감하는 이야기였다.

바빠보이는 접수원을 제국의 기사가 개인적인 일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그림이 안좋다.

"생각해둔 곳이 있는데···카페로 괜찮나? 조금만 가면 별실을 내주는 가게가 있다."

"거기 마실거 말고 요깃거리도 있으려나?"

"자세히는 모르지만···디저트 류는 있을거다."

본인이 언급하는 가게가 어딘지 모르면서 앞장서서 당당하게 걷는 로만의 뒤를 에클레어는 생각없이 따라 걸었다.

"지금은 단게 아니라 짠게 먹고싶은데 ㅡ."

"그럼 레스토랑이나 식당으로 가도 상관없다. 이야기를 하기 괜찮은 장소는 많으니."

"배는 고프고?"

"···나한테 묻는건가? 끼니는 해결하고 나와서 생각없다."

로만이 어째서인지 어이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본다.

"그럼 됐다. 카페로 가자. 기사님이 앞장 서시죠."

-

에클레어가 로만을 안내한 곳은 제국의 공무원들이 회의와 업무용으로 애용하는 카페.

메뉴들의 가격은 타 가게의 두 배를 가볍게 넘어서지만.

방이 모두 분리되어 있고 값비싼 마도구를 사용하여 방음도 철저하다.

뒷돈이 왔다갔다 하기에 아주 적절한 구조이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간단히 마실 것을 주문하니 로만은 자신을 빤히 보고있었다.

의뢰를 가지고 온 상황도 아니라 마땅히 꺼낼 말이 없었다.

어딘가 부담스러운 눈길에 침묵을 지키던 에클레어는 종업원이 음료를 놓고 나가는걸 기점으로 입을 열었다.

"급작스레 우편을 보낸건 다름이 아니라 ㅡ."

"그게 아니지."

본론을 꺼내려는 순간 정색한 로만이 낮은 목소리를 울리며 말허리를 잡아 끊었다.

"···음?"

"오랜만에 '친구'끼리 만났는데 매정하게 본론부터 들어가면 쓰나. 이건 기본적인 대화 매너가 아니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자신을 보고있는 로만의 시선에 에클레어의 머리가 점차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생각의 전환과 끼워맞추기는 금세 일어났다.

'그,그런가?'

확실히···다들 자리를 가지면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가.

예열도 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행동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안하다···확실히 실언이었군. 흠흠-···자, 잘 지냈나?"

에클레어의 고장난 마도구 같은 어조 뒤에 이어지는 숨막히는 침묵이 몇초.

무표정하던 로만의 얼굴이 순간에 흐트러지며 고개가 내려간다.

쿵! 쿵! 쿵!

"큭···!!"

로만이 손으로 탁자를 치며 고개를 처박고 웃는다.

끅끅 거리며 웃는 소리가 에클레어에게 똑똑히 들려왔다.

"···?"

"흐하하하-!!! 하아···이번 분기 최고의 웃음이야. 당분간 우울할 일은 없겠어."

방이 떠나가라 웃는 로만을 보고 에클레어는 이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바보 취급 당했다는걸 알게되니 얼굴에 열이 확 오른다.

"나를···속인건가?"

"아~미치겠다. 진짜 웃기네. 검이 아니라 다른 쪽도 천재인것 같은데?"

"···"

자신이 어떤 말을해도 웃기만 할것 같아 에클레어는 로만이 완전히 진정할때까지 입을 닫았다.

한참 낄낄거리며 웃던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보더니 표정을 바꾸었다.

웃는건 여전했지만 경박한 느낌이 아닌···무언가 다른 부드러운 웃음이다.

"뭐야? 삐진거 아니지?"

"···어이가 없군.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린거다."

"큭···! 미안하다.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로만은 자신이 이리 반응할거라 예상이라도 한듯했고, 친구라는 관계와 단어에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다 알고있는 모양 같았다.

에클레어는 차가운 음료를 벌컬벌컥 넘겨 속을 식히고 로만을 노려보았다.

"그럼 진짜 본론에 들어가도 되겠지···."

"아니. 그래도 앞에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그때부터 동생이랑은 어떤데."

드리트나 내부의 가족사지만 로만은 들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없이 좋다···라는 말밖에···내일은 같이 외출 할 예정이다."

"호오~ 자매 사이가 돈독한게 보기좋네."

자매가 사이 좋다는 말이 어색할게 없는데 감명이라도 받은듯한 로만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뒷 이야기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에클레어는 자연스럽게 바통을 넘겼다.

"그러는 그대도 전보다 얼굴색이 좋아보이는군···."

"나? 나야 그럴 수 밖에.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저번 야외수업 때도 그랬지만 스카디 영애를 언급하면 로만의 얼굴은 참 투명해진다.

생각과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좋은건가?'

풀어진 로만의 얼굴은 이때까지 기적에 가까운 업적을 쌓아온 백금의 모험가라 믿기 힘들었다.

헤실거리며 웃던 그는 머리에 떠오른게 있는듯 나에게 말했다.

"맞다. 리케가 언제 한번 만나고 싶다더라? 가벼운 느낌으로 꺼낸 말이긴한데."

"···나를?"

로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디 영애와 접점이라 해도···클로에?

다른건 야외수업에서 가벼운 대련을 한 정도이다.

짧은 시간 본 것이 전부지만 에클레어는 알고있다.

그녀는 여느 기사나 귀족들처럼 만나서 실없는 찬양이나 읊을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

만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터.

'무슨 말을 꺼낼지 상상조차 안된다.'

이런 점은 연인끼리 닮은건가.

둘 다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게 참으로 닮았다.

"안될건 없지."

"···답이 너무 시원해서 무섭네."

"물론 당장은 힘들다. 그저··· 클로에와 사이가 좋다 들었으니 저택에 한번 초대를 해도 괜찮겠군."

비어버린 음료를 추가하고 로만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앞의 장난과 별개로 그는 묻는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줄거라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브로치에 대한 답을 얻으면 이 시간은 확실하게 끝.

그렇게 매정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 해가 쨍하니 떠있는 오전이다.

클로에가 아카데미를 끝내고 돌아오기 전까지 시간은 텅 비어있으니.

이런 잡담을 나누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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