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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64화 (64/250)

Chapter 64 - 수도의 휴일 -1-

기사학부와 검술학부의 첫 야외 수업이 끝나고 시간은 속절없이 아래를 향하는 낙수.

벌써 아카데미 1학기의 끝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작은 연구의 진척을 알리기 위해 로버트에게 몇번이고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충분히 흥미로운 실험이긴 하지만 로버트 자신이 부탁해놓고 이리 무관심해도 되는건가?

아이작 본인도 연구를 마무리하고 로버트에게 가르침을 받은 징검다리인지 흔들다리인지 하는 것에 기반한 작전을 구성 할 시간이 필요했다.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 했던가.

결국 아이작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공식이 적힌 종이와 책을 챙겨 방을 나왔다.

'···수업 이외에 밖으로 나오는게 며칠만이더라?'

마나가 있어 실험에 근력이 부족한 일은 없지만 외견상 운동을 조금은 해야하지 않을까.

시간적 효율만을 강조했던 나날이 있었지만···결국 사모하는 여성의 마음을 얻기위해 올챙이처럼 나오기 시작한 배를 넣는 것도 효율의 범주일터.

'여생도들은 시각에서 오는 정보에 취약한 점이 있지.'

배만 넣는게 아니라 체력도 기를겸 몸을 좀 키워보는 것도 좋아보인다.

이것도 로버트에게 상담해보는 것으로 안건을 정리한 아이작은 기사학부 기숙사로 향했다.

그리 멀지는 않아 산책으로 딱인 거리.

'···?'

분명 자신이 향한 곳은 기사학부 기숙사였고.

틀림없이 남자 기숙사다.

하지만 기숙사 정문에는 여성무리가 웅성거리며 입구를 반쯤 막고 있었다.

-오늘 저녁 안먹는데?

-응···안열어줘.

-그럼 이건 문 앞에 두고가자.

-혹시 그년이···.

'로버트가 끼고다니는 여자들인가.'

다들 이름있는 귀족가의 여식들.

아카데미 입학 전 연회나 행사에서 아이작도 얼굴은 몇번이고 마주한 영애들이었다.

'모여있는 행태부터 한심함이 보이는군.'

정말이지 드리트나 가문의 여식에 비하면 기품이 느껴지지 않는 고기 덩어리들이다.

아이작은 무심한 얼굴로 여성들에게 다가갔다.

"이야기 좀 묻지."

-

아이작은 기회라는듯 열변을 토하는 그녀들의 말을 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를 은근히 사실마냥 집어넣는 문법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뽑아내며 생각에 잠겼다.

'로버트가 이상해졌다라···.'

최근에 아카데미 수업도 반 이상 빠지고 수업이 끝나는 순간 방에 박혀버린다고 한다.

배는 고픈지 밥은 먹으러 가끔 나온다고 하는데.

···별거 아닌게 맞겠지? 진짜 힘든 인간은 밥도 못먹고 식음을 전폐하지 않나?

로버트라면 무언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작은 기사학부 기숙사로 들어갔다.

똑! 똑! 똑!

"····"

로버트의 개인실을 노크해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쿵! 쿵! 쿵!

"로버트! 안에 없나!"

전보다 강하게 문을 두들기며 로버트를 부르자 안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로버트의 눈이 빼꼼 나왔다.

방안에는 불을 끄고 커튼까지 처놨는지 어둡기만 하다.

"아이작···?"

피곤해보이는 눈.

자다일어난것 같은 목소리다.

"부탁받은 연구 때문에 편지를 그렇게 보냈는데 연락이 없어서 이렇게 왔지않나."

"···미안하다. 들어와."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여생도들의 말과 달리 로버트는 흔쾌히 문을 열어줬다.

환기를 한번도 하지않고 문을 계속 닫고 있었는지 로버트의 방은 찝찝한 열기를 동반해 어딘가 불쾌한 냄새가 모락모락 풍겼다.

시약이나 연구에 사용하는 재료들의 냄새에 비교하면 자극이 강하지는 않은데 기분이 더러워지는 냄새.

"흠흠···일단 간단히 설명해주지."

표정이 변하지 않도록 안면근육을 부여잡은 아이작은 이때까지 성과를 로버트에게 보여줬다.

아마 마법진에 대해 설명을 해도 못알아들을태니 간단한 결론을 나열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얼굴살이 좀 빠진건가?'

아이작은 설명을 하면서 로버트의 행색을 살폈다.

못먹은 느낌이라기 보다는 기력의 문제로 보인다.

덩치는 그대로인데 얼굴이 퀭한 것이 기이했다.

이 불쾌한 냄새의 근원지를 머리로 추적하던 아이작은 알아서 좋을게 없다는 감각에 생각을 끊어내고 이 자리를 빠르게 끝내기로 했다.

"···그러니까 2학기가 시작할때 쯤이면 새로 마법진을 가동해볼수 있다는 말이지?"

"한줄로 요약하면 그렇지. 그때가 되어야 세워뒀던 가설들을 검증하면서 확실한 정보를 얻고 오차나 결점을 배제해 더 완벽한 단계로 가는거다."

