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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49화 (49/250)

Chapter 49 - 새 친구 세 친구

리케는 세리아가 점심시간에 뜬금없이 클로에를 소개했을때 둘이 어디서 어떻게 엮인건지 조금 놀라긴 했지만 복잡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세리아라 그렇구나 정도.

드리트나의 여식이라 하면 리케도 당연하게 알고있는 가문이기에, 클로에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고 그녀도 자신을 알고는 있는듯 했다.

'···어디 아픈데 참고있는건 아니겠지?'

사람은 한명 한명 모두 다르다지만 아예 처음보는 신기한 분위기와 감정.

찔리는 일도 없고 나쁜짓을 하려는 것도 아닌걸로 보이는데.

악의 하나 없이 혼자 극도로 긴장해서 울렁이고 있는 독특함.

저러다 막상 입이 풀리면 세리아와 비슷할 정도로 수다스러우면 어쩌나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니라 큰 안심이었다.

나를 대신해서 세리아에게 조곤조곤 맞장구까지 치고 있으니 신경이 크게 쓰이는 것도 아니고 같이 있어도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마치 이 조합은···.

"하하! 이거 완전 겉도는 생도끼리 의기투합 한것 같네."

"에헤헤···그,그렇네요."

세리아의 말대로 딱 그런 느낌이었다.

가문에 흑마법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정할 수 없는 소문이 붙어있는 자신과 첫 걸음에 자신과 엮이며 애매해진 세리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사학부에 늘 혼자있는 클로에까지.

이것도 예술이라 우기면 하나의 예술이라 할 만한 헛웃음이 나오는 조합이었다.

-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한참 남아 셋은 자연스럽게 사람이 적은 한적한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으아아~!! 야외 수업 언제 하려나."

일편단심 모험가만을 꿈꾸는 세리아는 백금에게 배우는 숙영이 여간 기대가 되는지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 굴렸다.

지금 아카데미는 외부에서 저번과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답사와 인력충원 등으로 혈안이 되어있다.

그렇기에 정확한 일정은 아직 미정.

하지만 숙영을 병행한 실전 수업을 최소 한번은 진행 할거라고 이야기가 나온 상태다.

'빨리 가고싶다···.'

세리아 보다 자신의 기대감이 더 크다고 자부한다.

숙영이라 하면 오빠와 이어지기 전 짧은 경험이 있었다. 그때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오늘 반응 보니 기사학부는 대부분 표정이 안좋던데···클로에는 괜찮겠어?"

"아···저는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밖에서 지낸 경험은 없지만···."

세리아는 말을 편하게 하지만 클로에는 존대가 편한지 말을 놓지 않았다.

"실전 수업이 기사학부에서 인기가 없다는게···진짜 신기하네 제일 재밌는데."

리케도 백번천번 고개가 부서져라 공감하는 옳은 말이었다.

평소 말괄량이 같은 세리아도 실전 수업이 되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눈에 불길이 타오르니.

오빠의 수업을 진지하게 경청해주는게 고맙다고 매번 생각한다.

"그래도 모두가 싫어하는건 아니라 생각해요. 저는 유익하다 생각해서··교관님이 정말 고생하시지만··."

'···!'

찻잔을 만지며 조심스레 말하는 클로에의 말이 그저 분위기에 동조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는걸.

리케는 알 수 있다.

자신의 연인에 대한 사심없는 순수한 호평.

기분 나쁠리가.

이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리케가 클로에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옅게 웃었다.

"클로에양과 저는 좋은 교우관계가 될 수 있을것 같네요."

"-에,예?! 가··감사합니다?"

클로에만큼은 아니라도 세리아도 뜬금없는 상황에 많이 놀랐는지 리케와 클로에를 번갈아 봤다.

"뭐야···둘이?"

*****

문을 열면 코를 찌르는 퀴퀴한 냄새는 그대로.

하지만 저번보다 더 빈틈이 없어진 아이작의 방에 들어온 로버트는 중앙에 놓여있는 탁자까지 가는데 상당한 고난을 겪었다.