이정도는 기사학부인 로버트도 이해를 한걸까?

그는 의자에 앉아 멍한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떻게든 돌아가는게···이 세상 여자들은 믿을수가···."

"?"

허공을 보며 이상한 혼잣말을 하는 로버트.

아이작은 그 태도에 의아함을 가졌지만 이제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나도 방청소는 신경써야겠어. 방문하는 이들이 이런 기분이었나···.'

그리고 이 방을 나가야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점.

어딘가 귀찮은 일이 생긴게 확실해 보이는 로버트의 상황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름있는 후작가문의 장남이 겪고있는 고난이라니 보통 일이 아니겠지.

마법사이자 상업에도 손을 뻗고있는 귀족의 처세술.

아이작은 지금 당장 로버트에게 대가를 지불해 얻고자 하는 것이 없었다.

운동이야 다른 생도들에게 물어봐도 된다.

하지만 로버트가 도움을 요청하면 단칼에 거절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 아이작은 탁자에 퍼트려놨던 종이를 빠르게 모아 품에 안았다.

"다음에는 마법진의 가동이 가능할때 찾아오도록 하지. 지원해준 연구물품은 이번에도 똑같이 부탁하네."

*****

삑-! 삑-! 삐이이-!

창가를 넘어 들려오는 새소리.

에클레어는 침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오늘부터 쉬는 날이었지··.'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휴일.

레오가 술집에서 흑마법을 보았다는 긴급보고를 올려 며칠간 조사를 하느라 당장 잡았던 휴일을 한번 미루었다.

흑마법의 흔적은 분명 존재했다.

휴가까지 밀어내고 실행했던 대대적인 수색은 유의미한 결과 없이 허탕.

레오도 술을 마시다 뜬금없이 보았을 뿐이라 증언하여 유추할 정보가 없으니 집단을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경비대에 한달 동안 잔뼈가 굵은 마법사들을 배치, 정선순찰에서 난선순찰을 행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교단에도 신호를 보냈다.

수도에서 대놓고 흑마법사의 흔적을 찾은 것이기에 기사들은 중앙을 지키고 이런쪽에 전문인 모험가에게 의뢰를 넘기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아직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교단이 이미 흔적을 보고 눈이 뒤집어져서 추적을 시작했기에.

한두푼도 아닌 모험가까지 사용 할 필요가 있냐는 여론이 나온 것이다.

황실 내부의 분위기는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으나 교단의 밤낮없는 움직임 덕에 에클레어가 미리 올려둔 휴가를 철회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곧 바빠지겠어···쉬려면 지금 뿐인가.'

드물게도 이틀간 휴일을 잡은 에클레어는 당장 내일 클로에와 외출을 할 심산이었기에 오늘 로만을 만나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후으-!"

침대에서 나온 에클레어는 까치발을 들 정도로 기지개를 크게 켜고 자신의 방에 달려있는 욕실로 향했다.

쏴아아ㅡ

클로에도 그렇지만 에클레어는 샤워나 목욕을 할때 사용인을 대동하지 않았다.

팔다리가 아직 멀쩡히 달려있는데 내 몸을 씻기고 닦는걸 굳이 남한테 맡길 이유가 없었다.

타인이 자신의 나신을 보거나 터치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머리에 수분을 날린 뒤 멋대로 퍼져있는 은발을 모아 포니테일로 질끈 동여맨 그녀가 향하는 곳은 주방.

'오늘 아침은ㅡ.'

가능하다면 아침은 직접 만든다.

이 경험은 숙영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은 쉬어도 클로에는 아카데미에 가는 날이기에 아카데미 정복을 입고 자리에 앉은 동생과 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졸려 보이는구나."

"헤헤···."

얼굴을 옅게 물들이며 웃는 클로에를 보며 에클레어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잠이 덜 깬 동생을 아카데미로 보내고 이제 방으로 돌아가 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옷장에 서서 그녀는 손가락으로 턱을 쓸었다.

'복장이 문제야.'

쉬는 날이라도 모험가 길드에 첫발을 찍어야하니 공무를 볼때와 같은 복장을 입어야 하나.

장소와 달리 목적자체는 공무가 아니니 편한 복장?

숨막히는 고민 끝에 에클레어는 코트에 가죽바지를 선택했다.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는 검을 차고 탁자에 올려둔 검은색 브로치를 챙긴다.

"잠시 볼일을 보고오겠다."

저택의 현관을 청소하고 있는 사용인에게 외출을 알린 후.

굽이 없는 단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가볼까.'

또각- 또각-

거리의 블록을 밟는 기분이 새롭다.

분명 업무차 몇번이고 드나들었던 모험가 길드인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이때까지 신경쓰이지 않은 많은 것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마치 호흡을 자동에서 수동으로 하는 기분.

"···"

오늘 로만을 업무가 아닌 친구의 관계로 마주한다.

일단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내면 되나?

평소에 그와 만나면 어떻게 대화를 시작했지?

만나자마자 본론을 꺼내도 되는건가?

답은 내지 못했는데 고민은 늘어만 간다.

그러는 사이 모험가 길드 앞에 도착한 에클레어는 호흡을 정리 한 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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