"아이작···시종을 시켜서 방을 한번 정리하는게 어때?"

"으음- 그렇게 하면 물건이 어디있는지 모르게 되는데···아직 새로운 시종도 안뽑았고."

로버트의 말에 아이작은 고민하는 척이라도 했고 로버트는 한숨을 쉬며 손에 들린 책을 건냈다.

"받아 - 금방 될거라 생각했는데···아무리 찾아도 같은 책이 없더라? 필사해서 아예 새로 만들어왔다."

[ 차원 마법 실험 보고서 ]

정식으로 출판을 안한건지 찾아보라고 돈을 부었는데 어디를 가도 똑같은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카데미 도서관에서 책을 다시 한번 빌려 실력좋은 필사꾼을 불러 똑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들었다.

아카데미에 있는 책을 필사 했다는건 들키면 조금 시끄러워질수도 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제일 중요한 한 페이지가 없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아이작은 자리에 앉아 필사해온 책을 빠르게 훑었다.

저 기하학적인 도형과 내용이 이해가 되는지 흥미롭다는듯 혼자 작게 감탄하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확실히 이게 있으면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겠어. 뒤에 없어졌다는 페이지도 조금은 예상이 되고."

"후우ㅡ 그건 다행이네."

돈과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한 로버트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아이작은 책을 덮어두고 늘어져있는 로버트를 응시했다.

"···기사학부는 야외 수업이 잡혔다며?"

야외 수업이라는 말에 로버트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우리 학부만 가는게 아니라 검술학부도 반 정도 참가하지만. 하···귀찮아 죽겠다고."

"약혼자와 나간다 생각하면 특별하고 즐거운 일 아닌가? 아카데미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데."

아이작은 말에 로버트의 표정이 굳었다.

'이새끼가 사람 속을 일부러 긁는건가?'

부글부글 거리는 속을 누르고 아이작의 얼굴을 보니 악의없이 정말 그리 생각하는듯 했다.

그 미친 치와와 같은 년만 아니었어도···겨우 남작가문 여식인데 졸업하면 어쩌려고 그런 깡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리케를 보고 움직이려고만 해도 어찌 아는건지 붉은색 소형견이 으르렁 거리며 쏘아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처량한 점은 그럴때마다 리케는 아예 자신을 보고 있지도 않았고.

빨간 여자가 리케가 꺼리는 일을 처리하는게 아니라 리케는 아예 자신이 다가오는걸 인식조차 하지 않는듯 했다.

'언제쯤 가문에서···젠장.'

어제도 가문에 재차 연락을 넣어봤지만 걱정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인정한다. 지금 리케는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

남자생도들을 무생물처럼 보는 시선으로 자신은 알 수 있다.

그녀에게 여러가지 고난이 있었으니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더욱···.

저 여자는 어떤 누구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할수록 로버트의 욕구는 강해졌다.

최근 각 학부 여자생도들의 지독한 질투를 받는 리케다.

자신의 가문 영지에서 남자와 돌아다니는걸 멀리서 본 것 같다느니 하는 헛소문과 입방아에 오르는걸 보면 흑마법이니 뭐니 해도 그녀의 인기가 치고 오르는걸 로버트는 실감할 수 있었다.

'헛소문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여자들의 질투는 정말 구역질이 나는군.'

찾아가서 그 생도에게 정말 그게 확실한지 책임질 수 있는 발언인지 물어보니 그건 또 못하겠다고 하니 정말 추한 꼴이었다.

'약혼자가 있는데 뒤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는 귀족영애라니. 그딴건 소설로 써도 개연성 없다고 욕먹는다고!'

현실은 가끔 우습게 개연성을 무시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다.

귀족에게 잃을게 너무 많은 선택지는 현실성이 없다.

그냥 세상이 자신의 의지에 시험과 고난을 부여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처음과 달리 순수한 목적과 감정은 이미 변해버렸지만 리케는 로버트에게 있어 이제는 하나의 상징과 같아졌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목표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

신이 모든걸 내려주고 최고의 개연성이라 하는 스킬과 얼굴까지 붙여줬는데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니 자기혐오가 쌓이면서 좀 미칠것 같았다.

그래도 이걸 누구에게 말하겠나.

로버트는 일단 크게 웃었다.

"뭐, 하하-!! 그렇지···."

"역시 그 로버트인가···안그래도 조금 상담하고 싶은게 있다."

"응? 나한테?"

··

··

아이작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로버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연구자금을 위한 약혼도 유지하면서 원하는 여자를 얻고싶다?"

"제대로 이해했군. 효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쪽은 젬병이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차라리 공식이라도 정해진게 있으면 좋을텐데."

마법사들은 왜 문장에 효율이라는 단어를 못넣어서 안달일까.

정작 전문가를 찾으며 나한테 물어봐도···스킬과 얼굴이 방법이라 말하기에는 아이작의 얼굴은 애매하다.

내 주위에 이상할 정도로 여자들이 많긴 하지만···이건 딱히 알려줄 방법이 있는건 아니었다.

초롱초롱한 기대감으로 자신을 보는 아이작에게 무슨 말을 할지 로버트는 고민했다.

"일단···약혼을 유지하려면 약혼자를 처로 두고 원하는 여자를 첩으로 두는게 이상적인거 아닌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일부다처가 너무나 흔한 세상에서는 이런 대안이 나오곤 한다.

"음- 논파가 불가능한 이상적이고 완벽한 방법이다. 그걸 이루기 위해 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이 궁금하다는거지."

"상대와 관계는?"

"같은 아카데미 생도지만 딱히 친분은 없다. 몇번 이야기를 해본적은 있지만···."

'이런 정신나간 놈도 첫눈에 반하거나 하는건가?'

신기하긴 하다.

일단 아이작은 딱히 그 대상을 공개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나한테 약점이라도 잡힐거라고 생각하는건가.

"그냥 데이트를 요청해 보는건 어때?"

"···내게 약혼자가 있다는걸 다 알텐데 힘들지 않겠나? 나는 그 여성이 먼저 호감을 표하며 다가오게 만들고 싶다."

미친새끼.

아무튼 미친새끼였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은 무조건 틀린말 이었다. 난 저런놈과는 다르다.

'····'

도대체 어떤 여자인지 아이작에게 찍힌게 불쌍하긴 했지만, 아이작의 지식은 자신에게 필요하다는걸 상기하며 로버트는 고민에 빠졌다.

"그럼 마음의 빚을 만들거나? 무섭게 생긴 대역이라도 고용해서 위험에 빠진걸 구해주는거지."

남자라면 누구나 상상하는게 아닐까?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해주는 그런 망상.

"들키면 문제가 되지만 대역들은 쓰고 정리하면 되니 효율적인 방법이군. 극적인 순간에 화려한 마법으로 구한다면 마법사로서 능력을 어필하는 효율까지 있겠어."

"또 다른 방법은···흔들다리 효과를 이용해보던가."

"흔들다리?"

아 혹시 이 용어는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건가. 가끔 이렇게 통용되지 않는 이론이나 단어들이 있다.

"그러니까 흔들다리 효과는 ㅡ"

기억나는 대로 뱉은 얄팍한 설명을 들을수록 아이작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여자의 감정이란 그런 메커니즘이었나! 이 기술로 자네가 몇명의 여자를 요리 했을지 통계를 내기 두렵군··! 심리가 불안해지는 긴장감과 위기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 확실히 귀족가의 영애들이 환장할것 같은 주제로군···! 그런 위기를 조성하는 계획을 신중히 생각해 봐야겠어."

이미 성공이라도 한듯 침을 튀기며 흥분한 아이작을 보니 뭔가 스위치를 잘못 건드린것 같지만 로버트는 그냥 외면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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